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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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1) >
만수르 왕자의 사촌, 민수르가 다녀간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12월 말.
태석은 마지막 출근을 했다.
오늘은 영업 대신 인수인계를 실시해야 한다.
그가 두달간 수집했던 고객의 명단.
“안효성 매니저님. 제 고객 명단이거든요. 여기 신경 좀 써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지. 이-야~ 태석이 너, 이 자리 포기하냐? 너 벌써 전설이야. 네 소문 싹 퍼졌어.”
“아…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죠.”
그럼에도 태석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수익 ∞라고 자신을 유혹하는 전략기획실.
두 달간 경험한 가전영업도 좋았지만, 이 곳은 원하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곳.
그러니 그에겐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태석씨, 진짜 가야겠어요? 내가 김태석 매니저, 최고 명당자리로 밀어줄게요. 나랑 함께 해요.”
윤여정 지점장 또한 아쉬운 얼굴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가나요? 고과점수는 제가 약속한대로 가장 높은 점수 드렸어요. 그런데 그 약속이 의미가 없었네요. 실력대로라고 해도 어디를 갔어도 이미 만점이었을테니까.”
“과찬이십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지점장님도 감사했고, 지점장님 동생분께도 큰 신세 졌습니다. 정말 도움만 받고 갑니다.”
“언제든 다시 와요. 혹시 오게 되면 다른 지점 갈 생각은 하지 말고요. 우리 지점으로 와야 돼요. 알죠?”
태석의 말에 아쉬운 얼굴을 한 윤여정 지점장.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그녀의 표정에 아쉬움만 감돈다.
태석은 지점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수리센터가 위치한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태석의 등장에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를 보기 위해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학교 선배 김종혁.
“우리 후배님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선배님은 어떠세요?”
“뭐가?”
“그냥 연말이잖아요. 이제 한 살 더 먹는데, 기분이 어떠신가 해서.”
“나야 뭐, 좋지. 이제 애기도 한 살 더 먹으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지.”
“네. 선배님은 가정적이셔서 너무 부러워요.”
“흐흐흐, 너도 빨리 결혼해라. 너 같은 사람은 좋은 아내 만나야 더 성공하는 거야. 남자는 혼자 있으면 안 돼.”
“헤헤헤, 그러고 싶네요. 잠시만요.”
태석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믿어준 센터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센터장님, 감사했습니다.”
“후후후, 우리 태석씨, 전국 판매사원 1등이라며?”
“네. 진짜 우연이었어요. 아시잖아요. 아랍 왕자가 저희 지점에 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 우연도, 자네가 아랍어를 할 수 있었으니까 찾아온 기회야. 언제 아랍어를 배울 생각을 다 했어? 고등학교 밖에 안 나왔다며.”
센터장의 말에 태석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
“잘 하는 건 아닌데, 어떻게 진짜 우연이 이런 좋은 기회가 됐네요.”
“헤헤, 그래. 고생했고, 아~ 자네, 혹시 여자 친구 있나?”
“네?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
“혹시 우리 딸 만나볼래?”
“네?”
“뭐 사귀라는 건 아니고, 여자 친구 없으면, 뭐 서로 좋을 때잖아. 우리 딸도 지금 스물 네 살이고, 자네도 스물 다섯이니까, 괜찮으면 만나보라는 거지.”
“아… 네.”
태석의 대답에 센터장이 씩 웃는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김종혁 선배 또한 과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우와~ 센터장님! 따님을 소개시켜주시려고요?”
“조용히 좀 해.”
그런데 김종혁은 한술 더 떴다.
“대~박! 태석아, 센터장님 따님, 옥스퍼드 나왔어.”
“네?”
“이 사람아!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
“크크, 아 맞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 합격했다고 하셨었잖아요.”
“김종혁! 빨리 제 자리로 돌아가!”
“네. 알겠습니다. 태석이 파이팅! 종종 연락하자.”
태석의 등짝을 치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김종혁.
그리고 미소로 일관하는 센터장.
“태석씨, 조만간에 연락할게.”
“네. 센터장님.”
* * *
조기퇴근을 시켜준 지점장과 팀장.
2개월이란 짧은 시간, 모두에게 너무나 큰 보답을 받았다.
태석은 생각했다.
자신이 일했던 인사팀, 엘성생명, 그리고 엘성전자 가전사업부.
모두가 다 자신에게 잘 해준 곳.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이 정말 고마웠다.
평소에는 조용했던 동기들의 채팅방.
오늘은 무슨 일이 터졌나보다.
장동훈 : 아, 미치겠다. 김태석 얘 왜 저러냐?
김태석 : 왜 그러세요?
장동훈 : 과거 지원자 신상기록 다 날려먹었다. 버튼 잘못 눌러서 삭제 했대.
김태석 : ㅡ. ㅡ; 1년 보관 아니었나요?
장동훈 : 어. 그거 꼭 있어야 되거든. 답답해 미치겠네.
최진영 : ㅋㅋㅋ 사고 칠 줄 알았음.
김현수 : ㅋㅋㅋ 어쩐지 윤지가 하루종일 불안해하더라. 요즘 윤지가 재벌놈 매일같이 코치해요. 행동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매일매일 전화붙들고 잔소리 시전중입니다. ㅋㅋㅋ 어지간히 그 형 잡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회장님이 부회장님도 인정 안해주는데, 그 망나니를 인정해주겠어요?
장동훈 : 그랬냐? ㅋㅋ
김현수 : 네. 형! 나 희소식! 비서실 남기로 했어요.
장동훈 : 오~! 대박!
김현수 : 부회장님이 좋게 봐주셔서 남으라네요. 자기 사람 하라고, 일단 부회장님이 믿음직 스럽진않지만, 좋은 기회긴 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해보려고요.
장동훈 : ㅊㅋㅊㅋ 잘 됐네. 부회장한테 잘 좀 비볐다?
김현수 : ㅋㅋㅋ 제가 상급자한테는 껌벅 죽죠. ㅋㅋㅋ
김현수가 비서실에 남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은 태석.
그런데 지원자들의 신상기록을 날려먹었다는 게 자꾸 걸린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백업본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했다.
그러니 잊혀진 기억도 다시 되살아난다.
‘아 맞네. 거기에 있겠네.’
어디에? 저번에 김정미 사원 컴퓨터를 고쳤던 그 하드 디스크에.
그걸 떠올린 태석이 6명 채팅방에 의견을 올렸다.
김태석 : 태석이형! 지원자 신상기록 날렸다면서요.
강남존잘남 : 어? 어떻게 알았어? 아, 씨발, 그것 때문에 미치겠다. 무슨 이게 해고 사유냐? 어이 없네 진짜!
김태석 : 일단 진정하시고요. 인사팀 김정미 사원님이 쓰시던 컴퓨터 백업본에 남아있을 지도 몰라요. 311호 비품창고, 우측 구석에 검은색 컴퓨터 옆에 하드디스크가 따로 있을 거에요. 그거 한번 확인해보세요. 동훈이형도 어디있는지 알 거에요. 같은 날 고쳤어요.
강남존잘남 : 오~ ㅇㅋㅇㅋ. 찾아봐야겠네.
서윤지 : 아, 다행이다. 한 시름 덜었네.
강남존잘남 : 태석이 최고! 최고!
서윤지 : 오빠, 좋아할 때 아니야. 얼른 가서 찾아봐.
강남존잘남 : 앙!
그러자 4명의 채팅방이 또 난리가 난다.
장동훈 : 김태석, 너 뭐냐?
김태석 : 네? 에이, 우리 동기잖아요. 근데 김정미 사원님은 없어요? 그 하드디스크에 파일 있던 거 아셨을 텐데…
장동훈 : 이번주는 휴가, 내일부터 한달간 파견 가셔. 신입사원 연수원 지도선배 하러 가신대.
김태석 : 아~ 그랬구나. 아무튼 알겠어요.
장동훈 : 그래. 알았다. 나도 깜박했었는데, 용케도 기억했네. 일단 네가 해결한 걸로 팀장님하고 과장님께는 보고 해둘게.
김태석 : 형이 생각한 걸로 하세요.
장동훈 : 됐어. 어차피 내가 그 놈한테 고과점수에서 밀리겠냐? 그냥 사실대로 보고만 해도 인정받을 수 있어. 거짓말 뭐라 하냐. 들통나면 나만 이상해지지.
김태석 : 네. 알겠어요.
* * *
이틀 뒤. 1월 2일.
그룹 본사.
전략기획실장과 만나는 날.
김현수가 비서실에 남기로 결심하자, 회의실에는 3명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김태석A, 김태석B, 그리고 최진영.
아직 실장이 도착하지 않아서 조용한 분위기.
김태석이 같은 이름을 가진 형한테 먼저 말을 걸었다.
“태석이형, 그 날 일은 잘 해결 됐어요?”
“그래. 덕분에 살았어. 아~ 진짜, 팀장하고 과장놈, 그거 가지고 분위기 거지 같게 만들더라.”
“그래도 팀장님하고 과장님 좋으신 분이잖아요.”
“좋긴, 개뿔. 아무튼 고맙다. 룸 한 번 쏠게.”
“네?”
“좋은 데 쏜다고. 오늘 갈까?”
“형, 윤지랑 사귀잖아요.”
“크크, 몰래 가면 되지. 진영이 너도 갈래?”
“일단 오늘 어디로 분류되는지 결과 듣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잠시 후, 실장이 도착했다.
모두의 성적을 발표하고, 다른 부서로 옮겨야 되는데, 오늘은 평소하고 달리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모두 회장실 앞으로 갑니다.”
‘회장실?’ 3명은 전략기획실장에 이끌려 회장실이 있는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최상층, 거기에는 인사팀은 물론 비서실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앞에 선 사람들.
하나같이 엘성의 일원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얼굴들.
그들을 보며 부회장은 직접 복도로 나와 사원들에게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 분들이 전부 우리의 우수사원들인가? 축하해요. 부회장 김진태에요. 나 알죠?”
“칭찬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잘 생기셨어요.”
“곧 회장님 되신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되시나요?”
여성 사원의 말에 갑자기 방긋 웃는 부회장.
그가 앞에 있는 사원들에게 말한다.
“하하하, 제가 회장 자리에 오를 때는 아니고요. 지금은 여러분하고 같이 엘성 그룹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죠. 응원해주니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엘성 그룹을 위해 다 같이 함께 해주세요. 네?”
“네! 부회장님!”
그때, 비서실장이 김태석 형을 불렀다.
“도련님.”
“네?”
“회장실에 먼저 들어오시랍니다.”
“네.”
“부회장님?”
“응. 송 실장.”
“같이 들어오시랍니다.”
“그러지.”
* * *
재벌 김태석은 송창식 비서실장의 말에 회장실로 들어갔다.
자신의 아버지인 부회장 또한 함께였다.
기분이 좋았다. 비서실장이 자신을 도련님이라고 불렀으니까.
자신을 인정해준 거니까.
모두의 앞에서 「자신을 소개할 생각이셨겠지」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재벌가의 일원임을 떳떳이 밝히며, 자신에게 경영수업을 맡기려는 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 이런 소식도 들었다.
회장님께서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는 계획을 잠시 보류하셨다고.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일단 멈추고 사태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송창식 비서실장과 회장님뿐.
그런데 자신의 예상과는 뭔가 다르다.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진행해.”
인사총괄과장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반응하는 회장님의 목소리.
“경고장 수여하겠습니다. 김태석 사원, 앞으로 나오세요.”
경고장이란 말에 김태석의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팠다.
‘할아버지…’
그러나 이번 의식행사는 절차대로 진행된다.
『경고장』
소속 : 엘성그룹 인사총괄과 인사팀
직급 : 사원
성명 : 김태석
위 사람은 평소 불성실한 태도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왔으며, 그 동안 온건한 시선과 따뜻한 배려를 바탕으로 세삼하게 지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엘성전자, 엘성생명은 물론 그룹 인사팀에서도 최하위 평가를 받았음.
특히, 인사팀에서는 그룹에 지원한 지원자의 인사기록을 함부로 다뤄, 개인정보보호법 이행에 소홀하여, 당사 취업규칙에 의거 관련사항을 엄중히 경고함.
그룹 회장 김창모.
인사총괄과장이 경고장을 다 읽자, 김창모 회장이 한심한 듯 손자를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뭐가 그리 좋다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와? 미쳤어? 야! 회사가 장난이야?”
“아닙니다.”
“부회장!”
“네. 회장님.”
“너는 아들을 훈계를 해야지! 감싸고만 돌아? 그러고도 내가 회장 자리를 물려주길 바라는 거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경고장 가지고 뒤에 서 있어! 행사 끝날 때까지 나가지 말고!”
“네.”
회장은 씁쓸한 얼굴로 인사총괄과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준비 됐나?”
“네. 밖에서 다 대기중입니다.”
“들어오라고 해.”
재벌 김태석은 분했다.
할아버지가 야속했다. 아무리 그래도 경고장이라니.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과 아버지에게 너무 차갑게 대한다.
그런데 더욱 비참한 것은… 동기의 활약.
[지금부터 올 한해를 빛낸 엘성인에 대한 수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신입사원 부문입니다.]“표창장, 엘성전자 가전사업부 김태석! 위 사람은 평소 회사를 위해 열심히 근무해왔으며, 특히 2018년 11월 최고의 판매사원 달성을 통해, 그룹의 이름을 널리 알려 왔으며…”
같은 이름의 사내가 자신의 할아버지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할아버지는 야속하게도 그 사내를 칭찬했다.
“자주 보네.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우리 김태석 사원.”
“감사합니다! 회장님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힘내고, 앞으로도 나를 보지 말고, 회사의 미래를 보고, 열심히 일해 줬으면 좋겠어요. 회사의 주인은 우리 모두니까요.”
“네. 회장님.”
재벌손자 김태석은 진짜 자신이 왜 여기 회사를 다녀야 되는지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나 욕심 없어요.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러나 그와 상반된 생각을 하는 아버지 김진태.
부회장 김진태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3년만 기다려. 영감탱이야. 네 재산 쏙 빨아 먹을테니까.’
유전자 검사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