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59
59
진후는 뒤돌아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머리에 헝겊을 뒤집어쓰고 가죽옷을 겹겹이 덧대어 입은 여인이다. 얼굴도 헝겊으로 반쯤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허리춤에는 검이 있으나 5레벨 이하가 혼자 다닐 곳은 아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진후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내장이 터져 죽어 가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소매를 걷어 사내의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중얼거렸다.
“홀리네스…….”
“크…… 흐…….”
그러자 고통에 일그러졌던 사내의 얼굴이 점점 편안해졌다. 가슴은 일반인처럼 고르게 올라오고 있다.
여인은 바로 일어나서 진후에게 다가왔다. 진후는 데가베르를 뻗으며 경계했다. 그녀는 팔이 잘린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분도 잠깐 내려서…… 쿨럭!”
그녀의 안색이 급속도로 창백해지더니 갑자기 피를 토했다. 한 손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입을 막고 손을 휘적거린다. 빨리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턱!
진후는 바닥에 그 사내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사내의 뜯긴 팔 절단면에 자신의 손을 대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후우우웅!
절단면에서 노란빛이 새어 나오며 잘렸던 곳이 점점 붙어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 같았다.
“끄으으으…….”
그녀는 손을 뻗은 채로 신음했다. 심한 고통을 참고 있는 듯했다. 사내의 팔이 완전히 붙자 그녀는 바로 뒤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진후는 지진이 난 듯이 떨리는 눈동자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풀썩.
여인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진후는 바로 다가가 그녀를 뒤집었다. 그녀의 왼팔 부근에는 없던 피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왜…… 왜 이제…… 나타난 거야…….”
진후는 이를 악물고 찢어 죽일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 * *
태풍이라도 지나간 듯이 나무들이 터져 나간 숲, 그 위로 몬스터 한 무리가 한 소년의 뒤를 쫓는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일정 범위 내의 몬스터들이 쓸려 나간다. 그 뒤로 둥둥 떠다니는 검들이 총알처럼 쏘아져 나와 처리되지 않은 놈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숙련도가 완성되어 베아의 등급이 올라갑니다.]“음?”
베아에 등급이 있다니? 분명 전에 관찰했을 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아저…… 싯팔! 씨, 왜 그래요?”
“아니다. 계속하지.”
“에? 예~!”
수언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시 몸을 돌렸다.
이곳에 온 지도 이제 2주, 41층 대는 라브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먹을 수 있는 짐승과 채소들이 있기 때문인가?
44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주인노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피해 46층으로 올라가는 모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은신을 자주 해서 놓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언의 말로는 그의 첫마디가 가장 강한 자인지 묻는 것이었다. 여울은 그런 부류를 한 명 알고 있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강한 자와의 대결에 집착하는 자, 은퇴한 지 3년째 될 때 서울의 지하 세계에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청년이 찾아왔다. 그는 브레이크 없는 맹수와도 같았다. 그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묻어 줬다.
이런 자는 다른 꼼수는 쓰지 않는다. 은신이 있음에도 수언을 공격할 때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어딘가에 웅크리고 힘을 길러서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여울 아저씨~!”
지금은 레벨업에 집중할 때다.
콰아아아앙!
“어, 어…….”
평소처럼 끝마무리를 위해 검을 띄우던 수언은 멈칫하고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곳을 쳐다보았다. 가까운 곳 외에는 대부분 밀려나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모두 사지가 찢겨 피바다가 되어 있다.
베아를 내려다보며 수언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울이 고개를 들어 수언과 눈을 마주쳤다.
“올라가야겠군.”
“네…….”
베아의 등급이 올라가니 범위는 50미터에서 약 60미터로 늘어났다. 범위 내의 리자드맨과 머맨은 모두 찢겨 나갔다. 아주 끄트머리만 튕겨져 기절을 하는 정도다.
이렇게 되면 수언에게 돌아가는 경험치가 거의 없다. 이제 위로 올라갈 때다.
[케라브, 45층입니다.]여울은 시이를 이용하여 마법진을 찾아서 올라왔다. 이번에는 다른 휴식층과는 다르게 많은 생물들이 보였다. 나비와 벌레, 새와 작은 짐승들이 눈에 들어온다.
쏴아아아아아!
“음? 이건 뭔 소리지요?”
“글쎄…….”
케라브에서 들어 본 적이 없는 낯선 소리다. 여울은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 2킬로미터 정도 걸어갔을 때, 울창한 숲을 지나 거대한 절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 와…….”
30미터는 될 법한 절벽에서 두꺼운 물줄기가 우수수 쏟아진다. 얼마 만에 보는 폭포인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은서가 함께 있었다면 좋아할 듯싶다.
절벽 바로 아래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있고 그 바로 앞에 마치 안내문처럼 2미터 높이의 바위가 하나 세워져 있다. 감정의 돌이다.
촤아악!
“어푸! 어푸!”
수언이 바로 윗옷만 집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구잡이 식으로 물장구를 몇 번 치더니 여울을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아젓씨도 드, 들어와요! 시원해요!”
이럴 때 보면 참 천진난만하다. 여울은 그의 손짓을 가뿐히 무시하며 감정의 돌에 다가가 베아를 올려놓았다.
-이름 : 진:베아 (C) 0/100
-재질 : 베헤모스의 뿔
-특이 사항 : 최초 입수자와 기운 연결
‘진 베아?’
베아의 이름이 달라지고 등급도 붙었다. 그 옆에는 숙련도 수치로 보인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울은 돌 위에 올려놓은 베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장장이 미호를 통해 씌워 놓은 미스릴은 대부분 사라졌다. 제 것이 아니라 그런지 충격파를 쓸 때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도 조금 빠져 있다.
지금까지의 내구력을 보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니, 디카르에 검은화염을 두르면 자를 수 있을 것 같다. 내구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여울은 검집에 베아를 집어넣고는 자신의 손을 올렸다.
-레벨 : 7
-경험치 : 31퍼센트
전에는 이렇게 몰이사냥을 해서 2주 만에 레벨업을 했었다. 이번에는 더 강한 몬스터인데 31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8레벨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레이드 날까지는 한 달이 남았다. 그때까지 주인노를 제거하고 레벨업을 해야 한다.
여울과 수언은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기 위하여 사방이 막혀 있는 울창한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시이에게 마법진을 감시하게 하고 잠을 청했다. 은신 상태여도 마법진을 사용할 때는 빛이 날 것이다.
여울은 가만히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검은 장막으로 덮인 밤이 아니라 별빛이 비치는 밤이다.
은서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날이었다. 이렇게 별빛이 찬란한 밤, 가로등 아래에서 그녀가 웃고 있었다.
이곳에서 밤을 보내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생각이 점점 굳혀졌다.
‘나갈 날이…… 멀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은서야.’
여울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은 첫 만남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케라브, 46층입니다.]46층에 올라선 여울과 수언은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사전 정보가 없는 지역은 신중해야 한다.
스슥, 스슥.
나무와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며 이동한 지 얼마 못 가서 그들은 새로운 외형의 몬스터를 발견했다.
헐벗은 여성의 상체에, 하체는 견고한 비늘이 덮인 뱀의 형체다. 머리 위에는 왕관과도 같은 갈퀴가 나 있고 피부는 파랗다. 크기는 리자드맨들과 비슷하게 2미터가 조금 넘었다.
가장 큰 특징은 팔이 네 개인데 그곳에 모두 날카롭게 반짝이는 검이 들려 있다는 것이다. 검신이 모두 푸른빛을 띠고 손잡이 끝에는 파란 보석이 박혀 있다.
수언은 여울에게 붙어 작게 속삭였다.
“제 검들 바꿀 때가 됐네요.”
신화 속에 나오는 나가의 모양새다. 이쯤 되면 신화가 지구의 옛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가에게는 리자드맨도, 머맨도 덤벼들지 않았다. 리자드맨은 나가가 지나가면 멈춰 서더니 고개까지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나가는 항상 세 마리였다. 머리 위에 갈퀴가 있는 것이 가운데, 나머지 둘은 갈퀴가 없었다.
여울은 세 마리의 나가를 따라다니다가 주변에 다른 몬스터가 없을 때 수언에게 신호했다.
후웅!
네 개의 검이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두 개는 양쪽, 두 개는 가운데 나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채쟁! 챙!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모든 검들이 멀리 튕겨 나갔다. 염력은 연결이 끊기지 않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채로 그냥 두었다.
그들은 갈퀴 나가를 중심으로 양쪽에 자리를 잡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전에 멍청한 놈들과는 다르게 지성이 높은 듯하다.
“사…… 이하…… 레…… 디스…….”
갈퀴 나가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팔을 들어 어딘가로 검을 던졌다. 바로 수언과 여울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이다.
여울은 바로 두 검을 뽑아 들어 그의 검을 쳐 내고는 달려 나갔다.
“키햐아아!!”
갈퀴나가가 여울을 확인하고는 소름 돋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사이 누워 있던 수언의 검이 일어나며 양쪽 나가의 몸을 꿰뚫었다.
동시에 여울의 검이 갈퀴 나가의 몸통을 향해 찔러 나갔다. 그도 네 개의 검을 마주 휘둘렀다.
스르릉.
두 개의 검과 네 개의 검이 서로 엉키듯이 만났을 때, 여울의 손목이 교묘하게 돌아가며 그의 검을 밖으로 밀쳐 내고 배를 찔렀다.
푸욱!
“키헥!”
하체와는 다르게 인간의 살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상체는 검이 쉽게 깊이 들어갔다. 여울은 바로 양쪽으로 검을 펼쳤다가 위로 다시 교차시켰다.
촤악! 서걱!
갈퀴 나가의 배가 양쪽으로 찢어지며 머리가 싹둑 잘려 나갔다. 머리가 뒤로 넘어가는 순간, 다른 나가들의 표정이 보였다. 그들은 경악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인간형이니 이런 문제가 있다. 여울은 두 검을 바깥으로 추켜올렸다.
촤아악!
두 나가는 배에서부터 머리까지 세로로 두 동강이 나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쓰러졌다.
짝짝짝!
“와아!! 지, 진짜 아저씨는 대단한 것 같아요. 나는 언제 저렇게 싸우지…….”
여울은 두 동강이 난 나가의 몸에서 검을 거두는 수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수언, 몰자.”
“네…… 엣취!”
수언은 욕이 나올 뻔했던 것을 재채기로 무마하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베아가 업그레이드 됐으니 나가도 몰이사냥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가는 다른 놈들에 비해 개체 수도 매우 적다.
여울은 수언과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한 달, 그 안에 8레벨을 만들고 말 것이다.
* * *
그로부터 2주, 몬스터 리젠 시간이 여울과 수언의 사냥을 따라가지 못하여 46, 47층을 오가며 사냥을 하고 있다.
“아저씨!!”
수언은 5분도 되지 않아 열 무리, 약 40마리의 몬스터들을 몰아오고 있다. 그중에는 나가도 한 무리 포함되어 있었다.
후웅, 후웅!
가장 가까이 쫓아오던 갈퀴 나가가 검을 던진다. 그 속도나 정확도가 매우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수언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잘 피한다.
챙! 챙!
여울은 수언을 너머 자신에게 날아오는 나가의 검을 쳐 내고는 높이 뛰어올랐다. 위로 추켜올린 베아가 새하얗게 반짝인다.
콰과아아아앙!!
베아의 범위 내에 있던 몬스터들이 대부분 찢겨 나가며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끄트머리에 있던 나가들은 나무에 부딪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수언이 그들에게 다가가 크릴의 뿔을 쑤셔 넣는 것이 보인다.
[6레벨 숙련도가 완성되었습니다. 7레벨에 진입하시겠습니까?]“오옷! 아저씨! 저 드디어…….”
[7레벨에 진입 시, 레벨이 완성되어 스텟이 대폭 증가합니다.]“어, 음?”
수언은 생소한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 *
푸슉!
리자드맨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나 피를 울컥울컥 뿜어내며 쓰러진다.
[6레벨 숙련도가 완성되었습니다. 7레벨에 진입하시겠습니까?]시스템 음성에 그가 한 손으로 머리를 쥐고는 어깨를 떨었다.
“킥, 크큭, 크흐흑, 크…… 드디어.”
몬스터들의 시체가 지저분하게 찢겨 있는 그곳, 그 중심에 선 자의 손가락 사이로 비춰지는 눈동자에는 살의가 짙게 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