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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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의 경영철학 (1) – 베트남 >
한달 뒤.
태석은 회장님으로부터 2주 뒤 국토교통부장관과 회견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장님의 손발이 되어줄 전략기획실 실무진들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무원들.
엘성측과 국토부 주무관들과 이미 실무적인 이야기는 다 끝낸 상태.
엘성그룹이 언론에 베트남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기 전 국가기관장인 국토부 장관과 먼저 대화를 나누며, VIP의 의도에 부합되는 사항이 있는지 최종 체크하는 단계만이 남은 것이다.
한남동의 자택.
회장님이 근심어린 얼굴로 손주에게 말했다.
“태석아.”
“네. 할아버지.”
“2주 뒤가 네 데뷔 날이다. 나랏일 하는 분들한테는 절대 밉보이면 안 돼.”
“네.”
“네가 발표하는 걸로 말해둘 테니까, 전략기획본부장하고 현재 귀국한 베트남해외지사장인 강창훈 이사랑 대화 좀 해봐. 모르는 것 있으면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서 다 물어보고. 실전에서 네가 막히는 일은 없어야 될 게야.”
“네. 알겠습니다.”
우리 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대한민국 주변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3대 강국이 자리 잡고 있고,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대북 리스크까지 동시에 안고 있다.
동북아공정을 진행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는 해가 감에 따라 너무나 극심하게 갈렸다.
해외투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 50년 무상 대여 등의 달콤한 조건을 제시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사드 배치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한국 기업을 수년간 배척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토 그룹과 달리 엘성 그룹은 중국에서 철수했다는 사실이었다.
로토 그룹.
본래 재일동포가 설립한 그룹.
회사 대표가 일본 그룹인지 한국 그룹인지 헷갈리는 기업.
해외기업이라며, 해외투자기업에 관한 특례 등을 활용하여, 세금 감면, 각종 규제 철회 등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룬 그룹.
대기업이라면 보통 국가의 기간 산업인 국방, 에너지, 제약, 의료 등 한 가지씩은 투자하기 마련인데, 유통, 식품, 서비스 직종 등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서민업종에만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돈을 쓸어모으는 악덕 기업.
그런 기업이 한국에서 매출의 성장이 멈추자, 고국인 일본 대신 더 큰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대형마트인 로토 마트를 100여 개까지 늘리는 공격적인 투자, 그러나 사드 위기가 오자 그게 모두 손해.
손해금액만 무려 2조원.
여기까진 좋았다.
철수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냥 철수한 게 아니라는 게 문제.
자신의 조상이 중국인이라며,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태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일본에서는 일본인.
한국에서는 한국인.
중국에서는 우리 조상님이 중국인이라며 감성팔이를 해대는데, 그 장단에 놀아날 중국인이 아니었다.
과연 중국인만 그럴까?
일본인들과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인 건 자명할 터.
그 사건 이후 로토 그룹은 국내는 물론 한, 중, 일 모두에서 브랜드 가치를 잃고 서서히 추락중이다.
반면, 엘성그룹은 달랐다.
2013년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긴 이후, 베트남 내 엘성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현재까지 줄곧 1위.
단가 후려치기가 빈번한 다른 그룹에 비해, 베트남 평균 임금인 월 200$의 2배인 400$를 월급으로 책정해서 베트남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2018년 1월.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임명되어 베트남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이뤄낸 박향서 축구감독의 활약에 더불어, 엘성 = 대한민국, 대한민국 = 엘성이라는 공식이 베트남 사이에 퍼지게 되었다.
베트남은 그야말로 엘성 시대.
이제는 베트남 민족에게 있어 한국인들은 은인이며, 영웅이다.
태석은 베트남 해외지부장과의 대화 전, 스스로 공부하여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다.
그럼에도 궁금한 사항은 앞에 있는 강창훈 이사에게 물어 재차 확인했다.
“베트남 전쟁 관련해서 리스크가 생기진 않을까요? 우리 민족이 전쟁간 저질렀던 많은 범죄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러자 강 이사는 회장님의 친 손주인 김태석 실장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분명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파병 요청으로 우리 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죽기도 하고, 일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였죠. 그에 대해 저희 국가는 여러 번 공식적인 루트를 이용하여 사과를 해왔고, 현재도 해오고 있으나, 베트남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받아들이지 않다니요?”
“현재의 베트남은 전쟁 승전국입니다. 그러한 사과는 승전국으로서 국민의 감정에 불쾌함을 초래할 수 있죠. 그래서 현 정부도 이 사항을 통감한 채, 자제하는 중입니다.
한 때, 저희 대통령의 사과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베트남 정부도 저희 엘성 그룹이 베트남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서인지 관영 채널인 언론들을 통제하며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 저희가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아주 잘 분석하셨습니다. 현재 저희 엘성그룹은 현지에서 약 30만 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요. 실제로 베트남 경제는 2013년 이후 엄청난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국내총생산이 2013년 기준으로 1712억 달러에서 현재는 2315억 달러로 6년 만에 무려 35%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연평균 5.8%라는 엄청난 수치지요. 미전실장님, 정말 많이 공부하셨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강창훈 이사의 입 바른 말에 태석의 얼굴에 환한 표정이 걸렸다.
이제는 정말 경영수업을 받는 것 같았다.
해외지사장과 만나 견문을 넓히고, 자신이 생각했던 보고서대로 회사가 움직이고, 기관장이 움직여준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는 자리가 코 앞.
모든 게 쉽게쉽게 이루어지니 기분이 찢어질 지경이다.
사무실에 돌아온 태석의 얼굴을 본 유라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침울한 표정.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태석이 물었다.
“유라씨, 표정이 왜 그래요?”
그러자 유라는 평소 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민성이 갑자기 짜증을 내며 최유라를 나무란다.
“최 대리! 뭐 하는 거예요?”
“부장님, 실장님께는 사실대로 말씀드려야죠.”
“지금 잘 추진되고 있는 일에 재 뿌릴 거예요?”
태석이 김민성 선배와 최유라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
김태석이 일단 김민성부터 따로 자신의 직무실로 불러 말했다.
“선배님, 뭐 드실래요? 녹차? 커피?”
그러자 김민성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미안하다. 네 앞에서 소리 질러서.”
“아닙니다. 무슨 이유가 있으시겠죠. 그건 저희 조직을 위해서겠고요.”
“그래. 맞아. 너한테 말 안하기로 했는데 유라씨가 고집이 참 세네. 다시 한 번 네 앞에서 화내서 미안하다. 부하직원들도 있었는데… 다시는 안 그럴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선배보다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요. 저하고 의견 다툼이 있으신 것도 아니셨고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었어요?”
“신경 쓸 필요 없어.”
“말씀해주세요. 듣고 판단해볼게요.”
태성의 말에 김민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베트남 공장에서 암 환자 사건이 터졌어.”
“네?”
“베트남에 있는 엘성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업체에 하청을 줬거든. 그런데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중 몇 명이 혈액암과 뇌종양에 걸린 모양이야.”
“그게 언제인데요?”
“2013년 초반, 우리 엘성 그룹이 막 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그런데요?”
“그게 6년 지난 지금 와서 터진 거지. 누적 사망자 16명, 다 죽고 이제 생존자는 딱 1명 남았나 봐.”
“그렇게 큰 일이 났었는데 왜 아직까지 몰랐어요?”
“모르긴? 알면서도 우리 쪽에서도 쉬쉬하고, 그쪽 정부도 쉬쉬했으니까 넘어간 거지.”
태석의 얼굴에 근심어린 표정이 걸렸다.
‘우리 쪽에서 쉬쉬했다고?’
자신이 모르는 엘성 그룹의 어두운 면.
이제까지는 바닥을 전전하며 좋은 면만 보았기에 몰랐다.
아니, 알아도 외면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올랐으니까.
재벌이란 그런 자리니까.
태석이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은요? 왜 사건이 터지게 된 건데요?”
태석의 물음에 김민성 대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만 반도체 회사 TSMC 알지?”
“알죠.”
“그쪽에서 작년에 크게 불난 적이 있잖아. 그때 우리 엘성 쪽에서 D램 생산량을 대폭 늘려서 그쪽 파이를 거의 다 가져갔었거든. 그러니까 그쪽에서 국제 환경 단체와 연결해서 우리 베트남 공장에 대해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나봐.”
“그래서 그걸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게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 말씀이시네요?”
“그래. 맞아.”
태석이 자신의 부하직원이자 선배인 김민성을 불렀다.
“선배님, 그래도 이건 저한테 숨길 일은 아니었어요.”
“지금 잘 추진되고 있는 일에 잿밥 뿌리는 것 같아서.”
“아니에요. 선배님, 사실대로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나도 고맙고 언성 높여서 미안하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진 마. 아무것도 아니야.”
“……”
* * *
태석은 사무실에서 나와 베트남 해외지부장을 다시 만났다.
“암 환자 관련 사고 알고 계셨습니까?”
그의 말에 강창훈이 고개를 숙이며 인정했다.
“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책임은 아닙니다. 하청업체에서 잘못 한 거지요. 그쪽 현지 업체 책임이고요.”
태석은 아버지의 돌아가셨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랬었다.
그때도 대기업에서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하청업체에게 모든 것을 떠 넘겼었다.
그런데 지금의 엘성도 그와 다를 게 없었다.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 행위.
그런데 그런 그들처럼 죄책감 없이 아무렇지 않다고 잡아떼는 지부장의 태도에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다 한통속이야. 이런 행동들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개처럼 죽는 거라고!’
태석이 회장실로 향했다.
안에는 새로 부임한 전략기획본부장이 베트남 최종 사업 계획을 검토 맡고 있는 중이었다.
회장이 태석에게 말했다.
“그래. 미전실장, 지금 급한 일인가?”
“네. 회장님, 급히 보고 드려야 될 일이 있습니다.”
태석의 말에 전략기획본부장이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안 그래도 미전실장님께 보완한 문서 보여드리려고 했었습니다. 이 문서 한번 보시지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계획이고, 이 사업 계획, 정부와 같이 추진만 된다면, 발전소 수주는 물론, 도시계발계획까지 초기자본은 많이 들어가겠지만, 향후 30여 년간 발전수익 등으로 2배 이상의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보입니다.”
하지만 태석은 전략기획본부장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회장님만 보였다.
“회장님. 저 일단 베트남에 가서 현장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
“저희 베트남 반도체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근로자가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라고 합니다. 현지 방문해서 상황보고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있으면 조치할까 합니다.”
태석의 말에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으로 실망한 표정.
“미전실장.”
“네. 회장님.”
“작은 것에 연연하면 안 돼. 사람은 크게 봐야 돼. 네가 직접 갈 필요 없어. 그리고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회장의 말에 전략기획본부장도 말을 보탠다.
“맞습니다. 미전실장님, 이런 것들은 현지 브로커 통해서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문 들으셨나본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석의 경영철학 (1) – 베트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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