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39)
=======================================
안녕하세요. 김태석입니다. >
한 달이 흘렀다.
이제 3일 뒤면 부서이동을 해야 하고, 헤어져야 한다.
두 달이 거의 지난 태석은 회사에서 모두에게 예쁨 받고 있었다.
김정미 사원은 물론, 강민율 팀장님도, 거기에 과장님도 태석을 좋아한다.
물론 동기인 장동훈 또한 같았다.
장동훈은 토익 점수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태석에게 물었다.
“태석아, 사내 모의 토익 결과 어떻게 나왔어?”
“부끄러운데.”
“살짝 보여줘 봐. 저번에도 나한테 점수 말했었잖아.”
“동훈이 형,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당연하지.”
그래서 보게 된 점수.
김태석.
Total Score(총점) 585점.
LC(듣기) 325점.
RC(쓰기) 260점.
한달 만에 저번 점수보다 무려 250점이나 올랐다.
장동훈이 놀란 얼굴로 태석에게 말했다.
“얼마나 공부한 거야? 한 달 내내 공부했지?”
“아, 열심히 한 건 아니고.”
“열심히 안 하긴, 다 열심히 했으니까 이렇게 점수가 한 방에 오르지.”
“형, 쉿! 팀장님하고 선배님 듣겠어.”
그러자 장동훈이 태석을 뒤로 하고 팀장님에게 말한다.
“팀장님!”
“어? 왜?”
“태석이 토익 250점 올랐습니다.”
“그래? 오~ 이제 영어 못한다고 못 놀리는 거 아니야?”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정미도 그 말을 듣고 태석을 칭찬했다.
“잘했어요. 태석씨는 노력하는 모습이 항상 보기 좋네요.”
“부끄럽습니다. 선배님.”
1주일마다 갱신되는 상점 List.
결국 기다리면 기회는 왔다.
태석은 저번 일만 생각하면 아찔했었다.
갱신 전 구입을 고민했던 아랍어 초보 패키지와 포르투칼어 초보 패키지.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전혀 쓸 곳 없어 보이는 언어.
남은 갱신기간 동안 구입할까 말까 얼마나 고민했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다음 갱신 때, 원하고 원하던 영어 초보 패키지가 50점이란 아주 싼 값(?)에 뜬 것을 보며 태석은 숙소에서 환호성을 내질렀었다.
구입 후, 그날 하루는 생소한 단어들이 머리들을 맴돌고, 외국인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말을 샬라샬라 하는 통에 두통이 났지만, 다음 날 일어난 태석은 신기하게도 일정 수준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문장의 5형식에 대해 배우지도 않았는데, 완벽하게 습득하기까지 했다.
물론 초보 패키지라 겨우 거기까지였지만, 영어 완전 젬병인 태석에게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
자신의 한달 전 영어수준을 알고 있는 상사들.
그러니 지금의 발전이 더욱 예뻐보일 수 밖에.
과장은 태석을 보며 느꼈다.
‘얘는 진짜 데리고 싶다. 너무 괜찮아서 탐이 나.’
그래서 따로 팀장에게 물었다.
“강 팀장, 김태석 사원, 설득해봤어?”
“못했습니다.”
“왜? 우리 인사과에 남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 것 같은데, 어차피 신입 하나 더 뽑아야 되잖아.”
과장의 말에 강민율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장님, 저는 그 말 못할 것 같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친구를 과연 인사업무를 시키는 게 옳은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과장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과장님께서 직접 설득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강민율 팀장은 그 말을 하며, 자신이 태석에게 범했던 실수를 떠올렸다.
학벌이 전부는 아닌데, 처음부터 태석이보다 동훈이를 편애했던 것.
그 것 때문에 녀석이 상처 입지는 않았을까?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죄책감이 든다.
태석과 동훈.
동훈과 태석.
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태석이에게 마음이 가는 게 현실. 인간미가 있었고, 눈치가 빠르고, 업무를 잘하니까.
그러나 그 말을 못한다.
녀석의 목표도 알고 꿈도 아는데, 자신이 설득해서, 전략기획실에 가도 충분한 인재를 자신이 망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장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의 밑에 두고 싶다.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계속 데리고 다니고 싶다.
전략기획실에 저런 인재를 뺏기느니, 자신이 차지하고 싶다.
그래서 말했다.
“태석씨, 잠깐 보지.”
“네.”
과장실.
과장은 소형냉장고 안에서 시원한 캔커피 하나를 꺼내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일단 먹고.”
“네. 과장님.”
“두 달간 지내보니까 어때?”
“좋았습니다. 과장님의 성심어린 지도가 너무 좋았고, 팀장님도 인간적으로 대해줘서 좋았습니다. 김정미 사원도 업무 분장을 잘 해줘서, 처음인데도 큰 실수 없이 두 달을 보낸 것 같아 좋았습니다.”
태석의 말에 과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내 녀석이 말도 왜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과장이 둘만 있는 자리에서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나도 자네를 만나서 좋았어. 내 젊은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지. 열정이 팍팍 생기기도 했고, 자네의 긍정적인 자세가 사람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들더군.”
거짓 하나 없는 과장의 진심.
그것을 알기에 태석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과장의 본래 제안.
“어때? 우리 인사팀에 남아서 같이 일하는 거. 김정미 사원도 작년에 똑같은 시기에 여기 선택해서 남았고, 우리 강민율 팀장도 그렇게 남았지. 그리고 이제 너의 선택에 달렸어.”
태석은 곤란한 제안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고맙고 좋은 것은 아는데…’
과장님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게 느껴진다.
이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란 것도 안다.
더구나 인사과, 인사팀에 남아 있으면 자신이 꼼꼼하게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봉급도 썩 괜찮게 벌 수 있을 것이고.
그래도 최고의 기회를 놓치라고?
태석은 허리를 고친 후, 최고가 되고 싶었다.
이제 자신이 못하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룹 내 최고의 두뇌들만 갈 수 있는 전략기획실에 가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고작 인사 파트 하나 해보고, 여기가 편하다고 눌러앉을 수는 없었다.
태석은 항상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은 해냈다.
학점은행제지만, 학사 학위를 따고 싶어하는 것도 해냈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해냈다.
엄마 병을 치료할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도 지켰고.
이제 자신이 목표로 한 전략기획실이라는 목표를 향해 순탄히 걸어가고 있다.
분명, 리스크는 있다.
매번 이렇게 잘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시도도 해보지 않고, 여기서 남아있는 것은 싫었다.
지금 자신을 옭아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때 과장이 말한다.
“자네도 그룹의 핵심 인사를 담당하는 이곳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제 알 거 아니야. 괜한 고생하지 말고, 내 밑에 붙어 있어. 여기 남는 걸로 올리겠네.”
성공을 위한 1보 전진.
그것을 가로막는 과장의 목소리.
하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았다.
태석의 마음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그의 본심이 과장실에서 흘러나온다.
“죄송합니다. 과장님, 전 전략기획실을 목표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그게 자네의 대답인가?”
“그렇습니다.”
태석의 말에 과장이 응답한다.
“자네 마음은 알았네. 이제 난 더 이상 자네를 잡지는 않을 거야. 대신 기회는 장동훈 사원한테 가는 거고. 다시 한 번 묻지. 그 선택 후회 없는 거지?”
“네.”
그날 저녁.
스터디그룹 4인의 채팅방.
서윤지 : 아~ 짜증나는 두 달이었다! 근데 나 전략기획실인거 뽀록남. 다른 부서 간다니까 팀장님이 놀라네. 전략기획실이냐고!
최진영 : ㅋㅋㅋㅋ, 나도 뽀록남! 평가 잘 받았음?
서윤지 : ㅇㅇ. 나름 지점장님께는 잘 보인 것 같아. 판매성적도 김태석 새끼가 꼴지 확정이라서, 나는 A나 B는 받을 거 같아.
김현수 : 김태석 새끼 ㅋㅋㅋㅋ. 그 똘아이 그래도 이번엔 안 잘렸네?
서윤지 : ㅇㅇ, 현수 너는?
김현수 : 나는 A는 힘들고, B 아니면 C 받을 것 같아. 김태석 대신 내가 김민성 팀장님이랑 팀 이뤘는데, 원래 두 건은 해야 돼. 그런데
서윤지 : 그런데?
김현수 : 김태석 새끼가 저번에 똥 싼 거 때문에 화재보험 큰 거, 경쟁업체인 화한생명에 뺏겼음. 그래서 아쉽지만 B 아니면 C.
최진영 : ㅋㅋㅋㅋㅋ, 일단 현수는 김태석 새끼 때문에 전략기획실 아웃이네. 윤지는 김태석 새끼 때문에 A 받을 것 같고. ㅋㅋㅋ. 웃긴다.
김현수 : 아니거든? 갈 수 있거든?
최진영 : 오케오케, 근데 태석이는 뭐함? 김태석! 삐짐? 김태석! 너 A? B?
태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평가가 오늘까지 제출되는 건지는 몰랐다.
알았다면, 그렇게 매정하게 거절하진 않았을 텐데.
그는 자신의 실수에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상대평가인 사람이 장동훈.
만약 자신이 인사팀 남으라는 제안에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면, 과장은 분명 평가 점수 A를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멍청하게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실수를 해버렸다.
과연 과장님의 질문에 동훈이형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동훈이형이 남는다는 선택을 했다면, 과장님은 분명 자신보다 더 잘 줄 게 분명했다.
그런데 과장님이 화를 내며 밖을 나온다.
“야! 강 팀장! 얘네 자리 빼!”
“네?”
“둘 다 마음에 들어서 내가 힘겹게 얘기하니까 뭐? 안 남아? 싫어? 괜히 정 줬네.”
태석은 안심했다.
‘그래. 형, 나랑 같이 전략기획실 목표로 하자. 꼭 한 명만 뽑히는 것도 아니잖아? 같이 잘 되면 되지.’
과장님은 괜찮을 것이다.
저렇게 말씀하셔도 사람 천성이 착한 것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보내주실 때는 기분 좋게 보내주실 게 분명하다.
그런데 다음 날.
둘이 있는 자리에서 장동훈이 이상한 말을 해온다.
“태석아.”
“응.”
“형, 여기 남기로 했다. 과장님한테 말씀드렸어.”
“뭐? 형도 전략기획실 가야지. 어제 간다며!”
“무슨 소리야. 너 같은 잘하는 애가 거길 가야지.”
“형! 그럼 어제 과장님 얘기는 무슨 소리야?”
그때 옆에 있던 강민율 팀장이 태석에게 말했다.
“태석아, 화내지 마라. 동훈이가 너 A 받게 해주려고 일부러 안 남겠다고 말한 거래. 과장님이 오늘 그 사실 알고, 혀를 차며 말하더라. 너희 둘, 사귀냐고.”
태석은 그런 장동훈을 비난했다.
“바보네. 형은 진짜 바보야. 차라리 그런 정신이면 여기 남는 게 낫겠다.”
그러자 강민율 팀장도 동의했다.
“그건 태석이 말이 맞아. 그런 생각이면, 다른 부서에선 승진 못하지. 남들한테 다 퍼주면, 여기저기 찔려서 난도질 당할텐데, 높은 곳을 어떻게 올라가? 그러니 여기 남겠다고 한 생각도 좋은 생각이야. 여긴 동기끼리 경쟁은 없잖아.”
“맞아. 형은 완전 착해 빠졌어.”
태석과 팀장의 말에 동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태석에게 아쉬운 목소리로 말한다.
“후후, 그래. 인정할게. 그동안 고마웠다.”
태석은 이렇게 말해주는 장동훈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자신보다 2살 형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티 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대해주고, 자신을 위해서 끝까지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서 말했다.
“형, 내가 이 은혜 나중에 꼭 갚을게.”
“크크, 바보네. 너 고생하라고 전략기획실로 떠미는 거야. 내 의도 모르겠어? 나는 이 곳 인사팀에서 편하게 꿀 빨겠다는 건데?”
굳이 동훈이형의 말에 태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속으로만 생각했다.
‘동훈이 형, 내가 형을 모르겠어? 나 형 대신 가서 열심히 할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전략기획실 꼭 가서 형 끌어줄게.’
2개월이 지나 모인 곳.
그룹 본사 2층.
전략기획실장이 다시 모인 5명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땠나요? 2개월씩 각자 다른 직무에서 열심히 일 해봤는데, 도움이 됐나요?”
태석이도, 윤지도, 진영이도, 현수도 각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장동훈이 실장을 향해 말을 꺼낸다.
“실장님, 저는 인사팀에 남고 싶습니다.”
“그래요? 여기서 리타이어인가요?”
“네. 저는 인사 쪽이 적성에 맡는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래요. 그 선택 존중합니다. 다른 분도, 자신이 일했던 직무에서 계속 하겠다? 있으세요?”
실장이 다른 4명을 쳐다본다.
그런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장동훈씨!”
“네.”
“인사팀으로 내려가 보세요. 여기 4명은 또 돌려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장동훈이 회의실을 나가고, 실장이 발표하려 한다.
그런데 한 명이 문을 열고 막 들어온다.
헉헉. 숨을 헐떡이는 사내.
그를 보며 동기들 모두가 얼굴이 굳어지는 가운데, 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맞네! 전략기획실 목표로 한 명이 더 추가됐어. 다들 얼굴 아는지 모르겠네. 여기도 김태석씨! 맞죠?”
“네. 다들 안녕하세요. 27살 신입사원 김태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태석입니다.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