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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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가 결정되었습니다. >
다음 날.
세 사람 모두가 병원에 같이 갔다.
휠체어 대신 편한 운동화, 트레이닝복 상,하의를 입은 엄마. 악세사리 대신 팔짱 낀 아저씨.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순식간에 올라 진료실 앞에 대기한 강혜정의 얼굴엔 미소가 걸렸다.
그녀의 밝은 얼굴을 보며 김한울 아저씨가 물었다.
“계단 오르는 거 아무렇지도 않아요? 안 아파요?”
“네. 괜찮아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나 꿈 꾸는 거 아니죠?”
“일단 의사선생님 만나요.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거잖아요.”
“네. 그래요.”
그래도 혹시 몰라 받는 진찰.
결과는?
김정환 교수의 얼굴엔 당혹스런 표정 뿐.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제 신변을 정리하라는 둥, 남은 일 마무리를 하라는 둥, 별 막말을 다 했는데…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돼. 어떻게 하루 만에 사라질 수가 있지? 내가 모르는 게 있다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였다.
유방암 관련 전 세계 권위자 중 하나.
표적 치료도 아닌데… 깨끗하게 사라진 암세포.
그는 관련 사례를 찾아보고, 겨우 입을 열었다.
“일반 림프종처럼 잘 알려진 경우 10명을 치료하면 9명 가량은 증상이 좋아지죠.”
그러나 그도 알고 있었다.
‘이건 림프종이 아니야. 이 사례랑 맞지 않지.’
그래서 말을 돌렸다.
“그러나 아직 인류는 연구하지 않은 분야가 많아요.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죠. 여기 화면을 봐 주세요.”
전신 촬영한 결과.
“왼쪽 사진이 1주일 전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이 바로 오늘 사진이에요. 확연히 보이시죠?”
“……”
“암세포가 전부 사라졌어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조직검사도 해보고, 추가적인 경과는 지켜봐야겠지만, 1주일 전 암 말기라고 판단된 것에 비해 지금은 정상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일단은 제가 전 세계 임상학적 결과를 더 뒤져볼게요. 이런 사례는 제가 알기론 없었거든요. 정말 흔치 않은 사례에요.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도 당분간은 1주일에 한 번씩은 방문하시고요.”
“네.”
* * *
3일이 지났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는 태석.
엄마는 그동안 못했던 집안 일을 하나하나 시작해갔다.
조금은 미안했다.
‘정리 좀 해 둘 걸 그랬나?’
이제 직무 발표가 날 시점.
드디어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엘성그룹 인사팀입니다. 김태석님께서는 전략기획실 지원에 1차 합격하셨습니다. 기획실장님께서 진행하시는 특별면접이 있을 예정이오니, 7. 17(화) 14:00까지 저희 사옥 2층, 인사팀으로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당부사항 : 출입증은 신분증과 함께 지참하시어, 1층 보안팀에서 갱신하셔야 합니다.]태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기획실.
가고 싶었던 곳.
드디어 갈 수 있게 된 곳.
좋은 소식은 그 문자 뿐만이 아니다.
월급도 들어왔다.
2, 213, 360원.
그때, 최진영이 만든 단톡방 알림이 핸드폰을 울렸다.
* * *
최진영님이 김태석님을 초대하였습니다. (현재인원 4) 최진영 : 다들 월급 들어온 거 확인했냐? 왜 이렇게 적게 들어옴? 나, 221만원 들어왔다.
김태석 : 어? 나도 그렇게 들어왔는데? 원래 대졸초임 월 300만원이라고 안 했나?
김현수 : 그거 연수원 때는 80%만 준대. 내가 선배한테 물어봤음.
최진영 : 아… 그렇네. 선배한테 물어보면 되는구나. 윤지는 뭐해?
읽씹. 답장이 없고.
최진영 : 우리 언제 모여? 안 놀러가?
김태석 : 나중에 모이자. 어차피 내일 회사에서 얼굴 보잖아.
김현수 : 그래. 어차피 평생 볼 건데, 뭐가 그리 급해? 나중에 시간 맞춰서 보자. 가족들도 봐야 되고, 여자 친구도 봐야 되고 할 일 많음.
김태석 : 좋겠다. 여자 친구 만날 시간도 있고.
김현수 : 크크, 부러우면 너도 만나던가!
최진영 : 오케이, 나중에 시간 내서 자리 잡겠음. 다들 내일 보셈.
김현수 : 그런데 윤지는 왜 이렇게 말이 없냐? 읽씹임?
서윤지 : 나 왜 초대했어?
김현수 : 홍일점 하나는 있어야지.
서윤지 : 됐거든?
* * *
다음날 모인 4명의 동기. 그리고 친하진 않지만 얼굴은 아는 A팀의 종합순위 5등 근육질 남성 장동훈.
그들은 1층에서 출입증 갱신 후, 본사 건물 2층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바닥으로부터 1m까지 올라온 불투명한 유리벽, 그 위쪽은 훤히 보이는 유리벽.
신기한 점은 에어컨이 바닥에서 위로 나온다.
태석은 씩 웃었다.
‘공조방식이 바닥 취출 구조인가?’
공사판을 많이 돌아다닌 그는 설비쪽 아저씨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기계실에서 전공기 방식으로 보내주고 있겠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여기 모인 이유.
태석은 장동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전부 전략기획실 지원했어요. 동훈씨도 전략기획실 지원하신 거 맞죠?”
나머지는 자신이 다 아는 사람들이었으므로, 그가 어디를 지원한지만 알면 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되물었다.
“다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26이요.”
“저도 26.”
그리고 태석은.
“저는 빠른 94로, 아직 25살입니다.”
“야! 태석아, 그냥 26이라고 해.”
마지막 윤지.
“저도 26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저는 28, 조금 늦게 들어왔어요. 미국에서 자동차공학 석사 학위 따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국내로 들어왔거든요.”
“오… 해외파시구나. 저기 윤지도 해외파에요.”
김현수의 말에 서윤지가 째려보며 말했다.
“야! 그걸 네가 왜 말해?”
그러자 그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이제 너 하버드인거 다 아는데?”
김현수의 하버드란 말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장동훈.
그의 두꺼운 팔이 서윤지를 향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셨구나. 저는 워싱턴대학이거든요. 하버드, 부럽네요. 윤지씨,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보셨어요?”
“네?”
“거기서 로스쿨 남주랑 의대 여주랑 사랑에 보자마자 빠지잖아요. 윤지씨도 막 그런 거 보면 가슴 막 콩닥콩닥 뛰지 않아요?”
그러자 윤지는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전 연애 관심 없어서요. 로맨스 드라마 보는 사람도 이해 안 가요. 그 시간에 공부를 해야 성공을 하죠. 드라마 좋아하세요?”
“제가 드라마를 좋아하는 거는 아니고요…”
태석은 생각했다.
윤지가 인기가 많다고.
학벌 좋고, 몸매 좋고, 인기 좋고.
그래서 다들 호감을 보인다고.
그러나 저런 타입은 자신이 웬만큼 잘나지 않은 이상 건들지 않는 게 좋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40대 중반 아니 후반의 남성.
세련되어 보이는 정장. 그리고 파란색 넥타이.
기름기 자글자글, 올빽으로 넘긴 헤어스타일.
태석은 눈을 깜박이며, 그 남성의 색깔을 확인해보았다.
남색 빛.
‘남색이면… 임원인가?’
그는 자신을 소개하기 전, 미리 5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5명 모두 전략기획실에 온 것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가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문자 받았을 거야. 1차 합격이라고.”
그의 말에 5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알지 모르겠는데, 우리 전략기획실은 2~3년차 사원부터 받아.”
“… 네.”
“그리고 그 사원들은 여기 있는 5명 중에 나올 수도 있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
“……”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태석은 알고 있었다.
5명 중 한 명 정도만 뽑힌다고.
하지만 그 경우를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보였다.
윤지와 태석을 제외한 3명의 표정이 멍해 보인다.
하지만 진행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 전략기획실이 엘성그룹의 꽃이라는 것은 다들 알 거야. 그럼 질문! 꽃이 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그의 말에 태석이 대답했다.
“번식이 안 됩니다.”
“그래. 꽃이 수정을 하지 못하면 번식이 안 되지. 그럼? 식물은 1년 동안 또 꽃을 피우기 위해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야 돼. 우리가 그 꽃하고 역할이 같은 거야. 미래를 위해 기업은 항상 커져가야만 해. 도태하는 기업은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하지.”
‘다양한 경험?’ 그의 말은 계속 되었다.
자신의 말을 정당하게 포장하기 위해, 속담을 예로 드는 그의 행동.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너희들을 가르칠 시간은 없어. 호랑이는 자식을 키울 때, 절벽에서 떨어뜨려본다고 하지? 우린 그렇게 키울 거야.”
“……”
태석은 실장이 거칠게 살아온 사람이란 것을 곧장 느꼈다.
대기업 사원다운 여유로움 대신, 조급한 말투, 빨리빨리 결과를 내려는 성과주의가 드러나 자신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런 그가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자! 너희들이 갈 곳이다. 골라라!”
5개의 제비뽑기.
설마? 직무를 뽑기로 한다고?
그런데 그 설마였다.
실제로 제비뽑기로 직무가 정해졌다.
서윤지는 좌절한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실장이 물었다.
“서윤지 사원, 어디로 배정됐나?”
“엘성전자 가전사업부입니다.”
“고객 대상 영업이군. 고생 좀 하겠어.”
“……”
“불만 있나?”
“아닙니다.”
다음.
“김현수 사원은?”
“엘성생명, 제 3영업부입니다.”
“자네도 영업인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진영 사원, 자네는 어디인가?”
“엘성전자 품질관리입니다.”
“후후, 가서 열심히 배워와. 수입검사랑 공정품질 쪽에 대해 많이 알게 될 거야. 나도 예전엔 거기서 품질관리쪽으로 많이 배워왔었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장동훈, 자네는 어디인가?”
“그룹 인사팀입니다.”
“잘 골랐군. 자네는 내일부터 여기로 출근하면 돼.”
“감사합니다.”
4명이 대답하고. 마지막으로 태석에게 묻는 실장.
“자넨 어디인가?”
“저는…”
“알아. 어차피 거기는 2명이었으니까, 자네도 내일부터 여기로 출근하면 되겠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 자네들은 2개월 뒤에 각 배정된 팀의 팀장으로부터 신입사원 관찰결과 보고서를 받을 거야. 너희들은 그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받게 되지.
물론 너희들도 가만히 2개월동안 일만 하는 건 아니야. 비밀스럽게 해야 될 게 있지. 그건 개선 도출 결과 보고서. 타 직무에서 직접 일해보고, 그 직무에서 의아했던 점, 개선해야 될 점을 도출해서 보고하는 거지. 물론 이건 계열사에는 모르는 비밀로 해야 돼. 우리만 알고 있어야 되는 거지.”
“아…”
“이제 알겠나? 너희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네!”
“자네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엘성그룹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할 거야. 물론 너희들이 잘 해야 된다는 전제이겠지만! 질문 있나?”
“그럼 2개월 뒤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뺑뺑이. 직무 순환을 실시한다. 물론 그 직무는 그룹의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명심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배정된 직무대로 오늘 인사명령을 내도록 하지. 그럼 2개월 뒤에 이곳에서 보는 것으로 하자고.”
『네!』
신입사원을 미스터리 쇼퍼, 아니 스파이처럼 활용하는 전략기획실.
그들을 이렇게 키우는 첫 번째 이유는 각 그룹 계열사들의 노하우를 집성하여, 최고의 인재를 육성하는데 있었고.
두 번째는 각 계열사 내부의 문제점을 식별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있었다.
태석은 전략기획실의 의도를 파악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도 처음부터 인사라니…’
조금은 아쉬웠다. 영업… 해보고 싶었는데…
그날 오전, 엘성그룹 신입연수원을 수료한 258명에게 문자가 발송되었다.
그리고 각 계열사에도 신입사원 배정 인사명령이 내려갔다.
* * *
엘성생명 제 3영업부에 복귀한 김민성 대리는 인사명령을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녀석! 결국 이쪽으로 왔구나? 전략기획실에 갔다가 온 거냐? 아니면, 바로 지원해서 온 거냐? 상관 없어. 나랑 같이 일해 보면 분명 영업 하고 싶다고 바지를 붙잡을 테니까.’
그래서 입을 열었다.
“지점장님?”
“어. 김 대리. 무슨 일이야?”
“이번에 오는 김태석 사원, 제가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어? 최고 영업맨인 자네가 신입사원을 가르친다고? 안 그래도 강제로 지도선배인가 배정되는 바람에 수천만원 손해봤다며.”
“괜찮습니다. 대신에 좋은 인재를 얻었거든요. 김태석, 이 친구 제가 한달동안 봐 왔는데 정말 괜찮은 녀석입니다. 그래서 꼭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래. 김 대리가 원하면 그렇게 해. 어차피 자네 말고는 혼자 영업하기도 힘든 사람들이니. 아, 그 친구 지금 1층 커피숍에 있다더라. 출입증 안 가져와서 못 들어온다는데? 네가 직접 데려와.”
“네.”
김민성은 미소를 지었다.
‘짜식, 안 하던 실수를 다하고. 출입증은 또 왜 안 가져온 거야?’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다.
김태석이 드디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마중까지 나갔다.
그런데… 김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알던 태석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넌 누구야?”
“김태석, 이번 신입사원인데. 아, 지도선배네. B팀 맡고 있던 그 분 맞죠?”
“응. 근데 너 말이 좀 짧다?”
“네? 아~ 저 원래 그래요. 이해 좀 해줘요.”
김민성 대리가 버릇 없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새끼지?’
직무가 결정되었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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