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68
68
10. 수원 도시
수원으로 출발을 결심한 빌라 사람들은 각자 살던 방으로 흩어져 짐을 챙겼다. 짐은 매우 간단했다. 이미 먹을 것은 대부분 다 먹어 버려서 갈아입을 옷과 속옷 몇 벌이 전부다. 한 명당 배낭 하나가 끝이었다.
여울은 준비를 마치고 오리 새끼처럼 자신의 뒤로 조르르 줄을 선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여자 5명에 남자 2명, 그래서 그런지 신혼부부 남자의 눈빛이 비장하다.
여울은 은서의 휠체어를 밀었다. 자신이 있는데 굳이 지연에게 수고를 끼칠 생각은 없다.
“그럼, 출발합니다.”
“넵!”
이를 악물며 대답하는 남자의 이름은 천수였다. 그의 와이프는 연수, 이름을 소개하니 전에 입주할 때 천생연분 부부라며 소개했던 때가 떠올랐다.
빌라 밖은 폐허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이 무너진 건물, 깨진 창문, 피 묻은 벽, 널브러진 시체, 도로에는 몬스터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찍혀 있는 차들로 꽉 차 있다.
“크흥, 킁.”
얼마 가지 않아 오크 한 마리가 팝콘을 들고 냄새를 맡고 있다. 주변에 오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팝콘에 시선을 빼앗겨 무리에서 이탈한 것 같다.
스릉.
지연은 허리춤에서 검을 멋들어지게 뽑아 들고는 바로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뒤늦게 그녀를 발견한 오크가 팝콘을 추켜올리고는 입을 크게 벌리며 위협했다.
“크락!!”
서걱!
지연이 지나가자 살갗이 베이는 그 오묘한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놈의 머리통이 입을 벌린 표정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우, 우와…….”
“헌터…… 진짜 빠르구나, 멋있다.”
천수는 입을 쩌억 벌리고는 지연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했다. 지나는 양손을 추켜들며 연신 지연을 칭송했다. 지연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선두고 그 뒤로는 천수와 나머지 빌라 사람들, 마지막에는 은서의 휠체어를 끄는 여울 순이었다.
지나 엄마가 검지로 옆을 가리키며 외쳤다.
“엇, 저기 A마트예요!”
“마트면 먹을 거 있는 거야?”
그녀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4차선 사거리 중앙에 한때 붐을 일으켰던 대형 마트가 우뚝 서 있었다. 주변에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깨져 있고 창문틀에 머리가 없는 시체가 널려 있다.
그래도 핼쑥한 얼굴로 눈빛을 초롱초롱대는 지나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한번 들러보죠, 흩어지면 안 됩니다.”
“오옷.”
“네에!”
마트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전쟁을 치른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입구는 카트를 쌓아 벽을 만들었고 중간 부분은 카트가 종잇장처럼 짓이겨져 있다. 안쪽에는 바닥에 붉은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식품들은 모두 엎어져 있다.
아무리 뒤져 봐도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그나마 포장이 뜯기지 않은 것은 열어 보면 곰팡이와 구더기들 천지였다.
일행은 그 큰 마트에서 통조림 세 개와 이온음료 한 통만 건지고 그곳을 나섰다.
“키헤엑!”
“케륵!”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트롤 무리가 양쪽에서 덤벼들었는데, 그 수가 무려 열 마리가 넘어갔다.
“꺄아악!”
“꺄흡!”
일행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지연은 바로 검을 뽑아 들고는 왼쪽으로 달려 나가 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면 반대편에서 오는 트롤 다섯 마리는 나머지 일반인들이 고스란히 맞이하게 된다.
“가, 가 버리면 어떡해!!”
그렇게 생각한 천수는 당황하며 챙겨 온 야구방망이를 추켜들었다. 그때, 그의 옆에 은서 아빠, 여울이 다가와 우뚝 섰다.
서걱!
천수는 순간 잘못 본 줄만 알았다. 여울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달려드는 트롤의 몸이 해체되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째가 되자 그제야 눈을 비비고는 다시 그를 쳐다봤다.
“저…… 아저씨도 헌터였어?”
마치 산책 나온 듯이 평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빠를 보고 있던 은서가 그에게 대답했다.
“아마 실종됐던 사람들은 대부분 헌터라고 보면 될 거예요.”
“너, 너도?”
그때, 모든 트롤을 처치한 여울이 고개를 돌리고는 대답했다.
“우리 딸은 헌터가 아닙니다.”
천수는 그가 다가오자 순간 멈칫했다. 신들린 것 같은 움직임, 지연을 볼 때에도 이런 소름은 돋지 않았다. 헌터라는 자들은 대체 인간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넘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은서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멈추고는 여울의 표정을 살폈다.
‘아빠는, 내가 헌터가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때마침 돌아오는 지연을 보고는 연수와 지나 엄마가 박수를 치며 그녀를 맞이했다.
“진짜 대단해요! 천 명에 한 명 꼴인 헌터가 여기에 둘이나 있다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어, 정말.”
여울 일행은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금세 하늘이 어두워졌다. 모두 버려진 곳이다 보니 잠을 청할 곳은 넘쳐 났다.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삼거리 부분에서 몬스터의 사체를 뒤지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사내들로 몇 명이 어깨에 총을 메고 있었다.
“뭐, 뭐지, 저 사람들?”
하이톤의 목소리에 총을 멘 한 사내가 뒤돌아섰다. 여울 무리를 본 그의 눈빛이 오묘하게 반짝였다.
“아아, 피난민이신가?”
그의 뒤에 사내들이 몬스터의 배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다. 그것은 파랗고 홀로 빛을 내고 있었다.
터벅, 터벅.
사내가 다가오자 지나는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내는 그 모습을 보고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얘야, 너무 무서워하지 마. 이 아저씨가 서운해지잖아.”
“네, 에…….”
어깨에 멘 총과 뒤의 사내들이 무서워, 지나는 기어 들어가는 대답을 했다. 지나 엄마는 아이를 뒤로 숨기며 그를 경계했다.
사내는 시선을 돌려 지연의 손에 들린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헌터신가?”
“네.”
지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혼란의 때에 사내들 무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뼈저리게 알고 있는 그녀였다.
“와우, 이렇게 미모의 헌터라니, 영광입니다.”
그는 과장되게 놀라워하며 허리를 깊이 숙여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야심한 밤에 어디를 가십니까, 수원?”
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힐끗힐끗 여울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경계의 기운에 사내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아무튼 이 근처에 오우거가 돌아다닌다니까 조심하시고, 수고하쇼.”
그가 휙 돌아서며 몬스터의 사체를 뒤지는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가자. 오늘은 고기 파티다.”
“고기?”
“고기라니…….”
연수와 지나가 귀를 쫑긋했다. 고기를 먹어 본 지가 어언 4개월이다. 그녀들이 반응하는 소리에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뒤돌아섰다.
“이 근처에 우리 주둔지가 있는데 요기나 같이 하시겠습니까? 밤도 늦었는데 하룻밤 정도는 재워 드릴 수도 있고.”
지나가 두 발을 총총거리며 신나 하자 은서가 눈웃음을 지었다. 지연은 검을 집어넣지 않으며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 그때, 여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유후!”
“고기다, 고기!”
그의 결정에 일행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방방 뛰었다. 그 모습에 사내는 실실 웃어 가며 여울에게 말했다.
“오호, 여기 대장이 따로 있었군요. 좋아요. 갑시다. 얘들아! 가자!”
“예, 대장님!”
“예썰!”
그들의 주둔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어떤 백화점이었다.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다른 차들을 가까이 붙여 요새처럼 꾸며 놓았다.
띠링, 띠링.
그는 입구로 들어서기 30미터 쯤 전에 차 안테나에 걸려 있는 종을 흔들어 댔다. 지연이 그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 우리가 왔다고 표시하는 거요. 쏘지 말라고.”
“네.”
안으로 들어가니 일부 공간에 불이 켜져 있었다. 자가발전기가 있어 냉장고를 돌릴 수 있는 듯했다.
철컥!
중앙으로 들어서며 정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가 바로 뒤돌아섰다. 동시에 뒤따라오던 다른 사내들이 여울과 천수, 지연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사내가 박수를 한 번 치고는 입을 열었다.
“자,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셔야죠.”
그는 검지를 들어왔다갔다 하더니 지연을 콕 집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들은 죽이고 저 여자는 내 방으로 데려와.”
여울에게 총구를 들이민 사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지만, 저 여자, 헌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사내의 뒤통수를 때리며 대답했다.
“야, 나도 헌터야, 인마, 그리고 헌터는 총알이 안 박히냐?”
그는 인상을 살짝 쓰고는 뒤돌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
“어떡해…….”
“은, 은서 아빠…….”
여울 일행은 그대로 얼어붙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지연도 자신의 머리통에 겨누어진 총구를 바라보며 경직되어 있었다. 아무리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총알을 맞으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형씨, 악감정은 없어. 그냥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해, 잘 가.”
사내가 여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여울이 총구를 위로 쳐올리며 사내의 턱을 짧게 끊어 쳤다.
우득!
그의 입에서 수 개의 이가 튀어나오고 눈이 풀려 그대로 쓰러져 내렸다. 다른 사내 둘의 총구가 여울을 향한다. 총구에서 불꽃이 터지며 총알이 날아온다. 그의 상체가 잔상을 남기며 옆으로 기울어졌다. 한 개의 총알은 그 잔상을 뚫고 지나가고 다른 하나는 그의 귓불을 스쳤다.
퍼석! 서걱!
어느새 다가온 여울의 주먹이 사내의 얼굴에 꽂혔다. 5레벨 네임드 오크의 대가리도 깨부쉈던 주먹이다. 일반인이 당해 낼 그것이 아니다. 사내의 머리통은 마치 수박처럼 그 자리에서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그사이 지연도 검을 사선을 올려쳐 자신을 겨누었던 사내의 두 팔과 총을 함께 잘라 버렸다.
여울의 오른손에서 액체가 흘러내린다. 그것이 아직 완전히 검의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그가 어깨를 힘껏 당겼다가 휘둘렀다. 디카르가 부메랑처럼 휘어지며 뒤에서 막 달려드는 사내들에게 날아갔다.
촤아아악!
검은 부메랑이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그들의 허리를 차례대로 두 동강 낸다. 그 범위에 미치지 않은 마지막 사내가 보인다. 여울은 바로 달려 나가 놈의 뒷목을 잡아 기둥에 박았다.
퍼석!
머리가 완전히 사라진 놈의 몸통이 바닥에 쓰러져 내린다. 열댓 명의 사내들이 모두 시체가 되기까지는 채 20초가 걸리지 않았다.
장내는 뒤늦게 피비린내가 훅 풍겨 왔다. 지연과 은서를 제외한 일행들은 아까의 표정과 행동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빌라 밖에서 몬스터들에게 사람들이 찢겨 나가는 것은 본 적이 있어도 이렇게 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사람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여울은 아무 말 없이 디카르를 거두고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끼익.
헌터라는 사내가 들어갔던 방을 거침없이 열어젖혔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떡 일어선다.
“뭐야 넌…… 우욱.”
여울은 성큼성큼 다가가 한 손으로 그의 양 볼을 누르고 일으켰다. 볼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여울은 놈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크네스 드레인.”
“에?”
퍼석.
그 말과 함께 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죽은 것이 확실하건만 시스템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여울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얼어붙어 있는 일행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식량 챙기죠. 마트보다는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