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7
67
* * *
푸욱!
탕! 타앙!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거리에 널브러져 있다. 마지막 오크가 미간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수색 3팀의 팀장 배연지는 건물에 머리통이 박혀 있는 두보레의 사체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주변에 있던 모든 오크를 처리한 부팀장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와…… 누굴까요? 부하들도 쿨하게 패스하고 대장만 이렇게 묵사발을 만든 사람이……. 해머를 무기로 쓰는 헌터가 누가 있죠?”
배연지는 두보레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둔기가 아니야…….’
환부 끝부분의 형태나 짓눌린 표면을 보면 확실히 금속이 아니다. 가장 의심되는 것은…… 주먹이다.
하지만 그 누가 맨주먹으로 공포의 두보레를 때려잡겠는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부팀장도, 저 위쪽 사람들도 헛소리라며 길길이 날뛸 것이다. 방송으로 나가야 하니 신빙성 있는 보고를 하고 부장에게만 따로 의뢰를 해 봐야겠다.
“글쎄…… 보고나 올려. 두보레 사체 발견, 처리 헌터 불명, 처리 무기는 둔기 추정.”
“넵, 알겠습니다!”
배연지는 두보레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검지로 아래턱을 쓸었다.
‘5레벨 네임드를 누가 주먹으로…….’
* * *
서걱!
트롤의 몸이 두 동강이 나서 바닥에 쓰러진다. 여울은 방제동에서 나가는 길에 마주치는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했다.
베아로 처리하여 베헤모스의 기운이 점점 모이고는 있지만 케라브에서보다 훨씬 느리게 모인다. 체감상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듯하다.
몬스터에게 당한 흔적만 있지 놈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방제동은 완전히 빠져나갔다. 그들이 만약 수원으로 가려고 한다면 완전히 반대편이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여울은 마지막에 주인노의 몸이 찢기며 들었던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렸다.
[다크네스 드레인이 성공하였습니다.] [특성 은신을 획득하였습니다.]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던 드레인이 사람에게는 통했다. 마족에게만 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만 정리해 보자면 드레인을 먼저 걸고 그 사람을 죽이면 특성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성을 1개만 가져오는 것인지 다른 특성이 중복돼서 못 가져온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은신.”
여울은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점점 투명해지며 손 너머의 공간까지 보인다. 시력도 확연히 좋아졌다. 손은 반투명 상태에서 더 이상 투명해지지 않았다. 대략 원래 형태의 30퍼센트 정도만 보이는 것이다.
드레인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미완성 스킬인 것인지, 다른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여울은 이 상태로 달리기 시작했다. 방제동을 나왔으니 몬스터들을 무시하며 구의동으로 갈 것이다.
방제동에서 구의동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은신은 30분 만에 풀린 것이 1레벨 은신인 듯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죽은 도시처럼 조용하지만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은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지나갈 때 창문 틈 사이로 힐끔힐끔 보았지만 부를 용기까지 있는 사람은 없었다.
구의동은 상대적으로 건물들이 양호했다. 자신의 빌라도 1층 난간에만 피가 묻어 있을 뿐이지 건물 자체는 부서진 부분이 없었다.
1층 계단은 장롱과 각종 가구로 막혀 있다. 여울은 고개를 들어 자신이 살던 4층 끝 방을 바라보았다. 그때.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온다. 낯익은 얼굴이다.
‘은서?’
아니, 한지연이다.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콰앙!
여울은 바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는 두 번의 도약으로 바로 4층 난간에 도착했다.
“아…….”
두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은서와 그것을 밀고 있는 지연이다. 여울은 난간에서 뛰어내려 은서 앞에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었다.
“은서야!”
“아빠아!!”
여울은 휠체어째로 은서의 몸을 꼬옥 안았다. 은서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빠! 보고 싶었어으헝…… 그, 그래서 오자마자 집으로…….”
“그래, 그래, 잘했어, 잘했다, 내 딸.”
은서는 그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둥…… 둥둥이 어떡해, 아빠아…… 흐읍, 흐어엉.”
“둥둥이는 못 봤어?”
“으, 응, 흐윽, 흑.”
근접해 있었는데 둥둥이는 가까운 곳에 떨어지지 않았나 보다. 전에 케라브로 이동될 때도 은서와 가까웠지만 구역마저 달랐던 것처럼.
여울은 마지막에 이곳으로 이동되기 전의 장면을 떠올렸다. 둥둥이의 곁에는 어떤 여인이 손을 뻗고 있었고 환부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다.
여울은 고개를 들어 지연을 바라보았다.
“그때 둥둥 곁에 있던 여자가 주보라인가?”
“네, 맞아요.”
여울은 다시 고개를 돌려 은서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둥둥은 괜찮을 거야, 그 여자는 치료사니까.”
“정말?”
“응, 그럼.”
여울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은 가만히 두 부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쩜 저렇게 말투부터 눈빛까지 달라질까, 자신과 은서 사이의 온도가 20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녀는 어깨에 손을 접촉하고 있어서 그런지 은서와 같은 곳에 떨어졌다. 그 근처에 다행히 버려진 병원이 있어서 휠체어를 챙기고 이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은서와 회포를 대충 푼 여울은 무릎을 펴고 지연과 눈을 마주쳤다.
“무, 무슨 일…….”
“고맙다, 한지연.”
“네? 아, 네…….”
여울의 진심 어린 감사에 그녀는 당황하여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의 이런 행동은 은서를 통해서만 나오는 듯하다.
여울은 은서, 지연과 함께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소리를 듣고 막 문 입구에 모여 있던 사람들과 마주쳤다.
“아저씨!”
“은서 아버님!”
반가운 얼굴들이다. 은서의 학교 친구 지나와 지나 엄마다. 은서가 납치당한 것을 가장 먼저 알려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포옥.
지나 엄마는 대뜸 여울을 확 껴안았다. 월세가 싸서 미혼모가 유독 많은 빌라. 무뚝뚝하면서도, 살면서 다른 동네 사람들과의 여러 분쟁을 해결해 줬던 여울이다. 그녀는 물론 빌라 사람들이 은근히 의지를 많이 했던 것이다.
“크흑, 으흡, 흑…….”
지나 엄마는 그렇게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다가 조심스럽게 떨어졌다.
“죄송해요. 주책이죠…… 흐읍.”
여울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들이 침공하여 세상이 뒤집힌 지 4개월, 그동안 두려움과 생활고로 심적, 신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간다.
표현이 서툰 지나도 여울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는 흔들어 대고 있다.
“주인 아저씨……?”
그때, 그 뒤에 젊은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빌라에 가장 늦게 입주했던 신혼부부다.
* * *
0726 대규모 실종 사건.
여울과 사람들이 케라브로 이동된 사건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실종자만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세계가 뒤집어졌으나 흔적, 원인, 해결책이 전혀 없었다.
사람들은 종말이 도래했다고 난리를 부렸다. 우리나라만 약 4만 명이 실종되었고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고 한다.
지나 엄마는 아직도 눈시울을 붉히며 여울에게 말했다.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밀린 월세도 다 낼게요.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녀의 황당한 말에 신혼부부 중 사내가 말을 보탰다.
“우린 돈 없는데 어떡하지.”
“아, 좀 조용히 해.”
여인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지나 엄마가 지연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근데 이 아가씨가 은서 아빠 친구가 맞아요?”
여울은 처음 듣는 얘기에 바로 은서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둘이 어떤 관계인지 물었을 때 그녀가 그렇게 대답한 눈치다.
“네.”
“그거 참 희한하네요. 은서랑 어쩜 그렇게 닮았을까.”
지연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회피했다. 은서는 고개를 돌려 지연을 바라보았다.
“언니는 좋겠네요. 나 닮아서.”
“응? 으, 응…….”
여울은 가만히 지연을 바라보며 그날을 떠올렸다. 가로등 밑에서 천사를 발견했던 그날 밤, 저 멀리 전봇대 뒤에 숨어 힐끗거리던 여고생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은서에게 지금 엄마를 찾아 주고 싶지는 않다.
이 빌라 사람들은 지금 이 네 명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밖에서 돌아오지 않거나 몬스터의 공격에 죽었다고 한다.
이 빌라에는 헌터가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헌터 비율이 0.1퍼센트라고 하니, 헌터가 있는 것이 행운인 것이다. 이들은 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뉴스에서 알려 준 행동 지침을 보고 바로 입구를 막고, 옥상에는 SOS 신호를 남기고 가장 위층에 모여서 생활을 했다.
그러나 구조는 오지 않았고 전기도, 물도 끊겼다. 휴대전화도 이틀 만에 신호가 끊겼다. 오로지 건전지로 틀 수 있는 라디오만 특정 주파수에서 가끔 주변 상황이 방송되었다.
밖에는 간밤에 몬스터들에게 당한 시체가 즐비하고, 식량은 점점 떨어져 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울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준 신혼부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수원 도시는 초반 대응에 성공해서 아직 괜찮다는 겁니까?”
남자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대요. 마지막으로 들은 게 3주 전이기는 하지만…… 전기도 공급되고, 물과 식량도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하대요.”
“그럼, 일단 수원으로 출발합시다.”
“네? 어떻게요? 괴물들은 그런 검으로 대충 없앨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에요?”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저었다. 지나 엄마는 여울과 신혼부부를 번갈아 보다가 남자를 만류하며 말했다.
“천, 천수 씨가 몰라서 그래요. 우리 은서 아빠가 어떻게든 하겠지. 전에도 동네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때, 은서 뒤에서 가만히 듣던 지연이 나섰다.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은서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야…….”
남자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발목을 다쳐 걷지도 못하는 여중생, 그와 비슷한 가녀린 체형의 여인이 중곡동이라는 곳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때는 몬스터들이 없었나?
“여러분이 말하는 헌터가 저예요.”
“허, 헌터…….”
“역시…….”
지나 엄마는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그녀를 우러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이 지연의 말을 이었다.
“우리를 따라올지, 여기 남을지는 자유입니다. 바로 챙길 짐을 챙기고 한 시간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한 시간…….”
“네에, 알겠어요!”
“엄마, 우리 드디어 수원으로 가는 거네?”
“그래, 드디어……. 은서 아빠는 역시 해결사야.”
여울은 호들갑을 떠는 지나 모녀에게 시선을 거두고는 은서의 발목을 보았다. 주보라라는 여인도 이 한국에 떨어졌을 확률이 높다. 그녀도 생활을 위해서 수원이나 생활 가능한 도시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녀를 꼭 찾아서 은서를 다시 걷게 만들 것이다. 아니, 현대 의학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먼저 수원 도시로 가서 병원을 찾는다.
여울은 은서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꼬옥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