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73
73
채굴꾼 세진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게, 게이트를 혼자요?”
“네, 따라오십시오.”
“저는 못 갑니다. 저 게이트 크기 안 보이십니까? 적어도 C등급 이상입니다. 아무리…….”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네? 엣!”
세진은 성큼성큼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여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변 경찰들과 헌터들이 그에게 소리친다.
“어이, 아저씨, 뭐 해요! 위험해요!”
“떨어지세요!”
“어이, 거기!”
여울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며 바로 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다.
“헐…….”
정말로 들어가 버렸다.
직접 사냥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쉴 새 없이 굴러 본 세진은 몬스터와 헌터 랭크에 관하여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랭크의 기준이 요즘 올랐다고 해도 4~5레벨, 한데 이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크기를 보면 게이트 키퍼가 최소 5레벨 이상이었다.
네임드급인 게이트 키퍼가 5레벨이면 4레벨 헌터 한 부대는 모여야 도전해 볼 만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혼자서 들어가다니, 그가 아무리 아직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5레벨이라고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
‘절대…… 절대 불가능해. 계약금 받은 걸로 만족해야지…….’
세진은 뒤돌아섰다가 다시금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가 들어가고 나서 뚝 끊긴 게이트는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A랭크이니 초반 몇 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 공세에 금세 당해 버릴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그 자신감 가득한 말과 여유로운 발걸음이 눈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그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에잇, 모르겠다!”
세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시간도 5분 이상 지났다. 초반에는 몬스터들이 처리되었을 것이다.
들어갔다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바로 게이트 밖으로 도망칠 작정이었다.
“어어……!”
세진이 몸을 날리는 모습에 게이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
그사이 세진의 몸이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갔다.
* * *
후웅!
게이트는 신한길드와 계약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들어온 것이다. 공기가 싸늘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눈을 떠 보니 지저분하게 찢긴 트롤들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세진이 다른 D랭크 헌터보다 몸값이 비싼 이유는 근력이 뛰어나다거나 남들보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바로 관찰 능력 때문이다.
관찰 능력은 상대방의 특성과 레벨 스캔도 가능하지만 몬스터의 몸 안에 마석이 있는지 없는지도 식별이 가능했다.
그는 시체들의 단전을 자세히 살펴보며 마석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때, 민감해진 감각에 미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시 돌아오는 헌터인가? 그러기에는 발소리가 너무 느긋했다.
도망치는 발걸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놓친 다른 몬스터인가? 자신 혼자서는 트롤을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세진은 바로 몸을 돌려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갑니까?”
그는 낯익은 목소리에 몸을 돌려 그곳을 쳐다봤다. 한 손에 영롱한 마석을 들고 있는 여울이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와 빛깔을 보니 네임드급에게서 얻은 것이 분명했다.
“호, 혹시 게이트 키퍼에게서 얻은 겁니까?”
여울은 한 손을 내밀어 마석을 그에게 건넸다.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이 짧은 시간에, 혼자서 이 정도로 커다란 마석을 품은 게이트 키퍼를 처리했다.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정황과 결과가 확실하니,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쿠구구구구구!
그의 의심에 쐐기를 박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축이 울리며 게이트가 끝에서부터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정말…….”
세진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이 여울을 쳐다보다가 바로 시선을 거두고 마석을 캐기 시작했다.
마석은 헌터의 돈인 동시에 채굴꾼의 돈이다. 특히 게이트 안에 있을 때는 더욱 빛깔이 좋은 마석을 품고 있는다는 소문도 들렸다.
게이트가 닫히기까지는 이제 15~20분, 미스릴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사이에 마석을 최대한 많이 캐 가는 게 목표였다. 지금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관해 정리하는 건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여울은 몬스터의 시체를 골라 가며 마석을 캐는 세진을 천천히 따라다녔다. 몬스터를 처리했지만 혹시나 잔여 몬스터가 튀어나올까 하는 불안감을 없애 주기 위해.
물론 다 효율 때문이었다.
세진은 마석을 골라내는 재주가 있는 듯했다. 아마 관찰 특성 보유자이리라.
“감사합니다. 이제 가시죠, 헌터님!”
“네.”
세진은 무너져 내리는 동굴을 보며 마지막 마석을 챙기고는 발끝을 돌렸다.
* * *
밖으로 나가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진은 그 모습을 이해했다. 자신도 방금 전까지 저랬으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여울을 에스코트했다.
“가시죠, 헌터님.”
C등급 게이트에 홀로 들어가 게이트 키퍼까지 처리하는 데 고작 10분, 마석을 캐는 데 20분. 총 30분 만에 최하급만 400그램, 대략 3,000만 원어치를 캔 것이다.
이 사람은 그 케라브라는 곳에 납치되었다가 귀환한 헌터가 분명했다.
그들은 기존의 헌터들과는 ‘격’을 달리한다고 했다.
언제 좋은 길드에 좋은 조건으로 들어갈지 모르니, 지금 최대한 따라다니며 이득을 챙기는 게 상책이었다.
* * *
여울은 벽 밖으로 나와서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며칠 게이트를 찾아다녔지만 전처럼 쉽게 마주친 것은 운이 좋은 것이었다. 게이트 안에는 매우 드물게 라브도 보여 케라브 시절을 되새기게 하였다.
벽 밖의 몬스터들은 정찰꾼인지 드문드문 서너 마리씩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산속 깊은 곳에 부락을 형성한 트롤 부족을 발견했다.
그때.
후우우웅!
돌연 단전에 묶여 있던 기운이 기지개를 펴듯이 사지로 쭈욱 펼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베헤모스의 기운이다.
그동안 개미 눈곱만큼 모여 있던 기운과 합쳐져 단숨에 충격파 한 번을 쓸 수 있는 기운이 생겨났다.
마치 봉인되어 있던 동력기가 갑자기 활성화된 느낌이었다.
여울은 베아에 충격파를 장전시키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100미터 안으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네?”
여울은 그 말만 남기고는 바로 트롤 마을의 중앙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에 세진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분은 정말 무대포…….”
여울의 검이 바닥에 닿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사방이 폭발했다.
그를 중심으로 바닥의 흙, 나무, 트롤들과 놈들이 세운 건물까지 모두 뒤집어지며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그 범위가 적어도 60미터는 되어 보였다.
“어…….”
트롤들은 무기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심지어 적이 나타났는지 눈치채지도 못하고 죽어 나갔다.
하나의 부족이 단 한 방에 몰살당한 것이다.
이런 기술은 들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세진은 마석을 캘 생각도 못하고 시체 더미에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여울을 망연히 쳐다보았다.
그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대형 길드에 여울을 금방 빼앗길 거라는 생각은 거둬도 될 듯하다. 그를 품을 수 있을 만한 길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 *
그날의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세진은 전보다 더 공손해졌다.
여울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에서는 경외의 마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석은 현물과 같이 취급하기에 도둑당하는 빈도수가 높아 하루에 한 번씩 정산했다.
오늘 하루만 7,500만 원, 세진에게는 그 20퍼센트인 1,500만 원이 떨어졌다. 그의 입가에는 함박미소가 걸려 있었다.
매일 이렇지는 않겠지만, 이 페이스대로라면 한 달에 억대로 챙길 수 있을 듯했다.
여울은 그야말로 일인 군단이었다. 그의 뒷모습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세진은 멀어지는 여울의 뒤통수에 대고 경례 자세를 취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헌터님!”
“음?”
앞장서 가던 여울은 반쯤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두 개의 게이트를 닫으며 매스컴이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케라브에서 돌아온 헌터들에 관한 이야기로 금세 묻혔다.
계속해서 밖으로만 돌아다니다 보니 다른 길드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니 화질도 그리 좋지 않아 얼굴을 못 알아볼 가능성이 컸다.
헌터로 유명해지면 은서의 평범한 일상은 점점 멀어지겠지만, 게이트는 큰돈이 되고 집을 마련해야 할 기간은 짧았다.
여울은 끝나지 않는 고민을 털며 걸음을 옮겼다.
* * *
“아우…… 심심해.”
늘어지게 하품을 한 은서는 휠체어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이곳은 비싼 병원이라서 그런지 층마다 외부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한데 그곳에서 낯익은 사람을 마주쳤다.
“어?”
“엇?”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아저씨 역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는 주변 사람 따위는 의식하지 않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원팀의 대장 서한이었다.
“어어! 이거 여울이 딸 아니야?!”
반가운 마음에 한 손을 높이 들고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로 휠체어를 끌고 왔다. 누가 헌터 아니랄까 봐 그 속도나 괴력이 엄청났다.
은서는 그가 돌진해 오는 모습에 휠체어를 뒤로 물리려 했지만, 그가 은서의 바로 앞에서 급정거했다.
“아아, 웬 뒷걸음질이냐? 이러면 섭하지, 휠체어 동기끼리.”
그 말에 그제야 시선을 내려 서한의 다리를 보았다. 은서는 불현듯 케라브에서의 마지막 결전을 떠올렸다.
그때, 서한은 두 다리의 허벅지 부분이 잘렸다.
“아…… 괜찮으세요?”
“나야 뭐 멀쩡…… 해지기를 바랄 뿐이지. 아니, 그래서 여울이도 만난 거야?”
“네, 지연 언니가 도와줘서…….”
“지연이까지? 우와, 지연이는 어디 있어?”
“언니는…….”
은서의 기억에 원팀은 유난히 끈끈해 보였다. 그 팀을 이끌어 가는 서한은 특히 아빠를 정겹게 불렀다. 그래서 그런지 무섭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근데, 저기 저 간호사 언니 예쁘지 않냐? 여중생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때?”
“아…….”
은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왠지 병원 생활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 *
여울은 오랜만에 병원으로 향하며 일주일 동안 정산한 금액을 계산해 보았다.
두 번째 게이트 키퍼였던 네임드 트롤에게서 얻은 마석은 중급으로 무려 8천만 원이 넘었다.
그 후로는 중급을 한 번도 얻지 못했지만, 벌써 1억 5천만 원 정도를 모았다.
마석은 개당 10~20그램 정도의 크기였는데, 순도에 따라 그 값어치가 천차만별이었다.
최하급은 1그램당 10만 원, 하급은 80, 중급은 600, 상급은 무려 5,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상급 마석 큰 것 하나를 얻으면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마석은 그 무엇보다 효율이 높은 새로운 에너지원이었다.
아직 상용화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휴대전화, 자동차 등부터 무기까지, 마석 에너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값이 얼마이든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울이 벌어들인 돈 외에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의 사냥을 도와줄 베헤모스 기운이 전보다는 아니지만 꽤 빠르게 차고 있다는 것이다.
전에 케라브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3시간에 충격파 한 번치가 찼다면 지금은 한나절로 3배 정도가 차이났다.
몬스터는 레벨이 낮은 놈들이라 그런지 백 마리는 잡아야 한 번 쓸 기운이 찼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병실로 들어서니 은서가 자리에 없었다. 소지품들이나 머문 자리를 보니 나간 지 얼마 되지는 않는 듯했다.
여울은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때, 통유리 너머로 은서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깥으로 이어지는 하늘 정원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 * *
“엇! 여울!”
“오빠, 오셨어요?”
“아빠다!”
다가오는 여울을 발견한 세 명이 동시에 외쳤다.
병실에선 나무에 가려져 은서 외의 둘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서한과 정장을 빼입은 지연이었다. 검은 원피스에 레깅스를 입었던 때는 청초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도도하고 완벽주의자 같은 분위기였다.
“많군.”
짧게 소감을 표한 여울은 바로 은서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손을 잡았다.
* * *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서한은 그때 다리가 완전히 절단된 상태에서 빠르게 오우거의 피로 붙여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힘줄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했다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그래서 지구로 돌아온 뒤, 다시 절개해서 힘줄을 잇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지연은 무슨 생각인지 요즘 막 부상하고 있는 대한 길드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신한이라는 대형 길드에 들어갔다고 했다.
길드 정보팀의 부팀장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집도 받고 차도 받아 제법 안정적인 듯했다.
그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병실로 돌아오자, 은서가 가만히 창문 밖을 올려다봤다.
여울도 그 시선을 따라가니, 은서가 촉촉한 목소리로 입술을 떼었다.
“여기의 밤하늘을 아빠랑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어.”
울컥.
그 처절한 곳에서 외롭게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딸이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 뜨거운 감정이 치밀었다.
“……고생 많았어, 내 딸.”
은서는 미세하게 고개를 저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때, 병실의 창문에 조그마한 무언가가 부딪쳤다.
탁.
“삑!”
한 번 부딪쳐 튕겨 나갔던 그것은 다시 창문에 붙더니 눈매를 세우며 성질을 부렸다.
놈이 부리로 유리를 찍으니, 방탄유리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부서지려고 했다.
파직!
식겁한 여울이 빠르게 창문을 열어 주었다.
“시이!”
“시이.”
손톱처럼 조그맣고 새하얀 것이 날아다니니 요정 같았다.
시이는 잽싸게 들어와서 여울의 몸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은서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은서는 조심스레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좋아했다.
“시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은서는 시이를 손 안에 품고 볼을 부볐다.
하나, 여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문득 시이가 돌아온 것과 베헤모스의 기운이 활성화된 것이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시기가 매우 가까웠다.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지구가 이세계라서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한편, 시이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는 은서의 표정이 매우 보기 좋았기에 여울은 턱을 괴고는 그 미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 * *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시이는 우선 은서 옆에 24시간 붙여 놓았다.
수술을 했으니 지금 당장 그 여인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은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시이를 붙여 놓을 생각이었다.
이제 은서가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여울은 대출금을 다 갚고, 5억을 모았다.
은서의 입원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집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가 점찍어 둔 집은 무려 수십 억대였다.
게이트 키퍼를 잡는 것이 큰돈이 됐는데, 요 며칠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턱.
여울의 발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맞은편에는 챙이 둥글게 둘러진 모자를 푹 눌러쓴 초로의 노인이 서 있었다.
우연인지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마석을 노리는 강도들 때문에 골목길의 인적이 드문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다리를 지탱하는 지팡이, 바싹 마른 손목, 수를 셀 수 없는 주름.
어딜 보아도 개미 하나 죽일 힘이 없는 노인인데, 그에게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노인이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챙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래 찾아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