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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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김진후
한 시간 전.
여울은 4층 계단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6층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계단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중년인이 돌연 한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 더벅머리에 누더기 걸친 사람이었다.
이곳에 이동된 지 한 달, 자신처럼 견고한 옷감이 아니면 저렇게 다들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 여울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6층 처음 올라가슈?”
여울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래서 그랬군. 쭉 둘러보시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도 이 계단을 오르지 않지, 무슨 이유가 있다는 생각 안 드나?”
“위에 뭐가 있든 상관없습니다.”
여울은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중년인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트롤, 귀신 같은 놈이지. 무리로 가도 반은 죽어 돌아오던데, 정말 괜찮겠소?”
여울은 그의 눈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의심하고 보는 나이가 되었다. 특히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더, 여울은 6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6층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년인이 말했던 트롤로 의심되는 괴물과 조우했다.
직접 상대해 보니 어마어마한 속도에 오크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신체 조건은 자신보다 놈이 더 위다. 특성에 동체시력이 없었다면 지금 머리가 땅에 떨어진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두 마리만 있어도 필패가 확실하다. 레벨 1 때 오크 둘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난이도가 높았다. 급히 나가다 체하지 말자, 혼자서 6층은 무리다.
역시 필히 3레벨로 진입해야 한다.
여울은 교만이 눈빛에 가득한 청년을 달고 다시 5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벨 진입 때는 무방비하니 휴식 층인 5층 외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
5층에 도착하여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발을 떼었을 때, 뒤에서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숨…… 을 살려 준 건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저씨에게도 교만이 보입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럼…….”
날쌔 보이는 청년, 그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리고는 갈 길을 갔다. 여울은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틀렸어. 나는 교만이 아니라 무모함이다.’
급한 마음이 만든 무모함이다. 알고 있지만 거둘 수 없었다.
몇 단계의 테스트를 걸쳐 완벽한 안전이 보장되면 가는 길?
그럴 시간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은서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몰랐다.
과감하되 탈출로는 열어 두는 정도면 된다.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대화는 이어졌다. 3레벨 진입을 위한 장소를 찾는 중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쓸 만한 정보도 꽤 있었다.
특성은 여러 가지인데 관찰이라는 특성을 가진 자는 접촉하면 상대의 정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의 돌에서와 같은 효과.
그들이 알아본 식용 열매의 이름은 ‘라브’였다.
즙을 내서 상처에 바르면 출혈을 막고 회복도 돕는다고 한다. 그들은 접촉을 통해 몬스터의 이름과 레벨도 볼 수 있다고.
팔다리나 얼굴, 등, 배 등등 신체가 터져 나간 사람들의 원인도 알아냈다.
2레벨로 진입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이었다. 불구가 되었지만 2레벨의 힘은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진입 중에 죽은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아쉽게도 3레벨 진입에 대한 정보는 없다. 3레벨로 진입을 했더라도 밝히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었어도 그랬을 테니까.
중앙에 물이 흐르는 곳에서 얼굴과 손을 씻었다. 한 달 만에 느껴 보는 개운함,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머리가 차가워졌다.
“이렇게 만나는군요.”
소리의 파장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 여울은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 자 수염에 쳐진 눈썹, 낯익은 얼굴의 중년인이었다.
태엽시계를 가지고 있었고 2레벨 진입 때 곁에 있던 남자였다.
여울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세수를 했다. 그가 곁을 떠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덕분에 혼돈의 시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전보다 부드러워진 여울의 반응에 중년인은 그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저는 백일권이라고 합니다. 크로우라는 별명을 얻으셨더군요.”
여울은 고개를 돌려 다시 손을 씻으며 대답했다.
“네, 어쩌다가.”
“휴식층은 처음 오신 건가요?”
“그러네요.”
여울의 대답에 일권의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다.
“그럼…… 혹시 소속된 단체가 있으신가요?”
여울은 살짝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속 단체? 그런 거 없습니다.”
일권은 그의 차가워진 기운에 움찔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처음 인연에 이어서 수많은 휴식처 중에 이곳에서 만난 것은 신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투력은 높지 않지만, 생존을 위해 부족한 저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크로우 씨가 함께 하면 정말 든든할 것 같습니다.”
일권은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여울은 다른 의미로 그의 말에 관심을 갖고 눈을 마주했다.
“수많은 휴식처? 이런 곳이 많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것만…… 12개 정도 됩니다. 동쪽만 봤을 때요.”
“그렇군요.”
여울은 검을 챙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권은 그의 옆에 바짝 붙으며 말을 이었다.
“같이 다니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강하시지만 혼자라면 한계가 있고, 식량에 관한 문제도…….”
그때, 저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가만있어! 이년아!”
구석에서 한 여인의 옷을 강제로 찢는 사내가 보였다. 양쪽 팔뚝에 도깨비 문신이 있는 사내였다. 그는 여인이 반항하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휘갈겼다.
쩌억! 쩍!
“왜! 이렇게! 지랄이야! 누구 때문에 살아 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망설이며 조금씩 다가갔다.
“어, 아저씨, 그렇게 강제로…….”
그때, 그 문신 사내가 남자를 발견하고는 축 처진 여인을 한쪽에 던져 놓고 검을 뽑아 들이댔다.
“뭐, 뭐 이 새끼야? 불만 있어? 내 여자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꺼져, 뒤지기 싫으면.”
그 남자는 땀을 삐질 흘리며 물러났다. 다른 사람들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였다. 비정상적인 사람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 엮이지 않는다. 이 던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짝! 짜악!
“아흑.”
문신사내의 폭행은 계속되었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이 모두 어느 한 곳에 쏠려 있다. 6층 입구 근처다.
“진후 님 오셨다!”
“진후 님이다!”
곧이어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이 길이 열리며 그 중심에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선두에 선 사내는 짧은 머리에 깔끔한 호남형의 얼굴이었다. 회색의 가죽 반코트 안에는 단단하게 자리를 잘 잡은 근육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뒤에 여섯 명의 덩치 큰 사내들은 호위하듯이 양쪽에서 따르고 있었다. 진후라고 불린 사내는 조금 걷다가 그 문신 사내의 앞에서 멈춰 섰다.
“민철 씨, 공포 분위기 조성하지 마세요.”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철이라고 불린 사내는 폭행을 멈췄다. 눈빛에는 반항심이 깃들어 있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달싹거렸다.
진후는 민철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주변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 큰 공동이 금세 적막해졌다.
진후는 검지를 들어 민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경고입니다.”
민철은 이를 악물고는 그의 눈길을 피했다. 그제야 진후는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겼다.
진후는 중앙에 감정의 돌 앞으로 가서 뒤돌아섰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에게 집중하였다.
“여러분, 1층이 사라졌습니다.”
1층이 닫혔다는 소문은 다들 들어 알고 있으니 큰 요동은 없었다. 진후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로 우리가 이 케라브에 갇힌 지 30일 되는 날입니다. 한 달에 한 층씩, 네 달 뒤에는 우리에게 다시 숙면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유일한 식량 라브 역시 한번 따면 그 자리에서 절대로 나지 않습니다. 한정된 식량과 사라지는 아래층,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살려면 무조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자유도 중요하지만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본능만 앞세우지 말고 서로 화합해야 합니다.”
진후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동자는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공통된 목표가 있습니다. 이 던전을 빠져나가는 것, 모두 차별 없이 힘을 써야 하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진후의 눈빛이 조금 더 사납게 바뀌었다.
“그래서 공동 목표에 방해나 피해를 주는 단체나 개인은 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케라브를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진후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눈빛은 단단하고 이글거렸다. 장내에는 적막이 흘렀다. 잠시 후, 한 사람이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김진후! 김진후!”
그를 기점으로 다른 사람들도 김진후를 찬양했다.
“김진후 최고다!”
“진후 님만 믿습니다!”
“김진후! 김진후! 김진후!”
이윽고 이 굴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김진후의 이름을 외쳐 댔다. 진후는 그들을 둘러보며 강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김진후, 전에 어떤 일을 했던 자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강하고 현명하며 사람들을 잘 보살피고 강단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였다.
“케라브가 낳은 영웅이죠, 크로우 씨가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글쎄요…….”
그의 눈에서 야망을 보았다. 하긴, 이런 사람이 있어야 사람들이 규합된다. 이곳에서 한 달 만에 사람들을 매료시킨 사람, 혼란을 진정시키고 규율을 만들 포석을 깐 사람, 그것만으로도 그는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다음에 보죠.”
“아…… 네, 살아서 다시 봅시다.”
일권은 여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깝다. 그와 함께하면 단체의 생존율이 급격히 올라갈 텐데, 하지만 이쯤에서 회유를 끊어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그는 더 진행했다가는 아예 연이 떨어질 자였다.
여울은 구석을 돌아다니며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녔다. 이제는 3레벨로 진입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거의 이백여 명이 모여 있다 보니 아무도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레벨 동기화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차라리 일권이라는 자를 보내지 말 걸 그랬나? 아니다.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
그때 마침, 벽의 한 곳이 안쪽으로 살짝 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20미터 정도 위다. 여울은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달려갔다.
타닥!
여울은 두 발로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점점 역으로 기울어지는 벽, 달려서 올라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여울은 재빨리 기형검 두 개를 벽에 찍었다. 달려서 10미터 정도 올라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형검을 찍어가며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우와, 저 형 뭐하는 거야?”
“직업이 등산가였나?”
지나가던 몇 명이 여울을 보고는 놀라며 입을 놀렸다.
여울은 약 5분 만에 그곳에 도착했다. 원래의 몸 상태라면 30분은 걸렸을 것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홈이 패여 있다. 조금 좁은 감은 있지만 이곳밖에 없다. 여울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후우…….”
여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2레벨에 진입할 때를 기억한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강렬한 고통,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선택권은 없다.
“케라브…… 레벨 업.”
후우웅!
[3레벨에 진입합니다.] [특성 : 다크니스가 강화됩니다.] [특성 : 독 내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 민첩이 강화됩니다.] [특성 : 동체시력이 강화됩니다.] [레벨 동기화를 진행합니다.]마지막 음성을 기점으로 용암과도 같은 열기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