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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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연수과정 >
엘성그룹 연수원으로 가는 길.
스마트폰을 켜서 N사 지도를 켜보니 2시간 20분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태석은 엄마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같이 입사한 사람들 옆에서 통화를 하는 것은 공중예절에 어긋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물론 가정사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나중에 쉬는 시간에 통화하지 뭐.’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는데, 맨 앞좌석에 앉아있던 양복 입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3호차 인솔을 담당하게 된 엘성생명 영업3팀 김민성 대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리, 3~5년차 선배. 훤칠하게 생긴 그는 좋은 인상을 한 채, 후배들인 신입사원들에게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과 4주간 진행되는 연수원의 지도선배를 맡게 되었어요. 여기 있는 여러분을 직접 맡을 수도 있고, 다른 호차에 앉아있는 분들을 맡게 될 수도 있겠죠.”
그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선배의 말이었기 때문일까?
태석의 시야도 그에게 집중되었다.
“아직 다들 직무는 정해지지 않으신 거죠?”
그의 질문에 다들 고개를 둘러보며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한다.
“제가 질문을 잘못했네요. 직무 정해지신 분, 손 들어보실래요?”
그런데 약 30여명의 신입사원 중 단 한사람도 들지 않았다.
“저희 엘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이 신입사원 연수교육이에요. 여러분을 관찰하고, 평가하며, 그 결과를 통해 가장 알맞은 직무를 배정받게 되죠. 저는 원래 군인 출신이에요. ROTC로 전역했고요. 3년 전에 이곳에 여러분과 같은 과정으로 입사해서,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영업쪽, 거기에서도 클라이언트를 직접 상대하는 보험영업쪽으로 직무를 결정했었습니다.”
지도 선배 김민성의 말에 한 신입사원이 손을 들었다.
“저, 직무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걸리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
김민성은 씩 웃었다.
“1년을 일해보고, 정 맞지 않는다 싶으면 직무 조정 신청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만약에 그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년간 몸담았던 팀에서 찍힐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래서 말씀 드려요. 이번 신입사원 연수교육, 제대로 받으세요. 그럼 원하는 직무에 가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한 가지 더 질문 드려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혹시 전략기획실이나 비서실은 어떻게 갈 수 있습니까? 그쪽으로 가면 승진은 보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후-우, 이번 신입사원 연수원 참석자가 총 몇 명이죠?”
“263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5등 안에 들면, 전략 기획실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아… 5등이면…”
“아직 말 안 끝났어요. 기회에요. 그냥 기회! 전략 기획실에 들어가려면 6가지 이상 직렬에서 각각 2개월 이상 수습기간을 거치며, 기본적으로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해 봐야 돼요. 거기에서 좋은 평가도 받아야 하고요.”
“아… 그럼… 1년 뒤에나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그 5등 내에서도 1명 또는 2명만 갈 수 있는 곳이 전략 기획실입니다. 1등할 자신 있으세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벌써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면,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자! 또 질문 있나요?”
조금은 독하지만, 이렇게 끊어주는 게 선배의 역할.
쉽지 않은 길을 택하려는 후배.
각오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희망 따위는 줄 생각 없는 선배의 단호한 말이 모두를 긴장케 했다.
그럼에도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왜 였을까? 그의 외모가 뛰어나서였을까?
지도 선배는 『여자 친구 있으세요?』, 『어디 사세요?』, 『멋있으세요.』라는 짓궂은 질문과 사심 섞인 말에도 웃으며 대처했다.
태석은 그의 행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저렇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구나. 나도 3년 뒤라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낯설다.
그렇기에 더욱 더 기대가 된다.
태석의 얼굴에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건 태석의 동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탄 버스가 서울에서 머나먼 여행을 끝나고 해안도시 속초에 도착했다.
엘성그룹 연수원에 들어가는 차량.
연수원은 엘성그룹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옆에는 KC은행의 연수원이, 그 옆에는 ICK은행 연수원이 위치해 있고, 그 앞에는 가스공사, 전기공사, 인력공단 등 다양한 연수원들이 밀집해 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꿈과 희망이 펼쳐지려 한다.
“다들 내렸나요?”
인원 체크를 하고.
“지금부터 개인물품 분배할 겁니다. 여기 자기 신체 사이즈에 맞는 체육복하고, 명찰, 그리고 이름표 하나씩 받아가세요.”
연수원 입소 후 입어야 될 복장과 인식표를 나눠준다.
그리고, 숙소의 키도 받는다.
“김태석씨!”
“네.”
“2층 B13호실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올라가셔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방송 통제 따르세요.”
“네. 알겠습니다.”
태석은 건물 내부 천장을 바라보았다.
2층과 1층이 연결되어 있다.
아트리움 구조, 큰 기둥과 함께, 가운데 커다란 광장이 있고, 2층에는 A01부터 A50, B01부터 B50까지 100여 칸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성 숙소는?
그녀들은 남자들과는 별도의 통제를 받았다.
“여성분들은 전부 3층으로 올라가세요.”
그랬다. 남성과 분리되어 있는 숙소.
하긴 단체생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여성과 남성은 따로 분리해놓는 게 당연한 일.
태석은 통제를 따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2인 1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인 1실은 아니라는 것.
좁은 방. 2층 침대.
‘1층을 써야 하나? 아니면 2층을 써야 하나, 들어오면 말해봐야겠네.’
태석은 생각을 멈추고, 일단 옷을 갈아입었다.
나눠준 트레이닝 복.
그 상의 뒤쪽에는 엘성그룹 이라는 글씨가, 상의 앞쪽에는 엘성그룹의 심볼 마크인 영어 엘과 별을 상징하는 오망성이 그려져 있다.
‘조금은 촌스럽나?’
그래도 단체복.
다 같이 입으면 익숙해질 터.
그때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B13호실 맞죠?”
수줍어하는 남자.
“네. 맞아요. 들어오세요.”
“아… 하하. 많이 좁네요.”
“그렇죠? 김태석입니다.”
“아, 태석씨? 저는 강민용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상이 푸근해보였다.
태석은 일단 안심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
이럴 때는 먼저 수그리는 편이 낫다.
“저 죄송하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저 스물 아홉이요. 태식씨? 태석씨? 아 이름을 까먹었네요.”
“김태석입니다. 스물 다섯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 지금부터 말 편하게 하는 건 그렇고요. 지내면서 편해지면 그렇게 할게요.”
“네. 그럼 침대는 어떻게 쓸까요? 제가 2층 쓸까요?”
“음, 네. 제가 그럼 1층 쓸게요. 2층 좀 번거로울텐데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태석씨는 배려심이 많네요.”
“아닙니다. 앞으로 4주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아, 그런데 엄청 일찍 입사했네요. 스물 다섯이면 대학교를 3년 만에 졸업한 건가요?”
“아… 저는 학점 은행제로 학위 땄습니다. 군대에서도 학점 인정해줘서, 그걸로 남들보다 학위를 조금 일찍 딴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때, 방송이 울리고.
[연수생들! 10분 뒤에 1층 광장으로 복장 환복한 채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집합 10분 전입니다.]강민용이 씩 웃었다.
“군대 다시 온 것 같죠?”
“네. 그런 것 같은데요.”
신입사원 연수과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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