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
6
06 크로우
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렀고, 많은 사람들이 씻고 마시고 있었다.
이미 안전한 물이라고 입증된 듯했다. 공동의 중앙에는 한 개의 바위가 세워져 있었는데, 높이가 10미터, 너비가 4미터쯤 되어 보인다.
공동 구석에는 수풀을 바닥에 깔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쉬는 사람, 이곳에서는 낯선 장면이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이 팔이나 다리가 징그럽게 찢겨져 있었다.
어떤 사람의 얼굴은 반이 함몰되었다. 저 상처들은 오크에게 생긴 것이 아니었다. 마치 안에서 터져 나간 듯했기 때문이다.
‘6층에는 다른 괴물이 있나?’
여울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사람들의 시선은 바위로 향했고, 한 청년이 그 앞에 놓인 작은 돌 위에 손을 올려놓는 것을 보았다.
후우우웅!
기괴한 음과 함께 바위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신기하게도 그곳에는 글씨가 써지고 있었다.
-레벨 : 2
-경험치 : 13퍼센트
-특성 : 폐활량 –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다.
“우와…… 또 2레벨이다.”
“부럽다…… 사지 멀쩡한 2레벨.”
“그럼 뭐하냐? 특성이 별로잖아, 폐활량을 어디다 쓰냐.”
“조용히 해…… 듣겠어.”
사람들은 반은 부러움, 반은 시기를 담은 말을 내뱉었다. 그 청년은 입을 꾹 다문 채로 가만히 바위를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무호흡, 어떻게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무호흡은 절대로 쓸데없는 특성이 아니었다.
무호흡 상태의 움직임은 더욱 정확하고, 빠르고, 은밀했다. 그는 다방면에서 써먹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것이다.
경험치와 특성에 대한 설명까지 보여 주는 바위…… 나의 특성은 동체시력과 민첩, 독 내성, 그리고 ‘다크니스’라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대충 예상이 되지만 ‘다크니스’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모두 까발리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극한의 상황, 무법 상태, 지금 이 던전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툭.
뒤돌아 가려는데 어떤 사내와 어깨를 부딪쳤다. 그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엇, 크로우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렸다.
“오오, 진짜 크로우다!”
“저런 아저씨가 크로우라고?”
“1층에서만 있던 게 아니었네?”
“크로우가 누군데 그래?”
몇몇이 자신을 보며 한마디씩 내뱉는다. 낯익은 얼굴들도 보인다. 여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로우……?”
크로우, 검은 옷을 입고 새처럼 민첩하게 날아다니니 생긴 별명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1층에서 여울에게 목숨을 구함 받은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어갔다. 모두 같은 사람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문이 퍼지고 별명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웅성거리는 가운데에 한 소년이 소리쳤다.
“크로우! 감정 한번 해 봐요!”
“그래! 완전 궁금하다!”
“막, 3레벨인 거 아니야?”
“미친, 진후 님도 아직 3레벨이 아닌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올라오는 게 무서워서 1층에서 지낸 사람한테 뭘 그렇게 기대하는지…… 멍청한 놈들.”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울은 처음 자신과 어깨를 부딪쳤던 사내를 잠시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뒀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누군가가 소리쳤다.
“여러분! 크, 큰일났어요! 1층이, 1층이 사라졌어요!”
자신도 쉬지 않고 달려서 이제야 도착했는데, 꽤 빠른 사람이다. 아니면 길을 빠삭하게 알거나.
“1층이…….”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충격적인 소식에 한 여인이 입을 반쯤 벌린 채로 시선을 어딘가로 옮겼다.
여울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시선이 멈춘 곳은 벽에 칼로 바를 정 자(正)를 새겨 놓은 곳이었다. 그곳은 정확히 6개의 정 자가 새겨져 있었다.
날짜다.
저것이 정확하다면 이곳은 한 달에 한 층씩 닫혔고, 식량은 한정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등을 미는 것만 같았다.
물론, 여울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 손이 닿을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갈 것이다. 여울은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걸음을 옮겼다.
* * *
임우민의 특성은 민첩이다. 감정의 돌에서 자신의 특성이 적히던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특성 : 민첩 – 민첩이 현재의 1.5배 상승한다.
1.5배, 그렇지 않아도 레벨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깨부수는 중인데 그것의 1.5배나 더 빨라졌다.
케라브에 와서 그 누구도 자신보다 빠른 자를 본 적이 없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오크를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 같이 있는 일행은 자신을 신처럼 우러러보았다.
하지만 2레벨은 너무 많다. 좋은 특성을 가졌기에 누구보다 강해질 자신이 있다. 어서 3레벨로 올라가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자가 되고 싶다.
그 욕심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6층까지 올라왔다. 자신 포함 6명으로 남자 넷에 여자 둘.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레벨 1이지만 무한한 신뢰로 같이 따라왔다.
6층에 올라서니 공기부터 무언가 써늘해진 느낌이었다. 꽤 오래 걸었음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3, 4층은 어디든 사람들 소리가 울렸었는데 비해 이곳은 너무 적막했다.
오크 두 마리가 보인다. 역시 4층과는 달리 처음부터 두 마리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높은 난이도가 아니다. 우민은 일행에게 용기를 북돋워 줄 겸 먼저 달려 나갔다.
휘둘러지는 오크의 도끼를 손쉽게 피하며 팔을 베어 버리고는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등 뒤에서 다시 공격하려는데 맞은편에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두 눈이 고양이처럼 반짝거렸다.
연두색 빛을 낸다. 그런데 그 눈의 높이가 사람과는 다르다. 매우 높다. 위험한 느낌이 든다. 우민은 일행에게 소리쳤다.
“뒤!”
“캬하!”
그 말과 함께 어둠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어두운 보라색 피부에 3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몸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었다.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길고 마른 몸이 날렵해 보였다.
에메랄드처럼 신비롭게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에 양손에는 검신이 휘어진 기형검을 쥔 놈이 그것을 휘둘렀다.
“막아!”
무기라곤 오크에게 구한 도끼 아니면 검밖에 없는 일행은 도끼를 방패 삼아 들어 올렸다.
콰앙!
“크흡!”
도끼로 놈의 공격을 막은 사내는 뒤로 나자빠졌다. 몸은 날렵한데 오크에 버금가는 괴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놈은 쉴 틈을 주지 않고 연달아 쌍검을 휘둘렀다. 엄청난 속도였다.
놈은 어느새 무리 한가운데로 들어가 일행을 휩쓸고 있었다.
변변치 않은 방어구에 실력이다. 순식간에 일행의 팔다리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붉디붉은 피가 뿌려졌다. 비명 소리가 동굴 내에 울려 퍼졌다.
“우, 우민아! 도와줘!”
“으아악!”
일행은 우민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우민은 그것을 보며 뒷걸음질 쳤다. 저 괴물로 인해 잊고 있던 두려움이라는 것이 피어올랐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민첩 특성이 있으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손발만 제대로 움직여 주면…….’
우민은 주먹을 꽉 쥐며 뒤돌아섰다.
그때.
타다다다다닥!
발소리, 빠른 발걸음이다.
‘또 한 마리?!’
아니, 사람이었다. 양손에 단검과 장검을 펼치고 달려오는 남자가 보였다. 차갑게 날이 선 눈동자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에게 똑바로 달려오는데 속도가 줄지 않았다. 이러다 부딪칠 게 뻔했다.
“허업!”
그 무서운 기세에 우민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시에 그가 바닥을 박찼다.
탁!
그는 높이 날아올라 우민을 뛰어넘어 오크 두 마리의 목 뒤에 각각 장검과 단검을 박아 넣었다. 자신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근력 특성인가? 단지, 검이 좋은 것인가?’
그는 오크들의 등을 발로 밀어 두 검을 뽑더니, 뒤돌기를 하여 바닥에 착지했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보라색 괴물에게 달려 나갔다.
오크 두 마리는 목에서 진녹색 피를 울컥울컥 쏟아 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단 한 방에 오크를 죽인 것이다.
“허억, 허억…….”
목이 바싹 마르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 가만히 있는데 호흡이 달리는 듯하다. 느리게 뒷걸음질을 치며 생각했다.
도망쳐야 하는데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다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사이 우민의 일행은 모두 피투성이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서현이라고 했던 여자의 입에 놈의 검이 박혔다. 검신은 목 뒤로 살갗을 경쾌하게 뚫고 나왔다.
그 남자가 놈의 등에 장검을 휘둘렀다. 놈은 서현의 배를 발로 차 검을 뽑으며 재빨리 뒤돌아서며 장검을 마주 쳐 내었다.
채앵!
그 남자와 보라색 괴물 간에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놈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남자는 뒤로 자꾸 밀려났다.
대충 봐도 힘에서 많이 밀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도망가야 하나?’
우민은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긴장을 풀어내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가 미세하게 괴물의 검을 흘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둘이 같은 방향으로 검을 마주 뻗는가 싶더니 교묘하게 괴물의 손목에 상처를 내었다.
“캬하악!”
그 후로 상황은 역전되었다. 점점 괴물의 몸에 상처가 늘더니 이내 그의 장검에 목이 잘려 나갔다. 괴물의 두 팔은 검을 쥐고 있지 못할 정도로 너덜너덜했다.
남자가 놈의 기형검 두 개를 살피더니 원래 가지고 있던 장검을 바닥에 버리고 단검은 허리춤에 꽂고는 기형검을 챙겼다.
그가 뒤돌아서서 우민과 눈이 마주했다.
우민은 입만 뻐끔거렸다. 몸을 움직이지도,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자신을 압도하는 무형의 기운이 있었다.
그는 우민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서더니 입을 열었다.
“교만과 자신감은 잘 구별해야 한다. 구별법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거지.”
갑자기 무슨 말이지? 싶으면서도 심장이 송곳으로 후벼 파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널려 있는 시체들은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 짧은 시간 자신의 행동을 보고 추측한 것인가?
우민은 불편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지나쳐갔지만, 우민은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가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멈춰 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민은 순간 얼어붙었다.
“안 내려가나?”
우민은 눈을 깜빡거렸다.
자존심은 자존심, 생존은 생존이다. 우민은 팔뚝을 들어 얼굴을 한번 훔치고는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