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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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등해야 하는 이유 >
태석의 발표가 끝나고, 모두의 박수가 이어졌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스크린 화면과 연계된 태석의 교수법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태석만 잘 한 건 아니었다.
많은 팀들이 있었다.
4~5명이 팀을 이뤄 상황극을 연출한 쪽도 있었고, 애니메이션에 더빙만 넣어, 유쾌하게 풀어간 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태석에 비할 순 없었다.
주위를 환기시킨 후, 자신에게 시선을 모두 집중시켜 엘성그룹의 핵심사업이자 미래 먹거리인 OLED의 우수성과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태석의 PT가 최고라는 데에서는 동기들과 평가하는 선배, 강사들 모두 이견은 없어보였다.
그래서일까? 현수가 칭찬하고.
“태석아, 너 진짜 잘 했다.”
“그래? 좋았어?”
“어. 대박! 떨리지 않았어?”
“뭐, 그렇게 떨리지는 않았는데…”
진영이도 칭찬한다.
“너 완전 1등일 것 같은데?”
“말이라도 고맙다.”
“처음인데도 엄청 잘한다.”
“잘하긴, 그냥 남들이 잘 봐준거지.
태석은 동기의 말에 생각했다.
‘처음이 아니야. 아니었으니까 가능했던 거야.’ 알고보니 태석은 어릴 때부터 공사판에서 많은 것을 했었다.
600여명의 인부 앞에 나와서 체조를 지휘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 공사 범위를 놓고 대판 싸우기도 하고. 그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돈을 못받으면 받으러 이틀을 ?아가보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항상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
그리고 책임감. 거기에 겸비한 성실함.
그것 뿐만이랴?
손해보지 않고 자신의 몫을 얻어가야 겠다는 합리적 사고방식까지.
그에 비해 동기들은 그런 사회적인 면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이제 그들도 성장하겠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
어린시절부터 겪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우려스럽다.
‘지금까지는 앞서갈 수 있었지만, 연수원 생활을 나가, 실전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분명 아닐 것이다.
그가 겪어본 대기업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주장이 강했다.
그리고 스마트해보였다. 왜 아냐고?
그런 사람들 밑에서 근무를 해보았으니까.
물론 그들도 사람이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신이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금방 성장할 것이다.
왜? 왜 그럴까?
태석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간. 저 것 때문에…
학연, 지연 때문에…
『선배와의 만남』
두 시간동안 주어진 귀중한 시간.
선배들은 아낌없이 후배들을 이끌어준다.
그리고 이 시간을 기점으로 선배와 후배간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의 끈이 형성된다.
그들은 엘성그룹에서는 3~5년차인 대리들이었다.
목적은 연수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다 오진 않는다. TO(할당인원)가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대학 출신별로 최소 1명에서 3명씩만 배정되도록 통제한다.
그럼에도 모인 사람이 약 120여명.
그런 선배들이 강당에 모인 학교 후배들을 불렀다.
“서운대 손 들어봐!”
“네!”
“101강의실로 모이자.”
신입사원들은 신이 났다.
“고연대!”
“네!”
“102강의실로 오세요.”
각자의 선배들이 자신을 부른다.
“하버드! 109강의실로.”
“옥스퍼드! 111강의실로.”
하나같이 자신과 같은 길을 앞서 걷고 있던 사람들.
선배들의 부름에 하나, 둘 자리를 뜨는 동기들을 보며 태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좌절했다. 외로웠다.
마지막 동기가 떠나갈 때까지 자신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홀로 남은 태석을 보며 김민성 지도선배가 말했다.
“왜 이렇게 침울해?”
“네?”
“왜? 너만 선배 없어서?”
“아니,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학교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너도 스스로 알텐데?”
“네. 아는데, 기분은 그냥 조금 그렇네요.”
“따라 와.”
“네?”
“따라오라고, 오늘 네 선배는 내가 해줄테니까.”
“감사합니다.”
태석은 김민성 대리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저런 말을 실제로 내뱉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이상했다.
김민성 대리가 태석을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목욕탕.
의아한 표정을 짓는 태석을 향해 그가 말했다.
“너 그거 아냐?”
“어떤 거요?”
“우리 엘성그룹은 어떤 곳을 배정받아도 목욕탕이나 수영장이 있다는 거.”
“아… 몰랐어요.”
“목욕이나 하자.”
“네?”
“왜? 그럼 2시간동안 뭐하려고?”
“… 아니, 목욕은 좀 아니지 않나요?”
“아니긴, 들어와.”
“네.”
목욕탕. 당연하겠지만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욕탕에 수영장도 딸려있다.
그래서 물었다.
“특이하네요. 저번에 공장에서도 목욕탕에 수영장 딸려있었는데…”
“엘성그룹 건물은 웬만한 규모 넘어가면 어디나 이렇게 다 목욕탕, 수영장이 있어.”
“그래요?”
“그래. 초대 회장님께서 물을 굉장히 좋아하셨대. 뭐, 나도 수영 좋아하고, 목욕탕 오는 거 좋아하니까 그런 거 이해도 되고, 넌 수영 좋아하냐?”
“조금은 합니다.”
“그럼 시합 한 번 할까?”
“시합이요?”
“어. 50m 누가 빨리 도착하나.”
“그럴까요?”
허리통증에 수영은 좋았다.
태석은 배영 동작으로 50m를 가르며 자신의 몸을 판단했다.
‘많이 아프진 않은 것 같아.’
제법 빠른 속도.
그러나 수영은 선배가 더 잘 했다.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
물론 그건 태석도 빠지진 않았다.
그가 태석을 보며 평가했다.
“몸 좋네?”
“선배님도 좋으신데요?”
“이제 나이 먹었으니까, 관리 좀 해줘야지.”
“그런가요?”
“당연하지. 영업이 쉬운가? 술 접대 자리가 얼마나 많은데···.”
“아… 그렇군요.”
“태석아, 둘이 있으니까 말 편하게 할게.”
“네.”
대답은 하면서도 의문이 드는 건 왜일까?
‘이미 편하게 하고 계시지… 않았나…’
그런 잡생각을 하는 태석을 향해 선배가 묻는다.
“너 직무 결정 했어?”
직무? 태석은 일단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은 결정 안 했습니다.”
“그럼 영업으로 와라!”
“영업이요?”
“그래. 영업은 말이야. 학교가 상관이 없어. 네가 어디 나왔든, 어디서 뭘 했든 상관 없고, 열심히만 하면 돼. 네 행동만 잘하면 되고.”
김민성은 태석이 거친 길을 걷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금 이곳은 온화한 화초만 기르는 온실 같은 분위기지만, 실전은 달랐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신입사원이라도, 실제 부서에 배치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다. 그렇게 만든다.
영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서가 그랬다.
그래서 데리고 오고 싶었다.
PT를 하는 것을 보며, 저 녀석을 데려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면, 한달에 수 천 잘하면 일 년에 수 억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었다.
결코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절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안 해준다.
“죄송합니다. 아직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고 싶어요.”
그러니 안달이 난다.
“왜?!”
“네?”
김민성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 오면 100퍼센트 성공해! 영업이 우스워?”
“아니요. 존경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하시는 거 보면 합리적으로 행동하시고, 말에도 군더더기 없고, 제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시니까요.”
“그런데, 왜?”
“죄송합니다. 솔직하지 못했네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더 높은 곳?”
“네. 전략기획실이요.”
“……”
태석의 말에 김민성 대리의 말문이 막혔다. 잠시간의 침묵.
그것을 깨는 것은 역시 선배.
“야! 김태석!”
“네?”
“나도 신입사원 때는 그랬어. 나도 그 고생 했고.”
“……”
“그런데 그거 아냐? 네 학벌!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전략기획실 쳐다 보지도 마. 그게 현실이다. 알겠니?”
“……”
태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란 거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랬다.
태석은 여기 입사 전까지 제대로 살아온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보면 그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학점은행제 출신이란 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아니, 지금부터 수능 새로 보고, 학교 다시 들어가면 바뀌어질지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4년이란 시간을 더 허비해야 된다.
그건 원치 않았다.
만약에 그런 선택을 한다해도, 또 이런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시도도 해보지 말고 포기하라고?
태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선배님!’
말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진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한 그의 조언.
그래서 순화해서 표현했다.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래.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다. 네가 성공할수록 시기와 질투의 시선은 더 커질 거야. 차라리 영업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곳이 너한텐 좋을 거야. 알았니?”
“네. 명심할게요. 감사해요.”
“그래.”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선배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태석.
선배가 모래시계를 돌렸다. 5분간의 시간.
건조한 사우나에서 그는 물수건을 머리에 올린 채, 말을 이어갔다.
“난 장교 출신이야. 학사 장교. 대학교 졸업하고 3년동안 장교로 복무하는 제도. 학교는 대전에 있는 한진대 생활체육과고.”
“아… 네.”
“내가 중위 제대 후에 여기 연수원에 들어왔을 땐, 너처럼 선배가 아무도 없었어.”
“……”
“그리고 너만큼은 아니어도, 꽤 상위권이었지.”
“아…”
“그리고 4주가 지나고 최종 성적 4등을 했더라.”
“그러셨습니까? 그리고 영업에 지원하셨습니까?”
“아니, 너처럼 전략기획실에 지원했지.”
“아…”
“그리고 1년을 허비했어. 6군데나 돌리더라. 영업, 회계, IT, 뭐 기타 등등. 그런데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거든.”
“네. 그러실 것 같아요. 똑똑하시니까.”
“그런데 아니더라. 전략기획실에서 결국 떨어졌어. 왜 인줄 알아?”
“음. 잘 모르겠어요.”
“학벌, 내가 지방대라서. 지방대라서 안 된 거야. 인 서울, 그것도 서운대 아니면 힘들어. 그게 아니면 진짜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오던지.”
“……”
“내가 왜 영업하라는 지 알겠지? 이해 됐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래. 이제 2시간, 선배와의 대화 끝.”
“감사합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졌다.
5분의 시간이 끝나고, 선배가 밖으로 나갔다.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할 수 없는 건가? 선배의 말을 들어야 돼?’
아니다.
나는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벌이 뭐 중요한가? 개인 능력 아닌가?
그 유명한 빌 게이츠도 대학은 나오지 않았다.
빌게이츠는 그래도 하버드 중퇴였나? 그래도 고졸이다.
스티브 잡스도 고졸이고.
링컨 대통령도 고졸이다.
그래.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태석은 혼자만의 굳은 의지를 주먹을 쥐며 표출했다.
‘할 수 있어. 그 편견 내가 깨면 돼. 선배는 굴복했지만, 난 그렇게 안 해. 안 할 거야.’
그게 험난한 길이어도.
가시밭 길을 걷는다 해도, 절대 가지 못하는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가 잘 했는데도 못 갔다면, 나는 더 잘하면 된다고 태석은 생각했다.
그보다 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녀석이 응답해왔다.
[히든 퀘스트 – 신입사원 연수교육 1위 달성]당신의 의지에 신이 응답해주셨습니다. 신입사원 연수교육 1위를 달성하여, 자신의 허리를 먼저 치료하세요.
[1위 달성시 보상 – 엘릭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물약)]내가 1등해야 하는 이유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