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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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
다음 날, 태석은 간이침대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누워 자고 있는 엄마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떠나는 아들.
‘엄마, 다음에는 좀 더 오래 있다가 갈게요. 미안해요.’
그는 곧바로 자신의 집 앞에 주차된 1톤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작업팀 공구가 가득 든 차량.
그것을 끌고 간 것은 팀원들이 묵고 있는 간이 컨테이너형 숙소.
새벽 6시 10분.
팀원들은 어제 술을 많이 먹었는지 다들 잠에 취해 있다.
그는 양복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입을 열었다.
“형님들! 일어나세요!”
그러자 팀장이 술이 덜 깬지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몇 시냐?”
“벌써 6시 10분입니다. 지금 가야 출입승인 할 수 있어요.”
“네가 출입증 가져가서 먼저 찍어라. 나중에 뒷문으로 갈게.”
“그러실래요?”
“그래. 그렇게 해.”
그렇게 말하던 팀장은 이불을 뒤집어 쓰다 말고, 배를 깐 채, 대(大)자로 자고 있는 철성을 발견하곤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야~ 이 새끼야. 넌 가야지.”
“아… 힘들어유.”
“일어나! 네 짬밥에 어디서!”
“… 아… 팀장님… 힘든디…”
어영부영. 씻지도 않고 트럭에 타는 철성.
태석은 뒷 좌석에 있던 생수 하나를 꺼내 철성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형님, 이거라도 드세요.”
“그래. 고맙다, 아 죽겠구만.”
“몇 차까지 하셨어요?”
“4차인가? 소주 6병은 마신 것 같은디?”
“둘이요?”
“아니, 각자 6병이여.”
“아예 밤새 드셨네요. 몸도 생각하셔야죠. 이제 형님도 거의 40 아니세요?”
“죽으면 으뜨냐?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지. 넌 인마, 밤에 어디 갔다 왔어? 여자랑 놀다 왔지?”
“…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고, 뭐 아닌들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 새끼! 아주 그냥 살판 났구먼? 예쁘냐?”
“네. 예쁩니다. 평생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큭큭, 남자는 다 똑같다니께?”
충청도 토박이 철성이 형님.
그는 순진하고, 단순해서 정이 갔다.
같이 일한지는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일은 그냥 배워가는 단계지만, 사람이 좋아 팀장하고 잘 어울리며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다.
트럭이 입구에 도착하자, 보안 요원들이 출입증을 살핀다.
차량 출입증을 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통과시키는 요원들.
태석은 허허벌판인 흙으로 다진 주차장에 트럭을 대충 주차하고 차량에서 내렸다.
그가 작업 전 챙긴 것은 안전모.
안전모를 가지고 이동하는 곳은 바로 현장 컨테이너.
그곳에는 소장이 담배를 피다가 태석을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태석이 왔냐?”
“네. 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철성씨는 꼴이 왜 그래? 안 씻었어?”
“아, 죄송해유, 어제 술 좀 먹었어유.”
“뭐, 출근했으니까 됐고, 옆에서 씻고 와요. 엘성그룹 직원들 보이면 피하고, 괜히 욕먹지 말고, 알았어요?”
“네. 알겠어유. 씻고 올게유.”
소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철성을 내보내고는 커피포트를 가리키며 태석에게 말했다.
“커피 한잔 타라. 내껀 설탕 절반.”
“네. 알겠습니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믹스커피를 집어넣는 태석.
믹스 커피에서 설탕 마지막 부분에서 절반만 집어넣은 태석이 종이컵의 1/2만큼 끊는 물을 담았다.
이게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의 맛.
“소장님, 커피 탔습니다.”
“그래. 몸은 어떠냐?”
“… 그냥 똑같습니다. 좋아지지도 않고, 나빠지지도 않고…”
“그래? 아… 목수가 부족한데, 가면 안 되겠냐?”
“목수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는 태석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야! 태석아. 소장도 인마,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해야 되잖아. 너는 그 고급인력이 겨우 11만원짜리 미장 해야겠냐? 목수 하고 15만원씩 받아가. 집도 힘들다며.”
“… 저도 하고는 싶은데, 허리를 다쳐서…”
“에이! 씨팔, 됐다. 이 새끼 아주 빠졌네. 빠졌어.”
“……”
태석은 고개를 숙인 채, 바깥으로 나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소장님이 돈을 붙인 건 아니었네. 개 새끼! 하긴 네가 그렇게 해주겠냐? 돈만 보는 새끼!’
더러운 현장일. 일이 많은 목수와 달리 미장 쪽은 일이 많지가 않다.
미장은 대부분 마감 처리할 때만 짧게 치고 가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미장쪽 일과 목수 일을 같이 배운다.
그러나 목수는 허리도 많이 굽혀야 하고, 무거운 것도 들어야하고, 재단도 해야 돼서 몸에 많은 무리가 간다.
특히 좁은 곳에 들어가서 두~세시간씩 설계대로 틀을 잡을 때는 몸도 마음대로 못 움직인다.
그것 때문일까, 태석은 요 근래, 소장으로부터 굉장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도 없는 게, 어머니가 입원해있는 병원과 가장 가까운 곳이 이 곳.
허리에 부담이 덜 가는 미장일 말고는 할 수가 없는 태석에게는 이 일이 제격이다.
태석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제출한 200여개의 지원서.
‘제발… 한 곳만 붙었으면…’
월 300이상 버는 직장을 얻어야 하는 그이지만, 번번히 서류전형에서 떨어진다.
그는 그럼에도 꿈을 놓지 않았다.
‘어딘가는 날 알아 줄 거야.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그날 오후. 태석이 일을 하다 말고 전화를 걸었다.
바로 병원이었다.
– 김한울 정형외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어제 병원 진료 받은 태석인데요. 선생님 통화 가능할까요?”
– 네. 잠시만요.
간호사가 의사 선생님을 바꿔주었다.
– 김한울입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 어?
“태석이에요. 아저씨께서 돈 붙이셨죠?”
– 그래. 나야.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 됐어. 끊는다. 너 또 공사판 나간 거 아니지?
“……”
– 너, 인마! 아저씨 말 들어. 알았어? 공사판 당장 그만 둬! 너 허리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이 멍청한 놈!
“……”
아버지의 친구였던 김한울의 전화가 끊기자, 태석은 고개를 숙였다.
‘매번 도움만 받고, 이 병신 새끼.’
대출금을 갚는 것조차 힘든 자신의 인생.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대출금을 갚으면…
“으읔…”
허리가 아파왔다. 태석은 인상을 쓰며, 진통제를 먹었다.
‘젠장… 나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때 울리는 진동.
핸드폰이었다.
태석은 통증을 뒤로 하고,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마지막 그룹.
지금 본인이 일하는 그 공사현장.
[안녕하세요. 엘성그룹 인사팀입니다. 김태석 님께서는 저희 엘성그룹 일반직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2차 전형은 5월 6일(토) 14:00에 저희 그룹 본사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000번지 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복장은 자유복장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을 통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종 합격을 기원하겠습니다.]‘됐다! 됐어!’
200번의 도전 끝에 온 기회.
태석의 얼굴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가 걸렸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메시지.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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