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5)
=======================================
김태석 이제 완전 속물이네. >
베트남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있던 태석은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할아버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그래. 말해보렴.”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이제 할아버지를 알게 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충분히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처음에는 회사 경영에 대해 그리 큰 욕심이 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잘하고, 주변 사람들만 잘되면 된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엘성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선도 기업이었다.
엘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아니, 망하진 않겠지. 다만 성장동력은 잃을 것이다.
비교해보면 어떤 사례가 있을까?
핸드폰의 절대적인 강호 Nokia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핀란드에서 엘성과 같은 위치였던 그 그룹은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핸드폰의 산업동향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지금은 Nokia라는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으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그에 맞게 대응하려면 좀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
생각을 정리한 태석이 말했다.
“회사가 걱정 돼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과연 10년 뒤에도 지금의 엘성그룹의 위치를 수성할 수 있을까? 기존 사업구조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후후, 태석이. 우리 손주.”
“네.”
“그건 할애비가 다 알아서 할 거야. 이미 수십년간 시장을 선도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1등이 되었지.”
“할아버지…”
“오늘 일은 충분히 칭찬할만한 일이었지만, 자만해서도 안 돼. 그렇다고 너무 자신을 위기의식에 몰아붙이는 거도 좋지 못하고. 언제나 그 균형이 중요하단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김태석은 회장님의 의도를 알아채며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 이른 감이 있었으니까.
시간은 많으니까.
“할아버지, 저 제 방으로 돌아가 있을게요.”
“그래. 근데 태석아.”
“네.”
“이제 곧 결혼 해야지.”
“네?”
* * *
기승전 결혼.
과거 재벌들은 결혼을 빨리 했었다고 한다.
안정적인 가정이 있을 때, 기업 경영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할아버지 또한 그러한 생각이신 것 같고.
하지만 태석은 아직 26살이었다.
물론 과거 기점으로 보면 빠른 건 아니지만, 현재로 보면 너무너무 빠르다.
대한민국에 돌아온 태석.
회사 출근하는데 분위기가 다르다.
여기저기 수군수군거리는 사람들.
이제는 태석도 알았다.
다 자기를 바라보며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태석은 지금 회사는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이슈가 되었으니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출생의 비밀.
물론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이 살아왔던 환경에 관한 이야기.
둘째, 태석이형과의 경영권 분쟁.
분명 선의의 경쟁이었는데, 어느 새 분쟁이란 표현으로 불리고 있었다. 더구나 태석이형이 이름까지 바꿔버렸으니, 더욱 더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꼭 나쁜 소문만 도는 건 아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
보통 재벌가 자제들은 태어날 때부터 풍족하게 살아왔기에 경영 능력이 많이 의심스러운데, 현재의 태석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가는 곳마다 긍정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니, 밖에서는 워너비 대상.
사내 직원에게는? 일만 만들어내는 골칫거리(?)
태석은 그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 후-우.
여기까지 오면 일단 안심이다.
여기 사람들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이니까.
내 사람이니까.
“실장님, 다녀 오셨습니까? 대박 치셨던데요.”
선배였던 김민성 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방송 보니까 연습 엄청 하셨던 것 같아요.”
“응?”
최유라 대리의 말에 태석이 다시 되물었다.
“베트남어는 언제 배우신 거에요? 댓글 반응 장난 아니에요. 언제 그렇게 공부하셨어요? 그게 원어민 발음이라면서요.”
“원어민 발음?”
태석은 모르는 척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최유라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실장님은 회사 오시기 전에 어떤 일 하셨어요? 여행 가이드 이런 것 하신 거 아니에요?”
“그런 직업 했으면 좋겠네요. 힘들긴 하겠지만 낭만이 있잖아요?”
마지막 오석현.
“지금 커피 사러 갈 건데, 실장님은 어떤 것 드세요?”
태석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좀 부탁할게요.”
“네.”
“아! 석현씨.”
“네. 실장님.”
“스케치-업, 아주 잘했어요. 그 스마트 시티 관련해서 베트남 분들한테 설명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시각적으로 표현되다보니까, 언어가 안 통해도 이해시키는 데 좋더라구요. 그거 업체에 얼마 주셨죠?”
“1억입니다.”
“음, 알겠어요. 그 업체 대표하고 조만간 미팅 계획 잡아보죠. 얼굴 한 번 뵙는 게 좋겠어요. 아~ 물론 석현씨도 고생 많았어요.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 쪽 책임져 주느라 제가 할 일이 많이 줄었네요.”
“아닙니다. 실장님, 실질적으로 전 외주만 주는 걸요.”
“그게 다 실력이 있어야 주는 겁니다.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
그날 오후, 태석은 홀로 자신의 사무실에 틀어박혀 자신이 미래에서 보았던 아마존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모든 시장에 진출하는 아마존.
이제 대한민국도 그 공략 대상.
처음은 도서시장부터였다.
킨들을 사고, 월 10달러를 지불하면 세상에 있는 모든 도서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
태석은 컴퓨터를 통해 아마존의 본격적인 국내진출 시기를 알게 되었다.
2019년 8월. 바로 다음달.
그들은 똑똑했다.
장르시장쪽부터 공략했던 것.
『2018년 인기 웹소설 원작 웹툰 및 영화화 확정 (취사병, 전설이 되다, 만능사원 전설이 되다.) 이제 아마존 킨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도서 시장은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엘성이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이라고 해도, 관련 시장에 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신사업에 도전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
아마존의 다음 목표는 전자상거래 유통이었다.
지금 국내는 K마켓, 17번가, G몬, 위제프 등이 꽉 잡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곧 아마존한테 시장지배적 지위를 넘기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아마존은 전통적인 강자였다.
미국 현지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24시간 이내에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가 나왔으니까.
일본도 유통시장의 70%를 아마존에게 넘겨줄 지경이었으니까.
물론 한국에서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은 분단국가.
서울같은 대도심에서는 드론을 날릴 수 없다. 그래서 아마존의 물류배송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한국은 총알배송이 구축되어 있다.
하루 안에 전국 모든 곳으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한국을 다른 방법으로 공략했다.
고전적이지만, 시장 편리적이고 고객 우선주의였던 전략.
태석은 그 방법을 알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러 가야 될 시간이다.
태석이 직원을 불렀다.
“유라씨.”
“네. 실장님.”
“제가 말했던 보고서 다 작성 했나요?”
“네. 거의 다 완성 했습니다.”
“미국 쪽 자료는요?”
“일단 준비는 했는데, 내일까지 보완해서 최종본 보여드려도 될까요?”
“네. 알겠어요. 내일 확인하죠.”
“네.”
하루가 늦어졌다.
태석의 생각대로라면 원래 오늘 유라가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물류회사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으니 조바심이 난다.
그런 얼굴을 보고 김민성이 태석을 따로 불렀다.
“실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김민성이 따로 부른 곳은 옥상 정원.
그는 영업쪽에서 자주 일해서 그런지 사람 표정을 잘 읽었다.
그곳에서 선배가 태석을 향한 날카로운 훈계가 시작 된다.
“실장님.”
“둘이 있을 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아뇨. 공적인 대화라서 존댓말로 하겠습니다. 김태석 실장님 표정, 최근 좀 달라진 거 알아요?”
태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상당히 조급해보여요. 매일매일 주변사람 안 둘러보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도 챙기고, 예의도 갖추고 했는데, 이제는 좀 달라보이는 것 같습니다.”
태석이 고개를 숙였다.
“선배 눈에는 제가 그렇게 보였다는 거죠?”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렇게 달리지 않으면 미래의 엘성은 무너질 수도 있다.
“최 대리 어제까지 밤 샜어요. 실장님 도와주려고, 실장님이 맡기신 일 하려고 밤 새면서 자료 조사하고 있더라구요. 솔직히 쉬운 일도 아니잖아요.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대해 조사하라는 건 일개 직원이 할 일은 아니잖아요.”
“……”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방향 잘 잡고 가셨는데,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하는 일마다 다 잘 되는 일은 없습니다. 조금은 주변 의견도 들어보고 함께 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 붉히면 안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태석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태석의 행동이 정말 이상해보일 수 있었다.
갑자기 베트남을 간 것도 그들 입장에서는 이해 안 될 행동이었고, 지금의 물류사업 분석하겠다는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태석은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자신의 사람들과 좀 더 괴리감만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맴돌았다.
그때 김민성이 말했다.
“실장님, 버릇 없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김민성의 말에 태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선배님.”
* * *
다음 날.
최유라를 보며 태석이 말을 건넸다.
“유라씨.”
“네. 실장님.”
“최근 며칠간 매일 밤 샜다면서요?”
“아닙니다.”
“우리 주 52시간 근무잖아요. 시간 내로 안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 좋았을 텐데.”
“아닙니다. 실장님도 바쁘신데, 제가 놀면 안 되죠. 여기 보고서 작성 완료했습니다.”
김태석이 최유라가 작성한 보고서를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충격.
자신이 예상한 그림보다 훨씬 잘 나왔다.
자신의 논리를 완벽하게 잡아 주는 사진 한 장.
“이건 뭔가요?”
“현장 사진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획득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전 사진이라 지금이 어떻게 된지는 현장 확인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가죠.”
“네?”
“지금 가자고요. 바로 갑시다.”
“네.”
태석의 말에 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태석은 유라만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김민성 부장님.”
“네. 실장님.”
“대전에 있는 엘성물류센터 가려고 하거든요. 운전 가능하세요?”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치 ‘나 운전 기사 또 시킬 거야?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석은 모르는 체, 딱 잡아떼며 말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시동 켜고 기다려요. 에어컨 좀 틀어주고요. 5분 뒤에 가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김민성이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와, 김태석 이제 완전 속물이네. 어제 일때문에 복수하는거야?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니?’
그런데 그 예상이 틀렸다.
“자! 다들 주목하세요. 이번 일까지만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회장님께 보고드린 후에 저희 부서원 전체, 다 같이 해외여행 갈 예정입니다. 미국 서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자 오석현의 표정이 방긋.
최유라의 표정에도 기대감이 가득.
“일도 쉬엄쉬엄 해야죠. 아~ 물론 여행은 공짜입니다. 월급도 주고요. 해외여행 간다고 월급 안 주고 그러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며칠만 더 고생해주세요.”
김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래. 태석아. 아랫사람은 그렇게 부리는 거야.’
김태석 이제 완전 속물이네.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