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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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이 잡아와! >
이제 3주차 주말.
다음 주면 연수원 수료였다.
3차 성적 발표.
태석은 여전히 1등이었고, 그 밑을 윤지가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었다.
그 뒤로 3등이 최진영. 그리고 5등이 같은 스터디 그룹의 현수.
이제 남은 수업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직무를 상담 받고 결정하는 것.
그리고 무박 2일 설악산 등반.
주말동안 태석의 스터디그룹 중 시간이 되는 4명.
태석, 윤지, 진영, 현수는 연수원 앞에 있는 고기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대신 음료수를 곁들이기로 했다.
“아줌마! 여기 삼겹살 3인분 주세요.”
“3인분으로 되겠어?”
“네. 일단 먹고 더 시킬게요.”
고기가 나오고, 음료가 나왔다.
소주를 먹고 싶었지만, 일단 참는 동기들.
그때 최진영이 환한 웃음으로 건배사를 시작했다.
“모두 잔 들어주시고.”
“뭐 하려고?”
“뭐긴 뭐야. 기분이라도 내야지. 내가 마지막 멘트 가즈아! 하면 다같이 가즈아 해주면 돼. 쉽지?”
“뭐야? 진짜 할 거야?”
최진영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 4명 모두 전략기획실 가즈아!”
『가즈아!』
모두가 피식 웃으며 삼겹살과 각자 들고 있는 사이다와 콜라를 마셨다.
전략기획실, 엘성 신입사원이라면 거의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곳.
그곳에 갈 수 있는 4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
그들은 다 같이 노력했다.
성공만을 위해 달렸고, 그 결실이 눈 앞에 놓여 있다.
태석은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함께 할 수 있는 동기.
마치 군대에서 겪었던 전우애를 다시 한 번 느끼는 것 같았다.
서윤지는 미소를 지었다.
“다들 전략기획실 가는 것으로 확정인 거네. 5명까지 지원할 수 있으니까. 다 갈 수 있겠다. 맞지?”
“응. 그래도 마지막까지 방심 하지마. 어떻게 될지 또 모르니까.”
* * *
같은 시각.
A팀 김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258명 중 249등.
‘이 새끼들, 공부만 하고 살았나?’
어이가 없었다.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나온 성적이라 충격이 더 컸다.
‘아버지가 알면 나 죽는다. 죽어!’
하지만 공부와는 거리가 먼 자신에게는 이것 또한 잘 나온 성적이라고 자위하는 그에게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이게 뭐야? 미운 자식 떡 하나라도 더 준다는 건가? 아버지가 절대 이렇게 나올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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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까지 늘려줬잖아? 무슨 일이야? 아빠한테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그래서 부회장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예상대로.
역시 분위기가 다르다.
온화한 말투.
평소에는 묻지 않던 안부까지.
– 응. 태석아, 잘 하고 있지?
재벌 태석은 아버지가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일단 존댓말로 대답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네. 사고 안 치고 잘 하고 있습니다.”
– 그래. 잘 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반응이 이상했다. 격한 진노,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셔도 이상하지 않을 아버지가 왜?
그래서 일단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 카드 한도 추가해준 것, 정말 감사합니다.”
– 후후, 녀석! 이제 좀 아들 같네. 앞으로 이 수준만 유지해. 그럼 내가 더한 것도 해줄테니. 알았니?
“네. 아버지. 앞으로 잘 할게요.”
– 그래. 이제 회장님 뵐 시간이라서 끊자구나.
“할아버지요?”
– 그래. 너도 할아버지한테는 이제부터 회장님이라고 불러. 너도 이제 당당한 엘성그룹의 일원이니까.
“네. 알겠어요.”
전화가 끊어졌음에도, 재벌 태석의 얼굴에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카드가 해제되었다는 것은?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것.
그는 평소처럼 재벌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식아! 어디냐?”
– 이태원이다. 인마! 꼴통새끼, 왜 전화했냐?
“지금 속초인데, 택시 타고 쏜다. 바로 갈게.”
– 이 거지 새끼야! 오지 마. 너랑 있으면 쪽팔려.
“뭐! 뭐래~ 이 자식이!”
– 또 카드 안 되는 거 들고 와서 여자 앞에서 망신 당하려고?
“야! 우리 아버지가 카드 한도 5천으로 늘렸어. 오늘 내가 다 쏜다. 쏴. 알았냐?”
– 크크, 진짜냐? 너희 아버지가 너 같은 놈한테 퍽도 그랬겠다.
“뒤질래?”
김태석은 바로 자신의 문자를 캡처해서 동식에게 보냈다.
그러자 녀석이 반응했다.
– 오, 한도가 늘었어? 얼마전까지 정지당했던 카드네. 크크크크. 병신! 알았어. 네가 쏠 거면 와.
“오케이, 오케이! 2시간만 기다려. 바로 갈 테니까.”
* * *
30분 후.
엘성그룹 주요임원 회의.
회장님을 모시는 자리.
토요일임에도 대기업 임원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출근했다.
기업 회의는 중요한 순서대로 이어졌다.
“주주총회 일정은 둘째주 수요일 11시로 하겠습니다.”
“이유는?”
“저희 그룹 2대 주주인 독일연금공단이 그 날짜를 희망했습니다. 혹시 문제 있으십니까?”
“아니야. 그쪽이 원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알았어.”
“엘성전자 주요사항입니다. 이번에 엘성 엘럭시S9 언팩 행사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몬주익에서 실시하겠습니다. 시기는 3주 후입니다.”
“그래. 행사 전에 외부에 살짝 디자인 공개하는 거 잊지 말고. 최대한 언론 플레이 해서, 국제적인 관심도를 끌어올리라고.”
“네. 알겠습니다.”
회의는 간결했다.
46개의 계열사 사장이 참석했는데도 겨우 50분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은 이번 신입사원 매스게임 동영상 시청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후후, 벌써 그 시기가 왔나?”
그때 이때다 싶어 끼어드는 부회장.
“회장님, 이번에 태석이가 신입사원 교육 1등을 했습니다.”
그러자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회장님.
“뭐? 손주 태석이가?”
“네. 1주차 종합 1등, 2주차 종합 1등을 했고, 방금 전 3주차 성적까지 확인했는데 여전히 1등이라고 합니다. 2등하고 점수도 18점이나 차이가 나서 종합 1등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허허.”
김창모 회장은 아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술수를 쓴 거겠지. 걔가 1등을 해? 말이 안 되지.’
그는 사람 볼 줄을 알았다. 그래서 아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엘성전자 사장도 부회장 말을 보탠다.
“회장님, 제가 이번에 매스게임 참관을 했었습니다.”
“그래?”
“그때 김태석 군을 처음 보았는데, 정말 훌륭하고, 멋있고, 노래도 잘하며, 지휘까지 잘 했습니다. 정말 늠름한 청년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네. 그렇습니다.”
엘성전자 사장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혼란스러웠다.
‘쟤는 아부 멘트 날린 애가 아닌데… 뭐야? 지금, 이 상황, 정말 손주가 바뀐 거야? 그 망나니 기질을 버렸다고?’
김창모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하나 뿐인 아들놈이 믿음직스럽지 못했고, 그 놈의 아들인 손자 녀석도 못 믿었기에.
둘 다 젊은 시절 사고만 치는 녀석들이었고, 하나 뿐인 아들이란 녀석은 호시탐탐 자신의 건강상태나 체크하는 기회주의자였기에, 더욱 더 넘겨주기 싫었다.
그럼에도 내치치 않은 것은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식 놈하고 손자 놈은 사람 구실 좀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진실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그럼 동영상 화면을 보면 알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부회장의 얼굴엔 미소가 깃들었다.
‘매스게임은 또 언제 지휘한 거야? 이 녀석, 진짜 정신 차렸구나.’
자신의 아들이 회장님께 잘 보일수록, 자신의 입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자식 교육 똑바로 못시킨다고 구박 받는 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다 옛일.
동영상이 재생되고.
한 여성이 힘찬 목소리로 외치는 것부터 시작된다.
『엘성맨! 모두 준비 됐습니까?』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런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한 남성이 등장해 입을 열었다.
『이것이 엘성의 응원이다!』
남성의 중후한 목소리가 굉장히 멋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엘성전자 사장이 회장님께 보고를 올린다.
“손자분이 목소리가 정말 멋있는 것 같습니다.”
“뭐?”
엘성전자 사장의 보고.
부회장의 표정이 갑자기 똥씹은 표정이 되어 버린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쟤는 내 아들 아니야. 아니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회장은 담담했다.
‘그럴 줄 알았지. 말이 안 되잖아.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뀌나?’
그런 회장과 부회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성전자 사장의 보고는 계속 되었다.
“계속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지휘 솜씨만 훌륭한 게 아니라, 노래 솜씨도 장난이 아닙니다. 좋은 손주 분을 두셨습니다.”
『2018, 신입사원 매스게임! 스타트!』
여성과 남성의 하모니.
그 목소리 때문에 몸에 전율이 흐르는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김태석의 노래.
『오~ 엘성! 코리아! 오! 오오-오오!』
그의 노래에 맞춰 치어리더처럼 율동을 하는 서윤지.
그리고 그려지는 각종 심볼들.
모든 게 예술.
회장은 남성 지휘자가 클로즈업 되며, 그가 노래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 저 친구는?’
기억이 스쳐갔다. 공사판에서 일한다는 녀석.
한달 전에 목욕탕에서 본 녀석인데, 우리 엘성그룹에 들어와 있었다니.
흐뭇한 미소가 깃들었다.
‘나도 어렸을 땐, 공사판을 많이 전전했었지.’
부회장은 동영상이 시청되는 7분여간의 시간동안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자신의 비서에게 확인지시를 시켰다.
그리고 동영상이 끝날 때 즈음에 문자가 도착했다.
[부회장님, 죄송합니다. 동명이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련님 등수는 249등이라고 합니다.]절망. 최악. 개망신.
모든 임원 앞에서 아들의 자랑을 늘어놓은 부회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다른 임원들은 그것도 모르고 동영상이 끝나자마자 김태석을 칭찬한다.
“회장님, 차기 그룹 대표의 모습이 저기 있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손주님이 정말 활기차고, 활동적이고, 멋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
엘성전자 사장이 자신의 서열 밑인 각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뭐하나? 박수 안 치고?”
『짝짝짝짝!』
이어지는 박수소리.
그 때문에 고개가 푹 숙여지는 부회장.
그리고 담담한 회장님.
“저 친구는 내 손자 아니야.”
“네?”
“좀 아는 친구긴 하지. 연수교육 몇 주 남았나?”
“다음 주면 끝입니다.”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네.”
회장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부회장을 잠시 흘겨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부회장은 모든 걸 상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임원들은 동조하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이탈할 뿐이었다.
그들은 회의실을 나간 후,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했다.
“부회장님은 자기 아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저렇게 신나 있던 거야?”
“그러게. 저러니까 회장님이 못 믿으시지. 쯧쯧. 회장님 아들인데, 어떻게 좋은 면은 하나도 안 닮을 수가 있나?”
“후후, 누가 아니래?”
그는 비아냥 거리는 임원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울 뿐인 직위 부회장.
아무 권한도 없이 그냥 자리만 채우는 직함.
그래서 더욱 더 무시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뭐? 249등? 문제를 다 알려줬는데도 249등이라고?!’
그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 네. 1층입니다.
“태석이 잡아와. 아! 카드부터 정지 시켜!”
– 네. 알겠습니다. 카드 정지시키고, 아드님 바로 잡아오겠습니다.
태석이 잡아와!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