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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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1등하는 이유 >
서윤지는 태석의 스터디그룹에 들어온 후, 태석을 줄곧 관찰했다.
솔직히 공부는 수업시간에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은 머리가 좋았으니까.
그런데 그 좋은 머리로도 이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정말 궁금했다.
이 사람이 왜 1등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1주일 동안 함께하며, 태석을 바라본 그녀의 결론.
그는 성실했다.
그리고 핵심포인트을 잘 알았다.
강사나 선배님들이 언급한 중요한 것만 공부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해. 너희들 꼭 봐야 돼.”
“알았어. 체크 해 볼게.”
“선도경영! 강조한 거 알지? 그거 꼭 나온다.”
“선도경영, 그리고 또 다른 거 나올 만 한 건 없어?”
“기업회계의 이해 과목에서는…”
그리고 그가 강조한 문제들은 거의 다 시험문제로 나왔다.
100퍼센트 다 나오진 않았지만, 50프로 이상이 나왔다.
그리고 그걸 김태석은 다 맞췄다.
경이로운 적중률.
그래서 2주차도 김태석이 또 1등을 했다.
물론 자신도 그에게 크게 뒤처지지는 않았다.
강조하지 않은 문제가 나와서 당황했고, 거기서 3문제 정도 틀렸지만 여전히 김태석에 이어 2등이란 성적.
그런데 태석의 강점은 시험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리더로서의 자질.
C팀은 1주마다 팀장을 돌아가면서 하는 분위기인데,
B팀은 남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그냥 태석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가 다른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팀원들은 그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 왜일까?
살펴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
딱 할 말만 전달하는 것.
꼬치꼬치 캐묻지 않게, 해야 될 말은 빼먹지 않고 다 해서 한 번에 이해시키는 그의 능력.
그건 바로 다른 사람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그의 세심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것을 통해 윤지는 태석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야. 그리고 일 할 때, 말이 안 나오게 최대한 조심하게 행동하고, 그러면서도 호탕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게 심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적정선을 잘 지켜. 그래서 남들이 좋아해.’
탐났다.
저런 남자 흔하지 않았다.
거기에 재벌가 손자.
도대체 이 남자의 단점은 뭐지?
자신이 평가하는지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태석은 태연한 얼굴로 동기들에게 조언을 시작했다.
“현수야. 너! 기업 윤리과목 점수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 공부 덜 했지?”
“알아챘냐?”
“너 요즘 큰일이다. 큰일. 전체 10등 밖으로 밀려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아~ 다음 과목에는 핵심사업하고, 신제품 모델명 외우는 거 나올 것 같거든. 엘성전자에서 이번에 나온 곡면형 OLED 제품명하고 후면발광구조 기술 원리 그거 외워둬. 거기서 판가름 날 거야.”
“후면발광?”
“응. 281Page 14번째 줄에 자세히 나와 있어.”
“어. 알았어.”
그리고 꼭 스터디 그룹이 아니라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했다.
“태석아, 문제 좀 찍어주면 안 돼?”
“아… 찍어주는 건 곤란하고, 대신 궁금한 거 물어보면 답은 해줄게.”
“음, 마이크로 캐비티 구조에 대해서 알아?”
“어? 그거 시험에 나올까?”
“안 나올 것 같아?”
“응. 그건 일본에서만 현재 밀고 있는 기술이거든.”
“그렇구나. 너는 왜 이렇게 잘 알아?”
“나는 이번에 PPT 발표 준비, OLED 제품군 설명 쪽으로 가려고 하거든.”
“그래? 벌써 준비하는 거야?”
“응. 3주차에 발표하잖아. 얼마 안남았어. 그래서 미리 준비하려고.”
“응. 고마워. 괜히 그쪽 팔 뻔 했다.”
“아니야. 혹시 나온다고 나 원망하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물론 태석은 그 문제가 안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말 한 것은 친근감의 표현.
물론 태석이 전부 잘 하는 건 아니었다.
“나 좀 도와줘라.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뭐야? PPT 한 번도 안 해봤어?”
“어. 잘 몰라.”
“거짓말! 파워포인트 안해 본 사람이 어디 있어? 미국에서는 많이 쓰잖아.”
“안할 수도 있지. 왜 그래? 그리고 나 미국 아니라니까!”
“그럼 어디야? 호주야? 영국 옥스퍼드? 아니면 일본? 중국?”
“에이, 학교는 말하지 말자.”
“끝까지 얘기 안 하네. 명문대면서!”
윤지는 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왜 인정 받는지. 왜 자신을 숨기는 지.
‘그래야 했겠지. 회장님이 원하시는 건 자식들도 남들처럼 바닥부터 시작해보는 거니까. 본인도 그러셨고.’
2주차 주말부터는 외출 / 외박이 허용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외출이 허용되자 신나는 얼굴로 동기들과 속초 시내에 나가거나 아예 집에 다녀오겠다며 서울행 버스에 올랐지만, 태석은 달랐다.
하루 종일 컴퓨터 PPT 작업에 매달렸다.
그날 저녁. 윤지가 태석에게 말을 꺼냈다.
“다들 밖에 나가는데, 나가서 고기라도 먹을래?”
“응? 아니야. 나 아직 안 끝나서.”
“내일 해도 되잖아.”
“아니야. 오늘 끝내고 싶어. 미안한데, 자리 좀 비켜주면 안될까? 집중해야 될 것 같아서.”
“응. 알았어.”
윤지는 태석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는 태석.
‘주입식 교육을 받았겠네. 그래서 고생하는 거고. 하긴 나도 어릴 때는 손 까딱 안해도 과외 오빠들이 다 해줬었는데···.’
오해의 끝. 자신의 삶에 태석을 투명하는 윤지.
하지만 태석은 그게 아니었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고급 기능을 넣어서 남들 앞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여기서 어떤 멘트를 내뱉어야 할까? 상황을 정리하고, 애니메이션 기능을 넣어야 되는 건가? 짧고 간결하게 낫겠지. 그렇다고 화면까지 간단하게 하면 안되고, 시각적 표현이 많이 들어가야 돼.’
그런데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3일째 붙잡고 있는데도, 쉽지가 않았다.
그때, 시스템 녀석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시스템 메시지 – 넌 상점을 안 쓰더라?]‘왜 또 반말이야?’
[시스템 메시지 – 상점에 새로운 아이템이 도착했어. 명예 2 달성 축하해.]‘뭐?’
태석은 녀석의 말에 비밀상점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녀석의 말대로 New! > 표시와 함께 새로운 아이템 목록이 갱신되어 있다.
‘진짜냐?’
[시스템 메시지 – 그럼 가짜겠어?]‘효과 있는 거지?’
[시스템 메시지 – 일단 써 봐.]《신입사원 전용상점 판매 List / 현재 명예등급 2》
※명예등급을 높여 더욱 희귀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PPT 마스터 2018 (Point 20 / New)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의 모든 기능을 기억 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새로 나온 판매목록.
‘대박!’
한 주간 자잘한 퀘스트를 하며 모은 Point는 총 46점.
그 중 20점을 투자하면 PPT를 마스터할 수 있다?
태석은 의심 없이 녀석의 말대로 구입했다.
그러자 갑자기 머릿속에 파워포인트에 대한 모든 기능들이 머리에 담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어지러웠다. 갑작스런 지식을 알게 되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자 녀석이 말했다.
[시스템 메시지 – 잠이라도 자!]“이럴거면 말을 했어야지?”
[시스템 메시지 – 내가 전에 말했지. 물어보라고.]* * *
시간이 흘렀다.
태석은 발표를 시작했다.
그의 손에는 지휘봉 하나밖에 들고 있지 않다.
“안녕하십니까? B팀 김태석입니다. 저는 오늘 신제품 OLED의 미래와 향후방향에 대해 발표를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태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PPT의 화면이 바뀌더니 뒤에 있는 사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여러분들, 놀라셨죠? 입사식때 여러분이 박수치던 동영상, 홈페이지에 있더라구요.”
태석의 말이 끝날때마다 저절로 넘어가는 PPT 화면.
그의 말에 일일이 리액션 할 필요없이 화면에서 알아서 해주는 신기한 현상.
태석은 씩 웃었다.
모든 게 설계된 것.
“여러분! OLE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엘성전자의 핵심 사업이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데요. 지금부터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산업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분석자료를 비교분석한 것을 확인해보시겠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중국의 데이터가 나오고, 일본의 데이터가 나오고, 한국의 데이터가 나온다.
“TV는 과거 일본이 가장 최선두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엘성그룹은 회장님의 의지에 따른 거침없는 투자. 그리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원들의 피와 땀이 깃든 노력으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LCD라는 시장을 개척하며 세계 최고인 일본 소니 그룹을 따라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현재 세계 TV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선도하고 있죠. 그러나 가격을 무기로 중국과 대만에서는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실정이고, 일본도 해외 국가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등으로 가격경쟁에 합류하며 다시 한국을 1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태석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그때 꺼지는 화면.
태석이 B 버튼을 눌러 스크린 화면을 검게 만들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선배들은 알았다.
김태석이란 친구가 발표에도 유능하다는 것을.
아니, 모든 면에서 두각을 발휘하고 있음을.
녀석은 특별했다.
녀석은 고조된 분위기를 통해 자신에게 집중시킨 시선을 이용했다.
“신제품을 개발하고, 다른 국가와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OLED 패널의 수율을 올리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위를 계속해서 유지해야만 합니다. 우리 엘성그룹은 그러한 기술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다시 B버튼을 누르자 환해지는 스크린.
사람들은 생각했다.
뭔가 대단하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강의하는 TED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교수법부터 이동하는 동선까지 모든 게 계산된 태석의 움직임.
그리고 치밀하게 짜여진 영상의 순서. 그리고 브리핑.
태석이 말했다.
“엘성전자의 핵심사업 OLED의 발전사, 동영상 시청하시겠습니다.”
네가 1등하는 이유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