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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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채용설명회 >
오랜만의 주말.
태석은 다음 주 월요일 서운대학교 대졸신입 공채 취업설명회 준비자료를 위해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자료를 읽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 타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사원의 노력이 엿보이는 가운데.
버스가 종착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1시간 20분이 걸려 도착한 충남 천안.
시외버스에서 내린 후, 시내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김태석.
그 곳은 오늘 엄마의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곳.
천안 교동의 한 성당에는 이미 남성과 여성이 모든 준비를 마친 채, 태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아저씨를 본 태석.
기분이 묘했다.
아저씨도 그랬을까?
김한울 아저씨가 이제 막 도착한 청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태석아, 왔니?”
“네. 아저씨.”
“우리 아들. 와줘서 고마워.”
“응. 엄마, 오늘 진짜 예쁘다.”
검은 예복을 입은 김한울 아저씨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엄마.
태석은 아름다워 보이는 한 커플을 보며, 모든 것을 잊고 미소를 지었다.
엄마의 재혼이라서 그럴까?
하객이라고는 자신 혼자 밖에 없는 쓸쓸한 결혼식.
하지만 50대 초반인 아저씨와 40대 후반인 엄마는 일부러 이런 자리를 원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결혼식.
그러나 둘 다 불만은 없다.
누구보다도 조용하게 예식을 하고 싶었기에. 그 둘의 마음이 일치했기에 성사된 조촐한 결혼식이 지금 막 진행되려 하고 있었다.
그 들 앞에 선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오늘의 주례사를 해 줄 선생님.
남성의 진중한 목소리가 성당에 울려 퍼진다.
“사랑하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지금 서로의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란 것을.”
그의 말에 김한울과 강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는 서로 손발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어려울 때를 함께 해온 만큼, 서로의 연이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주례사는 길지 않았다.
“신랑은 오랫동안 감추어왔던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네.”
“신부는 다시 새 인생을 시작하는 만큼 남편에게 더욱 잘해야 할 것입니다.”
“네.”
“그럼 신랑과 신부는 서로를 향해 입맞춤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벼운 입맞춤.
김한울과 강혜정은 그렇게 서로의 미래를 약속했다.
그리고.
“이상으로 모든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결혼식이 모두 끝이 났다.
주례사를 마친 60대 후반의 남성은 김한울 아저씨의 어깨를 두드렸다.
“많이 컸네. 우리 한울이, 많이 컸어.”
“원장님, 이렇게 주례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이제 원장은 그만 둬야지.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
“무슨 말씀이세요? 건강 될 때까지는 계속 해주셔야죠. 원장님만 바라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후후, 그래도 그렇지. 의사 선생님이 된 녀석이 의대 교수님들 놔두고 왜 나한테 주례를 해달라고 그래?”
“원장님은 저한테 특별하시잖아요. 고아인 저랑 형곤이 거둬주시고, 키워주셨는데.”
그랬다. 아버지와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같이 자랐다.
그래서일까? 원장님이란 60대 남성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후후, 다 옛말이지. 그나저나 신부님은 괜찮아요? 두 번의 결혼을 다 저 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주례를 서서.”
청원고아원 원장의 말에 강혜정이 고개를 저으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한테는 얼마나 고마우신 분인데요.”
그러자 최덕동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정말 착하시네. 착하셔. 그럼 두 분은 지금, 어디로 가시나?”
“일단은 형곤이가 잠들어있는 추모공원으로 가볼까 합니다.”
“…… 그래?”
“네. 녀석한테 인사는 하고 가야죠.”
“그래. 형곤이 녀석, 나보다 일찍 가서 말이야. 사람 마음 아프게 만들고.”
원장의 말에 아저씨가 대답했다.
“네. 참 나쁜 녀석이죠.”
태석은 두 분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버지와 같은 고아원 출신인 김한울 아저씨 차를 타고 추모공원으로 가는 차량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태석아, 너희 아빠가 혜정씨 만나기 전에는 내 의대 학비를 다 내줬었어.”
그러자 강혜정이 놀란 얼굴로 말한다.
“그랬었어요?”
“그럼요. 20살 되면 정착지원금만 받고 고아원 나가야 되잖아요. 그때 형곤이랑 저랑 동갑이라서 같은 시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밖으로 나왔었죠.”
“힘들었겠네요.”
“후후, 전 의대 가고 싶어서 공부한다고 재수하고, 형곤이는 자기는 공부에 소질 없다고 돈 번다면서 일하러 나갔죠.”
“아…”
“그러면서 짜식이! 제가 공부하면 돈 필요할 거라면서 돈 많이 보태줬었어요. 혜정씨는 형곤이한테 그 얘기 못 들었었어요?”
“그런 얘기, 하나도 안 했어요. 그냥 한울씨도 우리 남편하고 그냥 친구라고만 말했었잖아요.”
“그거야 녀석이 혜정씨를 너무 좋아했다보니까, 제가 감정 표현을 못했던 거죠. 그나저나 형곤이 녀석 덕분에 제가 의사가 됐는데… 저는 해준 게 없네요. 절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 마요. 우리 남편이 원래 마음은 착했잖아요. 남한테 뭐라고 해코지 못하고.”
그녀의 말에 김한울이 넉살스런 얼굴로 혜정에게 말했다.
“혜정씨, 이제 남편은 형곤이가 아니라 접니다. 하하.”
태석은 두 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참 순하신 분이었다.
가정을 위해 항상 충실했고 묵묵히 일만 하며, 엄마와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
그래서 태석은 언제나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천안추모공원.
김형곤의 납골당이 있는 이 곳.
건물 구석. 가장 밑에 있는 칸.
아버지의 납골당을 본 태석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다른 자리는 정면을 바라봐도 보이는데, 아버지가 누워계신 곳은 아래로 내려 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조명도 납골당 위치가 너무 구석이라 환하게 비추질 못한다.
돌아가셔도… 빛도 못 보시는 아버지.
그까짓 돈 때문에.
‘속상해. 너무 속상하고 분해.’
그래서일까? 하필이면 오늘 여기를 오자고 한 아저씨와 엄마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태석은 결심했다.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곳으로 꼭 이장해드리겠다고,
이제 아픈 곳 따윈 없었으니까.
이제 다 괜찮았으니까, 돈 많이 벌겠다고. 그래서 평생 효도하겠다고.
그때, 김한울이 납골당에 있는 이름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형곤아, 잘 지내지? 나 혜정씨랑 결혼했어.”
그의 말에 강혜정이 김한울의 옆에서 손을 잡은 채 기다리고,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우리 잘 살게. 하늘에서 우리 잘 살라고 도와주나 봐. 의사가 혜정씨 암, 다 나았대. 그래도 아직 병원에 가서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지만,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너 없는 만큼 옆에 있어줄게. 괜찮지? 나중에 해코지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
“우리 남편! 당신이 죽기 전에 말했잖아. 나 없어도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내가 병하고 싸우면서, 했던 생각이 있어. 나, 태석이 잘 키우고, 뒷바라지 잘 할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하늘나라에서 우리 잘 사는 거 걱정말고 지켜보고 있어. 알았지?”
엄마와 아저씨의 진심.
태석은 다시 한 번 울컥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태석에게 말한다.
“태석아, 너도 아빠한테 말 해야지?”
“네.”
“아빠, 건강하시고, 저희 가족 많이 도와주세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게요.”
황금 같은 주말.
태석은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 오른다.
이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게 안타까운 듯 태석을 바라보았다.
“왜 벌써 올라가.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지.”
“아니에요. 두 분 신혼여행 가셔야 되잖아요.”
“신혼여행은 무슨, 그냥 바닷가 둘러보고 바람 쐬러 가는 거지.”
“좋은 시간 되세요. 저도 올라가서 잘 할게요.”
“그래. 몸 조심하고.”
태석은 헤어지며 생각했다.
가족, 이제 부정할 수 없다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고.
김한울 아저씨를 받아들여야 된다고.
‘언젠가는 아빠라고 불러야겠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진 않았다.
그때가 언제가 될까?
* * *
월요일이 되었다.
태석은 아침 일찍 출근한 후, 업무용 차량에 짐을 실었다.
빔프로젝트, 노트북, 그리고 사은품으로 준비된 볼펜, 그리고 마이크와 앰프까지.
그러고보니 챙길 게 많다.
강민율 팀장은 열심히 움직이는 두 신입사원들을 향해 말했다.
“쉬운 게 하나도 없지?”
“네. 그래도 재밌어요. 팀장님.”
“재미? 처음이라 재밌겠지. 앞으로 15군데는 더 돌아야 될텐데.”
15군데.
10군데는 서울 소재에 있는 대학교였고, 나머지 5군데는 지방에 있는 광역시에 있는 대학에서 열릴 예정.
오늘은 대한민국 1등 대학교인 서운대라서 그런지, 팀장, 과장도 함께 있다.
2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강당에서 세팅을 하는 태석과 동훈.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동훈이형! 감도 괜찮아?』
“어! 태석아! 잘 들려!”
『그럼 좌측에 가서도 확인 해줘. 울리는 위치 있나 없나 다시 한 번 확인할게. 하울링 현상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이거 다 확인해봐야 돼.』
“오케이, 근데 너 왜 이렇게 잘 하냐? 완전 선수야.”
장동훈의 말에 태석이 웃음을 지었다.
[서브 퀘스트 : 서운대학교에서 방송 시스템 확인하며 하울링 현상 방지해보자.] [보상 Point 2]‘미안, 난 조금 특별하거든.’
그러나 이걸 그대로 말할 순 없다. 미친 놈으로 볼 테니까.
그래서 동훈이형에게 태석이 말했다.
“형이 도와주니까 금방 하는 거지.”
“에이~ 낯간지러워.”
“크크, 얼른 좌측으로 가기나 해. 앰프 울리는 지 확인해야 돼.”
“알았어.”
모든 세팅이 끝난 후, 태석이 옆에 있는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님? 컴퓨터, 방송, 동영상 파일, 마이크에 출입동선까지 모든 세팅 끝났습니다.”
“그래. 그런데 너! 진짜 일 잘~한다.”
“과찬입니다. 동훈이형이 옆에서 잘 도와줘서 잘하는거죠.”
팀장은 태석을 보며 깨달았다.
그가 영어는 부족하지만, 나머지 분야는 장동훈을 월등히 앞선다는 것.
엑셀이면 엑셀, 문서 정리면 문서 정리.
거기에 몸으로 뛰는 것은 물론 꼼꼼한 체크까지.
부족한 면이 하나도 없다.
그건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김태석 사원 진짜 똘똘하네. 싹싹하고, 일도 잘 하고.’
그런 준비과정 때문이었을까?
생수를 먹으며 목을 가다듬던 김태석 사원 1년 선배인 김정미 사원이 진행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하고 같은 서운대 13학번 김정미라고 합니다.”
『짝짝짝짝』
“여기 취업준비생 중에는 저보다 선배님도 계실 테고, 후배님도 계실 테고, 학번 동기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보다 선배님들 몇분이나 계신지 확인해볼까요?”
그러자 60% 이상이 손을 든다. 물론 남성들은 군대를 대부분 다녀왔기에 거의 100퍼센트 손을 들었다.
“아, 역시 남자 분들은 다 저보다 선배시네요. 반갑습니다. 선배님들의 합격, 그리고 동기, 후배님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그러자 박수가 흘러나온다.
『짝짝짝짝』
김정미도 훌륭한 사원이었다.
여성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퍼진다.
“저희 엘성그룹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해서 대부분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궁금한 선발인원부터 말씀드릴게요. 올해 상반기에는 260여명을 뽑았고요. 하반기는 300여명을 뽑을 예정인데요. 작년에는 상반기에 560여명, 하반기에는 660여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채용규모가 많이 줄었어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너무 실망을 하진 마세요. 준비된 인재라면, 충분히 우리 기업에 들어오실 수 있으니까요. 그럼 저희 그룹에 관한 동영상 먼저 시청하실까요?”
김태석과 장동훈은 미소를 지으며 선배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
작년에도 했었던 경험 때문인지, 그녀는 단 한차례의 실수도 하지 않고 채용설명회를 무사히 끝냈다.
첫 번째 채용설명회에 이어 두 번, 세 번째까지 무사히 끝나자, 과장은 네 번째 채용설명회부터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
김정미가 곤란한 표정으로 팀장에게 과장에게 보고했다.
“과장님, 저 다음 주부터 여름 휴가에요. 누구한테 채용설명회 진행을 맡길까요?”
“아, 그래? 정미씨 휴가였어?”
“네. 1주일 정도 다녀올 것 같습니다.”
“정미 씨는 누가 잘 할 것 같아?”
“음… 장동훈 사원하고 김태석 사원 중에 말씀이신가요?”
“그래. 둘 중 하나한테 맡겨야지. 팀장한테 맡기기는 짬이 좀 그렇잖아?”
김정미는 잠시 고민했다.
‘학벌을 생각하면 무조건 장동훈 사원을 골라야 돼. 하지만 나는 왜 김태석 사원이 믿음직스럽지?’
그녀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래서 과장에게 말했다.
“김태석 사원에게 인수인계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그래. 그 친구가 더 잘 하지. 다음주 월요일에는 김태석 사원이 채용설명회 진행하라고 해요. 물론 팀장도 옆에서 지켜보는 걸로 하고.”
“네. 팀장에게는 전달하겠습니다. 휴가 잘 다녀오겠습니다. 과장님.”
“그래요. 그렇게 진행하는 걸로 합시다.”
순탄한 채용설명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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