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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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부회장 김진태는 갈수록 자신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장님 옆에 쏙 붙어서 종로의 유명한 한정식 집으로 향하는 김태석.
“태석아.”
“네. 할아버지.”
“궁중 음식 좋아하니?”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요.”
“그래? 아, 그랬구나. 강성재라고 요리 우승한 친구가 있는데, 음식을 아주 잘 해. 거기 한번 들리자꾸나.”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자신에겐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하는 회장님이 저 망나니 같은 녀석에겐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당연한 듯 허락하고 있다.
부회장은 가슴이 먹먹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것 같았다.
이제까지 자기가 쌓아올린 금자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새끼는 왜 저렇게 승승장구 하는 거야?’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한 김태석.
보통은 이렇게 성장하다가도 자신감에 못 이겨,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녀석은 달랐다.
그것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하는 것마다 모든 게 잘 풀리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서 사내 여론 정리를 위해 자신의 라인들을 움직였다.
김태석 실장의 행동이 어리석었다고.
운이 좋아서 잘 풀린 거지.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고.
그렇게 소문내라고.
엘성은 사내 노조가 없다.
그건 처음부터 설립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노조의 힘이 강해지면 성장력이 둔화된다.
용쌍자동차가 그렇게 해서 무너졌고, 대현 그룹도 그 건으로 인해 자동차 쪽에서 성장 동력을 잃어, 골치가 아픈 상황.
물론 사내 노조가 활성화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거기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들이 모여 그룹의 발전 동력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는 양날의 검.
노조가 없는 엘성에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그건 사고 처리 과정.
군말 없이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
사고가 터져도, 일단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으면, 언론을 지켜본 후, 눈치를 봐서 사건의 책임을 아래로 전가한다.
그래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가고, 넘어가지 않으면 그때 적절한 보상 등을 제시하거나, 광고를 주지 않겠다는 적절한 협박 같은 경고를 섞으면 입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의 엘성은 달랐다.
그래서 해외 언론은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그건 김태석이 한 행동 때문.
엘성의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법.
엘성이 변했다며, 국격을 올렸다며, 대한민국 내에서까지 대서특필되는 상황.
그래서 부회장이 사내에 안 좋은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김태석 실장의 행동은 애들같은 행동이었다고.
결과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냐고.
결과만 보면 충분히 칭찬할 일이었지만, 그 피해자가 죽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엘성이 다 뒤집어 쓰는 거 아니었냐고.
1주 후.
이런 사내 소식이 들려오자, 김창모 회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송창식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이게 다 부회장 라인이라고?”
“네. 총 48개 계열사 중 엘성자동차 사장을 비롯한 총 5개 계열사 사장이 부회장 라인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후-후, 재미있네. 오형택 사장도 그쪽 라인이야? 이 친구는 완전 내 라인 아니었어? 그 친구가 부회장 쪽 라인을 탈 이유가 없을 텐데?”
그제야 송 비서가 웃는다.
“그 친구는 아닙니다. 제가 지시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저번에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부회장 라인 조사해보라고, 그래서 오형택 사장한테 미리 말해뒀습니다.”
“그래? 어떻게 알고?”
“부회장보다 유일하게 나이 어린 사장이지 않습니까? 부회장 입장에서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고, 그래서 혹시 몰라 미리 언질해두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걸린 모양입니다.”
“그래서 부회장 라인을 전부 파악했다? 알게 되었다?”
“네. 맞습니다.”
김창모 회장이 오형택 사장을 통해서 알게 된 실질적 부회장 라인 4명을 확인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자기 손바닥 안.
이제는 정보요원도 생겼으니, 가만히 기다리면 알아서 그들의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커피를 마시던 김창모 회장이 결심한 듯 송 비서에게 말했다.
“부회장은 별 일 아니니까 지켜만 보고 놔둬. 걔네가 해봐야 뭘 하겠어? 그나저나 VIP께서는 언제 오시기로 하셨지?”
“오후 2시입니다. 이번 일자리 창출 관련해서 엘성 신입사원 연수원 둘러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겸사겸사 국빈초청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공식행사 맞지?”
“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김창모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손주 녀석,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충분히 잘 할 것이다.
태석이는 시키지 않아도, 가르치지 않아도 홀로 잘 했으니까.
그런데 주변 세력이 문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지만, 이제 부회장과의 싸움도 지쳤을 터.
회장이 송 비서에게 말했다.
“송 비서.”
“네.”
“그 4명 포함해서 사장단들 전부 신입사원 연수원으로 모이라고 해. VIP 행사니까, 다들 참석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 * *
태석은 오랜만에 속초에 있는 신입사원으로 향했다.
1년에 2번, 연례행사가 이루어지는 이 곳.
보통은 이 곳에서 직무가 결정되고, 각 직무별로 계열사 연수원에서 또 다시 OJT를 받게 되는데, 오늘은 그 직무교육이 아니라 임원으로서 참가하게 된 것.
더구나 이동수단은 무려 헬기.
“헬기는 처음 타 보지?”
“네. 할아버지.”
“떨 것 없다. 안전해. 그건 이 할애비가 보장하마.”
헬리콥터를 타니, 서울에서 속초까지 겨우 30 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짧은 이동시간.
더구나 하늘에선 교통도 막힘이 없다.
연수원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예전에는 깍듯이 인사해야 했던 연수원장도 이제는 태석에게 90도로 숙여 인사를 건넨다.
“VIP께서는 언제쯤 도착하시나?”
“25분 뒤에 도착하신다고 하십니다.”
“그래. 신입 사원들은?”
“강당에 모여 있습니다.”
30분 뒤.
대통령이 신입사원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한다.
대통령은 바쁘다.
연례행사, 중소기업도 가고, 대기업도 가고, 방송통신대학, 서운대 종업식도 가고, 육사, 공사, 해사, ROTC, 3사관학교 합동 임관식도 가고.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신입사원들이 뽕을 맞은 듯, 대통령의 방문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오늘의 주인공이기에 회장은 평소와 달리 나서지 않았다.
대신 만찬을 준비했다.
지금이 바로 그 장소.
50여명은 들어갈 수 있는 연회.
출장음식처럼 해 놓았지만, 사실 호텔에서 직공수한 최고급 요리들.
대통령과 그를 수행하는 장관들 앞에서 김창모 회장이 한 명, 한 명 소개한다.
“대통령님, 이번에 신입사원 1등한 친구입니다. 윤정식이라고, 서운대에서도 수석으로 입학했었답니다.”
“그래요? 아…”
“이 친구는 신입사원 연수 2등했습니다. 이름은 강희연이고요. 중국 베이징대 나온 친구입니다.”
“음… 해외에서 교육받은 우수인재군요.”
“네. 신입사원 설명은 끝났고요. 이 사람은 자주 봐서 아실 겁니다. 엘성자동차 오형택 사장입니다. 저희 계열사 중 최연소 사장입니다.”
회장의 말에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오형택 사장에게 악수를 건넨다.
“반가워요.”
“네. 영광입니다. 대통령님.”
김창모 회장은 나이가 있음에도 대통령을 깍듯이 모셨다.
“여기는 저희 그룹 부회장, 김진태, 제 아들 놈입니다. 부회장으로서 못난 점도 많지만, 최근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이 껄끄러운 얼굴로 김진태를 바라보았다. 익히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다.
사고 좀 친 녀석.
더구나 양아들이라는 게 밝혀져서 처음에는 김회장이 내칠 줄만 알았는데.
대통령이 손을 내밀며 부회장에게 악수를 건넨다.
“아, 부회장, 잘 부탁해요.”
회장님에 의해 마련된 자리.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김진태 또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김진태는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의 양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따뜻한 시선.
‘뭐지? 노선을 나로 변경하셨나? 이런 적이 없으신데?’
김진태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대통령 앞에서 자신을 소개해주는 회장님의 의도.
과연 무엇일까?
하긴 생각해보니 6월 달에 오겠다던 전문경영인 데니스 윤도 소리소문 없이 취소가 되었다.
그 때문일까? 친 손주로 밝혀진 김태석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소문이 돌았다.
곧바로 자신이 내쳐질 거란 소문까지 퍼졌다.
다행히 자신의 친 아들이 자신의 사정을 알고 대신 나서주었다.
녀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회장님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나서고 또 나섰다.
물론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그리고 충격의 패배.
바이럴 마케팅 따위가 통할지는 상상도 못했던 김진태.
더 버텨주면 좋았으련만.
아들은 결국 포기하고 다시 해외로 도피하고 말았다.
착잡했다.
안 그래도 자신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조용히 버텼다. 숨어살았다.
그런데 회장님이 날 대통령께 소개해?
그것도 사장단 앞에서? 공식석상에서?
기뻤다.
너무 좋았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끝낸 대통령께 말했다.
“김진태 부회장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래요. 김진태 부회장, 그 이름 기억할게요.”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차반처럼 보던 사장들의 달라진 눈빛이 보인다.
그래. 이것을 원했던 건데.
부회장 자리에 처음 올랐을 때, 이런 느낌이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조용히 숨어 지내며, 자리만 채우다 퇴근하는 그 느낌에서 오늘 처음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내가 원한 자리.
내가 있고자 하는 자리.
자신의 바로 옆을 지나는 아버지의 자리.
회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
대통령이 가는 길 가장 마지막에 가장 어린 놈이 보인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그 꼴보기 싫은 녀석이 보인다.
‘그래. 인마!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부회장이야!’
김진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임원 중 가장 막내.
일개 계열사 사장보다도 직급이 낮은 상무.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서 대통령과 악수를 기다리고 있는 녀석을 보며 김진태가 비웃어주었다.
이번에 수석, 차석 신입사원과의 악수부터 시작해서, 부회장, 계열사 사장, 임원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하던 대통령이 마지막 인원과 눈을 마주쳤다.
김태석 미전실장 또한 대통령과 눈을 마주쳤다.
김창모 회장은 아까와는 달리 큰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님, 이 친구가…”
“그래요. 들어서 알죠. 김태석. 이 친구가 베트남에서 큰 일을 했다죠?”
“네. 맞습니다.”
대통령이 김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인생 이야기는 전해 들었네. 기구한 사연이 있었다더군. 고생 많이 했다고.”
“아닙니다. 대통령님.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그런 용기가 나진 않았겠지. 그러니까 자네한테 기적도 일어난 거고. 자네 덕분에 베트남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네. 젊은 친구가 잘했네.”
“감사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태석은 감개무량했다.
자신이 뭐라고, 뭐 한 게 있다고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걸까?
그런데 갑자기 김창모 회장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네. 김 회장, 말씀하시죠.”
“저희 손주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좋게 볼 수 밖에 없지요. 김태석 군의 행동 때문에 국격이 올라갔는데, 당연히 좋게 봐야지요.”
대통령의 말에 김창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대한 말을 꺼냈다.
“아마 차기 회장은 저희 손주가 될 것 같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앞.
공신력 있는 회장의 말.
그 내용을 들은 사장들의 시선이 갑자기 김태석 미전실장에게 쏠린다.
사실 둘 중 하나였다.
김진태 부회장이냐? 아니면 김태석 미전 실장이냐.
그런데 김태석 미전실장은 경험이 너무 없고, 나이가 어리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김진태 부회장 쪽이 차기 회장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분분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김창모 회장의 의견은 밝혀졌다.
설마설마 했던 차기 회장 자리.
이제는 김태석의 자리임이 더욱 공고해졌다.
대통령이 방긋 웃으며 회장의 말에 대답했다.
“김 회장.”
“네. 대통령님.”
“오래 살아야겠어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대통령님도 만수무강 하십시오.”
차기 회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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