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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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근무 (2) >
경보음이 울리는 곳에 가보니 작업자들이 손을 놓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작업이 멈춘 것.
그 이유는? 역시 바코드다.
“누가 바코드 없는 면을 위로 보게 올리라고 했어? 다 이렇게 해놨네. 그러니까 이렇게 밀리지. 그리고 택배 간격을 너무 좁게 좁게 올리니까 기계가 과부하 걸리는 거잖아!”
이럴 때는 멈춘 벨트를 직접 발로 밟고 올라가서 잘못 올려진 상자들을 하나하나 간격을 다시 넓힌 후, 다시 기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태석 또한 실수한 아르바이트생들과 같이 잘못 올려진 상자들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시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까지 무려 15분이 걸렸다.
그래서 800개 이상의 택배 배송이 내일로 지연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연된 만큼 내일로 일이 미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
오늘 일은 모두 오늘 다 끝내놓아야 한다.
현장 소장이 답답한 얼굴로 아르바이트생들을 불렀다.
태석과 민성 역시 그 멤버와 함께였다.
“너희들을 아무래도 힘쓰는 거 해야겠다. 컨테이너 안에다가 차곡차곡 상차시켜.”
파렛트 위 쌓여있는 상자.
그것을 두 명이서 랩핑을 실시한다.
태석이 또 한번 고개를 저었다.
‘저걸 인력으로 한다고?’
공사판을 많이 다녀본 태석은 알았다. 저걸 래핑하는 기계가 있다.
바닥에 원형판이 있어서 그 원형판이 돌 때마다 저절로 래핑되는 랩핑기.
그런데 손으로 한다고?
포장하는 이유는 하나.
차량에 파렛트 위에 쌓여진 상자를 옮길 때 무너지지 말라고.
그런데 이 핸드파렛트 대차도 직접 인력으로 옮긴다.
물론 기계는 비싸다.
랩핑기는 대당 4천만원 정도고, 핸드 파렛트 대차도 대당 200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인력.
그러다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실수가 나올 때마다 속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이때 또 김민성이 실수를 했다.
그가 랩핑을 한번만 했던 파렛트가 기울어져 넘어져버린 것.
“아! 랩핑 한 새끼 누구야?!”
김민성이 현장 소장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새벽 3시.
첫 번째 상차가 끝났다.
상차를 끝낸 택배 차량들이 이제 각 지역들로 이동한다.
부산, 전남, 전북, 경남, 경북, 강원도, 그리고 대전.
그러자 현장 소장이 작업자들을 불렀다.
“다들 참 먹어라!”
공사판에서 일할 때는 그래도 식당에서 제대로 된 밥 한끼라도 먹었는데, 여기는 크림빵에 우유가 전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것에 대해 불평불만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김민성이 우유를 적신 빵을 입안에 넣으며 태석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와, 거지도 아니고 이건 심하다. 심해. 이거 먹고 어떻게 일하냐?”
“저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그렇지? 이 것도 개선해야겠지?”
“네.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새벽 7시가 되어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런데 주어지는 돈이 약속과 다르다.
“소장님, 85, 000원 주셨는데요.”
“왜?”
“9만원이라고 안 하셨나요?”
“밥값 떼야지. 아까 빵하고 우유 먹었잖아. 그거 뗀 거야.”
“……”
태석이 어이가 없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를 여기 물류팀장이 부른다.
“최 소장님! 잠깐 이리 와보세요.”
“네.”
“저 두 명 중에 저 친구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세요.”
“누구요?”
“두 형제 중에 형 있잖아요. 김민성이라고 했나? 저 친구는 여기서 일 시키면 안 되겠어.”
“네. 알겠습니다.”
* * *
새벽 7시 30분.
현장 소장이 봉고차를 운전하고 그 둘을 내려준다.
“민성씨는 내일부터 다른 일 알아 봐.”
“네?”
“그러니까 첫날부터 일 좀 잘 하지 그랬어. 열심히 하면 안 잘리지. 태석씨는 이따 저녁 때 보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
“네. 소장님!”
현장 소장이 떠나자 태석이 킥킥대며 말했다.
“선배 꼴이 말이 아니네요.”
“뭐야? 일손 부족하다며?”
“부족하죠. 부족하긴 한데, 내부에서는 숙련된 초보를 원하나 봐요. 이제 막 가르치고 싶은 게 아니라요.”
“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욕 나온다. 여기는 진짜 심해도 너무 심하다.”
“맞습니다. 그런데 선배.”
“어?”
“하루 더 일 해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뭐?”
“물류센터에서 일 해봤으니까, 택배 기사 처우도 확인해봐야죠.”
“진심?”
“네. 진심인데요. 단 오늘은 쉬고, 내일이나 모레요.”
“너무 한다. 너무 해.”
“물론 저도 같이 할 생각입니다. 부하직원만 시키는 못된 상사는 되기 싫어서요.”
“그냥 너도 안 하고, 나도 안 하면 안 되니? 그런 방법은 없는 거야?”
“네.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그때, 한 여성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분 다 고생하셨어요. 얼른 타세요.”
유라가 회사 차량을 끌고 나와 그 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그런 여직원을 보며 태석이 말했다.
“다행히 버스 타고 들어가진 않아도 되겠네요. 유라씨, 고마워요.”
“아니에요. 얼른 타세요!”
* * *
3일 후,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사무실.
김민성이 김태석 실장실에 들어와 있다.
“진짜 못할 짓이었네.”
“그래도 자료는 많이 얻었잖아요. 직접 해보니까 불편한 사항들도 여럿 보이고요.”
“그래.”
태석이 씩 웃으며 유라를 호출했다.
그러자 최유라가 실장실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실장님, 부르셨어요?”
“네. 유라씨! RFID 단가 최종 확인해 봤어요?”
“네. 확인 다 했고, 보고서 최종 수정해서 3시간 전에 비서실에도 올렸습니다. 실장님실 들어오기 전에 비서실에 다시 확인해봤는데, 회장님도 보고서 보시고 오늘 발표하는 것 O.K 하셨다고 합니다. 회의실에 보고 자료 세팅해드릴까요?”
똑부러지는 최유라.
“네. 부탁할게요. 전 30분 뒤에 출발하겠습니다. 먼저 가서 세팅 좀 부탁할 게요.”
“유라씨!”
“네. 실장님.”
“유라씨도 오늘 긴장하지 말고 잘 해요.”
“네. 알겠습니다.”
전략기획실에 처음 갔던 날 했던 판돌이. (PPT 화면을 넘기는 사람) 이제 그 역할은 유라에게 돌아갔다.
다행히 그녀는 그런 역할을 아주 잘 했다.
태석이 해야 될 자료조사 시간을 그녀가 대신해 주었다.
그래서 브리핑 연습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다.
태석이 씩 웃었다.
그 웃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늘부로 사장들하고 척을 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돼.’
자신에게 기회를 준 회장님의 은혜에 최대한 보답해 볼 생각이다.
엘성그룹이 망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노력해야되니까.
계열사 사장들이 만들어놓은 기존의 판. 이제는 흔들어 볼 때.
사장단 회의.
계열사 사장단들이 김태석 실장의 달라진 위상을 보며 아첨을 시작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저 00계열사 00사장입니다. 악수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실장님, 정말 미남이십니다. 이번에 실장님 결단력 듣고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젊으셔서 그런지 추진력도 좋으시고, 앞으로 승승장구 하실 것 같습니다.』
『실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태석이 따로 작업하지 않아도, 계열사 사장들이 김태석을 인정해주고 스스로 머리를 굽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양을 떤다.
처음에는 이런 게 좋았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분.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저게 아첨이라는 것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처세술이라는 것을.
저런 아첨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그룹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란 것을.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그동안 있었던 주요행사들을 회장 앞에서 간략하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태석의 차례가 되었다.
김창모 회장이 근엄한 얼굴로 사장단 앞에서 태석을 부른다.
“미전실장, 베트남 다녀온 후, 쉰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 2주 동안 연구한 게 있다고?”
“네. 맞습니다. 저는 지난 2주간 엘성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에 머무르면 안 되겠다고.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온다고 해서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미래전략기획실의 역할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태석의 말에 사장단이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친다.
『짝짝짝짝』
그러자 회장도 흡족한 얼굴로 손주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게 피바람을 부르는 일이 될 줄은…
태석이 먼저 관련 동영상을 틀어놓는다.
그러자 그가 용인물류센터에서 보았던 동영상이 사장단과 회장 앞에서 첫 선을 보인다.
엘성 물류 사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을 띄워주는 미전실장.
그가 자신을 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동영상은 엘성 물류에서 제작한 동영상입니다. 엘성물류 사장님,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지시해서, 엘성물류 용인센터에서 제작한 동영상이 맞습니다.”
“이 동영상 보면 근로자들이 만족하는 직장으로 보입니다. 참 좋은 직장입니다. 맞죠?”
“네. 저희 엘성물류는 물류산업 진출 16년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우체국을 제외한 민간업체 중 물류 1위를 5년 연속 달성했고, 수익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다른 경쟁업체들이 적자를 보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재무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사장의 말에 태석이 쓴 웃음을 지었다.
“네. 잘 들었습니다. 한 가지 질문 하겠습니다. 엘성물류 사장님께서는 저희 엘성 브랜드 가치가 세계 몇 위인지 아십니까?”
“10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엘성 물류는 왜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위탁에 하청을 주고 있죠?”
“… 그건…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건비 절약분과 브랜드 가치 하락. 어떤 게 더 비용이 들까요?”
태석의 질문에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성 문류 사장은 당황함을 넘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국가기관인 우체국도 인력의 대부분을 위탁업체를 통해 운영합니다. 농협도 위탁업체를 운영합니다. 수협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이 위탁업체를 통해 운영합니다. 저희가 잘못하는게 아닙니다. 미전실장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 얼마씩 지급되고 있나요?”
“12만원으로 책정해서 주고 있습니다. 하루 12만원, 30일 나오면 360만원을 줍니다.”
“아니요. 8만 5천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빵하고 우유를 주면서 그 비용으로 5천원까지 떼가고 있었습니다.”
“그건 미전 실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때, 태석이 손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동영상 화면에서 갑자기 며칠 전 태석이 직접 일했던 물류센터 현장 사진이 나온다.
영락없는 근로자의 얼굴.
상상 할 수도 없었던 상황.
재벌가의 자제인 김태석 미전실장이 근로자로 숨어들어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장면.
“저는 인력시장을 통해 직접 용인물류센터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문제점을 확인했습니다. 낙후된 시설, 사람들을 쥐어짜서 나오는 이득, 그리고 그 이득의 일부는 위탁업체가,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조겠더군요. 사장님, 제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시겠나요?”
직접 일했다는 경험 앞에 말문이 막히는 사장님.
“이제부터 엘성 물류는 올해 안에 모든 프로세스를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도입할 겁니다. 비용은 약 5천억 정도 투자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코드 대신 RFID칩 도입하고, 파렛트는 인력 대신 기계가 운반할 것입니다. 포장은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 기계가 대신 해줄 겁니다.
사람들이 이제 직접 상하차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버튼만 움직이면 될 겁니다. 물론 초기엔 적자 날 겁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 LCC(Life cycle cost : 투자비용회수기간)은 약 10년 정도 걸리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고 있을 겁니까? 이제 사장님들도 바뀌어야 될 때입니다. 현재의 수익을 ?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셔야 될 때입니다.”
그 다음은 유라의 차례.
사실 오늘은 유라의 데뷔날이었다.
“미전실 최유라 대리입니다. 엘성물류 최첨단 자동화시스템 도입 후 변화될 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5분 이내로 짧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 보다는 부하직원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나눠주는 태석.
그의 밑에만 있으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최유라가 자신감 있는 태도로 발표를 시작했다.
사장단은 물론 회장님 앞에서의 첫 보고.
그녀는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마치며 생각했다.
‘선배님,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잠입근무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