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5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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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장에 숲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그를 중심으로 바닥에 있는 수풀과 나뭇잎들이 시들어 간다. 그의 온몸에서는 두려움을 자아내는 검은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감히 선공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크흐…….”
그는 한 손을 들어 머리를 쥐어 잡고는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대원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 빌어먹을 케라브!!”
그가 돌연 고개를 쳐들며 한 손을 휘둘렀다. 동시에 충격파와 같은 반투명한 기운이 뻗어 나가 그를 둘러싸고 있던 대원들에게 들이닥쳤다.
퍼벙! 펑!
무방비 상태로 있던 대원들은 그 무형의 파동에 터져 나갔다. 한 번에 열 명이 넘는 대원이 그 자리에서 찢겨 나가 그들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핏줄기를 맞은 대원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검과 방패를 추켜올렸다.
진후는 데가베르를 뻗으며 크게 외쳤다.
“공격하라!!”
“공격!!”
진후는 방패를 앞세우고 가장 먼저 돌진해 나갔다. 그와 동시에 다른 대원들도 달려 나갔다. 사방에서 그를 압박해 갔다.
그때, 뜨거운 불처럼 타오르는 푸른 눈동자가 진후에게 돌아갔다. 그러고는 그가 낫을 추켜올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대지가 바닷물처럼 출렁이더니 30미터 내에 있던 모든 대원들이 하늘 높이 튕겨 올랐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커다란 낫을 떠오른 자들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촤아악! 촤악!!
그의 검은 낫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며 수십 명의 허리를 두 동강 낸다. 하늘에서 붉은 피로 이루어진 비가 쏟아져 내린다.
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절망이 내려앉았다. 그가 나타난 지 1분도 되지 않아 피바람이 휘몰아친다.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그들은 길지 않은 시간에 괴멸을 점쳤다.
은서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아빠가 준 목걸이를 매만졌다. 착용자를 수호한다고 쓰여 있는 나가 여왕의 목걸이다.
여울은 푸른눈과 같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주인노가 아니다. 주인노의 낫을 이루는 다크네스 스텐은 자신에게 흡수되었다. 그의 눈도 주인노가 아니다.
그는 주인노의 탈을 쓴 다른 존재다. 푸른눈이 피하라고 했던 그 존재다. 주인노를 도와주던 푸른눈의 동족인가? 그가 폭주하여 주인노에게 현신한 것인가? 푸른눈은 대체 어떤 존재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당장 풀릴 일은 아니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4, 5레벨이 어쭙잖게 모인다고 해서 덤빌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울은 그들의 피를 얼굴에 맞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모두 빠져!!”
쏜살처럼 튀어 나가는 여울의 얼굴에는 검은 핏줄이 불끈 올라왔다. 그의 두 검에 검은화염이 화르륵 감싸였다.
여울이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자 그가 고개를 돌린다. 여울의 검이 그의 낫과 부딪친다. 바로 직전에 그의 낫이 하얀 섬광에 감싸이는 것이 보였다.
쩌어엉!!
여울의 디카르와 그의 낫이 접촉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새하얀 파동이 넓게 퍼졌다. 여울은 몸이 날아오른 것보다 더 빠르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주변에 있던 대원들은 모두 파동에 휩쓸려 저 멀리 날아갔다.
탁!
여울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바닥을 박차고는 다시 그에게 튀어 나갔다. 지금 충격파의 범위에 걸리는 사람은 없다. 수언이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검만이 그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올 뿐이다.
베아와 그의 낫이 다시금 부딪쳤다.
콰광!!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일정 범위의 공간이 폭발했다. 나무가 뽑혀 찢기고 돌무더기가 튀어 오르며 흙먼지가 일었다. 수언의 검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그 범위 뒤로 튕겨 나왔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트가 지저분하게 찢긴 주인노가 낫을 추켜올리고 있고, 그 아래에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여울이 대자로 뻗어 있었다.
“아빠!!”
은서는 날카롭게 외치며 티거를 이끌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공간이 갈라지며 회색 털을 지닌 거대한 고릴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놈은 나타나자마자 그 두터운 앞발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크훼에에에에에!!”
대지를 진동케 하는 포효가 울려 퍼졌다. 서슬 퍼런 낫을 내려찍으려던 주인노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방금 생겨난 베헤모스를 바라보았다.
“환상?”
그의 고개가 은서에게 돌아갔다. 은서 근처에 있던 둥둥과 지연이 그것을 눈치챘다. 그는 자신을 덮쳐 오는 베헤모스의 앞발을 향해 시선도 주지 않고 한 손만 들어 올렸다.
퍼어엉!
타격을 받지 않는 환상이었는데 앞발이 한 움큼 터져 나간다. 그의 신형이 순간이동을 하는 듯이 무서운 속도로 이동된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여울이 바닥에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렸다.
“은서야!!”
그의 손에서 디카르가 뻗어 나간다. 그 뒤로 검 조각들과 불꽃이 쫓아간다. 어느새 지척에 다다른 그가 사신의 낫을 크게 휘둘렀다. 그것의 궤적은 공간마저 뒤흔들어 굴절 현상이 일어났다.
“안 돼애!!”
“은떠어!”
지연이 몸을 날려 은서의 몸을 덮쳤다. 둥둥이 방패를 추켜세우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이익!
주인노의 낫날이 둥둥의 미스릴 방패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동시에 그의 몸을 가른다. 그 뒤로 낫의 끝부분이 지연과 은서에게 다가온다. 한 번에 모두를 두 동강 낼 심산이다.
둥둥의 옆구리가 반쯤 잘려 나갔을 때 낫의 끝이 은서의 몸을 옅게 둘러싼 무언가에 닿았다.
쩌저엉!!
커다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인노의 몸이 저 뒤로 튕겨 나갔다. 날아가는 그를 바짝 쫓는 검은 인영이 보인다. 얼굴에 검은 핏줄기가 가득한 여울이다.
여울은 빗나간 디카르를 거두고는 가공할 속도로 그를 쫓았다. 여울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광기가 넘쳐흘렀다.
퍼억!
주인노는 육중한 무언가에 거세게 부딪쳤다. 동시에 몸이 순간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냉기?…….”
푸욱!
그의 양쪽 가슴에 두 개의 검이 깊이 꽂혔다.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며 여울에게 눈이 돌아갔다.
“감히, 인간 따…….”
퍼벅! 퍽!
그의 눈에 네 개의 검이 박혔다. 순간 적막이 맴돌았다. 숨을 세 번 쉴 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가만히 있던 그의 손이 움직이며 눈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크하아아아!!”
그의 눈과 귀, 입,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여울은 두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밀어붙였다.
“하아앗!!”
가슴이 꿰뚫린 그의 몸이 높이 들어 올려진다. 여울은 바로 달려 나가 진후의 방패를 밟았다. 진후가 힘을 주어 방패를 튕겨 냈다.
“하압!”
여울과 주인노의 몸이 높이 떠오르고, 수언의 두 개의 염력이 더하여 50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 그의 눈은 검푸르게 타오르며 자신을 저주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여울은 왼쪽에 박힌 베아를 뽑았다가 장전을 하고는 그를 마주 보았다.
“보내 주마, 주인노.”
푸슉!
‘다크네스 드레인.’
여울은 드레인이 통하든 아니든, 어떤 영향이라도 끼치길 바라며 시동어를 외쳤다. 검게 변한 베아가 그의 심장에 깊게 박히며 동시에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촤아아아아악!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다가 이내 육신마저도 갈기갈기 찢겼다.
후우웅!
아득히 높은 공중에 떠 있는 여울의 몸이 떨어져 내린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니 정신을 잃은 듯하다. 수언의 염력은 범위를 벗어나 순간 말을 안 듣는다. 그때 진후가 방패를 내던지고 달려 나가 여울의 몸을 받았다.
쿠우웅!
그를 온몸으로 받은 진후는 그대로 같이 포개졌다. 단단하게 굳은 흙바닥이 사람 모양으로 파였다. 진후는 그 상태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장내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해졌다. 중앙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흩뿌려져 있고, 주인 없는 팔다리가 나뒹굴고 있다.
수언은 주인노가 사라진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끄, 끝났나…….”
“둥둥아!”
은서는 티거의 위에서 떨어져 내려 둥둥에게 기어갔다. 둥둥은 옆구리가 반이나 잘려 나가 내장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들어 올린 둥둥의 한 손은 은서의 뺨 한 치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안색은 창백하고 손은 지진이라도 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대장!”
“대장!!”
한쪽에서도 원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허벅지 위로 두 다리가 잘린 서한이 누워 있었다. 문솔과 무영은 눈물을 쏟아 내며 서한을 흔들어 댔다. 담덕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잘린 다리를 들고 와 절단면에 붙여 댔다. 그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게 왜 이렇게 안 붙지, 왜…….”
“병신아, 떨지 말고 잘 잡고 있어! 피 뿌린다.”
건수는 담덕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주머니에서 오우거의 피를 꺼내어 그곳에 부었다. 그는 담덕과 같은 표정이었다.
“근데, 대장 왜 눈을 안 뜨냐.”
“대, 대장…… 대장!!”
“제발…… 제발 눈 좀 떠 봐요…… 흐윽.”
무영과 문솔은 서한의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 댔다. 하지만 창백한 그의 눈꺼풀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던 담덕은 결국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흐어어어엉!! 이 대장 새끼야!! 빨리 일어나라고!! 혼자 가면 어떡…….”
툭툭.
그때, 누군가의 손가락이 담덕의 무릎을 건드렸다. 그 위치가 애매하여 그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았다. 서한의 손가락이다.
“대…….”
“큽, 쿨럭, 아 새끼, 겁나 시끄럽네…… 좀 조용히 하자, 힘들다. 잠 좀 자게…….”
“대자앙!!”
“흐아아아앙!!”
서한의 목소리에 오우거의 피를 있는 대로 뿌려 대던 건수가 가장 먼저 그것을 내팽개치며 그의 몸을 덮쳤다. 키가 2미터나 되는 거한 담덕은 어린애처럼 철푸덕 앉아 고개를 쳐들고 울음을 쏟아 냈다.
“둥, 둥둥…….”
“으, 은떠…….”
온몸이 마비가 된 듯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여울은 눈동자만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둥둥이 은서를 위해 목숨을 내던질 줄은 몰랐다. 그를 언젠가는 떼어 놓을 생각을 하고 있던 마음이 미안해진다. 일반적인 인간의 치사량 이상으로 피가 쏟아져 있었다.
같이 무릎을 꿇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지연은 그의 죽음을 예상했다. 은서의 맑은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흡, 흐윽, 두, 둥둥아…….”
둥둥의 초점이 점점 흐릿해진다. 은서를 반복적으로 부르는 그의 목소리도 작아진다.
그때, 뒤쪽에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그 목소리에 지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다, 당신은!”
그곳에는 주보라가 서 있었다. 그녀는 지연을 살짝 밀치고는 둥둥에게서 흘러내린 내장을 서슴없이 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 손놀림이 매우 빠르고 거칠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은서가 손을 뻗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뭐하시는 거예…….”
턱!
보라를 만류하려던 손목이 지연에 의해 잡혔다. 지연은 은서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깐만, 날 믿고 기다려.”
그들의 행동을 신경도 쓰지 않는 보라는 묵묵히 내장을 집어넣고는 흘러내리지 않게 둥둥의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의 몸은 매우 차가웠다.
보라는 눈을 감고 그의 환부에 손을 얹고는 중얼거렸다.
“늦지 않기를, 홀리네스 세제벤…….”
후우우웅!
그녀의 말과 함께 둥둥의 환부에서 노란빛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 모두의 머릿속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라브 최종 보스 ‘마족’을 공략했습니다.] [케라브 훈련소를 수료하였습니다.] [훈련소의 몬스터는 각 종족별 최소 레벨만 분포되어 있습니다. 레벨 완성은 레벨의 한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니 노력해서 더 강해지시길 바랍니다.] [137행성으로 이동됩니다.]‘137행성?’
후우우웅!
그 음성을 끝으로 빛무리가 모두의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