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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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활약 (2) >
팀장은 태석의 판매수완을 보며 녀석을 인정했다.
‘엄청 잘 하잖아.’
안효성 매니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법이네. 첫날부터 팔았다고?’
그러나 걸리는 것도 있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
그런데 지켜보니 녀석은 욕심도 없다.
“안효성 매니저님? 이거 매니저님 이름으로 올리려고 하거든요.”
“어? 그걸 왜 내 이름으로 올려?”
“형님이 에어컨 수당은 가져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네가 판 거잖아. 네가 가져야지.”
“아니에요. 저도 상도덕은 알아요. 원래 경력대로 좋은 자리 차지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에어컨 수당은 안효성 매니저님이 가져가셔야죠.”
자기가 판 수당에서 에어컨에 따른 인센티브는 따로 떼어주는 녀석.
저런 모습을 보면, 자신이 같이 일하는 정태수 매니저하고는 정 반대.
그래서일까? 조금은 믿음이 생긴 걸지도 몰랐다.
다음 날. 2팀장은 지점장에게 칭찬을 받았다.
“음, 어제는 좀 팔았네요?”
“네. 새로 보내 주신 김태석이란 친구가 상당히 능력 있어 보입니다.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진짜 핵심 매니저가 되지 않을까…”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요?”
“네. 진짜 열성적이고, 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남들이 칭찬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점장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 건 곳은 다름 아닌 전 직장.
엘성생명.
“여보세요? 김민성 팀장님이시죠? 저는 김태석 매니저 담당인 윤여정 지점장이라고 합니다.”
– 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 때문에···
“김태석 매니저가 전 직장에서는 어떻게 일했는지 싶어서요.”
– 혹시 그 녀석이 사고 쳤나요? 그럴 친구가 아닌데요.
“그건 아니고요. 그냥 궁금해서 전화드려 봤어요.”
– 그게 아니라면 마음 놓고, 믿고 맡기셔도 될 겁니다. 저번 달 엘성생명 루키왕도 차지했거든요.
“루키왕이요?”
– 네. 신입사원 중 보험판매왕이요. 혼자 둬도 알아서 잘 할 테지만, 옆에서 조금만 방향만 잡아주시면 정말 잘 할 친구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제가 김태석, 그 녀석이랑 많이 친합니다. 똑똑하고, 열성적이고, 그리고 주변 사람도 잘 챙기고요. 지점장님! 우리 태석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갑자기 전화드렸는데, 가감 없이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아니에요. 그럼 끊겠습니다.
자신의 동생 뿐만 아니라, 센터장, 팀장 거기에 전 직장의 상사까지.
모두가 태석이를 칭찬하니, 지점장의 생각도 바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2팀장님?”
“네. 지점장님.”
“그 친구, 구석 자리 말고, 좋은 자리로 배정해요.”
“좋은 자리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지.”
“안효성 매니저는 뭐 원래 잘 하니까 그냥 두시고요. 정태수 매니저 자리랑 바꾸는 걸로.”
“… 아… 알겠습니다.”
같은 시각.
태석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창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재고를 확인하고, 어제 팔린 제품 중 재고가 부족한 것은 공장에 입고 신청을 넣었다.
다행히 수리센터에서 눈으로 본 것이 있기에,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휴대용 PDA에 입고 신청 수를 넣고, 결재를 올리면 끝이었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
“아…”
첫날 교육 때, 불만만 터트리던 남성.
부진 매니저로 분류되어 매주 1회 이상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정태수가 출근한 것이다.
태석은 그를 보며 깜짝 놀랐다.
‘여기에 근무했었어?’
첫 배정부터 4층 수리센터로 갔기에 전혀 몰랐던 두 사람.
다른 층이라 마주칠 일도 없었고, 설사 마주쳤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한, 서로 알아보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한 자리에 마주하니, 그가 왜 부진 매니저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일단은 그의 태도가 문제다.
“당신 뭐에요?”
정태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아~ 그래서 저번 주, 나랑 같이 교육받았구나. 몇 살이에요?”
“스물 다섯입니다.”
“스물 다섯? 요즘 나이 어린 사람은 참, 다 건방져. 그렇지 않아요?”
“네?”
그걸 지켜보던 안효성 매니저가 마지못해 나섰다.
“태수씨, 왜 그래?”
“아이쒸! 이 사람, 저번 주에 교육가서 만났었어요. 나한테 욕하던 놈인데 우리 회사로 왔네요.”
“태석씨, 그게 사실이야?”
“아니요. 그냥 강연하는데 뒤에서 동료분하고 시끄럽게 대화하시길래, 조용히 해달라고만 했었어요.”
태석의 말에 단번에 상황이 파악된 안효성.
형인 그가 동생인 그에게 넉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태수씨가 잘못 했네. 강연하는데 왜 떠들어? 당연히 그런 말 할 수있지.”
그런데 녀석은 삐뚤어져 있었다. 평소보다 더 심각할 수준으로.
“하하하, 아~ 미치겠네. 내가 잘못한 거죠? 알겠습니다. 김태석씨 내가 미안했어요. 미안했어.”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태석은 일단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자신도 그 날의 행동에 사과를 구했다.
“아니… 아닙니다. 저도 그땐 죄송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돌변하는 태도.
“그래. 어차피 내 밑으로 왔으니까, 한 번은 봐줄게요. 앞으로 실수하지 마요.”
양아치 말투. 제 버릇 어디 못 간다고, 태석은 너무 열 받았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하곤 참았다.
이런 단체생활에서는 참는 자가 이기는 법.
어차피 노력하면 다 이해해줄 거라 생각한 태석은 마음을 다스리는데, 주변 상황이 그렇지가 못하다.
지점장실에 다녀온 팀장이 3명을 앞에 두고 말을 꺼냈다.
“정태수 매니저는 오늘부터 세탁기 있는 코너로 가서 대기해요. 지점장님께서 그렇게 통제하셨어요.”
팀장의 말에 태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태수씨! 너무 공격적이잖아.”
“아니, 그럴거면 그냥 내보내세요. 이렇게 추잡하게 할 겁니까?”
“이렇게 나오면 나도 말 못 하겠네. 우리 감정싸움 그만 하죠.”
그의 말에 팀장이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런데 정태수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팀장님! 제가 못할 말 한 거 아니잖아요.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
그러자 팀장 또한 가슴에 품었던 말을 내뱉었다.
“정태수씨는 본인이 알 거에요. 왜 이런 취급 당하는지.”
팀장의 말에 정태수가 울분을 삭히며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하고 나하고 도대체 몇 년 차이 납니까? 1년 밖에 차이 안나잖아요. 우리 3년을 봤는데, 왜 효성씨한테는 안 그러고, 나한테만 이래요? 네?”
“문제 아직도 몰라요? 그 태도가 문제잖아요. 당신이 못 팔고, 당신이 영업능력이 없는 것을 왜 내 탓을 해? 옛날엔 잘 팔았잖아. 당신! 인정 받는 사람이었잖아. 근데 지금은? 사람이 공격적으로 변했잖아. 그 태도가 고객한테 영향을 미치고. 당신 노력도 안 하잖아. 왜? 아내가 구박해서? 그럴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지.”
“팀장님, 너무 나가셨네요. 아내 얘기는 꺼내시면 안 되죠.”
“그럼 열심히 하면 돼. 일만 잘하면 우리가 서로 이런 말 할 필요도 없는 거야. 매일 나한테 불평불만 말하지 말고 싫으면 나가던가!”
“팀장님이야말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제가 왜 손님도 안 오는 자리로 가야 되는데요? 솔직히 내가 못한다고요? 나도 명당 자리 가면 다 팔 수 있어요. 안효성 매니저보다 더 많이 팔수 있다고요.”
“그건 태수씨보다 효성씨가 경력이 오래 됐잖아. 우리 룰이 그렇잖아. 오래 된 사람이 좋은 자리 차지하기로. 그게 룰이잖아.”
“그 논리면, 내가 왜 쟤보다 안 좋은 자리를 가야 합니까? 팀장님! 말이 다르잖아요! 저 친구 뭔데요? 빽이에요? 저번처럼 그 회장 손주 빽이에요?”
“그건! 아, 정태수씨, 이게 내 생각 아닌 거 알잖아. 우리 3년 같이 일해 봐서 알잖아. 지점장님이 갑자기 그러는 거잖아. 알면서 나한테 따지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무튼 맘에 안 듭니다. 다 마음에 안 들어요. 어제 경기도 하남까지 교육받으러 가면서, 나 여기 폭파시키고 싶은 생각 들었어요. 이대로는 진짜 아니다 싶었어요. 나 건들지 말아요.”
“알아서 해! 에이, 짜증나. 사람이 말이 통해야지!”
2팀장과 정태수 매니저.
삭막한 것을 넘어 심각한 분위기.
안효성 매니저는 언제부턴가 그 둘 사이에서 멀어진 채, 자신의 자리로 이동해 묵묵히 카달로그 책을 보고 있다.
태석은 알았다. 그가 명당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분위기.
어제와는 달리 숨이 턱턱 막힌다.
태석은 그래서 자리를 양보했다.
“팀장님, 저 그냥 원래 자리로 가겠습니다.”
* * *
며칠간 일하면서 정태수 매니저와 상종을 하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고객이 다가오면 미소를 짓다가도, 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곧바로 뒤돌아서며, 혼잣말로 욕을 해댔다.
“씨발, 안 살거면서 왜 알짱거리고 지랄이야?”
고객에겐 안 들리게 한다지만,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는 태석에게는 고역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일까? 당연하게도 매출은 꽝.
표정 관리가 안 되는 판매사원에게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고객이 없는 것은 당연할 터.
요즘은 표정만 봐도 고객이 먼저 안다.
이 사람이 믿을만한지, 믿을 수 없는지.
태석은 배운 대로 영업을 시작해갔다.
환한 미소. 그리고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고, 목소리 톤을 높여, 고객에게 신뢰를 주었다.
일단 고객이 태석과 대화를 나누면 30% 이상은 영업 성공이었다.
“대현그룹 세탁기하고는 무슨 차이가 있어요?”
“일단 경쟁 제품에 비해서 세탁 속도가 평균 11% 정도 빠르고요. 세탁력도 높아요. 여기 동영상 보시면요. 버블 방식을 채택하잖아요. 물의 표면장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세제와 물이 잘 섞이는 원리거든요.”
“아~”
설명과 함께, 제품 위에 제품 홍보를 위한 동영상을 재생시키며, 시각적으로도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준다.
그래서일까?
“구입할게요.”
태석은 좋지 않은 자리에서도 성실성으로 나쁘지 않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위기도 있다. 그에게 걸려온 전화.
“네. 김태석 매니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저, 3일전에 구입한 고객인데요. 세탁기 문이 안 열리네요.
서비스센터에 연락해야 하는데 판매처에 바로 전화한 고객.
태석은 일단 고객에게 서비스 센터를 안내했다.
“서비스센터 대표번호 알려드릴게요.”
“아… 알아요. 그런데 내일부터 주말이라고 못 온다잖아요. 월요일에 온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전화 드렸어요. 와주실 수 있어요?”
태석은 곤란했다.
하지만 엘성생명에서 일한 버릇 때문일까?
고객이 부르면 가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알겠다고 말했다.
“네. 고객님, 집 주소로, 제가 오늘 일 끝나고 20시까지 들러보겠습니다.”
“네. 기다릴게요.”
오후 7시. 오늘은 일찍 퇴근 하는 날.
그런데 고객의 요청으로 가봐야 한다.
태석의 말에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여기는 보험 파는 곳 아니야.”
“아… 네. 그래도 제가 판매했는데, 고객님이 불만이라시니까 직접 방문해 보고, 불량제품이면 바꿔드려야죠.”
“하-아, 김태석 매니저, 생각이 참 깨어있어서 좋긴 한데, 그렇게 다 신경쓰면 오래 못 버텨. 피곤할 거야.”
“괜찮습니다.”
“그래. 일단 해 봐.”
“네.”
그런데 김태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친해진 학교 선배가 있다.
“야~ 술 약속 해놓고 이게 뭐야. 이건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할 일이잖아.”
“제 고객이라서요. 끝나고 같이 좋은 동네서 먹어요.”
“에이, 진짜! 내가 너 후배라서 같이 가준다.”
“감사합니다.”
그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기꺼이 같이 함께해주는 선배.
하긴 태석이 미안할 건 없었다.
그는 술약속을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같이 가겠다고 먼저 말한 건 선배니까.
고객의 집은 정말 넓었다.
50대 주부이신 고객은 태석과 김종혁을 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 진짜 속상해 미치겠어요. 구입한지 겨우 3일 밖에 안 됐는데.”
그래도 태석은 미소로 일관했다. 일단은 문제가 된 제품을 먼저 봐야 했으니까.
“네. 저희가 봐드릴게요.”
드럼 세탁기.
그런데 정말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걸 보며 김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난 세탁기 전문이 아니라서.”
“일단 배수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안에 세탁물만 꽉 찬 게 아니라 물도 차서요. 그래서 안 열리는 것 같아요.”
태석은 일단 수리교본에 적힌 대로 행동했다.
전면 뚜껑을 열고, 잔수제거 호스를 빼내고, 호스 끝의 마개를 뽑아 물을 흘려보낸다.
배수 필터를 보니, 왜 막힌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일단 필터에 막힌 이물질을 제거한 후, 내부에서 물을 다 뺐다.
그러자 세탁기 문이 쉽게 열린다.
태석이 세탁기를 고친 후 말했다.
“고객님, 잠깐 와주실래요?”
태석의 말에 가까이 온 50대 고객.
“세탁하실 때, 동전을 같이 넣으셨어요. 아마 바지에서 동전을 안 빼신 것 같은데, 그런 게 배수 필터에서 막힌 것 같아요. 다음부터 이 점 유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품은 이제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객의 부주의. 다소 허무한 상황.
하지만 태석은 자신의 물건을 사준 고객에게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 * *
1주일 후. 50대 주부 고객이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였다.
“안녕하십니까?”
태석이 밝은 목소리로 고객을 알아보고 말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남편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야.”
“아… 그랬구나. 미안했어요. 아내가 서비스센터 직원을 기다렸어야 됐는데, 직접 오셨다면서요.”
“아… 괜찮습니다. 제가 판매한 제품인데, 제가 책임 져야죠.”
태석의 말에 방긋 웃는 그녀의 남편.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믿을 수 있겠네요. 엘성이라는 브랜드가 왜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지 알겠어요. 저희 이 제품으로 20대, 그리고 에어컨 5대, 그리고 공기청정기 괜찮은 걸로 추천 좀 해주세요. 공기청정기는 몇 대 필요하지?”
“적어도 10대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 10대 정도 구입하자.”
갑자기 35대를 주문하는 고객의 말에 태석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우리 남편이 이번에 요양병원 개원하거든요. 물론 할인은 해주시는 거죠?”
우연. 아니, 그의 행동이 만들어낸 기적.
태석의 별것 아닌 행동에 감동한 그녀는 남편으로 하여금 병원에 놓는 전자제품 모두를 엘성전자 제품으로 구입할 것을 권유했고, 그래서 방문한 것.
태석이 고객의 말에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당연하죠. 프로모션 빵빵하게 넣어드리고, 지점장님께 건의해서 추가 할인 받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석의 활약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