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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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 그만 둡니다. >
태석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우고, 차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도출된다.
‘아빠죠? 아빠 맞죠?’
일방적인 도움, 그리고 가끔 협박.
그러나 모든 결과는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
그리고 감정이 드러난 메시지.
그런데 태석의 말에 답이 없다.
‘김형곤씨! 아빠! 아빠잖아요. 그렇죠?’
다시 묻는 질문.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답이 왔다.
[시스템 메시지 – 저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그럼에도 태석은 씩 웃었다.
‘맞네. 맞아.’
그러자 다시 침묵을 유지하는 미지의 존재.
태석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미지의 존재가 돌아가신 아버지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면, 나중에 차차 알아가면 된다.
그리고 설사 그 미지의 존재가 아버지이든, 그게 아니든 끌려다닐 생각도 없다.
이번 퀘스트에 대한 선택은 자신이 결정한 것.
지금은 아저씨와 엄마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병실 안을 살짝 훔쳐보았다.
태석의 엄마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물론 그건 김한울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태석의 시야를 공유한 존재가 침묵을 깨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시스템 메시지 – 좋은 선택이었습니다.]태석은 아무 말 없이 씩 웃었다.
그는 복도에서 김한울 아저씨와 엄마의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밤 9시가 되어도 대화가 끝나질 않는다.
밤 10시, 드디어 이야기가 끝난 듯, 아저씨가 병실을 나왔다.
태석은 그를 향해 물었다.
“오셨어요?”
“대화, 다 들었니?”
“아니요. 아무것도.”
“아저씨는…”
“아무 말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아저씨가 아까는 흥분했지? 미안하다.”
“아니에요. 아저씨.”
“그래. 가보마.”
아저씨가 축 처진 얼굴로 떠나려 했다.
태석은 그를 향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우리 엄마 좋아해요?”
그러자 김한울이 뒤를 돌아보며, 태석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
그리고 서로를 향하는 진지한 눈빛.
김한울은 결국 자신이 먼저 그 침묵을 깨며 말했다.
“그건 모르겠구나.”
태석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저 3일 뒤에 연수원 들어가요.”
“그럼 혜정씨는?”
“이모가 가끔 와줄 거예요.”
“그래. 다행이네.”
“네. 아저씨, 그런데요.”
“어?”
“아저씨도 엄마 옆에 있어줬으면 해요.”
“……”
“우리 엄마, 많이 힘들잖아요. 아저씨가 우리 아빠 친구라서 보내준 게 아니라, 엄마 좋아해서 돈도 보내주고, 제 과거 엑스레이 사진도 보내준 거라면, 더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태석아.”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할 말은 내뱉었다.
“저도 제 감정 모르겠어요. 그러니 아저씨가 결정하세요.”
“그래. 무슨 말인지 잘 알았고, 집에 가서 생각해보마. 쉽게 대답할 문제는 아니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태석의 어깨를 두드린 후, 병원 밖으로 나섰다.
태석은 다시 병실로 들어가 엄마를 바라보았다.
지쳐보이는지 눈을 감고 자고 있는 그녀.
그러나 수척한 얼굴에도 미소가 걸려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태석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 * *
신입연수원을 가기까지 앞으로 3일.
팀장은 태석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에게 말을 꺼낸다.
“내일부터는 제 2공장 신축현장으로 이동할 겁니다. 오늘은 빨리 정리하고 일찍 퇴근합시다.”
그러자 철성이 형님이 말을 했다.
“오~ 바로 일 따오셨네요. 팀장님! 최고에유!”
“그럼 당연하지. 김씨 아저씨는 하루 쉬신다고요?”
“아, 아내가 바가지 긁네. 주말엔 좀 쉬라고.”
“알았어요. 어차피 내일은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주말 쉬고 월요일부터 나오세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월요일 날 뵙죠.”
공사현장 자재를 정리하고, 빗질까지 끝냈다.
장비를 들고 이제 철수하는데, 태석이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왜? 너도 주말에 쉬려고?”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그럼 뭐? 안 돼! 너는 나와야지. 김씨 아저씨 쉰다는데, 너까지 빠지면 어떻게 하냐?”
태석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제 말해야 될 때이기 때문에, 입을 열었다.
“저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뭐?”
“직장 구했습니다.”
“직장? 야! 직장 가봐야 얼마나 준다고! 너 여기서 벌면 연 4천은 버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사실 진즉에 말씀드렸어야 되는데, 죄송해요. 저 엘성그룹 일반직으로 합격했어요.”
“뭐? 엘성? 너 학벌도 안 좋잖아!”
“어떻게 잘 됐네요. 그래서 내일부터는 못 나올 것 같습니다.”
“하-아! 이 개 놈 자식! 야! 김태석!”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공사가 끝난 제 1공장에서 장비를 실어야하는 트럭까지 걷는 시간 약 5분.
팀장은 말이 없었다.
철성이 형님이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태석이 간다는데, 회식 해야쥬?”
“회식이란 말이 나와? 저딴 식으로 마무리하고 가는데?”
“……”
그런데 김씨 아저씨도 입을 연다.
“팀장님, 아내랑 전화했어요. 좀 늦는다고, 가서 해장국 드시고 가시죠?”
“……”
“에이! 왜 그래요? 우리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 다 그렇지. 그나마 태석이는 말이라도 하고 그만두잖아요.”
“……”
* * *
트럭에 4명이 탔다.
운전하는 태석과 조수석에 탄 팀장.
그리고 후미좌석에 탄 철성이 형님과 김씨 아저씨.
팀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해우네 감자탕.”
“네?”
“거기로 가! 회식 해야지.”
“팀장님.”
“너 좋아서 해주는 거 아니다. 괘씸해서 욕 좀 퍼부어줄려고 가는 거지.”
“……”
태석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을 챙겨주는 팀장님의 마음을 이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자탕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는 사람들.
오늘 청소하느라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네 사람은 벌건 국물을 안주삼아 입 안에 술을 털어 넘기며 말했다.
“가면 힘들 거야.”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각오로 되는 게 아니야. 그 사람들은 배운 사람들이잖아. 태석이 너 겨우 고졸인 거 아는데, 그 사람들이 가만 놔둘 것 같아?”
“그래도 부딪혀 봐야죠.”
“만약에, 잘 안 되면 다시 와. 언제든! 네 자리는 항상 비워 둘 테니까, 없어도 만들 테니까.”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래! 이모! 여기 막걸리 하나 주세요!”
“막걸리?”
“네! 한 주전자로 주세요.”
“알았어.”
막걸리가 오고, 팀장이 그릇에 가득 막걸리를 채우더니, 태석에게 말했다.
“한잔 쭉 들이켜!”
“네.”
꿀꺽꿀꺽.
그리고 김씨 아저씨가 태석에게 봉투 하나를 건넨다.
“미리 말했으면 더 좋은 것 주는 건데…”
“이게 뭐에요?”
“몸에 좋은 거.”
“네?”
봉투 안에는 파란 알약이 들어있다.
“약? 무슨 약이에요?”
“거기에 좋은 거야.”
“네?”
“거시기에 좋은 거라고.”
“아, 저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태석은 비아그라를 다시 아저씨에게 돌려주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철성이 형님이 낚아챈다.
“그럼 나 주면 되겠구먼.”
그 행동을 본 김씨 아저씨가 갑자기 화를 냈다.
“네가 왜 가져가? 여자도 없는 게! 내 놔!”
“……”
“태석이! 이거 가져 가! 안 그러면 나, 진심으로 화낸다?”
“알겠습니다.”
조촐했지만,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
그날 태석은 자신들과 함께 했던 팀원들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 * *
드디어 엘성그룹 입사하는 날.
양복과 캐리어 가방을 챙긴 태석이 모임 장소에 나갔다.
서울 방배초등학교 앞.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수원용 버스.
“김태석입니다.”
“김태석이라, 1번 버스에 타세요.”
“네!”
그런데 앞에 직원이 다시 한 번 말을 건다.
“잠시만요. 92년생이에요?”
“아닙니다.”
“그럼 94년생?”
“네. 94년생입니다.”
“3번 버스로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태석은 1번 버스를 타다 말고, 3번 버스로 향했다.
‘나랑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나보네.’
흔한 이름, 흔한 성.
태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치부하며, 3번 버스 자리에 올랐다.
“모두 다 타신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속초에 있는 엘성그룹 신입연수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안전벨트 다 착용해주세요!”
버스 기사의 말.
태석은 생각했다.
‘나, 이제 신입 사원이구나.’
그리고 그때 문자가 울렸다.
[태석아, 혜정씨 걱정 말고 가서 열심히 해라.]김한울 아저씨의 문자.
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
팀장님, 저 그만 둡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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