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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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의 테스트 >
김정미가 과장실을 나와 복도에서 마주친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저 다음 주부터 여름 휴가인 것 아시죠?”
“그래요. 당연히 알고 있었죠. 김정미 사원이 다음 주고, 내가 그 다음주잖아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다음 주 지방에서 채용설명회 때문에.”
“아~ 그거 이미 말 된 거 아니었어? 내가 하기로 되어 있잖아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그러자 김정미가 과장님과 있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과장님께 인사드리고 왔는데, 과장님께서 신입 사원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해서 태석이 말했더니, 알겠다고 하셔서요.”
“과장님이 태석이를?”
“네.”
강민율 대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과장님 눈에는 그 정도로 태석이가 믿음직스러웠나?’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 느낌은 어렴풋이 들었으니까.
물론 영어만 제외하고.
그래서 말했다.
“알았어요. 그건 내가 둘에게 전달할게요. 정미씨는 지금 비서실장님께 가서 비행기 티켓 좀 받아올래요? 티켓 번호가 있어야 환불처리 할 수 있어서요.”
“네. 바로 다녀올게요.”
팀장은 다시 사무실에 들어왔다.
김태석과 장동훈이 자신의 앞에 보인다.
녀석들은 오늘 할 게 없어, 컴퓨터 앞에 앉아 사내에서 3개월에 한 번씩 봐야 하는 성 관련 인지교육 동영상을 보고 있으라고 지시해둔 터였다.
김태석과 장동훈.
그 둘 중 장동훈을 보고, 강민율 대리는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해외 유학 선배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태석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팀장은 생각했다.
사람이 능력대로 인정 받는 건 맞다고.
그래도 공정한 평가를 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김태석이 업무의 무, 유형적 숙련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브리핑은 다르다.
시켜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떨면서 말을 못 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과장님의 지시가 떨어진 터,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그는 결심했다.
동훈이에게 기회를 줘 보기로.
역시 팔은 안으로 굽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장동훈을 불러낸다.
“동훈아!”
“네. 팀장님!”
“동영상 다 보고, 담배 태우러 가자.”
“알겠습니다.”
홀로 남은 태석을 뒤로 두고 일어나는 두 사람.
그 둘을 보며 태석은 고민했다.
‘회사 생활 하려면 담배를 태워야 하나? 나, 소외되는 것 같은데?’
* * *
강민율이 하늘로 연기를 내뿜은 후, 신입사원 장동훈에게 말했다.
“동훈아, 3주 정도 지났잖아. 어때?”
그러자 장동훈이 담배를 재떨이에 털며 대답했다.
“많이 적응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할게.”
팀장님의 진지한 표정.
“네가 지금까지 태석이한테 여러모로 밀리는 게 사실이잖아.”
그러자 장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래.”
“열심히 해야죠. 태석이는 사회생활도 해봐서 그런지 다방면에서 잘 하는 것 같아요.”
“너는 안 분해? 태석이는 학벌도 별로잖아.”
“분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내가 왜 이런 이야기 하는지 알아?”
“그건 모르겠습니다.”
“과장님이 다음 주 채용설명회 브리핑, 정미씨 대신 태석이한테 맡겼어.”
“…….”
장동훈의 말문이 갑자기 막혀버렸다.
‘그 정도까지…’
그런데 팀장은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
“내가 판을 짜줄게. 과장님 앞에서 오늘 브리핑 해볼 수 있어?”
“채용설명회 브리핑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정미씨가 학생들 앞에서 했던 것. 과장님 앞에서 너랑 태석이 둘 다 시켜보려고 하는데, 그거 할 수 있냐고.”
장동훈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태석이랑 붙는다고? 이길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었다.
태석이는 학벌 말고는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우월했다.
특히 신입사원 수료성적도 1등.
인성이면 인성, 노력이면 노력, 안 되는 분야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하지만 팀장이 자신을 믿는다.
“붙어봐야지?”
그래서일까? 장동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해보겠습니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연습하고 있어봐. 바로 과장님께 다시 보고 드려볼게.”
“네.”
“너, 과장님이 인사평가 하시는 거 알지? 태석이한테 밀리면 안 된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저는 올라가서 연습하고 있겠습니다.”
미리 획득한 정보.
그리고 인맥.
이 작은 것이라도 이용해서 동기와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동훈은 마음이 찔렸다. 미안했다.
그래도 선배가 준 기회.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다.
같은 시각.
태석은 비서실에 다녀온 김정미 사원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다녀오셨어요?”
“태석씨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아, 공부하고 있었어요. 저번에 브리핑 하신 것 중에 제가 모르는 용어가 있어서 찾아봤었거든요.”
“그래? 진짜 열심히 하네. 그렇게 전략기획실이 가고 싶은 거야?”
“네. 일단은 제 목표니까요.”
“그래. 아 맞다. 태석씨!”
“네. 말씀하세요. 선배님.”
“다음 주부터 채용설명회 브리핑, 태석씨가 나 대신 진행하기로 했어. 문제 없지?”
“2주 전에 선배님께서 동영상 보면서 준비 해두라고 하셔서, 연습 많이 하긴 했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 문제 있으면 팀장님께서 옆에서 서포트 해주실 거야.”
“감사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팀장이 과장과 함께 들어온다.
“태석씨.”
“네. 과장님.”
“10분 뒤에 회의실로 들어와요. 채용설명회 브리핑 하는 것 좀 확인해보겠어요. 태석씨랑 동훈씨랑 둘 다 시켜봐서 잘하는 사람한테 기회를 부여할게요.”
“네.”
태석은 할 말만 하고 돌아가는 과장과 팀장에게서 시선을 김정미 사원에게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태석에게 말했다.
“어? 내가 알고 있던 거하고 좀 달라졌네. 일단 과장님이 준비하라고 하셨으니까 10분 뒤에 회의실로 들어와. 나는 다시 한 번 여쭈어볼게.”
“네.”
“준비했었다니까 문제 없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 파이팅!”
* * *
과장과 팀장, 그리고 김정미 사원이 과장실에 들어와 있었다.
“김정미 사원.”
“네. 과장님.”
“팀장 건의 받고, 둘 중 잘하는 사람이 브리핑 하는 걸로 다시 조정했어요. 오해하지 말아요.”
“네. 알겠습니다.”
“알다시피 이번에 둘 대상으로 1차 인사평가도 해야 되잖아. 상대평가인데,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과장님.”
그런데 과장실 옆 회의실. 이미 장동훈은 화면을 띄워놓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과장실을 나와, 옆에 있는 팀장을 보며 생각했다.
‘팀장님, 이거 팀장님 작품은 아니죠?’
강민율 대리는 그걸 느꼈는지, 김정미 사원의 시선을 외면한다.
그래서일까? 김정미는 매사에 열심히 하는 태석과 동훈 중 누군가를 더 응원했다.
‘태석씨가 맡았으면 좋겠다.’
10분 후.
소회의실에 과장, 팀장, 그리고 선배인 김정미 사원과 막내 둘이 모였다.
과장의 질문.
“누구부터 시작할까?”
그런데 강 팀장이 과장에게 선수를 쳤다.
“태석씨가 동생이지? 동생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다.”
김정미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너무 티 나. 같은 해외파라고 편드는 거야?’
물론 과장도 팀장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김태석이 혼자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동훈은 정직했다.
이미 10분 전부터 연습을 할 수 있었던 자신인데, 여기까지 양보하라고?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자신이 형. 그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장동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당당하게 태석을 쳐다보았다.
‘나 정정당당하게 할게. 태석아!’
어떻게 보면 동기로서의 의리.
남들은 태석을 인정하지만, 자신도 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분명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 실력을 인정 받고 싶었다.
그리고 태석을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브리핑
동훈이 소회의실에서 빔 프로젝트를 켰다.
그의 한손에 들린 것은 PC 컨트롤러.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마이크.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장동훈입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브리핑을 처음치고는 썩 괜찮게 해 나갔다.
‘학교에서 논문 발표하는 것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걱정할 거 없어.’
스크린을 보고, 그것을 읽어가며, 과장과 팀장, 그리고 선배 앞에서 엘성그룹의 CI, 이념, 그리고 가산점 등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간다.
크게 특출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상황.
말이 중간중간 끊기는 게 느껴졌지만, 그게 신경을 거슬릴정도로 심각하게 자극하진 않았다.
브리핑 15분 뒤, 과장이 손을 들어 장동훈의 브리핑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평가를 이어갔다.
“나쁘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주말에 조금만 더 연습시켜서 바로 채용설명회 브리핑 시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팀장에 이어, 여자 선배인 김정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태석이랑 교대해.”
“네!”
이제 태석의 차례.
그가 자신의 동기인 장동훈에게 말한다.
“잘 했어. 괜찮았어.”
“고맙다. 너도 열심히 해. 실수하지 말고.”
“그래야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과장은 둘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엄청 냉정한 평가인데도, 서로 응원을 해 주네. 보기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난감한데?’
둘의 우정은 서로를 지나치는 것으로 교차하고.
이제는 태석이 스크린 옆에 서서, 90도로 인사를 하며, 과장과 팀장, 그리고 선배인 김정미 사원에게 예절을 갖춘다.
그러자 과장이 말했다.
“인사는 됐어.”
과장의 말에 태석이 당당한 얼굴로 마주했다.
어깨를 펴고, 시선 정면을 향하는 그의 눈에는 힘이 실렸다.
과장이 OK사인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꺼냈다.
『오늘 채용설명회 브리핑은 앞에 계신 분들이 월요일 방문하는 대진대학교 재학생 및 취업준비생이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과장은 시작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예절을 알았다.
지금 당장 임원 회의에 써먹어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몰라도, 이미 써먹을 상태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런 그가 브리핑을 시작한다.
당당한 목소리.
자신감이 실린 말투.
『저희 엘성 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TOP 1 기업입니다.』
안정된 목소리 톤부터, 교수법 자세에 PC컨트롤러를 쥐고 레이저를 움직이는 동작까지, 지적할 게 없다.
『경쟁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죠. 글로벌 Top 11위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니까요.』
『다 저희 엘성그룹에 지원하고 싶어서 오신 것 맞죠? 지원하실 분 손들어보세요!』
그러자 태석을 응원하던 김정미가 손을 들었다.
태석은 씩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훈씨! 뭐해요? 빨리 우리 엘성그룹 사은품 나눠주셔야죠!』
그러자 과장이 그의 유머스런 감각에 씩 웃는다.
그런데 3분 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갑자기 컴퓨터의 배터리 부족이 뜨면서 화면이 검게 변한 것.
그러나 태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괜찮아. 안 보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고 또 봤잖아. 다 외운 거잖아.’
그는 레이저 포인트를 끄고, 정면을 바라본 채, 브리핑을 이어간다.
『저희 그룹은 글로벌 세계에 발 맞추어 나가기 위해 현재 핵심사업으로 총 6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자 부문에서는 OLED 패널을 이용하여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으며…』
흐트러짐 없는 얼굴.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
거기에 돌발적인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
과장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걸리고.
‘대단해. 너무 잘 하잖아. 김정미 사원보다 더 잘 해! 오히려 이 친구를 써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팀장 또한 태석과 동훈의 차이를 실감하고 그를 인정했다.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한 거야? 안 보고도 해? 동훈이랑 너무 차이가 나잖아?’
김정미 또한 마찬가지.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2주일이란 시간, 그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고, 매사에 열심히 한 것이 지금의 모습을 만든 거야.’
그래도 팀장은 동훈의 편이었다.
강민율이 갑자기 중지시키더니 회심의 질문을 내뱉는다.
“태석씨! 취업준비생이 알렉스라는 외국인이야. 걔가 영어로 샬라샬라 뭐라고 묻고 있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그러자 태석이 팀장을 향해 씩 웃더니, 시선을 동훈에게 돌린 후 지시했다.
“동훈씨! 저기 알렉스씨한테 가서, 영어로 취업 관련 설명 좀 해드릴래요?”
그의 대처능력은 최상이었다.
장동훈이 태석의 지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과장 및 팀장, 김정미 사원의 입가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하하하하!”
과장님의 테스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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