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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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눈, 눈알을 뽑아 주겠습니다
신한길드 17기 전술훈련 합숙소, 남녀로 나뉘어 이 열로 줄을 서서 훈련복을 지급받고 있다.
그 중앙에 선 훈련교관 이선호는 뒷짐을 진 채 말을 이었다.
“훈련복을 받은 훈련생들은 환복 후에 신체 치수를 잽니다. 현재 치수에 따라 길드 방어복 주문이 들어가니 향후 다이어트 계획이 있는 훈련생은 한 치수 낮게 주문합니다.”
“킥킥.”
“저거 농담 맞지?”
“찌르면 피도 안 나올 것 같은 교관이 저런 말도 할 줄 아네.”
얼마 후,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훈련생들이 하나둘 나와서 신체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남자는 딱 붙는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 여자는 하얀색 롱 티셔츠에 검은색 레깅스로, 얼핏 보면 하얀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은 듯했다.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기에 남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자 훈련생들에게 향했다.
민머리 사내 한승만은 짧은 머리 사내 김강인과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로, 이번 신한길드에도 동반 지원했다. 신체 치수를 재기 위해 줄을 선 승만은 한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강인에게 말했다.
“이야…… 쟤 아까 그 중딩 맞지? 잘빠졌네, 요즘 애들은 참 발육이 좋아.”
“그러네. 다리만 이쁜 줄 알았는데, 어후, 침 나오네.”
“어우, 훈련소만 아니면 진짜 확…….”
신나게 음담패설을 나누는 중에 그들 뒤에서 한 사내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저, 저기 그 잘빠졌다는 게, 샛끼! 아, 죄, 죄송합니다. 은서 보고 하, 하는 말인가요?”
강인은 수언을 발견하고는 대답했다.
“아, 얘 걔지? 지 여자 친구라고 지금 발끈했나 본데? 근데 애 상태가 왜 이래?”
승만은 수언에게 턱을 들이밀며 협박조로 말했다.
“그래, 니 여친 몸매 칭찬 좀 했다. 왜?”
수언은 불안한 듯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눈동자를 피하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하, 한 번 더 그러…….”
“뭐?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작은 목소리에 승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한 번…… 더 그러면 눈, 눈알을 뽑아 주겠습니다.”
어수룩한 행동과는 다르게 섬뜩한 살기가 담긴 말에 승만은 순간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 행동에 자신이 더 놀라고 수치스러워 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외쳤다.
“뭐?! 이 고딩 새끼가 미쳤나?”
그가 수언의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려고 하자 강인이 주변 눈치를 보며 다급히 말렸다.
“승만아, 안 돼, 안 돼. 이러다 우리 잘려.”
승만은 강인의 만류에 이를 악물며 떨어지고는 검지로 수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새끼 이거 완전 또라이네, 너, 합숙 끝나고 보자.”
수언은 마지막까지 그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전술훈련은 대규모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술과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술을 중심으로 배우게 되었다.
“전장은 우리 조, 내 짝꿍을 찾아갈 틈이 없습니다. 언제 어느 때든지 옆 사람이 바뀌어도 바로바로 자리를 잡아 진형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S랭크인 수언에게는 비효율적인 훈련이지만 A랭크인 지연, 보라도 유용하게 써먹었던 전술이니 은서는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2주간의 합숙이 끝나는 날, 신한길드 17기 훈련생들은 남쪽 벽 밖으로 향했다. 마지막 훈련은 배운 전술 대형으로 실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기존 전투조 B랭크 대원 10명이 지원을 나왔다.
“아, 떨리네. 벽 밖으로 한두 번 나온 것도 아닌데.”
“그러게…… 좀 으스스하네.”
신한길드 가입 최소 랭크가 C랭크이니만큼 몬스터를 상대하지 않았던 헌터들은 없으나 전술을 갖추고 훈련의 성과를 보여 준다고 생각하니 더욱 긴장이 되는 것이다.
교관 이선호는 가장 앞장서서 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우리는 30마리 이상의 몬스터들을 찾아 대규모 전투를 치르러 간다. 자칫하면 목이 날아갈 것이다. 너의 목숨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라.”
“예스.”
벽 밖으로 나오면서 이선호의 말투가 하대로 바뀌었고 훈련생들은 교육받은 대로 작은 소리로 ‘예, 알겠습니다.’의 준말로 통하는 ‘예스’로 대답했다.
훈련생들은 다시 앞장서서 가는 이선호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벽 밖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치냐.”
“그러게, 무서워 죽겄네. 이러다 떼로 몰려오는 거 아니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한 여인이 옆에 있는 소녀, 은서에게 말을 걸었다.
“운서라고 했나? 너는 안 무서워?”
소풍 나온 듯이 활기차게 걷던 은서는 그녀에게 홱 고개를 돌렸다.
“네? 운서 말고 은서요. 근데 뭐가요?”
“응…… 아니야, 너도 참 당차구나.”
“아하하…….”
은서는 어색하게 웃다가 입을 한 번 삐죽 내밀고는 다시 앞을 보며 걸었다.
교관 이선호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각 길드별로 필드에 관한 정보가 전투조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그는 오늘 아침에 9조 전투조가 발견한 트롤 무리를 소탕하러 가는 것이다.
벽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곳, 아파트 단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트롤 몇 마리를 발견했다. 이선호는 망설임 없이 그들 중 한 마리에게 돌을 던졌다.
퍽!
그의 돌에 머리통을 맞은 트롤이 그 자리에 바로 고꾸라졌다. 나머지 트롤들은 그와 훈련생들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컥!”
“기절?”
“죽었나?”
훈련을 시키기만 하던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원래부터 A랭크라고 소문이 나 있지만 지금 이 한 방으로 그를 바라보는 훈련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바로 뒤돌아서서 냉철한 눈빛으로 외쳤다.
“모두 대규모 전술 대형으로!”
“대형으로!”
“대형으로!”
4열로 따라오던 훈련생들은 이선호의 명을 복명복창하며 대형을 갖추었다. 이렇게 한곳에 몬스터들이 집결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원형 두 줄 대형이다.
한승만은 그 틈을 타 은서 옆으로 들어갔다. 그는 은서를 보며 자기 딴에는 부드럽게 말했다.
“은서라고 했나? 이 오빠만 믿어, 저딴 말라깽이 말고.”
그는 턱짓으로 저 반대편에 있는 수언을 가리켰다. 은서는 그를 슬쩍 쳐다보고는 무시했다. 약간 빈정 상한 승만이 얼굴을 가까이하여 은서의 귀에 대고 말을 이었다.
“이건 비밀인데 너한테만 알려 주마. 오빠 A랭크다.”
훈련 중에는 자신의 랭크를 밝히는 것은 위반 행위다. 은서는 그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런 동네 양아치 같은 자가 A랭크라고 하니 놀란 것이다. 한승만은 다른 의미지만 랭크를 듣고 놀란 은서의 얼굴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키헤엑!”
트롤 무리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약 40마리 전후. 놈들의 레벨이 2~3레벨 대라고 해도 신중만 기하면 아무런 희생자 없이 잡을 수 있는 수다. 네임드는 따로 보이지 않는다.
신한의 기존 전투조 대원들이 사이사이에 끼어 전투 자세를 취했다.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갔을 때, 쌍검을 든 트롤 한 마리의 외침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캬리크 하!!”
“온다! 대형 이탈하지 마라!!”
몬스터보다 대원들이 수가 더 많아서 그런지 전투는 수월했다.
원형 진형은 특성상 옆 사람과 50센티미터 정도 가까이 붙어서 싸운다. 은서는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스치는 것을 느꼈다. 옆에는 한승만밖에 없다. 은서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거두었다. 거리가 가까우니 움직이다 보면 스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윽.
또다시 손길이 허벅지 뒤쪽을 스쳤다. 이번에는 손등이 아니라 손바닥의 감촉이다.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손이 그 방향으로 움직일 리가 없다. 은서는 모든 트롤이 잡혀 사냥이 끝나자마자 바로 고개를 홱 돌리며 승만의 팔뚝을 잡아들었다.
“아저씨, 일부러 그랬죠?”
승만은 화들짝 놀라고는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했다.
“응? 뭐가?”
“방금 내 다리요.”
“네 다리 예쁘지. 근데 그게 왜?”
은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치미를 떼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때, 이선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상자 몇 명 나왔나?”
그의 말에 훈련생들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대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세 명입니다.”
“우진이랑 우석이가 부상자를 데리고 먼저 귀환해라. 모두 잘해 냈다. 40마리의 트롤을 상대하면서 부상자 세 명이면 준수한 성적이다. 자신감을 갖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다음은 대형 몬스터다.”
“예스.”
그곳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정도 이동했을 때다. 이선호는 훈련생들을 버려진 4층 빌라 옥상에 모아 놓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1킬로미터 안쪽부터는 대형 몬스터 출현 지역이다. 오우거뿐만 아니라 블랙다콘도 가끔 출현한다고 한다.”
“블랙다콘이라니…….”
“그래도 훈련생인데, 너무 빡센 거 아니야?”
“나 블랙다콘 한 번도 못 봤는데…….”
이선호는 웅성거림이 줄어들자 다시 말을 이었다.
“열두 명이 한 조, 총 여덟 개 조로 나누고 기존 전투조 대원이 조장으로 한 명씩 배치된다. 훈련 때처럼 하면 목숨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선호는 검지로 훈련생들을 지목하며 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12명 1조, 여긴 2조…….”
무슨 기준인지 모를 조를 순식간에 나눈 이선호는 한 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마지막 조는 기존 대원이 모자라니 훈련생들끼리 간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가 가리킨 마지막 조는 수언과 한승만, 김강인이 포함된 조였다. 이선호는 한승만이 A랭크인 것을 기억하여 그의 조를 가리킨 것이다.
이선호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훈련생들을 쭉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형 몬스터는 나도 혼자서 버거울 때가 있다. 혼자서 욕심낼 생각하지 말고, 부디 죽지 말고 돌아와라. 그럼 건투를 빈다.”
그의 말이 끝나자 1조의 조장 대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
“1조 전진!”
“전진!”
그들은 올라왔을 때와는 달리, 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옥상 위에서 뛰어내렸다. 몇 명이 주춤거렸지만 이내 같이 뛰었다. 4층이면 C랭크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바로 앞에 2층 건물로 옮겨 탔기 때문이다.
“2조 전진!”
1조의 뒤를 따라 2조도 바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한승만이 조장이 된 8조도 대형 몬스터를 찾아 출현 지역으로 이동했다.
각기 조별로 흩어져 한승만의 조만 남은 상황, 수언은 승만을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은서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특화된 그는 아까 대규모 전투 때의 상황을 대충 알아챘기 때문이다.
앞장서던 승만은 수언과 눈이 마주치자 인상을 팍 쓰며 검지와 중지를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가 수언에게 향했다.
“뭘 봐, 틱 장애 새끼야, 눈깔을 파 버릴라.”
수언은 그 말에 주변 훈련생들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니, 의식해서 그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은연중에 그가 A랭크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강인은 승만을 데리고 앞으로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거리가 떨어지자 승만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참에 손 한번 봐줘. 명색이 A랭크인데 작은 사고 하나 쳤다고 널 자르기야 하겠어? 그것도 훈련 끝물에. 게다가 우리는 기존 대원도 없어. 이건 신이 준 기회지.”
“그럴까?”
“다른 놈들 눈빛 봐. 고딩 따위가 널 만만하게 보니까 딴 놈들도 그렇게 보잖아.”
승만은 반쯤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을 피하는 훈련생들을 보고 다시 그를 보았다.
“그래, 이 한승만 님이 몸담을 곳인데 처음부터 얕잡아 보이면 안 되지.”
강인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번에 보니까 참을성이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 먼저 덤비게 만들자.”
“도발은 내가 또 전문이지.”
둘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수언이 뒤에 가까워졌을 때 꽤 큰 소리로 말했다.
“햐…… 은서 그 앙칼진 것, 어려서 그런지 다리가 탱탱하더라고.”
“뭐야, 만져 봤어?”
승만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물주물하는 행동을 보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완전 부드러웠지…….”
저벅저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커졌다. 살짝 돌아보니 수언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다른 훈련생들은 곧 터질 상황을 상상하면서 수언을 불쌍한 눈으로 보고 있다. 승만은 그들의 시선을 체크하고는 다시 강인을 보는 척했다. 한 대 맞아 주고 시작할 생각이다.
“아저씨.”
수언은 승만의 예상대로 그를 돌려세우고는 주먹을 뻗었다. 승만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그런데.
뻐억!
아래턱이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느끼며 하늘이 빙글 돌았다.
“어……?”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