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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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근무 (1) >
용인 물류센터를 간 태석.
그를 유라와 민성이 붙어서 수행하고 있다.
태석은 현실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한참 낙후된 물류센터를 보며 참담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리 없는 용인물류센터 지사장이 태성의 방문에 마중나왔다.
“미전실장님, 나오셨습니까?”
이제 엘성 그룹에서 태석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나이 50대 중반의 지사장 또한 태석의 존재를 알고 먼저 머리를 수그린다.
물론 미전실장의 위치가 지사장보다 높은 것은 확연했다.
그러니 그가 깍듯하게 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사항은 아닌 것이다.
“일단 제 사무실로 가시지요. 저희 물류센터 전반적인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지사장은 평소처럼 직원을 통해 공장 내 프로세스와 잘 정비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보고를 갈음했다.
홍보 동영상에는 휴머니즘이 강조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30대 초반의 남성이 주인공이다.
– 안녕하세요. 용인 영업소에서 물류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엘성의 얼굴, 31살 차민규입니다.
– 보통 물류센터라고 생각하면 고된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분이나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회사에서는 이미 수많은 배송물품이 확보되어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예상되거든요.
『언제부터 용인물류센터와 함께 일하게 되었나요?』
– 작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힘들어보였는데, 먼저 일하시던 선배 분들이 하나하나 잘 가르쳐주셔서,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적응한 것 같습니다. 아직 배울 점이 많긴 하죠.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이 뭔가요?』
–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인 돈벌이이겠죠. 솔직히 힘들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오후 8시에 나와서 물류센터에서 나온 배송품들을 각 영업소에서 가져온 차량에서 꺼내서 각 지역별로 일일이 분류하는 작업이 쉬운 일 아니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육아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쉴 수가 없어요. 이 곳은 1년 365일 계속 일이 있으니까, 제가 노력한 만큼 돈이 나와요. 그래서 할 일이 많죠. 일하다 잘릴 일도 없고요.
그때, 그의 집하차량이 화면에 잡힌다.
– 이 탑차들은 제 친구 같은 존재에요. 제 아내보다도 저랑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죠. 이 차량을 타고 택배 기사분들이 매일 같이 이곳을 드나들어요.
저희가 고정 거래처인 거죠. 그분들을 보면 매일 기분 좋게 인사를 해요. 이것도 영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아요. 고객 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단순히 물건만 가져다주면 배송이지만, 저희는 그 사람을 상대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택배 상자를 옮기는 화면이 보인다.
– 솔직히 크게 무겁지는 않아요. 남들이 볼 때 무거운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가벼워요. 기사님들이 많이 걱정해주셔서 가끔은 미안하기도 해요. 저는 평소에 하는 일인데…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리고 화면이 바뀌어 차민규씨와 거래하던 택배기사 50대 사장님.
– 저희지역에 홈쇼핑을 운영하는 업체가 있어서 진짜 배송할 게 많은데, 하나하나 다 챙겨주세요. 물건 많으면 돈을 많이 버는 우리들과 달리 이 분들은 돈 버는 게 똑같거든요.
그래서 물건 많은 날은 좀 미안해요. 오늘 사실 물류가 좀 많아요. 그런데도 친절하게 대해주시니까 마음이 짠하네요. 요즘 젊은 친구들 많이 변했다고 하시는데 민규씨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네요. 참 성실하잖아요?
그리고 다시 물류직원 차민규를 비춘다.
– 이런 분들을 상대하다보니까, 이제 택배 기사님들 특징은 다 알겠어요. 그래서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이제 오전 7시네요. 오늘 배송할 물품을 다 적재했거든요. 진짜 이 직업은 노력한만큼 보상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즐기면서 일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엘성 물류센터 직원 여러분! 모두 화이팅하세요!
태석은 동영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며 지사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물류센터는 물론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이 많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동영상 한번 제작해봤고, 이게 직원들은 물론 방문객들 사이에서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태석은 동영상이 만족스러워서 고개를 끄덕인 게 아니었다.
너무 고전적이고 대책 없는 처사 때문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뜯어고쳐야 될 것 같았다.
태석은 아무 말 없이 지사장에게 말했다.
“지사장님, 직원들 사기가 많이 높나보네요.”
“네. 맞습니다.”
“현장 둘러봐도 될까요?”
태석의 말에 지사장의 안색이 나빠진다.
태석은 알았다.
저 동영상은 정말 홍보 차원이란 것을.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아마존 물류센터에 대한 자료 수집이 끝난 마당에 국내 물류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해 직원 중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이 상황이 소름끼치기까지 했다.
물론 투자비가 많이 들 것이다. 향후 몇 년간은 손해도 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언제까지 인력만 쥐어짤 것인가?
“물류센터는 오후 8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6시간은 더 기다리셔야 돼서, 오늘은 좀 제한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현장은 안 보고 가기 마련이다.
솔직히 요즘 물류센터 내부는 전쟁터.
지사장 입장에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을 터.
위에서 볼 때 잘하고 있다는 인상만 심어주고, 수익만 내면 모든 게 만사 O.K. 주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태석은 지사장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시간상 저녁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장 확인하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네요.”
“네. 다음에 또 방문해주시면 제가 직접 현장에서 수행하겠습니다. 먼 길 오셨는데, 김 실장님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고, 앞으로도 관심 주신 만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네.”
물류센터를 나온 태석 일행.
김민성이 유라 옆에서 태석에게 말했다.
“이대로 끝입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현장 견학도 없이…”
하지만 태석은 그런 선배의 질문에 대답 대신 유라에게 물었다.
“유라씨는 퇴근해요. 밤 많이 샜죠? 저는 김민성 부장님이랑 여기 남아서 자료 좀 더 보완할게요.”
태석의 말에 유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같이 남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늘은 현장 일 할 거거든요. 김민성 부장님, 힘 좀 쓰시죠?”
“네?!”
그날 저녁, 태석이 용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태석은 김민성과 함께 차 안에 양복을 벗어두고, 인근 시장에서 노브랜드 등산복을 구입해 입은 상태.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일용직 모습이다.
김민성이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현장에 답이 있잖아요.”
“김태석! 다른 놈이면 벌써 뛰쳐나갔어. 부하직원한테 이렇게 해도 돼? 나 선배잖아? 어?”
“운동화나 제대로 신으세요. 오늘 힘 많이 쓰셔야 될 거에요.”
“좋은 방법도 있잖아. 그냥 현장 견학하면서 문제점 확인하고, 일하던 사람들에게 불편사항 확인한 다음에 고치면 되잖아.”
“그건 한 단계 거치잖아요. 그리고 둘러만 본다고 현장을 알겠어요? 직접 일해보고 뭐가 어려운 건지, 뭐가 안되는건지 직접 느껴야 아는 거죠. 선배가 항상 말하던 거잖아요. 직접 해봐야 된다. 그래서 전국 방방곡곡 영업하러 다니셨었잖아요.”
김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와, 얘랑 있으면 진짜 빨리 늙겠다. 왜 이렇게 무식하게 행동하냐? 이제는 재벌이면서… 진짜 무섭다. 무서워.’
그때, 한 아저씨가 부른다.
“김태석씨!”
“네.”
“나 현장 소장, 그냥 소장님이라고 불러.”
“네. 소장님.”
“이런 일은 얼마나 해봤어?”
“물류 쪽은 안해봤고 공사판 쪽은 많이 굴러봤습니다.”
“힘은 좀 쓰겠네. 일 잘 할 수 있지?”
“네. 잘 할 수 있습니다.”
“일당 9만원이야. 중간에 도망치면 돈 안 준다.”
“네. 알겠습니다.”
김태석이 소장님의 말에 대답했다.
다음은 김민성이었다.
“김민성씨.”
“네.”
“김태석씨 친형이라고?”
“네?”
김민성이 태석을 째려보며 생각했다.
‘내가 언제 네 형이야?’
그러자 김태석이 씩 웃으며 소장님께 말했다.
“저희 형님이신데 이쪽 일은 처음 해보세요.”
“아, 그래? 형이니까 동생이 잘 챙겨. 오늘 일 잘 해보고, 두 사람 다 웬만하면 오래 일했으면 좋겠네. 요즘 힘들다고 젊은 사람들이 금방 그만둬서 사람 구하느라 난리거든. 수수료는 일단 한달 일하면 소개비로 15만원 뗄 거야. 직업 소개소 통해서 왔으니까! 그럼 차 타!”
“네.”
봉고차에 두 사람이 탑승했다.
김민성은 생각했다.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 * *
봉고차를 타고 물류센터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태석이 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현장에는 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차 빨리빨리 대세요. 이러다 작업 안 끝납니다! 서두르세요.』
물류센터 입구에서 차량 통제자가 경관봉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차량 통제부터 인력으로 하는 엘성물류센터.
태석은 생각했다.
확실히 낙후되었다고.
아마존 물류센터는 전부 자동화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차량도 순서가 있어서 자동번호판에 의해 들어갈 장소가 정해진다.
하지만 이 곳은 여전히 사람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었다.
즉, 1980년대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벨트 컨베이어가 보인다.
그곳에 올려지는 상자들.
물류센터 안은 방금 전 보았던 차량에서 쏟아진 물건들이 가득 차 있다.
이 물류들을 지역별로 분류해야 되는 작업.
태석은 물류를 옮기며 현장 선배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휴~ 젊은 친구들이 왔네.”
“네.”
현장 직원들은 대부분 40-50대.
태석이 궁금한 점을 일하면서 하나하나 묻는다.
“저~ 형님, 여기 물량은 얼마 정도 되요?”
“한 10만 될 걸?”
“10만이요? 10만개요?”
“그 정도 하지? 일단 거기 두 청년은 물류 작업 말고 옮기는 것부터 해 봐.”
파렛트를 가리키는 현장 선배.
태석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파렛트 밑에 바퀴가 달려 있다.
파렛트 무게만 무려 118kg.
그 곳에 택배를 적재해서 손수 옮기는 작업.
그런데 처음부터 잘 적응하는 태석과 달리 김민성은 땀을 뻘벌 흘리며 말했다.
“와, 엄청 힘드네.”
“그럼 쉬우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거 다 자동화 시켜야 되는 거 아니야? 엄청 불편한데?”
김민성의 말에 태석이 씩 웃었다.
“일단 개선점 하나 나왔네요. 파렛트는 자동화시켜야 된다. 잘 보셨습니다. 이미 아마존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입술을 콱 깨물었다.
“농담이 나오냐?”
“농담 아닙니다. 진짜로 문제점 확인하러 온 거에요.”
그때, 현장 선배가 고함을 지른다.
“야! 신입들! 잡담하는 거야? 동작 빨리빨리 안 해! 이거 물류 보내는 시간 정해져 있어서 늦으면 큰일 나! 빨리 움직여!”
“네!”
파렛트 쪽, 김민성이 일머리가 없자, 현장 선배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따로 불렀다.
“야! 너희들 파렛트 옮기지 말고 바코드나 찍어라. 안 되겠다.”
그래서 옮겨진 일터.
그래도 괜찮은 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계에 올라간 택배.
상단에 붉은 적외선을 내뿜는 판독장비가 택배 위에 있는 바코드를 읽는다.
바코드를 읽은 기계가 지역별로 1차로 자동분류시킨다.
1분 안에 처리 물량은 거의 50개.
한 시간에 거의 3천개의 물량을 자동 분류해주는 것.
그런데 바코드 에러가 상당히 자주 생긴다.
바코드가 찢어졌거나, 바코드 붙인 종이가 하단으로 갔거나, 읽히지 않거나.
그때문에 에러가 생긴 택배들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해진다.
그것을 보며 태석이 생각했다.
‘바코드라 안 읽히는 거야. RFID로 하면 오류 없이 쉽게 될텐데. 단가 때문에 적용 안 한건가? 바코드 대신 RFID 적용하면 확실히 비싸지겠지. 단가가 얼마면 물류센터에 적용 가능할까? 이 부분도 확실히 고려대상이야. 유라한테 알아보라고 해야겠다.’
태석이 직접 현장에서 겪는 일들을 기억 속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그 때, 반대쪽에서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오래된 현장 선배들이 갑자기 그쪽에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삼엄한 분위기.
태석이 그쪽 일을 확인하기 위해 갑자기 일을 멈추고 바라보는데, 때마침 바코드 선별 작업에서 일하던 선배가 태석에게 말했다.
“젊은 친구, 저쪽 가서 도와줘.”
“네?”
“저기 사고 터졌으니까 가서 빨리 물건 빼주라고. 택배 기계분류 속도 못 맞춰서 경고음 나는 거야. 빨리 빼줘야 돼. 여긴 나 혼자서도 가능하니까. 가서 도와줘.”
“알겠습니다.”
미전실장 김태석.
그가 다음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입근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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