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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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2) >
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빚 때문에 이혼을 해야 했다니…
환생은 잘 하셨을까?
그래서 물어보았다.
‘저기요! 천사님. 계세요?’
[말씀하세요.]‘우와! 바로 등장하시네요?’
[이제 곧 졸업이니까요. 이제 제 역할도 사라지는 거겠죠.]‘네? 졸업이요?’
[네. 곧 회장 자리에 오른다는 말입니다.]‘헉, 진짜요? 할아버지가 저한테 자리를 물려주신다고요?’
[열심히 살아오셨고, 노력하셨습니다. 이제 충분히 기뻐하셔도 좋습니다.]‘뭔가 씁쓸하네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할아버지께서 벌써 저한테 맡기실 게 아닐 텐데.’
[아닙니다. 사용자 김태석은 이미 완성 되셨습니다. 충분히 잘 하고 계신데요~ 당연한 결과죠.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어디 계신가요?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저의 전임자는 이미 환생터널에 입장했습니다. 천상계의 모든 권한을 버리고 이승에서 다시 태어나길 원했죠. 이미 말씀 드렸지 않나요?]‘네. 듣긴 했는데… 이제 고맙다고는 말씀 못 전하는 건가요? 꼭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네.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나중에 현세에 강림했을 때, 잠시 시간이 있을 겁니다. 천상계에 대한 기억소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그때 한 번 자리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천사님!’
다음 날 아침.
떠나는 태석을 보며 강혜정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좀 더 있다 가지. 오랜만에 내려왔는데.”
“괜찮아요. 엄마 태교에 방해되잖아요.”
“아니야. 뭔 방해야. 우리 아들 있으면 오히려 안정 되어서 좋지. 회장님께서는 잘 해주시니?”
“그럼요. 엄청 잘 해주시죠.”
“그래. 다행이다.”
태석이 다시 떠나려고 할 때, 김한울 아저씨가 말했다.
“너무 무리하진 마. 몸도 안 좋은 녀석이. 허리는 중요한 거야.”
“네. 알겠습니다.”
떠나는 태석의 뒷모습.
그가 현관을 나서자, 김한울이 자신의 아내인 강혜정에게 말했다.
“태석이가 너무 힘들어보이진 않아요?”
“그러게요.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는 건 아닌지… 회장님 되게 욕심이 많은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때, 아들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잊은 게 있어요.”
“응?”
“바이어들 만나니까 미국에서는 이렇게 인사한데요.”
와락! 포옹을 시도하는 아들.
“사랑해요. 그리고 저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말 꼭 하고 싶었어요.”
아들의 말에 강혜정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언제나 바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엄마의 표정엔 행복의 미소가 깃들었다.
“그래. 엄마도 아들 사랑해.”
“네. 저도요. 이제 진짜 가요.”
두 부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한울이 생각했다.
태석이한테 좀 더 잘 해줘야겠다고.
“태석아! 나는 안 해주냐?”
“다음에 뵐게요.”
“어? 야! 태석아! 나는? 나는?!”
* * *
태석은 서울에 올라와 짐을 꾸렸다.
내일이면 미얀마로 가게 된다.
여차하면 봉사활동도 같이 할 생각.
그런데 형이 쓸데없는 짓을 벌렸다.
소중한 형 : 올 때 네 여자 친구도 같이 와.
김태석 : 여자 친구 없는데요?
소중한 형 : 이미 말해 뒀어. 네 연락 기다리고 있을 걸?
김태석 : 누구요?
소중한 형 : ㅋㅋㅋㅋㅋ. 아직도 모른 척 하네?
[소중한 형] 님이 [최유라]를 대화에 초대하였습니다.소중한 형 : 유라씨, 비행기 티켓은 우리 태석이가 마련해 줄 거예요. 같이 와요.
최유라 : 네! 알겠습니다. 저도 엘성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소중한 형 : 그냥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름 재미있으실 거예요.
최유라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둘만의 채팅방에 따로 연락하는 김태진.
소중한 형 : ㅋㅋㅋ. 여자가 좋아하는 거 아니면 이런 데 안 따라온다. 너 좋아하는 거 100퍼다.
김태석 : 아니거든요. 유라랑 소개팅 한 적 있었는데, 업무적인 관계로만 지내자고 먼저 말했었어요. 유라는 성공 욕심이 있는 거지. 연애 욕심은 없어요.
소중한 형 : ㅋㅋㅋㅋ. 바보니? 성공 욕심이 있는 애가 전략기획실 대신 너를 택해? 그리고 휴가 기간에 해외 봉사활동을 따라 간다고? 당장 윤지만 봐도 절대 안 따라와. 그게 쉽니? 기회 있을 때 만나.
김태석 : ㅡ. ㅡ;; 형이나 만나세요.
소중한 형 : 아무튼 같이 와. 이건 형으로서 동생한테 말하는 첫 번째 명령이야.
김태석 : 명령 들을 의무 없거든요?
소중한 형 : 그럼 부탁할게. 부탁 ㅋㅋㅋ
김태석 : ㅡ. ㅡ;;
김태석은 하루 종일 고민했다.
유라한테 어떤 식으로 거절해야 괜찮을까 할까 하고.
그런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회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태진이 보러 간다고?”
“네. 태진이 형이랑 같이 봉사활동도 하면서 머리 좀 식히고 싶어요.”
“여자 친구도 데려간다면서? 유라라고 했나?”
“아… 형이 말했나요?”
“혈기 왕성할 때는 다 그런 거지.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 줄 알았어?”
회장이 웃었다.
손주 녀석이 데이트 하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형, 동생 구분 없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기 때문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송 비서 통해서 비행기 표 구해주라고 했다. 우리 손주 녀석, 빨리 장가보내려면 지원해줘야지. 진태야. 안 그러니?”
회장의 말에 부회장이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
“네. 맞습니다.”
의외. 그러고 보니 예전과는 달리 나긋나긋해진 상태.
태석은 달라진 부회장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는 왜 이러고, 부회장님은 또 왜 이러시냐! 적응 안 되네.’
식사 자리가 끝나고, 방 안에서 태석이 고민했다.
‘유라한테 전화를 해야 되나? 혼자 가고 싶은데… 이거 참… 곤란하게 됐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그런데 의외의 인물.
부회장이다.
“부회장님…”
“그래. 내일 몇 시 비행기지? 직항이 없을 텐데.”
자상한 목소리. 왜?
“오전 11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합니다. 만달레이 공항에서 경유해서 가게 될 것 같아요.”
“그래. 조심히 다녀 와. 내가 생각해보니까 너한테 미안한 게 많네. 그동안 했던 행동 용서해주려무나.”
“아니에요.”
“그래. 잘 다녀오고.”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구나.”
“저도요. 부회장님.”
“그래.”
다음날 인천공항.
혼자 나온 태석에 비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중까지 나온 유라네 가족.
항공권 수속을 밟으려는데, 유라의 아버지가 태석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실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한 때는 태석에게 조언과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었던 수리센터장.
자신에게는 한 없이 높게 보이던 사람인데, 지금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한다.
태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센터장님, 왜 그러세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게 맞습니다. 실장님께서 저희 딸 잘 챙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실장님은 모르실 겁니다.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태석은 민망했다.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라씨!”
“네. 실장님.”
“나 먼저 수속 받고 면세점 들어가서 쇼핑하고 있을 테니까 센터장님하고 같이 있다가 들어와요. 나 식사 생각도 없으니까 먹고 들어와요.”
“네!”
한편 태석이 허겁지겁 떠나자 유라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왜 그랬어?”
“뭐가…”
“실장님, 불편해하시잖아. 내가 혼자 온다니까. 꼭 굳이 따라와서. 나 실장님 따라서 먼저 들어갈게요. 엄마랑 식사 하고 들어가세요.”
“밥은?”
“생각 없어요. 엄마, 도착해서 연락할게요.”
“그래. 그래.”
유라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실장님! 같이 들어가요.”
“어? 부모님하고 같이 있다 들어오지. 시간 많은데.”
“아니에요. 저희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들어갈까요?”
“아… 일단 들어가서 마시죠.”
“네!”
그리고 유라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김태석 미래전략기획실장, 좋은 사람인 것 같네요.”
“내가 말했잖아. 유라가 좋아하게 될 거라고. 재벌을 떠나서 인성이 된 사람이야.”
“그러게요. 우리 원래 딸이 저렇게 행동하진 않는데…”
* * *
공항.
이번에는 비즈니스석.
태석이 먼저 말했다.
“괜찮겠어요? 많이 힘들텐데.”
“봉사활동 하는 기분인데요. 사실 한 번쯤은 다 이런 생활 해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기분 좋았어요. 실장님이 추천도 해주셨고. 같이 가신다니까 무섭지도 않고.”
‘추천? 아… 이 형 도대체 유라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태석이 조용하자 유라가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사무적일 때와는 좀 다르다고 할까?
사석이나 다름 없는 지금이라서 그럴까?
“실장님은 평소에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건 딱히 없긴 한데…”
“그래도 하나만 말해보세요.”
“음… 칼국수? 너는?”
“아… 그렇구나. 저는 라면하고 김치요.”
“김치는 왜?”
“외국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까 라면하고 김치가 정말 땡기더라구요. 안 그래도 그 생각 나서 많이 싸 왔어요.”
“그래?”
* * *
미얀마 북쪽 국경.
여기에는 수 만명의 로힝야족 어린이가 머무르고 있다.
그 곳에 태석과 유라가 현지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도착했다.
무려 3시간.
시멘트도 깔려있지 않은 비포장 도로.
2018년 9월 싸이클론 니르밧슈의 피해.
집 없는 사람만 무려 140만명.
아직도 피해복구를 못한 현장.
비실비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신발도 없이 사는 그들의 실상을 보며 태석과 유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때, 식수와 위생용품이 도착했다.
세제, 비누, 휴지, 샌들, 기저귀와 물동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있어야 되는 것들.
지원차량에 엄청나게 몰리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질서 있게 통제한다.
“왔어?”
“형, 오랜만이에요.”
“그래. 최유라씨! 오랜만이죠?”
“네. 안녕하세요.”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엉덩이 많이 아프죠? 오토바이 타고 오느라 많이 아팠을 텐데.”
“네!”
“형! 근데 왜 미얀마 통해서 오라고 한 거예요? 방글라데시 통해서 왔으면 더 빨랐을 것 같은데.”
“그래야 실상을 보잖아. 이 사람들이 왜 이러고 사는지…”
“……”
그때 갑자기 아이들이 형한테 몰려든다.
김태진은 그런 녀석들에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줄 서야 줄 수 있다.”
그러자 녀석들이 한국말을 알아듣는지 한 줄로 늘어서며 손을 내밀며 말했다.
“초콜릿! 초콜릿!”
“그래. 줄게. 그러니까 줄 서. 차례대로 서면 다 줄 거야.”
* * *
일주일이 지났다.
태석의 어깨는 이미 천근만근.
아슬아슬 사다리를 타고 망치질을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목수다.
“실장님! 언제 공사 끝나요?”
“오늘이면 끝날 것 같은데요.”
“식사 하고 하세요.”
유라의 부름에 태석이 말했다.
“조금 걸릴 것 같으니까 먼저 먹어요.”
“안 돼요! 얼른 오세요. 면 불어요.”
“면?”
나무 밑.
휴대용 가스레인지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음식.
“칼국수 드시고 싶다고 했죠?”
“아!”
그리고 태진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유라씨가 너한테 칼국수 면 만드려고 한 시간 동안 노력하더라. 내일이면 다시 돌아가는데 추억 만들고 싶다고?”
“네? 제가 언제 그랬어요?”
“속마음 다 들렸습니다만?”
봉사활동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