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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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근무 (3) >
유라가 발표를 끝내고 난 뒤 1주일.
엘성 그룹에서 중대한 발표를 실시했다.
아마존 그룹이 10년 전 실시한 전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
이제 기계가 자동으로 파렛트를 옮기면,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가 오류가 생기면 기중기 조작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태석의 계획대로 추진되면 인력은 약 60%가 줄겠지만, 의외로 근로자들의 불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물류직원들의 전원 고용 유지 약속.
택배 기사 희망시 우선권 부여.
보통이라면 메리트 없겠지만, 이 우선권이 이번엔 효과가 있다.
이제 위탁업체를 통하지 않고, 바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규직은 아니지만, 택배 단가는 건당 1020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320원이다. 건당 무려 300원 상승.
중간에 위탁업체가 빠진만큼 실질 임금이 상승한 것이다.
그래서 택배기사가 늘었다.
기존 하루에 160개에서 200개 정도를 소화하던 택배물량이 기사 한 명 당 130개에서 150개로 일부 줄어들지만, 30% 상승된 단가 때문에, 기존보다는 일을 덜 하고도 비슷한 임금을 가져가는 구조.
업무의 질적 상승은 물론 고용 유지도 챙기는 정책.
그 과정에서 업무를 파악하던 중 물류 회사 일부 임원들의 비리도 확인되었다.
임웜들 여러 명이 위탁업체로부터 매년 5천에서 1억 가량의 뇌물을 받고 있었던 것.
위탁업체에서는 사람을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매년 5억에서 10억 정도를 눈먼 돈처럼 챙기고 있었고, 그 중 일부를 회사 임원들에게 뇌물로 바치며, 위탁업체와 공생 공존했던 모양.
태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관련된 인원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조치했다.
그리고 회장님실.
태석이 비서실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부른다.
“들어오세요.”
“아… 저희가 들어가도 될까요?”
“아~ 당연히 들어오셔야죠.”
두 중년 부부.
5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태석은 씩 웃으며 회장님 앞에 두 사람을 소개했다.
“회장님, 이번에 제가 택배기사 일일체험하면서 저랑 같이 일했던 최정균씨, 나윤희씨 부부입니다.”
태석의 말에 김창모 회장이 쇼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래요. 두 분 다 앉아요.”
두 사람은 둘 다 삐쩍 말라 있었다. 말주변도 많이 없는 편.
멀뚱멀뚱 있는 게 안쓰러운 태석이 말을 건넸다.
“최정균 기사님은 저희 엘성물류에서 13년간 일하셨고요. 나윤희 기사님은 남편 분인 최정균 기사님을 도와 10년동안 일하시고 계셨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회장의 말에 최정균과 나윤희가 잘못한 사람들처럼 고개를 숙인다.
그들이 무슨 죄인처럼 행동하니 태석의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회장님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같이 일했던 총각이 제 손주인 줄은 몰랐지요?”
“아… 회장님! 그 말씀 하시면 안 되는데…”
“아, 진짜 모르고 계셨나?”
그의 말에 최정균, 나윤희 부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태석을 바라보았다.
회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두 분 다 현장일선에서 고생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물량 200개씩 채우기 위해서 아내 분이 매일 새벽 6시부터 같이 나오셔서 남편 분 도와주신다고.”
회장의 말에 최정균, 나윤희 부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흑흑… 너무 힘들었어요. 회장님.”
나윤희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리고 최정균은 자신의 소매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당신 왜 울어? 나까지 마음 약해지게 말이야.”
그러자 김태석도 더 이상 못 보겠는지 빨리빨리 진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불렀다.
“송 비서님. 가져다주시겠어요?”
“네. 미전실장님.”
송창식 비서실장이 태석의 말에 봉투 하나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걸 건네받은 회장님이 두 부부를 향해 다시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우리 미전실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따님이 심장병으로 치료를 받는다고요. 다행히 저희 엘성그룹에서는 엘성 직원 중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희망복지재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장단, 임원급 이상이 월급의 3%를 매달 기부하여 마련한 기금이지요.”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 000만원. 크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돈.
더 주고 싶지만, 복지재단 운영규정에 그 만큼만 주게 되어 있다.
그래도 두 부부의 딸 심장병 치료에는 많은 도움이 될 터.
하지만 불안한 표정을 짓는 최정균 택배기사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걸 받아도 될까요?”
“물론이죠. 같은 엘성 식구인걸요.”
저 말 한마디가 얼마나 듣고 싶었던 건지.
매일 엘성그룹에서 일하면서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데, 위탁업체 소속이라고 무시당했던 세월이 한 순간 그의 기억을 훑고 지나간다.
회장은 손주가 깔아놓은 판을 잘 이용했다.
그 손주에 그 할애비였다.
“그동안 위탁 업체 통해서 일을 하느라 얼마나 서러운 일 많으셨겠습니까? 이제 오늘부터 고생은 끝나셨습니다. 두 분 자녀분 치료비는 저희가 희망복지재단 통해서 지속적으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일 줄이시고, 행복한 가정 꾸리실 수 있도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그룹의 회장.
그가 직접 나선 상황.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한 최정균 택배기사가 결국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왜 눈물을 흘리냐고 원망했던 그의 방금 전 모습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는 결국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태석은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바뀐 혜택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앞으로 노란 영업용 표지판 달지 않으셔도 되요. 위탁업체 아니라서 흰색 영업판으로 저희가 차량까지 다 지원해드릴 예정이에요.”
“정말… 인가요?”
2004년 이후 영업용 차량 허가가 거의 나지 않아, 영업용 번호판을 빌리려면 번호판을 가진 업체에 한 달에 14만원을 주고 빌려야 되는 상황.
일은 택배기사가 하고, 영업용 번호판을 확보하고 있던 업체는 그냥 앉아서 돈을 버는 불합리한 상황.
이 부조리는 2019년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하려는 가격만 해도 2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는 것.
즉 서민에게 번호판은 사치.
국토교통부는 영업용 차량이 포화상태라며 번호판 자체 발급을 하지 않으니, 생계를 꾸려나가려는 서민들만 더 피해가 보는 상황.
이런 건 국가가 해결해야 하지만, 나서질 않으니, 보다 못한 엘성이 나선 것.
그 두 부부가 나간 후, 회장이 태석을 향해 말했다.
“태석아.”
“네. 할아버지.”
“욘석아, 네 녀석 때문에 200억이 추가로 날아가게 생겼어.”
“네?”
“왜 모른 척 해? 번호판 가격,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런데 태석은 오히려 회장님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할아버지, 국토부 장관한테 아직 전화 못 받으셨어요?”
“뭐?”
“국토교통부 장관한테 제가 전화해서 번호판 발급문제는 다 해결했는데요? 연락 못 받으셨나봐요?”
“뭐?”
“제가 베트남 가면서 국토교통부 장관하고 인연이 있었잖아요. 전화 한 통화 해서 부탁하니까, 저희 엘성그룹 명의로 택배 전용 번호판만 2천여 개 뽑아준다고 벌써 약속 받았는걸요.”
회장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터져나왔다.
베트남에서의 인연을 그렇게 써 먹다니.
아무리 봐도 자신의 친 손주다.
회장이 생각했다.
‘요망한 것! 이제 국토부 장관까지 맘대로 주물러?’
하긴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큰 공헌을 올린 건 손주였으니, 국토부 장관도 쩔쩔 맬 만 하다.
이제 자신이나 손주의 말 한 마디에 자리가 내쳐질 수 있는 입장이니까.
사업 철회하겠습니다. 이 한마디만 그의 모가지는 끝나니까.
그때 손주가 회장을 불렀다.
“할아버지.”
“그래.”
“말씀드릴 게 있어요.”
“뭐든 말해. 이 번엔 어디에서 일해 볼 생각이니?”
손주의 일 욕심에 싱글벙글 얼굴에 화색이 도는 회장.
“네? 일이요? 일단 미국 갈 생각인데요.”
미국이란다. 그래. 가야지. 거기는 가 줘야지.
회장이 미소로 손주에게 말했다.
“미국 지사 구경하러 가려고?”
“아니요! 할아버지, 아니에요. 이제까지 일 했는데 저도 좀 쉬어야죠.”
‘쉰다고?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손주의 쉰다는 말에 회장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태석아. 우리 손주, 지금 중요한 시기야. 놀러 다닐 때 아니야.”
그런데 녀석은 완곡하다.
“미전실 다 같이 해외 여행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다음 주에 바로 떠나야 되요.”
회장이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일만 했었다.
아직 한창 놀 나이, 혈기왕성한 그 기운을 일에만 쏟아냈으니 지칠 만도 하겠지.
“그래. 내가 송 비서 시켜서 럭셔리하게 보내주마.”
“아니에요. 할아버지. 벌써 다 예약 했어요.”
“그래?”
“네. 미리 예약했는걸요.”
태석이 씩 웃었다.
‘처음부터 너무 잘 해주면 큰일 나요. 차근차근 단계를 올려 가야죠.’
* * *
3일 뒤.
모두가 기대가 부푼 상태로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오석현은 먼저 도착한 김민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부장님! 여기입니다.”
“어!”
한국도 여름, 미국도 여름.
그래서 복장은 간편한 반팔, 반바지에 선글라스.
석현이 먼저 입을 말했다.
“부장님, 저희 퍼스트 클래스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이 정도 성과 올렸는데, 당연히 퍼스트 클래스 타야지. 가이드도 동행할 거고, 짐 옮겨주는 사람도 있으면 좋고.”
“기대 됩니다.”
“후후, 오 대리, 나도 기대 돼.”
그때, 최유라가 도착했다.
“어? 부장님도 미리 도착하셨었네요.”
“유라씨도 왔네. 실장님은 연락해봤어?”
“아니요. 부장님은 연락 안 하셨나요?”
“뭐야? 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둘이 예전에 홍대에서 만났잖아. 최 대리하고 소개팅 했다고 들었었는데. 그때 이후 진전이 없던 거야?”
그의 말에 오석현이 놀란 얼굴로 최유라한테 물었다.
“진짜야? 유라야! 너 실장님하고 사귀어?”
“아니야! 이상한 말 하지 마.”
1월.
자신의 아버지의 소개로 만났던 그 남자.
그때는 그냥 단순한 선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재벌가 자제.
그것도 국내 최고의 재벌, 엘성 가문.
이제 자신이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때 김태석이 걸어온다.
김민성이 그를 보며 환호하며 반복해서 말한다.
“퍼스트! 퍼스트!”
그러자 김태석이 김민성 부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 퍼스트! 퍼스트 클래스 맞네!”
그런데 김태석이 도착해서 말했다.
“레이디 퍼스트! 유라씨부터 표 받아요.”
“아… 넵! 어? 티케팅 하셨어요?”
“아니, 이거 가지고 직접 티케팅 해야 돼. 미국은 대행해서 안 되고 직접 티케팅 해야 된다네.. 유라씨는 한국항공 비즈니스석.”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민성에게 다음 표를 준다.
“김민성 부장님도 받아요.”
“네. 실장님. 저는 혹시 퍼스트입니까?”
“네? 아니요.”
“그럼 비즈니스입니까?”
“아니요. 우리 셋은 이코노미인데?”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자신의 상사에게 물었다.
“그럼 왜 유라씨만 비즈니스입니까?”
“아, 보니까 임원들은 비즈니스 석 나온다고 해서 유라씨한테 줬고, 우린 남자니까 이코노미, 그것 때문에 퍼스트 한 거 아니에요? 퍼스트 퍼스트 하길래 레이디 퍼스트인 줄 알았는데?”
태석의 황당한 대답에 김민성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그 퍼스트 아닙니다.”
그런데 태석은 거기서 끝내질 않았다.
“아~ 이번 거 일본 경유해요. 환승해야 20만원씩 싸더라구요. 유라씨 표 포함해서 4명 130만원 절약했네요.”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짜증을 부렸다.
“설마 숙소를 줄이시진 않으셨겠죠?”
“네. 숙소는 정해져 있던데요. 우리는 엘성투어 슈퍼세이브 상품이라서 바꿀 수가 없었어요. 그게 최저가라서요.”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핀잔을 늘어놓았다.
“실장님하고 유라씨하고 같은 방 쓰시죠? 설마 남자 세 명이 같은 방 쓰는 건 아니죠?”
“미쳤어요?”
“네?”
그런데 어느새 정색하는 김태석 실장.
“김민성 부장, 미쳤어요?”
“… 아닙니다.”
“쓸데 없는 농담 말고, 티케팅 할 거니까 이거나 받아요. 난 먼저 화장실 좀 다녀 올 테니까, 짐 좀 맡아주고요.”
태석이 화장실로 자리를 떴다.
그러자 김민성이 오석현을 향해 말했다.
“남자 셋이 한 방 쓴다고? 실화냐?”
“맞습니다. 이건 너무합니다. 외국에선 게이도 세 명이서 한 방은 안 씁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민성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다 오석현 대리에게 되물었다.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아냐?”
잠입근무 (3)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