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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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트릴까요? >
태석은 건물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세상에서 겪었던 수 많은 인간들을…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을…
많이 배운 그들의 삶은 크게 다를 것 같지만,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는 사회 생활을 하며 경험할 수 있었다.
못 배웠다고 다 무식하다?
그것도 일반론에 불과했다.
못 배운 사람들 중에서도 똑똑한 사람은 있다.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
앞서 말했듯 서민들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들.
그저 현상유지만 하고 이대로라도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세상이 잘못되었다며, 시위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반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예 삶을 포기한 사람들도…
태석은 이 중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에 속했다.
삶은 풍족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올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가 그였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다소 과한 인상을 심어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았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인생이 허무했다.
처음에는 강민용씨랑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태석은 사람 모두가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골인지점에 이미 도착한 채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시작지점보다도 한참 뒤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시작부터 비행기를 타는데, 누군가는 혼자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끌고 가야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태석은 생각했다.
오늘 난 잘못한 게 없다고. 단지 뒤에 있던 내가 빠르게 선두를 앞질러 간 것이 화근이었다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그래서 이런 거 가지고 흔들릴 생각은 없었다.
그게 태석의 마음가짐.
그는 한숨을 통해, 자신의 근심을 털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강민용씨와 다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온 방.
아무도 없다.
소란 피우던 강민용은 도대체 지금 뭐하고 있을까?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부여된 자유 시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10분 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태석은 강민용과 다시 대화를 나누며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은 룸메이트가 아닌 여성 지도선배다.
“B팀 팀장! 김태석 맞지?”
“네.”
“나랑 따로 얘기 좀 가능할까?”
“네. 말씀하세요.”
태석의 말에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말이야. 너 팀장 하려고 김민성 대리한테 돈을 줬니?”
“아니요. 그런 일 없습니다.”
고개가 저절로 푹 숙여졌다.
‘설마 믿은 거야? 강민용 이야기를 믿은 거야?’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그의 말을 믿은 그녀의 말에 오히려 쓴 웃음이 나온다.
당황한 태석은 자신 앞에 있는 지도 선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두 번째 질문을 해 왔다.
“이번에 김태석씨, 시험 점수 만점이더라. 문제 유출된 게 아닐까? 라는 말이 있던데…”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밝혔다.
“누가 그런 의문을 제기한 겁니까?”
“너도 알 거 아니야? 내가 꼭 누구라고 말해야 겠어?”
“증거 전혀 없는 그 사람 뇌피셜입니다. 저는 그런 일 모릅니다.”
태석의 날선 대답에 그녀 또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가지고 민용씨가 따지니까, 네가 밀쳤다며!”
“제가 사람을 밀쳤다고요?”
“그래. 네가 밀어서 강민용씨가 방어하려고 소리쳤고! 넌 분에 못 이겨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틀려? 지금 정황상 그 말이 맞는 것 같은데?”
태석의 쓴 웃음.
역시나 말이 먹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 엄청 잘 하고 있다고, 내 생각에는 저 새끼, 분명 뭔가 있다고.
태석의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태석씨,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태석씨 학교 어디 나왔어? 학점 은행제라며.”
“… 그게 중요한 겁니까?”
“그런 사람이 어떻게 평가를 잘 받을 수 있겠어? 강민용씨가 의문을 제기한 게 전혀 근거가 없진 않잖아.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일반적인… 그건 누구 기준입니까? 최윤정 지도선배님 기준이십니까? 아니면… 엘성 그룹 모두를 말하는 겁니까?”
태석의 질문에 최윤정이 비열한 웃음을 보였다.
“말하는 거보니까, 김태석씨는 정말 싸가지 없게 말하는 게 보이네. 예의가 없는 것 같아. 가정교육도 덜 됐고. 하긴, 배우지 못해서 그런가?”
“지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꼭 한 번 더 말해야겠니? 단 둘이 있을 때 말해. 사태 커지기 전에,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끝낼게.”
“자체 조사라니요?”
“너도 그렇잖아. 너 때문에 김민성 대리까지 피해봐야겠어? 혼자 책임지고 나가라는 거지. 김민성 대리는 아무 일 없었던 걸로 하고, 너만 자진 퇴사하는 것으로 조치 해줄 테니까.”
태석은 최윤정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취조하시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도대체 여기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하시는 말씀 들어보면 제가 다 잘못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증거는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 김민성 지도선배 여기 와서 처음 봤습니다. 아무 관계도 아니고, 학연, 지연, 혈연 걸리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흥분하지 마. 나 지금 녹취하고 있어. 너 지금까지 말한 거, 다 녹음되었고, 나중에 조사결과에 증거가 될 거야.”
태석은 그녀의 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밖에서 소란이 펼쳐졌다.
“아니! 어딨어? 우리 귀한 자식 손찌검 한 녀석! 어디 있어?”
“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여기 연수원 건물 안입니다.”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 강민호 3선 국회의원이야!”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고, 빨리 안내해! 그 김태석이라는 애 어디 있어? 그 싸가지! 어디 있냐고!”
설상가상.
태석은 룸메이트 강민용 엄마의 등장에 혀를 찼다.
“너니? 너야? 김태석이 너야?”
그녀가 방 안에 들어오자, 과장이 최윤정 지도선배를 작은 목소리로 불러낸다.
“윤정씨, 나와!”
“네.”
그러자 최윤정도 밖으로 나오고, 태석도 나온다.
그러나 태석은 방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그녀의 욕설이 쉼 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태석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참았다. 참아야 했다. 참고 싶었다.
왜? 더 큰 복수를 위해.
폭풍이 휘몰아친 후, 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건물 밖 벤치에 앉았다.
이제 겨우 1주일인데,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민성 대리의 모습이 보인다.
축 쳐진 모습.
항상 자신만만했던 지도 선배의 얼굴이 지금은…
그래서 물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 태석씨, 나 때문에 미안하게 됐네.”
“아니, 왜 지도선배가 미안해합니까?”
“내가 잘못 건드렸나봐. 강민용 그 자식! 빽으로 들어온 녀석이었어. 젠장.”
그러자 태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영업 뛰신다면서 이렇게 멘탈 약하셔도 됩니까?”
“뭐? 넌 그 말이 지금 나오니?”
“웃으십시오. 사람한테 항상 나쁜 일만 생기란 법 있습니까?”
태석의 말에 김민성 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 골 때리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
그런데, 한편으로는 김민성 또한 녀석을 보며 웃음이 나온다.
‘하아, 멘탈 졸라 좋네. 저런 새끼가 진짜 영업엔 딱인데…’
그러고 보면 자신은 사람 보는 눈이 있다.
강민용 그 자식은 정말 죽일 놈의 자식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다만, 빽이 있었을 줄은 몰랐지.
그런데 김태석, 이 자식은 진짜 상남자 중에 상남자인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녀석이 무언가를 보여준다.
“이게 뭐야?”
“녹음 파일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터트릴까요?”
태석의 얼굴에 걸린 미소.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김민성 대리의 얼굴에 태석의 미소가 전염됐다.
“일단 나한테 보내줄래?”
터트릴까요?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