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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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일이었다. (1) >
15시간의 비행.
일본을 경유해서 그런지 더 오래 걸린 시간.
오전 11시.
드디어! 드디어! 미국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했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3명.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했던 최유라, 오석현은 그렇다 치더라도,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태석을 보며 김민성은 좌절감을 느꼈다.
‘뭐지? 언제 이렇게 배운 거야?’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광장으로 나가는데…
네모난 사각형, [엘성투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인다.
현지 가이드 강현석이었다.
“엘성투어?”
“네. 김태석입니다.”
“아유~ 왜 이렇게 늦었어요! 한참을 기다렸어요.”
“나리타 공항에서 2시간 연착 되었어요.”
“그러셨구나. 일단 화장실 갔다가 좌측 A구역에서 기다려요. 다 모이면 인원체크 해볼게요. 김태석님 일행 네 분 맞죠?”
“네.”
미국에 처음 온 태석의 얼굴엔 미묘한 웃음이 흘렀다.
낯선 이 세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으니 그들의 외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웃음이 절로 걸린다.
김민성은 다들 모인 자리에서 석현에게 물었다.
“석현아, 첫 날은 어디부터 가?”
“아, 유니버셜 스튜디오요.”
“오~ 그래? 이상한 일정은 없는 거지?”
“글쎄요. 어울림 상품이라서 일정이 어떻게 된 지 제대로 모르겠어요. 실장님만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걸 보며 태석이 씩 웃었다.
그러자 김민성의 촉이 발동했다.
“실장님? 뭔가 있죠? 꿍꿍이 있죠?”
“일단 오늘에 집중 하시죠. 놀러 가는데 뭐가 있긴 뭐가 있나요? 그냥 재미있게 휴가 온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저희가 갈 첫 장소는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요. 세계 최고의 유원지이며,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 곳에서 탄생했죠.”
태석의 말에 최유라가 미소를 지었다.
“많이 아시네요. 실장님.”
“그럼요. 당연히 조사하고 와야죠. 이 곳에서는 죠스, 킹콩, 워터월드, 아바타, 쥬라기 월드 등 다양한 영화들이 촬영되었어요. 현재도 촬영 중이고요.”
태석의 말에 오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미국 NBC라는 초대형 방송사가 인수해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저희 엘성 랜드의 5배 규모는 된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일행들이 모두 모였다.
그런데 태석을 알아보는 아저씨가 있었다.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맞아요. 어! 김태석씨. 방송에 나왔던 분 맞죠? 엘성.”
첫날부터 주목받는 김태석.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요즘 따라 그 사람 닮았다는 말 자주 들어요. 이름까지 똑같아서 오해 많이 받거든요. 근데 재벌이면 이렇게 패키지로는 안 왔을 것 같은데요.”
“맞네. 그러네. 걔네들은 이렇게는 안 오지.”
태석의 대처에 최유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태석이 말했다.
“여행지에선 직책 말고 나이로 편하게 대합시다.”
“알겠습니다!”
기내식을 연달아 3번이나 먹었더니 빵빵한 배가 여전하다.
60대 초반 강현석 가이드. 호리호리한 몸매가 인상적.
그가 차 안에서 인원 파악을 하며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들 시장하시죠? 그런데 어쩌죠? 시간이 늦어서 예약했던 식당에선 못 먹을 것 같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들어가서 먹어야 될 것 같은데! 다들 괜찮으시죠? 일정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다들 빨리 빨리 움직여주셔야 돼. 인원체크 할게요. 하나, 둘…”
어린 아이부터 60대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
“마흔 여덟. 48명 다 탔네요. 최 기사님, 출발합시다.”
“네.”
엘성투어 슈퍼세이브 패키지여행.
차량에 탄 모두가 한국인, 가이드도 한국인, 운전 기사도 한국인.
그러고보니 영어를 쓸 일이 없다.
한 시간이 걸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강현석 가이드는 쉴새 없이 따발총처럼 LA의 역사와 국뽕을 첨가한 한국인들의 미국 정착 스토리를 설명했다.
자신은 1980년, 1사단에서 육군 제대 후 고민 끝에 이민을 결심했다고.
그래서 벌써 40여년 째 미국에서 정착하고 있다고.
그런데 영어 발음이 개판이란다. 셀프 디스.
“미국 오면 영어 많이 쓸 것 같죠? 안 그래요. 내가 L발음하고 R발음 구분하는데 몇 년 걸린 줄 알아요? 3년 걸렸어. 어쩐지 얘네들이 자꾸 못 알아 먹더라구. 처음에는 날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줄 알았지.”
별 재미는 없지만, 따발총처럼 연달아 썰을 풀어가니, 가끔 얻어가다 하나는 걸린다.
“얘네들이 우리 마늘 냄새 난다고 싫어하잖아요. 그거 처음에는 인종 차별인 줄 알았어. 근데 내가 2년동안 햄버거, 스테이크, 감자튀김만 먹어보니까 그 얘기 어느 순간 안 하더라.
김치랑 마늘 먹으면 얘네 입장에서는 그게 사람 몸에서 진짜 냄새가 나는 거야. 오늘 공항에서 땀 냄새 나는 서양 사람들 지나가면 그 꾸리꾸리한 냄새 우리도 막 느끼죠? 걔네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야!
음식이 몸 냄새에 엄청 중요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뭔줄 알아요? 한국인이 가장 냄새 안 나! 중국, 일본 애들보다 땀샘이 적대. 그래서 냄새가 안 난대.”
그의 말에 결국 유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가이드가 유라를 가리키며 말한다.
“아가씨! 내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찾아보라니까! 기사 찾아보면 나와요! 그게 한국인이에요. 태생부터, 유전자부터 우월하다고.”
가이드 경력만 23년. 나름 진행은 잘 하는 것 같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자! 이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왔습니다. 내가 원래 물값 받는데, 오늘은 첫날이라 공짜로 줍니다. 여기 물 한 병씩 서비스 할 테니까 가져가요. 내일부터는 공짜 없습니다. 한 병에 1$씩 내야 되요. 거기 꼬맹이, 너도 물 하나 가져가라. 너는 특별히 시원한 물로 줄게.”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료. 150$.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금액에 비해서는 비싼 가격이지만, 가이드가 따라 붙은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일단 밥 먹고 『워터월드』부터 보러 갈 거에요. 그리고 시간 되면 『해리포터』보러 갈거고, 마지막은 『스튜디오 투어』트램 타는 거 보러 갈 겁니다. 혹시 여기 2번째 방문인 분은 없으시죠? 지금부터 다 같이 모여서 다닙니다. 한시라도 떨어지면 안 됩니다.”
패키지 여행.
단체활동이라서 불편한 점도 많았다. 화장실을 가서 늦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길을 잃어 헤메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 같이 배려하는 문화 때문이었을까?
이 번 여행에서 그런 사람은 없었다.
워터월드 쇼.
20여명의 스태프들이 연기하는 25분짜리 관람영상.
놀이기구 같이 탑승하는 어트랙션이 아니라 관람하는 공연 형식.
그런데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말했다.
“앞 자리 앉으면 옷 다 젖습니다. 얘네들 얄짤 없어요!”
“네?”
“아, 그냥 앞자리 앉아봐요. 그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아니까.”
그곳은 3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다.
3파트에서는 선원 복장을 한 3명이 양손을 높이 치켜올리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손을 올리면?
『와!』
손을 천천히 올리다가 끝까지 올라가면?
『오오오오오오오-와!』
손을 재빨리 올렸다 내리고! 또 재빨리 올렸다 내리면?
『와! 와!』
3회 반복!
『와! 와! 와!』
그러더니, 갑자기 선원들이 자신의 관람객 목소리가 더 크다고 둘이 소리질러 싸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응원 대결이 이어지고!
목소리가 적은 곳에 선원은 열 받았는지, 갑자기 호스를 이용해 관람객들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젖은 관람객들.
그걸 보며 선원이 다시 손을 올려 호응을 유도한다.
악에 바친 관람객들이 전에 비해 엄청난 호응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 갔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차이가 너무 나. 수준 차이가.’
엘성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수준 차이는 너무나 현격했다.
이 곳의 공연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스쿠터를 타고 등장하는 연기자들.
바다 위에서 솟구치는 화염.
하늘에서 떨어지는 실제 비행기.
10m 상공에서 총을 맞고 떨어지는 장면을 연기하는 스태프들.
모든 게 리얼 같은 느낌.
환상적인 25분 공연. 150$를 이미 다 뽑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리포터도 장난 아니었다.
360도 회전하며, 눈의 시각적 착각을 통해 실제 영화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영화 속 해리포터가 쿼디치 경기장에서 그리핀도르의 팀원이 되어 골든 스니치를 잡으려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대망의 스튜디오 투어.
기차처럼 연결되어 있는 트램 차량.
할리우드 실내 영화 세트장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차량.
스티븐 스필버그가 촬영했다던 비행기 추락 씬 촬영장.
실제 마을에서 홍수가 나는 것을 촬영했던 장소.
영화 죠스를 찍었다던 호수 촬영장.
그냥 촬영장만 있으면 그냥 그저 그렇다 하겠는데.
비행기의 엔진이 돌아가며, 흉흉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실제 홍수가 일어나서 100ton 이상의 물이 갑자기 쓸려내려오고.
호수에서는 모형 상어가 실제로 출연해 관람객들을 깜짝깜짤 놀래킨다.
그래서 실제 재난 장소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것 뿐이면 아, 그렇구나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내 공간으로 트램 차량이 들어가더니, 갑자기 주차하는 것 같이 땅에 고정된다.
그 실내 공간은 지하철 세트장.
실제 지하철과 같은 공간이다.
앞에 있는 진행자가 4D 안경을 쓰라고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불이 켜지고, 양 옆에 스크린이 펼쳐진다.
공룡이 나타나고, 차량 추적이 시작되고.
영화속 명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트램의 진동 충격.
좌우로 펼쳐지는 스크린.
3D 안경 착용으로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스케일에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력.
그야 말로 압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의 하루가 끝나고 호텔에 숙박하는 시간이 되었다.
유라는 혼자 오신 30대 여성 분과 함께 방을 쓰기로 했고, 태석은 김민성과 오석현과 함께 3명이 방을 쓰기로 했다.
호텔 숙소에서 김민성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최고! 완전 최고인데 대박이었다. 진짜 너무 재미있었어.”
“선배도 그렇죠? 석현씨는 어땠어?”
“저도 완전 좋았는데요. 완전 대박이었어요. 내일은 저희 어디 갑니까?”
“그렇게 좋았나요? 안 그래도 국내 귀국하면 평일에 한 번 엘성랜드도 다 같이 갈 생각이었는데.”
“오! 좋습니다. 찬성입니다. 놀이동산 오랜만에 왔는데 정말 기분 좋습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한 사람.
“김태석씨!”
“네!”
문을 열자 가이드가 보인다.
“태석씨 일행은 다른 상품을 신청하셨네요.”
“네. 맞습니다.”
“내일 저희 일행은 솔뱅으로 이동해요. 그래서 태석씨 일행은 문태용 가이드하고 합류하셔야 될 거에요. 오전 7시 반까지 로비로 나오세요. 그때 엘성투어 피켓 드신 분 있으실 거예요. 연락처는 여기 남겨둘게요.”
“네. 감사합니다.”
“후후, 그런데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라 컨셉이 확실하네. 이런 일행은 40년 미국에서 살다살다 처음 봤어. 어트랙션 즐기러 오신 거예요?”
“아니요. 그런 거 아닙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샌프란시스코에서 뵙겠습니다.”
“네. 그래요. 그때 다시 합류해요.”
가이드가 떠나고, 오석현이 물었다.
“실장님, 저희 따로 어디 갑니까?”
“네. 내일은 LA디즈니랜드로 갑니다.”
“네?”
김태석 일행.
그들은 LA 유니버셜 스튜디오, LA디즈니랜드, 샌프란시스코 디즈니 어드벤처 파크.
놀이기구, 놀이기구, 놀이기구.
다른 일행들이 가는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가스 등 유명한 관광지는 가보지도 못한 채, 미국에서 5박 7일 중 5일을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만 주구장창 탔다.
그리고 태석이 말했다.
“타보고 느낀 점 보고서로 작성해요. 귀국해서는 하루 쉬었다가 수원에 있는 엘성랜드에 갈 겁니다. 경쟁사인 로토월드도 가야 되고요.”
여행도 일이었다.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