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2
62
7. 50층으로
“음…….”
주인노를 제거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가 보니 수언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찾아 나선 듯하다. 시이로 찾아봐도 47층에는 보이지 않는다. 48층까지는 혼자 다닌다고 해도 걱정되지 않을 거의 유일한 아이다.
여울은 레벨업을 위해 45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수언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진 앞으로 헐레벌떡 다가왔다.
“여, 여울 아저씨, 싯팔!! 사, 사람들이, 많이…….”
수언의 틱장애가 도진 것은 꽤 오랜만이다. 자신이 없어서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여울은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육중한 발소리가 지축을 울린다. 커다랗고 두꺼운 방패를 어깨에 메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사내가 보인다. 그의 뒤에는 수백 명의 길드원이 열을 맞춰 따르고 있다.
그 옆에는 서한의 원팀과 상층에서 자주 보이던 타 길드 사람들도 보였다. 대한길드와 타 길드를 합친 수는 대략 300명은 되는 듯하다.
앞장서고 있는 진후가 여울 앞에 멈춰 섰다.
“왔군.”
“이렇게 살벌한 데서 용케도 잘 지내고 있었군.”
서한은 여울의 몸을 살폈다. 진후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바로 뒤돌아섰다.
“오늘부터! 50층 보스 공략을 위한 정비에 들어간다!”
그의 우렁찬 외침에 대한길드 길드원들은 모두 자세를 다잡으며 소리쳤다.
“예! 알겠습니다!!”
전보다 훨씬 독기가 서리고 용맹해진 느낌이다. 길드장의 분위기가 바뀌니 길드 자체도 그에 따라 변한 것이다. 단점일지 장점일지, 지금 당장에 해결해야 할 상황 앞에서는 장점으로 보인다.
여울은 그들과 인사를 대강 마치고는 레벨업을 위하여 발끝을 돌렸다. 잠자리는 거리를 두었지만 경계 감각도 펼칠 수 없는 레벨업 때는 수언만큼 믿을 만한 자가 없다. 여울은 그를 데리고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연은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원팀이 처음 합류할 때 건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여울 양반 딸 보고 왔는데 지연 씨를 쏙 빼닮은 게 진짜 예쁘더만요. 혹시 지연 씨 숨겨 둔 딸 아니에요? 크크크.’
‘안 그래도 엄마 없이 자랐다는데, 걔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아냐, 말도 안 돼.’
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여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안식처에 자리를 잡은 여울은 가부좌를 틀고 입을 벙긋거렸다.
‘케라브…… 레벨업.’
후우웅!
[8레벨에 진입합니다.] [특성 : 다크네스가 강화됩니다.] [다크네스 스킬 4가 개화됩니다.] [특성 : 독 내성…… ]말을 하자마자 바로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진공상태의 공간에 있는 듯하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온몸을 잡아당겼다.
“크흐으…….”
3레벨 때 이후 처음으로 입 밖으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고통이 온몸을 자극했다.
그 진공상태의 공간에서 몸이 수천, 수만 조각으로 찢겼다가 다시 하나하나 재조립되는 느낌이다.
번쩍!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여울의 눈이 뜨였다.
“쿨럭, 쿠웨에에엑!”
그는 바로 피를 토해 냈다. 검붉은 그것은 지독한 악취가 동반되었고, 이 정도면 위험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꽤 많은 양이 쏟아져 나왔다. 아래에서 피를 본 수언이 올려다보며 외쳤다.
“여울 아저씨, 괜찮아요?!”
“크흡, 퉤.”
여울은 입안 가득 악취가 풍기는 피를 모아서 뱉어 내고는 아래로 내려섰다.
“아, 아젓씨…….”
그는 가만히 한쪽 손을 올려 수언의 머리에 올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벨업 후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바로 시야와 동체시력이다.
지평선 부분에 서 있는 나무에 달려 있는 나뭇잎을 콩만 한 벌레가 파먹는 모습이 보인다. 그 벌레의 집게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진다.
세상의 색이 달라졌다. 공기 중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떠다니는지 몰랐다.
8레벨, 이것은 신세계다.
고개를 들어 보니 벌써 석양이 지고 있다. 모든 사물의 윤곽선이 뚜렷해져 마지막 힘을 짜내는 듯한 모습, 수언도 자신을 지키느라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여울은 보상도 받을 겸 오늘 사냥은 접고 잠을 청하기 위해 다시 안식처로 올라가 몸을 뉘였다.
이제 25층이 사라지기까지는 약 2주가 남았다. 그사이에 50층 보스를 공략하고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8레벨이 되니 다시 자신감이 붙는다.
다크네스 스킬 4가 개화되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감정의 돌로 감정하는 것은 불가하다. 은서는 아래층에 있고, 지연에게는 한 번 밝힌 적이 있으니 내일 그녀를 찾아가야겠다.
여울은 오늘 더욱 많아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사아아아.
“여울 님, 일이 생겼습니다.”
여울이 눈을 뜨기 전부터 다소 다급한 느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은 눈을 뜨고 그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뭐지?”
푸른눈은 앞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바로 말을 이었다.
“이번 의뢰 대상을 지지하던 나의 동족이 룰을 어기고 직접적으로 관여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여울 님입니다.”
주인노를 말하는 것이다. 푸른눈은 자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가 이렇게 경고한다면 무시할 만한 일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가 여울 님보다 약하더라도 무조건 피하셔야 합니다. 현신하면 지금의 힘으로 상대하기 벅찰 것입니다. 케라브에서 조치를 취할 때까지 피해 다니시기를 권장합니다.”
“주인노를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그는 분명 심장까지 꿰뚫리고 목도 잘렸다. 그러면 그를 지지하던 밤의귀족이 그를 살려내고 자신을 쫓는다는 말이다.
밤의귀족, 그가 주인노의 몸에 현신하면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괜한 도박보다는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낫다.
“알겠다.”
“네, 감사합니다. 이건 이번 보상입니다.”
그는 우아하게 손을 한 번 돌리고는 여울 쪽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여울의 몸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제가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는 모든 다크네스 스텐입니다. 여울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탐색은…….”
하지만 푸른눈은 여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졌다. 그와 함께 여울의 눈도 뜨였다. 어느새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다. 아직 60일이 꽉 차려면 일주일이 더 남았으니 그제야 탐색이 가능한 듯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어차피 이번 공략을 끝내면 보러 갈 것이다. 여울은 마음을 다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 이 특이한 금속은 자신의 전신을 뒤덮었다. 왼팔을 감싼 다크네스 스텐은 베아를 감싸게 할 수 있다. 후에는 형태 변형까지 가능할까?
강도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을 견고하게 감싸고 있으니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다.
대한길드는 대장장이 미호와 그의 보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4레벨 이상으로 전 인원이 45층으로 이전을 했다. 그중 5레벨은 17명인데 무려 15명이 레벨 완성이라고 한다. 5레벨이 완성 단계가 아닌 자는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분위기였다.
진후는 레벨을 공개하지 않았고, 서한과 일권은 6레벨이라고 한다. 진후는 46층, 47층으로 길드연합군을 보내며 나가의 검을 모아 공략을 준비했다.
또한 진후는 전에 최초로 보스 레이드를 할 때처럼 45층에 머무는 각 길드를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지금 45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대한길드보다도 더 먼저 올라왔다는 것, 무리를 한다고 해도 살아남아 있다면 그만큼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뀐 대한길드를 알았다. 그 권위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는 사람, 이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는 아직 그들을 의지하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레벨은 꾸준히 올리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케라브를 탈출시켜 주는 자들은 대한길드라고 은연중에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45층에는 진후와 함께 올라온 인원을 제외하고는 약 150명, 7개의 길드가 머물러 있었다.
“일주일 후에 50층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올라갑니다. 최초 공략이기에 선두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앉아서 검을 다듬던 한 사내가 진후를 올려다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공략은 좋은데, 왜 일주일 후인가요? 지금 23층이 없어질 때니까 대충 넉 달은 넘게 남았는데, 너무 급한 거 아니오?”
“25층이 사라지면 아래층 사람들에게 남은 보금자리는 35층밖에 없습니다. 우리 공략파는 그들보다 한 단계는 앞서가야 사냥터도,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됩니다.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보스를 위에 두고 아래층은 쉴 곳이 남아 있지 않다면, 몬스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멸할 것입니다.”
“그건 아래층 사람들 사정이고, 아무튼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소.”
“알겠습니다. 그럼.”
진후는 살짝 미간을 좁히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바로 뒤돌아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겁쟁이 자식들…… 언제 또 난이도가 변할지 알고…….’
여울은 진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진후는 진후인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하든 케라브 전체의 사람들을 위하여 행동한다.
진후가 설득하여 합류한 인원은 약 50명, 총 350여 명의 인원이 50층 보스 공략을 나서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여울은 그 행렬의 뒤쪽에 민철, 유라와 함께 있는 지연을 불러 세웠다.
“잠시, 나 좀 보지.”
지연은 민철과 유라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아, 네, 저도 마침 물어볼 게 있었어요.”
여울과 지연은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민철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여, 둘이 뭔 사이지?”
“신경 꺼요. 나나 신경 써.”
“어, 응, 그래야지.”
진후는 그들을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숲 안쪽에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울 아저씨! 진짜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제대로 말을 섞은 게 얼마만인지…… 나, 이 옷 덕분에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한지 몰라요. 그때마다 아저씨가 생각났어요. 걱정 많이 했어요.”
지연은 원피스 끝단을 잡아 양쪽으로 펼쳐 보였다. 검은 레깅스는 어디서 얻었는지 그 원피스와 퍽 잘 어울렸다. 조잘대는 그녀의 모습은 잠시 이 상황을 잊고 제 나이로 돌아간 듯 보였다.
“잘…… 어울리는군.”
자신의 옷을 살피던 지연은 멈칫했다. 그가 이런 표현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무 놀라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당황해 할 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관찰을 원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게.”
“아, 네, 지금 할까요?”
여울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검은 장갑에 흠칫하던 그녀는 그대로 그의 손을 맞잡고 시동어를 외쳤다.
‘관찰.’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이 문을 두드린다. 여울은 그것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였다. 지연의 눈과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레벨 : 8 (최초의 머더러)
-경험치 : 0퍼센트
-특성 :
다크네스 – 어둠의 힘이 깃든다.
*Lv7 다크네스 큐어
*Lv5 다크네스 블레이드
*Lv3 다크네스 버서커
*Lv1 다크네스 드레인
민첩 – 민첩이 현재의 2.1배 상승한다.
독내성 – 8레벨 미만의 독에 내성이 있다.
동체시력 – 빠른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8레벨이라니…… 게다가 못 보던 것이 하나 더 늘었어, 이 사람은 대체…….’
지연은 그를 경외의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가만히 받던 그가 입을 열었다.
“다크네스, 마지막 스킬의 이름만 말하면 된다.”
“아, 네…… 다크네스 드레인이라고 적혀 있네요.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고…….”
“그렇군, 수고 많았다.”
“아, 저기…….”
여울은 바로 몸을 돌리려다가 멈춰 섰다.
“딸을 찾으셨다고, 그때는 제대로 축하를 못해 줘서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14살…… 이라고 했던가요?”
딸의 이야기에 그 건조했던 얼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이제 해가 넘어가서 15살.”
“그렇구나…… 실례지만 그, 사시던 곳이 어디예요?”
그녀의 뜬금없는 물음에 여울이 멈칫했다.
“아, 말씀 안 하셔도 되고요. 저를 닮았다기에 궁금해서…….”
“구의동.”
“구…….”
지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가 금세 돌아왔다. 지금 이 대목에서 왜? 여울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더 할 말이 있나?”
“아, 아니요. 아니에요.”
“그럼, 나중에 보지.”
“네에…… 그래요. 몸조심하세요!”
지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댔다.
* * *
대망의 날이 밝았다.
굵은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앞,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든 구역이 통합된 후 첫 레이드, 난이도가 상향된 후 첫 최초 레이드이다. 감정의 돌 위에 올라선 진후는 데가베르의 뿔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우리는 케라브의 노예가 아니다. 이번 전투의 승리로 그것을 입증할 것이다. 가자! 50층으로!”
“가자!!”
“와아아아!!”
“50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