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88
88
치이이익.
창에 닿는 빗줄기가 그대로 산화되어 수증기를 일으킨다. 창날은 물론 창대까지 검은 화염이 얇게 둘러져 있다.
마녀 리세를 죽일 때도, 리세의 손톱이 팔뚝에 꽂혔을 때도 다크니스를 사용하지 않았던 여울이다. 그것 외에도 자신을 찾는 방법은?
크로우라는 별명을 안다면 같은 케라브 출신자다. 케라브에서 지켜보며 의심하다가 이제야 찾아온 것이다. 다크니스 기운을 풀풀 풍기며 다가온 이유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 여울은 근육을 수축시키며 디카르와 베아를 꺼내었다.
그 소녀가 게이트 안에서 나타났을 때 ‘자신에게 익숙한 다크니스’라고 말했다. 사용자 간에 다크니스의 기운이 각기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다크니스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오만한 자군.”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힘줄이 불끈 튀어나오고 있다. 다크니스 버서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는 뜻이다. 그의 홍채는 파랗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의 창을 든 어깨가 뒤로 한껏 당겨진다.
훙!
창이 공기를 찢으며 가공할 속도로 날아온다. 정직하게 날아와 그 크기가 점점 더 커지니 속도 예측이 쉽지 않다. 창을 위로 쳐 내기는 힘드니 검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정면으로 막았다.
콰아앙!
베헤모스에게 치였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두 검을 때린다. 어느새 지척에 다가온 그가 활짝 편 손바닥으로 창대 끝을 쳤다.
콰앙!!
두 번째 충격에 여울의 몸이 저 뒤로 날아갔다. 이 한 번의 부딪침으로 근력과 민첩성 둘 다 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한순간에 목이 날아간다. 다른 용들이 몰려오는 것은 둘째, 먼저 살아야 한다.
여울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중심을 잡으며 바로 다크니스 블레이드와 버서커를 사용하였다. 창을 높이 추켜들고 자신에게 세로로 긋고 있는 그가 보인다.
쉐엑!
공기가 날카롭게 갈라지며 창날이 자신의 허리를 향해 왔다. 여울은 디카르를 내던지며 베아를 두 손으로 잡아 그의 창을 막았다.
쩌정!
여울의 몸이 저 아래로 빠르게 나가떨어졌다. 위치상 힘을 받을 지면이 없었지만 어마어마한 힘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여울은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장전한 베아를 던졌다. 동시에 멀리 떨어진 디카르를 끌어당겼다. 그가 공중에서 비웃음을 지으며 베아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그의 얼굴에 당황이 깃들어 있다. 예상했던 상황이 아닌 것이다.
공중에서 몸은 비틀 수 있지만 방향까지 바꿀 순 없다. 여울은 그가 떨어지는 예측 지점에 디카르를 던지며 달려 나갔다.
채앵!
그가 디카르를 막아 내는 순간, 여울의 손이 그의 발목을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
콰아앙!!
바닥에 엎어진 그의 발목을 쭉 당기고는 튕겨 나가고 있는 디카르를 낚아채어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크합!”
짧은 신음과 동시에 창날이 무섭게 쇄도한다. 누운 상태로 공격을 하는 것이기에 아까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공격은 아니었다. 보인다.
여울은 거침없이 손을 뻗어 창대를 움켜잡고 그대로 당겼다. 그의 몸이 여울의 힘에 의해 강제로 벌떡 일으켜졌다. 다가오는 그의 턱에 주먹을 짧게 뻗었다. 동시에 그의 손도 뻗어 온다.
파팍!
그의 고개가 홱 젖혀지며 여울의 어깨가 뒤로 밀려났다. 덕분에 턱을 올려치는 것은 완벽하게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어깨가 빠져 오른팔이 덜렁거린다. 여울이 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대고 어깨를 맞추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세를 잡은 그의 무릎이 얼굴로 날아왔다.
콰앙!
왼손으로 얼굴을 가림과 동시에 그의 무릎이 강타했다. 손가락뼈는 물론 코뼈까지 움푹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가 핑 돌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그 찰나에 지금 반격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조건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울은 그의 다리를 한 손으로 안고 당기며 다른 손으로 디카르를 끌어와 앞으로 뻗었다.
디카르가 제대로 끌어와졌는지, 어디에 검을 뻗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눈앞도 순간 컴컴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푹!
그 0.1초의 순간에 창이 날아오지 않고 검 끝에는 무언가 얕게 걸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금세 시야가 돌아와 앞을 보니 자신의 눈동자 1센티 앞에 검은 창날이 이글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너머에는 그의 심장에 디카르가 박힌 모습이 보였다. 여울은 두 손가락으로 그의 창날을 옆으로 치우며 디카르를 더욱 밀어 넣었다.
푸슉!
“커헉.”
디카르가 그의 등 뒤로 튀어나왔다. 그는 피를 울컥 쏟아 내고는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부릅뜬 눈동자는 생기와 함께 이글거리는 푸른 홍채도 사라졌다.
추측뿐이지만 이자는 원래 레벨과 힘으로 자신을 다크니스 버서커까지 사용하게 만들 수 없다. ‘마족’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현신하여 본연의 힘 이상을 사용한 것이다.
“허억, 헉, 헉…… 다크니스 큐어.”
코와 입에서 뜨거운 것이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여울은 입 안으로 자꾸 흘러 들어오는 피를 뱉어 내며 걸음을 옮겼다. 여울이 옆으로 지나가자 검은 창이 액체화가 되어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여울은 힘없이 발을 떼며 어깨를 보았다. 숫자가 597로 줄어들었다.
그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다만 같은 케라브 출신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자신을 미행했고 이렇게 찾아왔다.
자신은 다른 특성자들이 다크니스를 사용하는 것을 멀리서는 느끼지 못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알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마족이 현신한 자들은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일반 다크니스 특성자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알겠다. 다크니스를 사용한 지금, 수많은 마족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타닥! 타닥! 탁!
저 멀리서 거대한 기운을 풍기며 건물 옥상들을 뛰어 넘어오는 한 사내가 보인다. 손가락뼈는 아직 재생 중이다. 어깨는 통증이 있지만 쓸 만하다.
여울은 바로 발끝을 돌려 건물 위로 올라가며 품에서 대검을 뽑았다. 두 손으로 그것을 들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바람이 피부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 사내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대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대검과 사내의 검이 강하게 부딪쳤다. 동시에 사내의 몸이 반대로 날아간다. 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자신의 힘과 가속도가 가미된 그 중후한 대검의 무게를 견뎌 내지 못한 것이다.
푹!
뒤로 날아가는 사내의 눈에 돌연 검붉은 검신이 툭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내의 몸이 멈춰 섰다. 검신은 스르르 뒤로 빠져나가더니 이내 그의 왼쪽 가슴으로 다시 튀어나왔다.
퍽!
그제야 사내의 몸이 축 처진다. 검신이 빠져나오며 그 검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울…… 동생?”
“서인교 형님.”
검붉은 검, 아니, 태도의 주인은 바로 서인교였다. 그의 검은 검은화염도 두르지 않고 있었다.
대검으로 쳐 냈을 때 느꼈지만 이번 마족은 바로 전에 죽였던 마족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듯했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지금 몸 상태로는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서인교는 여울을 검지로 가리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자네…… 도 이 암살 게임의 참여자인가?”
여울은 대답 대신에 대검을 바로잡았다. 인교는 자기방식대로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 그랬어……. 아, 난 참고로 마족에게 몸을 빼앗긴 자도, 이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도 아니야, 그러니까 웬만하면…….”
인교는 검을 집어넣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살려 달라고 말하고 싶네.”
여울은 서인교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그는 방금 전에 죽은 사내보다 강할까? 아니, 기습 공격이기에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붙어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그는 자신보다 아래다. 7레벨, 많이 잡아 봐야 8레벨이다. 그를 보고 깨달았다. 지금 이 마족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암습을 해야 한다.
다크니스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금세 두 명이 다가왔다. 먼저 몸을 숨겨야 할 때다. 여울은 대검을 거두고 그에게 다가가며 디카르를 꺼내었다.
“여긴 왜 오신 겁니까?”
그는 여울이 지척에 올 때까지 손을 든 상태 그대로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이들은 같은 특성자들을 찾아다니지. 마족들은 우리가 다크니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대략 1킬로미터 이내에 있다면 느낄 수 있으니…… 나는 이미 들켰다고 생각하고 기습을 가하려고 했는데 너와 싸우고 있었어. 그래서 도박에 나선 거다.”
‘네가 날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
그의 마음속 뒷말이 들려온다. 여울은 그의 턱밑에 들이댄 검 끝을 내리고는 뒤돌아섰다.
“무운을…… 빕니다.”
그도 자신과 같은 처지다. 푸른눈은 대부분의 특성자들이 마족에게 먹혔다고 했으니 그렇지 않은 자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전에 만났을 때 그에게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마족, 아니, 용이 마족으로 변하는 것은 어쩌면 특성자들의 상태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눈도 자신이 살인에 미쳐 있었다면 마족으로 변하여 자신의 몸을 차지했을지도…….
서인교의 말에 의하면 마족들은 다크니스를 사용하지 않은 특성자도 1킬로미터 이내에 있다면 알 수 있다고 했다. 푸른눈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자신을 시험하려고 했나? 알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다크니스는 잔향을 남길까? 정확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여울은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반갑게 외치는 은서의 목소리가 심장을 찌른다. 여울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은서야, 아빠는 당분간 은서한테 못 가. 보라 언니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그 집에 가 있어.”
-응? 아빠 왜? 오래 걸려? 또 멀리 사냥 가는 거야?
“응…… 잡아야 할 몬스터가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찾아야 돼. 그래서 조금 오래 걸릴 거 같아.”
-그거 꼭 잡아야 해? 그렇게 오래 걸리면 그냥 안 잡으면 안 돼?
“안 돼…… 미안해, 은서야.”
‘안 그러면 은서가 위험해…….’
여울은 은서와 전화를 마치고는 골똘히 생각했다. 만약 같은 케라브 출신자가 또 자신을 찾아온다면? 은서와의 관계를 알고 찾아간다면? 자신이 같이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
자신 이외에 가장 강한 자…… 진후? 그는 왠지 꺼림칙하다. 20대 때 막 살인에 중독되었을 때의 자신을 보는 듯하다. 서한? 부족하다. 서인교……? 그는 믿을 수 없다.
여울은 한참을 가만히 휴대전화를 바라보다가 문자를 두드렸다.
-수언, 돌아오면 은서를 지켜 줘라
지금 자리에 없는 수언밖에 없다. 그라면 마족을 일대일로 이기지는 못해도 은서를 피하게 하는 것은 자신보다 더 나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집어넣고 건물 밖으로 나온 여울의 눈빛이 여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았다.
1킬로미터 부근부터 존재를 알아채 긴장 상태인 상대를 암살하기. 쉬운 싸움은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제대로 그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지금은 9레벨, 푸른눈이 그들을 능가하려면 10레벨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확실히 첫 상대는 버거운 상대였다고 볼 수 있다. 레벨업을 겸할 수 있는 곳…….
‘중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