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1
61
* * *
스슥, 스슥.
노을빛이 지는 해변가, 투명화한 주인노가 몬스터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친다. 그는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둥그렇게 찢겨 나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는 멈춰 섰다. 그는 그 참혹한 광경을 보고는 씨익 웃음 지었다.
“찾았다.”
* * *
[케라브, 45층입니다.]여울은 수언의 레벨업 때문에 휴식층으로 들어섰다. 이곳도 이제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거주하는 듯하다.
하지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올라온 자들은 나름 상위 5퍼센트 이내의 사람들이다. 수면을 취할 때 빼고는 사냥만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둘의 안식처로 걸음을 옮기며 수언이 입을 열었다.
“여울 아저씨, 레벨 완성이 뭘까요?”
“일단 레벨업부터 하고 감정을 해 보자.”
“네엣.”
여울과 수언의 안식처는 각자 다르다. 가능하다면 수면 상태일 때는 누구와도 거리를 두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여울의 호위하에 7레벨로 레벨업을 한 수언이 몸 여기저기를 만져 대며 말했다.
“엄청…… 달라졌어요. 다른 세상 같아요…… 아저씨는 항상 이런 눈으로 보고 있었던 건가…….”
수언은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폭포수 앞으로 갔다.
-레벨 : 7 (MAX)
-경험치 : 0퍼센트
-특성 : 염력
“맥스…….”
“음…….”
자신에게는 저런 문구가 없었다. 레벨의 한계가 사람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는 거였던가?
“사냥을 한번 해 보고 확인해 봐야 더 정확하게 알 것 같구나.”
“에, 네, 흐음…….”
자신의 한계를 맞이한 감정은 참담할 것이다. 한데 그는 별다른 티를 내지 않고 있다. 단순한 건지 긍정적인 건지 모르겠다.
여울은 지금의 경험치를 알아보기 위해 감정의 돌로 갔다. 마지막으로 감정을 했을 때가 2주 전이다.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아는 수언은 알아서 마법진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아…….”
“오늘도 빡셌다.”
“아, 빨리 폭포수나 쫘악 맞아야지.”
그들도 경험치를 확인하려는지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래, 어차피 때 되면 할 레벨업이다. 아직 약속 시간은 남았으니 그때까지 최소한으로 쉬며 사냥에 열중한다.
여울은 감정의 돌에서 물러나 마법진으로 향했다.
[케라브, 46층입니다.]“와우! 이거 봐요, 아저씨!”
위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수언이 날뛰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무서운 속도로 뛰어다니며 두 손을 어지럽게 휘두르고 있다. 염력의 힘이 아닌데도 달리는 속도가 자신과 비견될 정도다. 민첩 특성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더 느렸을 것이다.
퍼벅, 퍽!
수언의 검이 리자드맨의 몸통을 꿰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온다. 놈들은 검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공격을 맞이한다. 전에는 검을 꽂아 넣기는커녕 정교하게 조절하며 하나하나 휘둘러야 했다.
6에서 7레벨의 갭이 크다고는 해도 저 정도는 아니다. 여울은 그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
“레벨 완성에 관한 메시지가 떴을 때, 또 다른 말은 없었나?”
“음…… 아, 7레벨이 되면 레벨이 완성되어서 스텟이 대폭 증가한댔어요. 그래서 이렇게 몸이 가벼운 건가?”
수언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튀어 나갔다. 스텟이 기존 7레벨보다 더 많이 올라간다면 완성의 의미가 더욱 확고해진다.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해맑다.
그의 레벨 완성은 완성이고, 이제 자신이 문제다. 하루빨리 레벨업을 해야 한다.
여울은 품 안에서 새끼손톱만 한 검은 알을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그것은 갑자기 붕 떠오르며 파란 불길이 화악 타올랐다. 자신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불꽃, 원팀과 함께 케르베로스를 잡았을 때 얻었던 메티의 불꽃이다.
전에는 수언과 함께 몰이사냥을 하니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하여 꺼내지 않았는데, 전에 수언이 그의 불꽃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는 그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시이만큼은 아니지만 말귀를 알아들어 꽤 유용한 것이다.
그는 시야에 닿는 거리, 약 1킬로미터 정도 운용 가능했다. 경험치를 공유하는지 안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혼자 알아서 잘 노니 이렇게 틈틈이 보낸다.
“메티, 사냥을 시작해라.”
메티의 불꽃은 신난다는 듯이 두 번 둥둥거리다가 가공할 속도로 저 멀리 날아갔다.
메티에게서 시선을 거둔 여울은 아직도 뛰어다니는 수언에게 말했다.
“수언, 시작하자.”
“엣, 아, 네!”
그는 달리는 속도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눈으로 좇기 힘든 속도로 날아가 시야에서 금세 사라졌다.
‘저 정도면 몬스터들도 못 볼 텐데…….’
여울의 걱정이 기우일 뿐이라는 것이 증명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
수언의 명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뒤에 전에 없는 흙먼지가 일고 있다. 70, 아니 100마리는 될법한 숫자다. 이제 나가나 머맨의 원거리 공격이 무섭지 않으니 마음 놓고 몰아온 것이다.
그래, 그의 발전은 자신에게도 발전이었다. 여울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베아를 뽑아 들었다.
* * *
삑, 삑.
“으음.”
47층 나무 위에서 숙면을 취하던 여울은 시이의 부름에 깨어났다. 그러고는 눈을 다시 감고 시이를 불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의 사체를 살피고 있는 한 사내가 보인다. 그는 광기 어린 눈을 희번덕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드디어 찾았다.’
턱.
여울은 가뿐히 바닥에 내려서 그에게 달려갔다. 수언에게도 죽일 이유가 충분한 놈이지만 의뢰 대상과 타인이 엮이는 지저분함을 싫어한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직업병은 남아 있었다.
즈으으.
오른팔을 감쌌던 디카르가 흘러내리며 검의 형태를 갖추었다. 달려오던 주인노는 자신과 마주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호…….”
주인노가 자신을 찾아왔다면 그만한 발전이 있었다는 것, 그도 만약 수언처럼 7레벨 완성이면 자신이 질 수도 있을까?
아니, 자신과 그들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타앗!
그는 다짜고짜 낫을 추켜들며 튀어 왔다. 실핏줄이 터지고 힘줄이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보아 다크네스 버서커를 활성화한 듯하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부딪힐 생각인 것이다.
‘다크네스 버서커.’
여울도 베아를 뽑아 들며 마주 달려 나갔다. 속도를 보면 그도 민첩 특성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갑자기 몸이 빨라지면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 속도를 능가하는 어려움을 만나지 못하니 그만한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후웅!
수직으로 휘둘러지는 낫을 보며 여울은 반 박자 빠르게 앞으로 몸을 들이댔다. 그의 눈동자가 더없이 커진다. 그는 이 상황에서 낫을 막거나 뒤로 피하는 방법밖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그의 목젖으로 디카르가 뻗어 나간다. 그는 낫을 놓아 버리며 허리를 뒤로 쫙 꺾었다. 돌발 상황에 과감한 판단이다. 천부적인 재능은 있는 것이다.
그가 아예 뒤로 누우며 발을 위로 차올렸다. 여울은 바로 검을 놓고는 손을 뒤로 뺐다. 간발의 차이로 그의 발이 올라와 그곳에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우득!
그는 발목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바로 뒤로 몸을 굴렸다. 여울은 그를 쫓아 바로 베아를 찔러 넣었다.
그때 뒤쪽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가 놓았던 낫이 이끌려 오는 것이다. 여울은 베아를 거두고는 뒤로 한 바퀴 돌았다. 그의 등 아래로 서슬 퍼런 낫이 스쳐 지나갔다.
타닥, 타닥.
주인노는 낫을 거두들이자 바로 뒤로 달렸다. 한쪽 발에는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다. 쩔뚝거리면서도 가공할 속도로 달리는 그의 뒤를 여울이 바짝 쫓았다.
“하앗!”
여울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그는 나무를 타고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며 낫을 내려찍었다. 여울은 바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그에게 마주 두 검을 휘둘렀다.
챙! 채쟁!
순식간에 다섯 합이 지나갔다. 그는 디카르가 목에 닿기 직전 아슬아슬한 순간에 다시 뒤로 빠졌다. 빠지고 싶다고 빠질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다. 미리 위험을 직감하고 몸을 빼는 것이다. 감이 좋은 자다.
주인노가 금세 다시 달려들었다. 자신이 계속 반 박자 빠르게 들어가니 그만큼 먼저 휘두른다. 그 모습에 여울은 살짝 늦췄다가 들어가서 검을 휘둘렀다. 바로 눈치를 챈 그가 낫대로 중심을 바꿔 공격을 막는다.
츠즈즈즈즈.
디카르가 낫대를 긁으며 내려가 그것을 잡고 있는 손을 노렸다. 그는 바로 손을 놓으며 낫을 다잡으려고 했다.
그때, 여울이 바로 두 검을 놓고 낫 머리 부분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쳤다.
후웅!
그의 낫이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며 주인노의 오른팔을 깔끔하게 잘랐다.
“큽!”
그는 단말마를 내뱉고는 바로 몸을 빼냈다. 바닥에서 아직 펄떡거리는 팔은 놔두고 가는 모습에서 얼마나 급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전처럼 은신을 사용한 것이다.
‘왜…… 왜!’
주인노는 죽을힘을 다하여 도주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움직임을 보면 분명히 같은 레벨인데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죽일 것이다. 더 강해져서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때,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강력한 파동이 자신을 덮쳤다.
콰아아아앙!!
충격파의 파동에 휩쓸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주인노의 모습이 보인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인 듯하다. 여울은 디카르를 창을 던지듯이 어깨를 쭈욱 뺐다가 강하게 내던졌다.
퍼석!!
디카르가 공중에 떠 있는 주인노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얼마나 강하게 내던졌으면 검의 손잡이까지 가슴에 파고 들어갔다. 그는 줄 끊어진 연처럼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드드드드.
주인노는 피거품을 물고는 전신을 미친 듯이 떨고 있다. 여울은 그의 가슴에 박힌 디카르를 뽑아냈다. 그곳에는 검은 기운이 울렁울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붉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 살, 살려 줘…… 다, 다크네스가 말을 아, 안 들…….”
강력한 회복력을 자랑하는 다크네스 큐어가 회복을 못하고 있었다. 검은화염 때문인지, 아니면 심장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울은 시선을 돌려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이제 갓 스물이거나 그 이하로 보이는 아주 어린 청년이다. 밖이었다면 이 나이에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 살고 싶…….”
서걱.
여울이 휘두른 디카르에 그의 목이 잘려 나갔다. 방금 전까지 말을 하던 입이 몇 번 벙긋거리더니 완전히 굳어졌다. 여울은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초점이 사라지자 그의 거대한 낫이 액체화되어 자신에게 흘러 들어왔다.
검은 액체는 가슴을 지나 반대쪽 팔마저 감쌌다. 라타의 검보다 세 배는 많은 듯하다. 여울은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고는 그 자리를 떴다.
[두 번째 머더러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네스가 일부 상속됩니다.] [‘밤의귀족’의 의뢰를 완수했습니다.] [7레벨 숙련도가 완성되었습니다. 8레벨에 진입하시겠습니까?]‘다크네스.’
-현재 다크네스 수치는 1914입니다.
7레벨 숙련도가 완성되었다. 다크네스 수치도 충만하다. 이제, 50층 공략만이 남았다. 여울은 검은 액체에 감싸여 마치 디카르처럼 검고 매끈하게 변한 베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 * *
까악, 까악.
까마귀가 울며 주변을 맴돈다. 흉측하게 잘린 머리는 초점을 잃었다. 그 눈동자 안에 푸른눈을 가진 누군가가 비친다. 푸른눈에 짧은 머리를 가진 그는 쪼그려앉아 주인노의 머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쯧쯧…… 이래서 천재들은 싫어.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아……. 그는 네가 못 이긴다니까, 기습하라니까…….”
그는 주인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까워서 어떡하냐, 그동안 너한테 쏟아부은 게 얼만데…… 영혼이라도 잡아 놔야 하나…….”
그는 주인노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