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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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선배의 선택 >
태석은 일용직으로 일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일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였다.
일은 깔끔히 처리한다고 해도, 팀장이나 소장, 그게 아니면 원청 업체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꼭 탈이 났다.
트집을 잡혀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해야 되거나, 아니면 돈을 늦게 받거나, 아예 못 받거나···.
그래서 강민용이 힘들어하는데도 나설 수 없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각 방을 돌아다니는 룸메이트.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비난 뿐.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지도선배의 단단히 화난 목소리 때문이었다.
“김태석씨!”
“네.”
“강민용씨 어디 갔어요?”
“모르겠어요. 일어나보니 없던데···”
“찾아보고 연락 줄래요? 7시 30분까지는 식사 안하고 소회의실에 있을게요. 없으면 오지 말고요.”
“네. 알겠습니다. 지도선배님, 혹시 핸드폰 번호 여쭈어 봐도 될까요?”
“아, 네. 그래요.”
지도선배의 연락처를 받은 태석이 강민용을 찾았다.
그러고보니 아직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은 룸메.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물어보는 건데…’
하긴 시간이 없었다. 그는 바빴으니까.
복도를 쭉 둘러보니 B19호실에서 소란이 있는 듯 했다.
“아니! 6시 30분에 설문지 주고 나서, 7시까지 달라고 하면 누가 해주나요? 지금 씻기도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양해 좀 해줘요. 저도 늦게 전달 받아서···”
“아, 진짜 팀장 하신다고 했으면 통제를 잘 하셨어야죠.”
“네~ 네! 주의할게요. 그러니까 눈 딱 감고 해주세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강민용은 혼자 분주하게 움직이며 방 한 칸, 한 칸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설문지를 받는다.
태석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했다. 왜 저렇게 혼자 다 하려고 하지? 주변에 도와달라고 하면 다 도와줄텐데···.
그런데 그 의문이 금방 풀렸다.
강민용이 다른 방으로 떠나고, 19호실에서 말하는 게 두 사람이 말하는 게 들려온다.
“너무 한 거 아니야?”
“뭐가?”
“불쌍하잖아.”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상점 받잖아. 상점 20점 독식하려고 혼자 하려는 거잖아. 연수원에서 1등 하려고!”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써 있잖아. 안내 책자에! 팀장을 하면 상점 20점을 줄 수 있다. 단, 이 점수는 양도할 수 있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나눠서 쓰면 되는데, 그걸 독식하려고 도움 안 받는 거야. 그렇다고 일 잘하면 욕할 일은 아닌데, 일단 일 머리가 너무 없잖아.”
“대박! 그런 것도 있었어?”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처음부터 사람들을 잘 다루기를 원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대기업 사원들이다. 회사 내에서는 가장 낮은 직위지만, 외부 나갔을 때는 절대 그렇지 않다.
하청 업체도 다뤄야 하고, 동등한 기업 입장에서 거래도 성사시켜야 한다.
그 바탕이 바로 적극성,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
태석은 강민용이 거기까지 생각했다고 생각하니 놀라서 자빠질 뻔 했다.
그때, 메시지가 떠오르고.
[일반 퀘스트 : 2018년 엘성 연수원 안내책자 끝까지 읽어보기]엘성그룹 신입사원 연수교육에 필요한 내용이 적혀있는 책자를 끝까지 읽어보고, 앞으로 4주간 진행될 교육에 대해 완벽하게 대비하자.
[완독시 보상 : Point 5]하나가 더 떠오른다.
[일반 퀘스트 : 팀장 맡아보기.]팀장을 맡게 되면, 다른 동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팀장을 맡아 인정을 받아보자. 단, 못하면 안 하니만 못하게 된다.
‘여보세요? 퀘스트만 주고 딸랑 끝인가요?’ 태석은 속으로 미지의 존재에게 외쳤다.
그러나 녀석은 묵묵부답.
언제부턴가 잠수를 탄 존재.
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강민용씨는 진짜 거기까지 생각했던 거야? 그럼 정말 대박인데?’
어떻게 보면 머리가 굉장히 좋고, 어떻게 보면 정말 멍청한 사람.
강민용은 연수교육에서 1등을 하기 위해 팀장을 맡은 거였고, 20점의 상점을 나누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호의를 거절했던 거라면?
상상만 해도 싫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이런 식의 뒤통수는 좋지 못했다.
‘완전 나를 똥으로 본 거잖아. 상점 노리는 사람으로…’
태석은 일단 지도선배가 부탁한 게 있기에, 다른 방으로 이동한 강민용을 찾아 입을 열었다. 다행히 설문지를 종합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저기요.”
“네, 태석씨. 무슨 일 있어요?”
“지도 선배님이 찾던데요. 2층 소회의실로 가보세요.”
“지금?”
“7시 30분까지 오라고 하셨어요.”
“아, 아직 종합 못했는데···”
그는 휴대폰을 꺼내 현재 시각을 쳐다보았다.
7시 15분. 아직 15분의 여유가 있는 상황.
태석이 다시 한 번 그에게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혼자서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태석씨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신경쓰지 말고 들어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씻고 있을게요. 식사는 같이 하실 거죠?”
“아니에요. 먼저 드세요. 그리고 그것 전달하러 오신 거라면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
태석은 강민용의 행동에 실망했다.
‘정말 상점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상점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이거 너무 민망하게 거절하잖아.’
인간적인 관계와 교류를 거부하는 그에게 자신이 먼저 수그릴 필요는 없다고 태석이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호의는 베풀지 않아. 나도 당분간은 선 긋고 행동해야겠어.’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쁜 발걸음으로 다른 방으로 향했다.
설문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본 태석은 소회의실에 있는 지도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김민성 대리입니다.
“네. 지도선배님, 저 B팀장 룸메이트 김태석입니다. 저희 팀장한테 말씀하신 사항 전달했습니다.”
– 그래요? 그런데 왜 안 오지?
“지금 설문지 종합해서 가려는 것 같습니다.”
– 알았어요. 태석씨는 식사 했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죠? 다 씻었으면 7시 30분까지 소회의실로 와요. 팀장하고 같이 밥 먹읍시다.
“네. 알겠습니다.”
김민성 지도선배의 말에 태석이 재빨리 세면장에 가서 씻고 나왔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말리고, 옷을 빨리 갈아입은 후, 소회의실로 향했고, 그 시각은 07시 28분이었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은 룸메이트.
‘후-우, 이 사람은 정말…’
『못하면 못할 것 같다.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중간보고라도 해야 되는데, 그 사람은 그런 융통성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불똥이 또 태석에게 튀긴다.
“태석씨, 전달했나요?”
“네. 아까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음… 민용씨 새벽에 방에 들어갔을 때,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욕 같은 건 안 했나요?”
“네.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후-우, 조금은 답답해지려고 하네요. 어제 방송 시설 고장 났다고, 그거 고친다고 새벽 1시까지 그걸 낑낑대면서 고치고 있더군요. 그래서 얼른 들어가라고 했더니, 시킨 설문지는 하나도 안 해놨던 거예요. 그래서 아침까지 이렇게…”
그때, 들어오는 강민용.
지도 선배가 그를 향해 물었다.
“왜 이리 늦었나요?”
“아직 종합이 덜 되어서 취합하느라 늦었습니다.”
“다 끝난 건가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몇 명이 협조하지 않고 화를 내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그 명단 여기 적어왔습니다.”
무려 11개의 방.
그것을 보며 지도 선배 김민성 대리가 처음으로 화를 냈다.
“11개 방이나 협조를 안 했다면, 그건 팀장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전달했기에 11개 방이나 협조를 안 해요?”
“……”
“알았어요. 식사 시간이니까 식사하고 와요.”
그의 말에 강민용이 지도선배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은 안 드십니까?”
“전 생각 없으니까, 먹고 와요.”
“알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드세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가는 강민용의 뒷모습을 본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지도선배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이네.’
그때, A팀과 여사원들이 살고 있는 C팀 대표가 타이밍 좋게 소회의실로 들어왔다.
“지도 선배님! 설문지 제출하러 왔습니다.”
“아, 다 했나요? A팀?”
“네. 여기 있습니다.”
A팀은 설문지를 모두 종합한 후, A4 용지에 수기로 종합결과를 간단히 정리까지 한 후 제출했다.
그리고 여성 숙소를 맡고 있는 C팀 대표는 종합결과를 타자로 쳐서 분석하고 표와 그래프까지 그려서 출력물로 결과를 제출했다.
“이걸 이렇게 다 분석하고, 결과까지 만들어왔나요?”
“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할 수 있었습니다. 금방 했습니다.”
“그랬군요. 두 분 다 수고했어요. 식사 하고 오세요.”
“아, 저는 식사했습니다.”
“저도 아침 먹었습니다.”
여유로운 두 사람.
밥도 다 먹고, 설문지 종합도 끝내고, 얼굴도 말끔한 차림 그대로다.
“그래요. 나가봐요.”
“네. 선배님!”
태석은 A팀과 C팀의 순조로운 진행을 보며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지도 선배님, 종합하는 것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그럴래요? 밥도 안 먹었잖아요.”
“괜찮습니다. 어제 저녁 많이 먹었습니다. A팀처럼 할까요? C팀처럼 할까요?”
“양식은 상관 없어요. 어차피 11개 방에서 추가로 종합해야 되니까, 제출한 것만 A팀처럼 해주세요. 그럼 난 일단 아직 제출하지 않은 곳에 받으러 다녀와야겠네요.”
태석은 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 11개 방이 어디인지 아니까, 거기 사는 사람들 핸드폰으로 전화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전화번호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아, 그러면 되겠다. 그렇게 하죠. 그게 더 빠르겠네요.”
“네.”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11개 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 아침 8시까지 회의실로 설문지를 제출해달라고 보내니, 사람들이 알아서 들고 왔다.
태석은 생각했다.
‘문자 미리 보내놨으면 다 하는 거잖아. 방송 안 된다고, 이걸 생각 못 한 거야?’
태석의 의견 때문에 시간을 번 지도 선배가 씩 웃었다.
“태석씨.”
“네.”
“회사 생활 참 웃기죠?”
“아니요, 괜찮습니다.”
“사람이 다 잘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꼭 있어요. 면접까지 보고 걸렀는데도 이러죠. 하지만 괜찮아요. 신입 연수원에서 한 명 걸렀으니까요.”
“……”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쩌죠? 오늘 아침은 정말 걸러야겠는데?”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런 거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 저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
아침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곡물로 만든 에너지바를 건네는 태석.
지도 선배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후-후, 이런 거 자주 먹어요?”
“가끔 먹습니다.”
“오늘 아침은 태석씨 말대로 이걸로 대신 해야겠네요. 잘 먹을게요.”
“아닙니다.”
그날 오전.
B동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지도 선배가 태석을 앞에 불렀다.
태석은 영문을 모른 체, 그에게 불려나갔다.
모두의 앞에 선 태석에게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그때, 지도 선배가 입을 열었다.
“엘성맨 여러분, 제 직권으로 B팀은 팀장을 김태석 씨로 교체하겠습니다. 다들 이의 없으시죠?”
그때 울리는 메시지.
[일반 퀘스트 : 팀장 맡아보기를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Point 5점을 얻었습니다.] [전리품 : 상점 20점을 얻었습니다.]지도선배의 선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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