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97
97
97. 나는, 여은서 아빠다
후웅- 쿠궁!
수언의 주먹에 맞은 승만의 몸은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고는 바닥에 엎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나오고 있었다.
강인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을 쩌억 벌렸다. 승만은 분명히 A랭크 헌터다. 그 판정을 받는 것을 자신이 두 눈으로 직접 봤다. 방심했다고 고딩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욱?”
강인의 벌린 입에 수언의 두 손가락이 들어왔다. 수언은 그대로 그의 머리를 바닥에 메쳤다.
콰앙!
“쿨럭, 끄르르르.”
두 사내가 바닥에 널브러져 거품을 물고 있다. 수언은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승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어 서슴없이 그의 눈에 찔러 넣으려고 했다.
그때, 한 훈련생이 달려와 온몸으로 수언을 막았다.
“안 돼! 살인은 안 돼! 이딴 놈들 때문에 평생 길드도 가입 못 하고 감방에서 살고 싶어?”
“크흐으…….”
수언은 금수처럼 이를 드러내며 말리는 사내를 보다가 승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은서의 다리를 만졌다는 그 손이 보인다. 수언은 바로 검을 추켜올려 그의 손을 잘랐다.
“꺄흡.”
“헉!”
“수언!!”
훈련생들은 화들짝 놀라며 수언과 승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승만의 잘린 팔을 챙기고는 기절해 있는 승만과 강인을 챙겨 복귀하였다.
전술훈련 합숙은 종료되었다.
한승만의 손은 바로 오우거의 피로 치료를 하여 다시 붙였고, 그 이후 다른 여성 길드원들이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신한길드는 그를 바로 경찰에 넘겼으나 힘으로 경찰들을 밀치고는 벽 밖으로 도주했다.
강인은 신한길드에 계속 남아 있었으나 그와 절친이었고 그의 파렴치한 행위를 부추겼다는 이유로 투명인간과도 같은 취급을 받았다. 결국 그도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길드를 나왔다. 항간에는 벽 밖의 한승만을 찾아갔다는 말도 돌았다.
* * *
웅성웅성웅성.
베이징의 밤거리. 네온사인들은 오색찬란한 빛을 내며 거리를 마치 낮처럼 밝히고 있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날, 홍대의 밤처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음식점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딸랑.
문에 달려 있던 종소리가 울린다. 안에는 50개가 넘는 원형 테이블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한 테이블 빼고는 전부 사람이 앉아 있다. 계단으로 이어진 2층은 1층 반 정도의 크기인데 그곳도 꽉 차 있는 듯했다.
나중에 중국에서 식당을 열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울은 딱 하나 남은 테이블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곧 은서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소녀가 앞치마를 두르고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레벨이 올라가면서 암기에는 능한데도 언어 능력은 그리 발달하지 않는다. 제대로 공부하면 가능할 것 같지만 곧 떠날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귀도 닫혀 있다. 두 달 동안 마족을 한 명도 잡지 못했으니 이제 중국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소녀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여울은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검지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디스 원.”
여울의 말에 그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아, 오께이, 오께이.”
소녀는 어색한 발음으로 대답하고는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커다란 쟁반에 담긴 국수가 나왔다. 그 위에는 돼지고기 수육이 열 점 정도 올라와 있었다.
잘되는 집이다 보니 음식 로테이션이 빠르게 돌아가는 듯하다. 여울은 팔뚝만큼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차장!
문이 얼마나 세게 열렸는지 종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은 면을 물고 있는 채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크흐, 크흐, 크흐…….”
2미터가 넘는 문의 높이와 너비를 꽉 채우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보인다. 상의가 지저분하게 찢어져 맨살을 훤히 드러낸 그는 흥분을 했는지 짐승처럼 숨을 크게 몰아쉬는데 그 소리가 시끌시끌한 식당 전체를 뒤덮었다.
그의 눈이 정확히 여울을 향하고 있다. 그의 홍채가 흰자를 뒤덮더니 이내 푸른 불꽃이 일렁인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막 마족이 된 놈인가?’
강한 놈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늦게까지 버티다 마족에게 먹힌 만큼 레벨도 더 높고 정신력도 강했던 놈인 것이다.
호첸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 중에 가장 강할 것이다.
“쿠하아아악!!”
그가 포효하며 양손을 넓게 펼치자 두 개의 검은 도끼가 생겨났다. 그는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다는 무자비한 놈이다.
여울과 그놈 중간에서 음식을 먹던 사람들은 모두 터져 나가거나 놈의 몸에 부딪쳐 날아갔다. 가운데에 주문을 받는 소녀가 살기에 얼었는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곧 그녀는 도끼에 몸통이 잘려 나갈 것이다.
훅!
두 개의 젓가락이 여울의 손을 벗어났다. 한 개는 놈의 도끼를 쳐 내며 박살이 나고 나머지 한 개는 놈의 손목에 박혔다. 동시에 여울이 소녀를 뒤로 당기며 놈에게 몸을 날렸다.
콰직!
여울의 무릎이 놈의 얼굴에 박혔다. 뒤로 넘어가면서도 양손에 도끼를 교차시키려 하자 여울은 놈의 배를 밟고 살짝 뛰어올랐다. 여울의 품에서 식당의 천장을 뚫을 듯한 대검이 튀어나왔다.
퍼억!!
“크학!”
50센티미터 폭의 거대한 대검이 놈의 배를 관통했다. 놈은 도끼를 놓고 대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여울은 놈을 내려다보며 배 위에 발을 올려놓고 말했다.
“소용없어, 죽어라.”
촤아악!
여울의 대검은 놈의 배에서 심장을 가르고 왼쪽 어깨로 빠져나왔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은 그의 눈동자에서 푸른 불꽃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여울이 나간 식당, 그곳은 입구에서부터 중앙까지 육편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붉은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마족을 잡으면서 일반인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것은 처음이다. 역시 마족들은 다른 자들의 목숨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방금 이 마족이 수언 앞에 나타났다면? 수언은 이렇다 할 공격도 못 하고 당했을 것이다. 서한 역시 마찬가지. 진후는? 진후…… 이론상으로는 그도 절대 마족을 상대할 수 없다. 그런데 마지막에 봤을 때 느껴졌던 그 이상한 기운이 마음에 걸린다. 그라면, 상대할 수 있을까?
여울은 옷을 걷어 어깨를 보았다.
치이이익.
197이라고 적힌 숫자가 196으로 바뀌고 있다. 자신이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지만 이런 마족들이 돌아다니는 한국도 위험하다. 중국은 이쯤에서 접고, 일단 한국을 먼저 정리한 후 일본으로 넘어간다.
* * *
즈즈즈, 즈즈즈.
한국 북쪽 개성 인근. 열댓 명의 사내들이 피가 흐르고 있는 시체들을 질질 끌고 가고 있다. 몇 명의 여인들은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온다.
그 인근 부서진 콘크리트 위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민머리 사내, 한승만은 연기를 한 번 내뿜고는 입을 열었다.
“빨리빨리 치워, 피 잘 안 보이게 대충 문지르고. 어이, 거기 너, 잠깐.”
한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던 사내가 멈추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가리켰다.
“저 말입니까?”
한승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휘적거렸다.
“그래 너, 그 여자 끌고 와.”
“옙, 보스.”
승만은 여인이 가까워지자 바로 팔뚝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쥐며 말했다.
“꺄윽!”
“이햐, 꽉 찼네, 꽉 찼어. 우리나라에 이런 애 드문데, 너도 만져 볼려?”
승만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그곳에는 김강인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됐어. 아오, 어린애는 안 걸리나.”
“왜, 너 그년 생각하냐?”
강인은 승만과 눈을 맞추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여은서. 어차피 나올 거 그년 확 따고 나왔어야 했는데.”
승만은 무릎에 앉힌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 우락부락한 손을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은서 그년 보고 난 뒤에 나도 어린애들이 땡기드라. 이참에…… 한번 가 볼까?”
“안으로?”
“그래, 훈련도 끝났으니까 지네 집에 있겠지. 수언 그 새끼가 맨날 붙어 있겠어?”
“여자 하나 때문에 너무 위험 감수…….”
강인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를 해야지. 이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이런 일 아니면 언제 위험 감수하겠어? 이참에 아예 납치를 해 오자고.”
“애들도 있겠다, 지금 바로 가자.”
“오케이…….”
강인은 뒷말을 끌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승만도 그곳을 보았다.
“어, 사냥감 또 오네?”
“그러게, 오늘 수확 좋네. 그런데 혼잔가?”
그들이 보고 있는 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벽 밖인데도 양손에는 검 하나 빼 들고 있지 않았다.
승만은 담배를 하나 더 꺼내어 물며 외쳤다.
“얘들아~ 수확 준비해라~.”
“예! 보스!”
그의 말에 시체를 옮기고 여인들을 끌고 가던 사내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반은 앞에, 반은 사냥감의 뒤로 이동했다.
승만은 턱을 추켜들고 자신의 부하들 사이로 보이는 사냥감을 바라보았다.
터벅터벅.
그 남자는 사내 여섯 명이 길을 막아섰는데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이 길로 걸어왔다. 그런데 그 속도가 이상하다.
승만은 추켜들었던 턱을 내리고 눈을 한 번 비비고는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냐, 내 눈이 이상한가?”
“너…… 너도 그러냐?”
분명 킬로미터 거리에서 걸어오는데 한 걸음에 수십 미터씩 줄어드는 듯하다. 달리는 폼도 아니고 허리도 꼿꼿이 세워져 있다.
“뭐지, 이상한데…….”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올수록 승만의 감각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다. 솜털이 곤두서고 근육이 수축된다.
승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와의 거리는 이제 100미터 남짓, 부하들로 먼저 실력을 가늠해 보고 강하다면 기습을 가한다.
성큼.
이 정도 가까이 오니 눈이 잘못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걸어오는 발짓인데 한 번에 30미터씩 줄어들고 있다. 승만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려는 순간, 그가 상체를 숙였다.
‘무슨…….’
그의 몸이 급격히 커지더니 이내 승만의 시야에 완전히 꽉 찼다.
우드드득.
“케헬르륵…….”
허리춤에 있는 검은 강력 접착제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뽑혀 나오지 않는다. 어느새 그가 다가와 한 손으로 손잡이를 막은 것이다. 나머지 한 손은 승만의 턱을 부술 듯이 잡고 있었다.
으득, 으드득.
그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가자 아래턱 뼈가 으스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승만은 눈깔이 뒤집히고 두 손은 힘이 풀려 바닥을 향해 축 처졌다.
강인은 부하들이 있는 곳을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뒤늦게 옆의 남자를 발견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때, 승만의 검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이 휘둘러졌다.
퍼석!
그의 손등에 얼굴을 맞은 강인은 저 멀리 날아가 콘크리트 더미에 처박혔다. 남자는 승만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입을 열었다.
“은서 얘기, 다시 해 봐.”
승만은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들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래턱은 이미 반쯤 부서지고 입은 쩍 벌어져 있는 그의 발음은 엉망이었다.
“다, 당시니 대테 느구시길래 이러신니까…….”
남자는 건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여은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