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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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 >
교육 첫날 오전은 대부분 그룹소개교육이었다.
엘성그룹의 역사, 그리고 태동.
그리고 발전사 등, 동영상을 시청하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라는 것이 전부.
“태석씨.”
“네.”
“팀장이니까, 감상문 받아와요. 잘 할 수 있죠?”
“네. 알겠습니다.”
지도 선배의 말에 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B동 사람들 전부를 단체 톡방에 초대한 후, 지도 선배가 한 말을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 B팀의 팀장을 맡게 된 김태석입니다. 오늘 동영상 시청하고 써야 될 감상문은 A4 용지 2장 분량 이내로 작성하면 된다고 지도선배에게 전달 받았습니다. 오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제 숙소인 B13호실에서 제출받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사항이나 질문 사항 있으시면 개인 톡으로 부탁드립니다.』
『주의사항 : 단체 채팅방에서는 답변 하지 말아주세요. 한 명, 한 명 의견을 올리면, 너무 많이 알림이 울려서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저한테 궁금한 사항은 개인 톡으로만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명확한 지시, 그리고 협조.
그래서일까? 특별히 궁금한 점이 없는 같은 동 사람들.
『식사가 많이 밀리더라구요. A동 팀장하고 C동 팀장하고 상의해서 이번 주는 A동이 7시부터 7시 20분, B동이 7시 20분부터 7시 40분, C동이 7시 40분부터 8시까지 A, B, C동 순서로 하기로 했고, 점심, 저녁도 마찬가지 순서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다음주부터는 주차별 순서를 순환해서 저희가 1등으로 먹게 될 거예요. 자세한 시간은 첨부 사진 확인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마찬가지로 개인 톡으로 문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식사 전파부터는 물론 복장 통제도 명확하게 말해준다.
『오늘 오후 교육 복장은 트레이닝 복입니다. 오늘 강사님은 엘성원 보안과장으로 재직중인 윤기문 과장님으로 수업 중에 핸드폰 울리면 벌점 체크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일 발생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으니까, 우리 B동에서는 그런 분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알람버튼은 무음으로 체크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의사항까지 모든 걸 혼자서 척척 해 나간다.
오후 교육이었던 보안 교육을 마치고 사람들이 각자의 방에 들어왔다.
태석은 책상에 앉아 오전에 내 준 과제인 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다.
팀장이라 그런지 확실히 좀 바쁘긴 했지만, 시간 분배를 잘 해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아직까지 잘 하고 있어.’
태석은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 다음 해야 될 일을 떠올렸다.
‘식사 시간은 전파했고, 지도 선배님은 소회의실, 방송 앰프 고치는 거 확인하러 오라고 했으니까, 오후 5시 30분까지만 가면 되고. 다른 건 다 했나? 했지. 응. 다 했네.’
그런데 옆에 있던 강민용이 고압적인 시선으로 태석을 보며 말했다.
“태석씨.”
“네?”
“저한테 할 말 없으세요?”
“……”
“없으시죠?”
그의 똑같은 두 번의 질문에 태석은 그의 기분을 헤아렸다.
“아, 죄송해요. 팀장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본의 아니게 죄송하게 됐네요.”
최대한 좋게 말했는데, 그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나보다.
“본의 아니게요? 아까 아침에 보니까 소회의실에서 지도선배한테 알랑방귀 뀌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아, 그건요. 지도선배님께서 민용씨하고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진짜인데요. 지도 선배님이 민용씨가 설문지 종합해서 오면, 세 명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 기다리던 중이었네요.”
정확히 사실을 전달하고 감상문을 쓰려는데···.
“잠시만요.”
“네?”
“후-후, 나 미치겠다.”
“네?”
“나는 이제 태석씨랑 방 같이 못 살 것 같은데?”
“……”
김태석의 얼굴에 처음으로 썩소가 걸렸다. 그러나 금방 지웠다. 다 그를 위해서였다.
“저 일단 참으시고요. 저희 대화로 얘기하죠.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대화는 무슨 대화로 풀어? 오해? 야! 까부냐? 김태석씨! 김태석!”
태석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방문 밖으로 나갔다.
그와 같이 있다가는 싸움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야! 어디 가?! 너 나한테 사죄 안 하냐?”
“죄송합니다. 지금은 대화 준비가 안 되신 것 같네요. 제가 자리 비켜드리겠습니다.”
“김태석! 야, 야!”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일단은 소회의실로 향했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단체생활에서 소란을 일으키긴 싫었다.
소회의실.
기분이 꿀렁꿀렁한 가운데, 그는 새로운 A4 용지에 감상문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 들어온 김민성 지도 선배가 태석을 향해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방송시설 고치는 사람은 왔어?”
“아닙니다. 아직 안 왔네요.”
태석은 생각했다. 이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 될 거라고.
그런데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저기···.”
“응?”
“B13호실 사는 강민용입니다. 지도선배님?”
“네. 말씀하세요.”
“저 방 좀 옮기겠습니다.”
“……”
태석의 얼굴에는 썩소가 걸렸다.
그런데 그건 지도선배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 때문이죠?”
“김태석씨랑은 같이 못 살겠습니다. 방 좀 옮겨도 되겠습니까?”
“강민용씨! 지금 행동, 엄청 실망인 거 아시죠?”
“배신행위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무슨 배신 말하는 거죠?”
“같은 신입 사원끼리 뒤통수 치는 것을 말 하는 겁니다. 제 자리 뺏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요.”
보험 영업을 주로 하는 지도 선배 김민성 대리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야!”
“?!”
“너 몇 살이냐? 나이 많다고 막 나가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직급 떼고 맞장 뜰래?”
“아니요. 그러려고 한 게 아니고요.”
“내가 시켰어. 내가 시켰다고. 강민용씨!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 여기 비교해 봐! A동 팀장이 해온 것하고, C동 팀장이 자료 종합해온 거, 그리고 자네가 해 온 것! 네 눈으로 직접 봐!”
그는 아침에 종합된 것을 그에게 가리키며 강민용을 압박했다.
그러자 강민용이 고개를 푹 숙였다.
“……”
“내가 당신한테 어려운 것 시켰어? 그렇게 만만해 보였어? 내가 쉬워 보였어? 내가 영업 하니까 우습냐? 그냥 지원률 1:1도 안 되는 직무라서 우스웠어?”
“아니… 저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
“변명하지 마. 인마!”
“죄송합니다.”
그러나 불같은 성격이 튀어나온 김민성을 말릴 수는 없었다.
태석은 고개를 숙인 채, 한 발자국 뒤로 빠졌다.
“강민용씨!”
“네?”
“강민용씨는 소원대로 방 옮겨줄게. 짐 싸고 다시 와. 퇴사 처리 시켜줄테니까. 네 집! 너희 고향으로 가. 가라고!”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아니야. 옮겨. 그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옮겨!”
“……”
그는 예상치 못했다. 지도선배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그가 간과한 것.
군대 출신의 선배, 거기에 직무는 영업.
거친 환경,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에 딱 맞는 직무를 선택한 지도선배.
선배가 이렇게 나올 지는 꿈에도 몰랐던 강민용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지도선배들이 김민성 대리를 말리며 강민용에게 말했다.
“거기, 신입! 너 뭐해? 나가 있어! 민성씨, 왜 그래요?”
“아니,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요? 아, 성격 나오게 만드네.”
“쉽게쉽게 갑시다. 거기! B팀 팀장! 빨리 신입 데리고 나가! 나가서 당분간 들어오지 마.”
태석은 다른 지도 선배들의 말에 강민용을 데리고 소회의실에서 나갔다.
뒤쪽의 따가운 눈초리, 그리고 폭언.
하지만 다 강민용이 자초한 일. 그를 위로해줄 생각은 전혀 없는 태석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울상이 된 채, 태석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김태석은 그를 보며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서일까? 입을 열었다.
“왜 그러셨어요?”
“……”
“제가 아니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제가 말 한 거 아니라고. 제가 팀장 직위 노릴 사람으로 보였나요?”
“……”
“일단은 저녁 먹고, 다시 가서 선배한테 사과드리세요. 그게 맞을 것 같아요.”
“미안… 내가 어떻게 되었었나봐.”
“네. 미안하셔야죠. 일 저질렀으면 반성하셔야 되고요.”
태석의 말에 강민용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이제 강민용씨한테 사무적으로 대할 겁니다. 형, 동생 그런 거 안 따지고 민용씨 대할 거니까, 민용씨도 저한테 그렇게 대해주세요. 말 편하게 하지 마시고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태석은 생각했다.
강민용, 그가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사회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고.
분노조절이 잘 안되고, 어리숙하다고.
그 예상은 맞았다.
시카고 주립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강민용.
분명 공부는 잘 하지만… 답답한 행동은 도저히 동정할 수 없는 태석이었다.
같은 시각.
강민용은 후회했다.
오늘 자신이 지도선배 앞에서 한 실수를…
그것을 만회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것 같다고.
하지만 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룸메이트이자 동기.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석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
그로 인해, 탄탄대로였던 고속도로처럼 뻗었던 길이, 어느 산골짜기에 동물들이 밟아 생긴 소로길보다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 * *
태석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간 활동 전에 모인 B동 모두의 앞에서 말했다.
“여러분들. 내일 저녁부터 엘성 체조를 배우게 됩니다. 이 체조 점수가 총점 1000점 중에 50점이나 되는 건 알고 계시죠?”
태석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체조가 단체 점수에요. A동, B동, C동 경연하는 거고, 상대평가에요. 이걸 잘 해야, 우리가 다 같이 원하는 직무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요. 혹시 엘성체조에 대해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그러나 아무도 들지 않았다. 설마 아무도 모를 줄이야.
하긴 모르는 게 당연했다.
태석처럼 엘성그룹에서 하청업체로 일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니까.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49명의 B동 팀원들에게 말했다.
“다행히 저는 이 체조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능숙하게 제법 잘 합니다. 그래서 저를 도와주실 분, 네 명만 지원해주시면 이 분들께는 제가 받을 상점 20점 중 일부를 나눠드리겠습니다. 단, 적극 협조해준다는 조건입니다. 혹시 도와주실 분 있으신가요?”
태석의 눈 앞에 손을 든 동기 5명.
그들을 보자 태석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깃들었다.
“5명이나 도와주신다고 하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그럼 이따 밤 9시 30분에 저희 방으로 오시면 자세한 것은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야간 수업 잘 받고, 자세한 것은 지원하신 분들만 따로 모여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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