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83
83
정부는 중국 방송을 보고 몬스터 군단의 방향이 츠펑성 이후에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곳에서 막지 못하면 한국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정부는 각 대형 길드 길드장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츠펑으로의 파견을 지시했다.
정부에 등록되어 있어 경제적으로 활동을 하는 길드들은 이 지시에 최소한으로라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도시 단위로 운영되기에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헌터가 생겨난 후 법이 재정되어 약자를 보호해야 할 각성자에 관한 법률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위법할 경우 벌금 경고 후 지속되면 수배자가 된다.
“네, 제가 직접 두 개 조를 데리고 참여하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수원시장은 진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되물었다. 두 개 조면 20명, 대한길드의 정원은 107명, 의무 인원인 길드원 5퍼센트를 훨씬 넘어서는 선택인 것이다.
진후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손을 뺐다. 진후가 간다는 것만으로도 면이 서는 수원시장은 한시름을 놓으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선택을 해 주셔서, 이 대한길드 덕분에 우리나라가 큰 덕을 봅니다! 하하.”
진후는 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한국은 세 개 도시에서 대한길드를 포함하여 총 17개 길드, 2000명이 넘는 헌터들이 중국으로 파견되었다.
신한길드는 인원의 절반, 200명을 중국으로 지원을 보냈다. 지연과 둥둥, 보라도 참여시켰고 원팀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수원도시에 남겼다.
* * *
수백 미터 상공, 그 아래에 어마어마한 수의 좀비 몬스터들이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중국 북부 시린궈러성을 무너트리고 츠펑성으로 향하는 몬스터 군단의 모습입니다. 수는 3만 마리 이내로 추정하고…….
그때, 화면에서 어느 한 부분만 멈춰져 있다. 다른 몬스터들이 바삐 움직이니 상대적으로 그곳이 튀어 보인 것이다. 카메라맨도 눈치챘는지 그곳을 클로즈업했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마녀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5미터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호위하고 있는,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들도 보인다.
마녀는 돌연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검지를 뻗었다.
-저기, 죽은 몬스터들을 조종하고 있는…….
파직!
“끄, 끄아아아악!!”
순간 화면이 흔들리더니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 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화면은 결국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검게 변하였다.
여울은 TV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게이트에서 만났던 소녀의 말이 떠오른다. 옷자락을 올려 어깨를 감싸고 있는 다크니스 스텐을 드러냈다. 그러자 653으로 줄어든 검은 숫자가 보였다.
오늘 아침에 지연에게 연락을 받아 한국 길드가 저곳으로 지원을 간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는 게이트가 점점 더 강한 몬스터들을 내뱉을 것이다.
레벨업을 해야 한다. 앞으로 닥쳐올 위험에서 은서를 지키기 위해, 밤의 왕족들과의 암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끼익.
은서가 방문을 열고 나와 여울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빠, 저기 가야 되지?”
“응?”
“다녀와, 나는 괜찮아.”
여울은 아무 말 없이 은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딸, 많이 컸구나.”
* * *
수원중부 정부가 운영하는 도민 체육관에 긴급으로 세워진 수원길드연합군 사령부. 그곳으로 수원을 대표하는 대형 길드의 헌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아무리 기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헌터들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를 벗어나는 초장거리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특수 상황에만 벽 밖으로 운행하는, 최신 개발된 마나엔진을 장착한 장갑차로 헌터들을 이동시키려는 것이다.
각 도시별로 따로 출발을 하는데 수원에서는 8개 길드, 약 900명의 헌터가 열 대의 장갑차로 이동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롱 코트 모양으로 허벅지까지 보호하는 검은 방어복을 입은 헌터들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 선두에는 커다란 방패를 어깨에 메고 있는 근육질의 사내가 보였다.
그들이 나타나자 체육관에 아무렇게나 서 있던 헌터들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양옆으로 사아악 길이 트였다.
“기, 김진후 님이다…….”
“대한길드다.”
“나는 김진후 실제로 처음 봐.”
“S랭크 별거 아니야. 기기 고장일 수도 있고…….”
헌터들의 반응은 신기함, 경외심, 질투, 시기 등등 다양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0.1퍼센트의 우월함을 한껏 느끼다가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들이 대거 등장하니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진후는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는 뒤돌아서 체육관에 모인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힐끗힐끗 훔쳐보던 수백 개의 시선들이 바삐 돌아간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카리스마 죽이네…….”
“저게 카리스마냐? 그냥 무게 잡는 거지.”
“20명밖에 안 되는데도 존재감이 쩌네…….”
“아, 숨 쉬기 불편해졌어.”
헌터들이 대한길드에 대한 평을 나름대로 내고 있을 때, 체육관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며 새하얀 방어복을 입은 무리가 대거 등장했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많아?”
“신…… 신한길드?”
“신한이 200명 보냈다더니, 진짜였네…….”
끊임없이 들어오는 신한길드 대원들은 중앙에 각을 맞춰 자리를 잡았다. 그 선두에 이번 파견의 장을 맡은 부길드장이 외쳤다.
“모두 별도의 지령이 있기 전까지 휴식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끄트머리에 있던 지연은 화장실을 가려고 이동하다가 진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잘…… 지내셨나요?”
진후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응, 뭐.”
그 짧고 불편한 침묵을 버티던 지연은 그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요. 잘됐네요.”
“신한길드…… 잘 들어갔어. 길드장이 괜찮아 보였어.”
“아, 네…… 그냥, 사무직 같은 거나 하려고 들어왔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각성…… 아니, 귀환자들의 운명이지.”
“그런가요? 귀환자 출신이라는 게 참 귀찮네요.”
“그래, 사기 저하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몬스터의 수가 헌터의 다섯 배를 넘어선다. 몸…… 조심하도록.”
지연은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후 씨도요.”
지연은 그 말을 끝으로 진후와 멀어졌다.
* * *
수원길드연합군 사령부 자원헌터 부스.
이름만 거창하지 천막 하나에 테이블 하나만 설치되어 있고 그곳에 배치된 공무원은 휴대전화나 끄적이고 있다.
이번에 요청을 받은 대형 길드를 제외하고도, 중소 길드, 또는 개인적으로 중국에 지원을 가고 싶어 하는 헌터들의 자원을 받는 곳이다. 당연하게도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여울은 천막 위에 쓰인 글을 보고는 그곳의 공무원에게 다가갔다. 그가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덮어 놓고 물었다.
“아 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여울이 당연히 다른 일 때문에 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자원하러 왔습니다.”
“자원은 여기서…… 예?”
“자원.”
멍청한 표정의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던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엇, 아니 헌터님 아니십니까?!”
넉넉한 풍채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는 그는 헌터증을 처음 발급할 때 도움을 주었던 공무원 이진태였다.
여울은 이진태를 통해서 손쉽게 등록을 마친 후, 출발 시간 전까지 대기하는 체육관 앞까지 안내를 받았다. 그는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따발총처럼 말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요즘 일들이 많아서 헌터님을 꼭 뵙고 싶었습니다. 전에 게이트 등급 오판 건으로 세진길드 공격대가 전멸했던 건이 있거든요. 거기서 홀로 게이트 키퍼를 처리한 헌터가 있는데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외모가 헌터님과 흡사해서요. 혹시 헌터님이셨습니까?”
“예.”
진태는 순간 멈춰 서고는 쩌억 벌린 입을 손으로 가린 모양새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 그럼 혹시 이틀 전 매탄2동에 B등급 게이트를 혼자 닫은 헌터도…….”
“접니다.”
“허업!”
그는 몇 발자국 못 가서 다시 걸음을 멈춰 섰다. 그사이 체육관에 도착했다. 여울은 의심 한 번도 없이 자신의 대답에 100퍼센트 신뢰하고 놀라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어차피 처음의 계획은 무너졌다. 평범하지 않은 세상에서 평범함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크니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레벨을 올릴 때 사람들의 눈에 적잖이 뛸 것이다.
애매하게 숨기면서 레벨업을 하다가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에게, 또는 밤의 왕족들에게 먹혀 버리고 말 것이다.
사냥에 방해되는 시선은 무시하고 레벨업에 집중한다. 여울은 이진태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그렇게 다짐했다.
끼익.
한 명인 데다가 이렇다 할 방어복도 걸치지 않은 자.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없는 여울의 입장에 헌터들의 시선은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 뒤늦게 그를 알아본 한 귀환자가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외쳤다.
“크로우님이다!”
그의 말에 몇 명 없는 다른 귀환자들이 여울 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헛?!”
“역시…… 한국에 있었어.”
“크, 크로우님이…….”
“여울 님이 오셨다.”
“역시…… 엊그제 B등급 혼자 닫은 사람, 저분이 확실하다니까. 저분밖에 없어.”
케라브 출신 귀환자들은 여울을 보며 자기들끼리 속삭이기만 할 뿐, 그에게 다가오기는커녕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그들에게 여울은 케라브를 탈출시켜 준 극강의 헌터일 뿐,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귀환자들의 속삭임에 기존 헌터들의 이목까지 집중되었다.
“크로우?”
“뭐야, 그게? 촌스럽게…….”
“뭐 하는 사람이래? 들려?”
“몰라, 유명한 사람인가 봐. 귀환자 출신끼리만 아나 보지.”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여울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검은 코트를 입은 단체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그곳으로 가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후와 눈이 마주쳤다.
여울은 그에게 살짝 눈인사를 보냈다. 그도 마주 눈을 아래로 내렸다가 올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때 보았던 그의 비밀을 지켜 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이 느껴졌다.
여울은 체육관 벽에 등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아니, 감으려고 할 때 청량한 향기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울 오빠아!”
눈을 떠 보니 주보라가 달리듯이 빠르게 다가와 자신의 두 어깨를 콱 붙잡았다. 여울은 미세하게 눈을 크게 뜨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울처럼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비춰지는 맑은 눈빛이 훅 가까워졌다. 보통 25세가 넘어가면 생긴 대로 성격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녀는 전혀 다르다.
환자로 착각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에 쌍꺼풀이 짙은 눈망울은 화목한 부잣집에서 태어나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백치미가 철철 넘칠 듯한데, 남을 대할 때는 시크하며 행동은 시원시원하다.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에 분홍색 원피스에 하얀 코트를 입고 이런 행동을 하니, 미처 그녀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발랄함이 보인다.
집들이 이후에 처음이니까 대략 2주 만에 보는 건데, 눈빛이나 입모양을 보니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 매우 반가운 모양이다.
“있었군.”
“있었군? 아니,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기예요?”
말은 그렇게 해도 눈웃음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녀가 웃음이 이렇게 헤펐던가?
“방금 결정했으니까.”
여울은 대답과 함께 아직도 옷깃을 잡고 있는 보라의 손을 내렸다.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내려가던 손을 한 바퀴 돌려 다시 그의 팔꿈치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잘됐네요. 이따 차 탈 때 나랑 같이 타고 가요.”
그녀는 통보하듯이 말했다. 그때 저 멀리서 지연이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오셨어요? 아마 우리 길드는 정원이 꽉 찼을 텐데…… 한번 알아볼게요.”
여울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혼자가 편하다.”
“그래요. 그래도 밥 먹을 때는 외롭지 않게 찾아와 줄 테니까 먼저 먹고 있지 마요.”
주보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돌아서 갔다. 지연은 애매한 미소를 짓고는 여울에게 말했다.
“은서는 그럼 혼자…….”
-삐빅, 이제 최종 인원 점검 후에 바로 탑승하겠습니다. 모두 모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