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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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수료식 >
무박 2일 설악산 등반.
환자를 제외한 250여명이 모여 있었다.
등반을 총괄 담당하는 고춘석 과장이 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말을 전달한다.
“여러분 전원은 내일 아침, 설악산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게 될 겁니다. 이번 등반은 엘성맨이라면 반드시 해야 될 통과의례와 같은데요. 다들 자신 있죠?”
솔직히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통해, 획일적인 사고관과 회사의 경영 이념,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태석은 생각했다.
‘그래. 마지막이니까 힘내자.’
이미 벌어진 일.
태석은 불만만 가지는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일단 해야 될 일이 정해지면, 빨리빨리 하고 기분 좋게 끝내자라는 게 태석의 사고관.
그래서일까?
신속하게 움직이고, 자신이 해야 될 일을 누구보다 먼저 구분했다.
회사에서 지급한 장갑과 랜턴, 거기에 등산화를 동기들에게 분배하고.
미리 한 끼분의 도시락도 한명한명씩 챙겨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유롭게 탄 버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한계령.
해발 1003m라는 이곳까지 다행히 버스가 올 수 있었다.
목표는 대청봉.
‘잠깐… 대청봉이 몇 미터야?’
해발 1707.9m. 장난 아니잖아?
코스는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통해 끝청봉, 중청봉, 대청봉 순으로 가는 코스.
무려 11시간 코스.
산행 순서는 여자 그룹인 C팀이 가장 먼저 앞에 걷고, 그 다음이 A팀, 마지막 그룹이 B팀.
이 모든 게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고 과장의 배려.
새벽이라 그런지 해드랜턴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떠 있었지만, 신입사원들이 그것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군말 없이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
각자 자신의 룸메이트와 짝이 되어 오르는데.
태석은 그게 없었다.
쓸쓸한 산행.
남들에게는 다 있는 룸메이트.
하지만 대신 그에게는?
지도 선배가 있다.
“혼자라서 어떻게 하냐?”
“괜찮습니다.”
“같이 가자. 뒤쪽으로 빠져.”
“네.”
김민성 지도 선배는 산행을 하며 태석에게 물었다.
“직무, 어디로 갈지 고민은 해 봤어?”
“네. 전략기획실에 일단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태석의 말에 김민성 지도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강요하는 것은 월권이었다.
“그래. 안 바뀌었구나.”
“죄송합니다.”
“아니야. 네 결정이지. 아직 3일 남았으니까, 영업 쪽도 좀 더 생각해 봐.”
“네. 알겠습니다.”
산행은 계속 되었다.
사실 이번 코스는 매우 가파른 코스였다.
“꺄아악…”
“괜찮아?”
“… 아… 응.”
중간중간 발을 접질리기도 하고, 밟았던 암석이 기울어져 넘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동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며 올라가는 산행길.
얼굴에는 땀이 송송.
새벽인데도 상의는 벌써 후줄근하게 젖어있고.
등산화 안에도 물이 차기 시작한다.
물론 태석은 예외였다.
그는 이런 등산에 강했다.
매일 노동에 단련되어 있던 그에게는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땀도 거의 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허리가 버틸 수 있을까?’
그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다.
일단 진통제를 복용했다.
평소보다 2배의 양을 챙겼다.
그리고 가방에 든 짐을 최소화했다.
지금 그의 가방 안에는 도시락과 휴대폰, 그리고 생수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남들 하는 만큼은 다 버틸 수 있는 태석에게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두에서 걷는 고춘석 과장은 중간중간 적절한 시기에 휴식시간을 부여했다.
– 여기서부터 휴식하겠습니다. 중간중간 통제하는 지도선배들은 현 시각부로 산행 멈추고 10분간 휴식 통제 바랍니다. -무전기를 통해 전파된 내용.
그리고 그 제대의 가장 마지막은 B팀을 맡고 있는 김민성 지도선배가 맡았다.
“전체 휴식!”
왁자지껄.
사람들이 생수를 마시며,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초코바 좀 먹을래?”
“아, 괜찮아.”
“왜?”
“다이어트 중이라서.”
평범한 대화.
“여기 풍경 엄청 좋대.”
“그래? 아직 어두워서 잘 모르겠어.”
친구같은 동기들이 나누는 담소.
그런데 지도 선배는 태석의 동작을 보더니, 우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김태석.”
“네.”
“너, 혹시 말이야.”
“네?”
“아니다.”
산행은 계속 되었다.
새벽 5시 30분. 해가 뜨기 시작한다.
어둠이 걷히고, 등산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랜턴을 끄고, 주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녹음이 가득 찬 국립공원.
밤에는 그렇게 무서웠던 휭휭 거리던 흉흉한 바람소리가 어느덧 모습을 감추고, 그 대신 아침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등산객들을 맞이했다.
표지판이 보였다.
한계령으로부터 2.3km, 대청봉까지 6km.
그리고 시작되는 일출.
멋진 장관이 연출되는 지금은 확실히 청춘들의 낭만이 펼쳐졌다.
여기서 신기한 점.
고작 4주밖에 안됐는데, 벌써 5커플 이상 연인이 생겼다는 것.
등산로 아래 위로 동기들의 사랑꾼 메시지가 전달된다.
“김서현! 사랑해!”
“나도!”
“윤설아! 우리 꽃길만 걷자!”
이미 공개커플이라 그런지 방법도 대담.
그런 것을 보며 김민성 지도선배가 씩 웃으며 태석에게 말했다.
“좋은 시절이네. 원래 연수교육에서 많이 만나지.”
“아… 그런 가요?”
“너도 윤지랑 잘 되가는 거 아니었어?”
“네?”
“아니야?”
“네. 아닌데요.”
“윤지는 아무래도 너 좋아하는 눈치던데? 진짜 아니야?”
“네. 진짜 아닌데요.”
태석은 지도선배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애? 지금은 성공이 우선이었다.
연애 세포 따위는 태석에게 있지도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그런 가정을 짊어지기 위해서, 연애는 평생 멀리 둬도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 이 중요한 때에 연애라고?
선배는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나중에 내 성공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게 여자다.
웃기지도 않았다.
물론 윤지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과 동류였으니까.
그녀 또한 높은 곳을 바라볼 것이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일까? 그 농담이 태석에게는 시답잖게 느껴졌다.
운해가 보인다.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구름.
구름에 갇힌 봉우리는 마치 섬과 같이 느껴졌다.
끝청봉 위에 오른 태석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중청, 대청.
어디가 내 인생의 끝일까?
달려갈 것이다.
거기가 어디든지.
성공을 위해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청봉까지 간 시점에서 허리가 탈이 났다.
찌릿찌릿.
눈살이 찌푸려진다. 팔에 힘이 빠진다.
식은 땀이 쉴새 없이 흐른다.
솔직히 참는 것도 한계였다.
너무 아파 신음이 나오는 것을 이빨을 꽉 깨물며 참았다.
다행히 지도 선배가 앞서 나갔다.
태석은 알았다.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것을.
태석은 진통제를 꺼내 생수와 함께 복용했다.
나름 모르게 한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도 선배가 뒤를 돌아본다.
‘쟤 뭐 먹는 거야? 표정은 왜 저래?’
그러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너… 허리 문제 있지?”
“조금 삐끗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잖아. 누가 약까지 먹으면서 등산하래?”
“……”
지도 선배는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너 이대로 되겠어?”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고 말고가 아니잖아. 신체 문제인데!”
“해보겠습니다.”
“나 이런 증상 잘 알아. 너… 척추 측만증이지?”
“모른 척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나한테 할 말이야?”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사히 완주하겠습니다.”
“후-우, 미치겠다. 아주 너, 진짜 골때리는 구나?”
김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데?
자신을 혹사시킬 이유 있니? 안해도 5등 안에는 드는데.
지도선배는 계속해서 태석을 지켜보았다.
보면 볼수록 녀석의 집착은 대단했다.
이를 악물면서도 끝까지 완주했다.
녀석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은 벌써 이 녀석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고.
부하직원으로 들어오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도, 꼭 최고의 사원으로 키워내겠다고.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250여명의 무박 2일 등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후 4시.
숨을 헐떡이면서도 다들 만족스러운 얼굴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고생해서일까?
태석은 버스에 탄 후, 인원보고를 마치자마자, 피곤에 지쳤는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이제 수료를 앞둔 시점이었다.
최종 성적이 발표되었다.
수료식.
“수상자 앞으로 나오세요.”
“네.”
태석은 당당히 시상대 앞에 서 있었다.
시상대에는 5명이 올라와 있었다.
“성적 우수자에 대한 표창 수여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윤지와 진영, 현수, 그리고 A팀의 근육질 팀장 장동훈이 함께였다.
김민성 지도선배는 계속해서 진행을 이어갔다.
태석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걸어오는 사람은 양복입은 목욕탕 주인 아저씨.
그런데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도선배가 그를 설명한다.
“회장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수상하시겠습니다.”
태석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말도 안 돼!’
눈썰미 좋은 태석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아저씨가 회장? 나, 그럼 회장님한테 거기 크다고 칭찬 한 거야?’
궁금했다.
회장님의 색깔은 무슨 색깔인지.
그래서 자신의 눈을 세 번 깜박거렸다.
신입사원의 눈을 사용하자.
그의 시야가 녹색 배경으로 바뀌고.
자신의 앞에 있는 회장님의 색깔이 보인다.
‘금색!?’
놀라웠다.
단순한 목욕탕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하긴 엘성그룹 내 목욕탕에 혼자 목욕하고 있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리고 지도 선배가 목욕탕에서 했던 말.
수영장하고 목욕탕을 좋아하는 초대회장님.
‘모든 게 맞아떨어져. 저 아저씨가 진짜 회장님이었던 거야.’
태석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행은 이어졌다.
“김태석 사원은 2018년 상반기 신입사원 연수교육에서, 선도경영이라는 회장님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전 과목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며, 4주 동안 B동의 팀장 활동을 통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 왔습니다.
또한 2018 신입사원 매스게임에서는 남성 대표 지휘자로서, 통제면 통제, 지휘면 지휘, 어느 하나 부족한 점 없는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며, 동기들간 실시된 다면평가 결과, 최고의 신입사원에 무려 68표를 받아 역대 최고의 성적을 받아 이에 표창합니다. 2018년 7월 12일. 엘성그룹 회장 김창수.”
회장이 씩 웃었다.
손자하고 같은 이름.
학교도 겨우 학점은행제로 대체한 청년이 자신의 앞에 있었다.
“지금 기분이 어떻나요?”
회장의 질문에 김태석이 대답했다.
“얼떨떨 합니다.”
“왜?”
“아닙니다. 회장님!”
회장님이란 부름에 아저씨가 응답해왔다.
“김태석 사원! 아주 잘 했어요.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향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윤지.
그녀가 회장 앞에서 회장과 눈빛을 맞추며 생각했다.
‘김창수 회장님?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 15년 전, 제 심장병 고쳐주셨잖아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르는 듯 그는 그녀를 사무적으로 대한다.
“여성 사원으로서 작년 성적 기준이면, 올해 1등이었을 텐데, 아쉽네요. 그럼에도 좌절하지 말고, 최고를 향해주세요. 엘성그룹에는 당신과 같은 인재가 필요하니까요.”
회장의 말에 윤지가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 다음, 진영, 현수, 그리고 장동훈까지 5명.
1등부터 5등의 시상식이 끝났다.
수료식이 끝나고. 모두가 짐을 싸고 돌아갔다.
이제 그들이 해야 될 것은.
자신이 제출한 1지망, 2지망, 3지망 직무에 따른 결과를 기다리는 것 뿐.
5일간의 휴가.
그 안에 자신이 배치될 곳이 문자로 전달될 것이다.
돌아가는 길.
태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자신의 앞에 보이는 창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엘릭서를 지금 수령하시겠습니까?]신입사원 수료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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