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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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2) >
재벌 손자 김태석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잘 되는 친구들은 이유가 있었다.
왜? 그들은 이 일이 즐거웠으니까.
그러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그는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연달아 상을 타는 남자가 있다.
자신보다 2살 어린 친구.
이름은 같은 녀석.
학벌도 자신보다 좋지 못한데, 지금의 위치는 자신이 넘볼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 얼굴을 들을 수가 없다.
“엘성생명 영등포지점 김태석, 위 사람은 성실한 자세와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쌓아왔으며, 그러한 영업활동으로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 중 단 한명만 얻을 수 있는 루키왕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특히 그가 만든 고객맞춤형 프리젠테이션은 VIP고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회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김태석에게 말한다.
“허허, 이 친구, 대단하네. 2관왕인가?”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긴 왜 죄송해. 잘하는데 당연히 상을 타야지.”
그것을 보며 부회장인 김진태는 매우 치욕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아들과 같은 또래, 심지어 같은 이름을 가진 녀석이 아버지로부터 인정 받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 녀석일텐데, 고작 머슴 주제에, 회장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게 속이 뒤집어 진다.
그런데 아들 녀석과 자신은 구석에서 그것을 지켜만 봐야 하니, 얼마나 속이 터질 것인가?
작년 5월, 자신이 계획한 아들의 위치가 바로 저 곳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쳐 박혀, 벌이나 받고 있으니, 스스로도 한심할 수 밖에.
그래도 천운이 따라서일까?
인사팀의 발표가 마음에 든다.
“우수사원, 그룹 인사팀 김태석, 앞으로 나오세요.”
부회장 김진태는 인사팀 녀석들이 고마웠다.
‘그래도 우리 아들한테 하나는 챙겨줬구나. 그래! 차기 회장은 나야. 당연히 저렇게 나와야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뭐하니? 앞에 나가서 상 받아야지!”
“아버지,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괜찮아. 가서 당당하게 받아.”
“그게 아니고, 저 상, 저 아니에요.”
“뭐?”
동명이인 김태석.
녀석이 연달아 3개의 표창장을 받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
그래서일까? 회장이 놀라며 말한다.
“3관왕이야?”
“…….”
“이러다 자네가 우리 회사 CEO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허허.”
태석은 방긋 웃었다. 어차피 농담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CEO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래서 회장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시만 했다.
그러자 김창모가 만족한 얼굴로 자신의 측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송비서! 이렇게 잘 나갔던 친구가 이제까지 있었나?”
“제 기억에는 없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내 기억에도 없었는데, 진짜 대성할 친구 같네. 그렇지?”
“네. 회장님 말씀대로입니다.”
태석을 비롯한 올해의 엘성인 17명에 대한 표창이 끝났다.
본래는 20명인데 중복 수상한 사람이 있어 17명.
회장이 그들에게 신년사를 읊는다.
“벌써 2018년 한해가 다 지나고,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습니다. 벌써 회사가 설립된 지 벌써 60여년이 다 되어 가네요.
여러분! 회사의 주인은 바로 여기 있는 여러분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젊은 엘성인이 있기에, 오늘 날의 엘성그룹이 건재합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주세요. 그럼 오늘 행사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의 응원에 사원들의 얼굴엔 꽃이 핀다.
회장실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선물 하나씩을 건네는 비서실 직원들.
윤지와 현수가 바쁘게 움직인다.
태석은 미소를 지으며 현수가 건네준 선물을 받았다.
“이거 뭐야?”
“회장님이 주신 선물.”
“응. 알아. 내용물.”
“상품권이야.”
“어? 상품권?”
“그래. 50만원짜리.”
진짜 50만원짜리 상품권이 들어가 있다.
“아! 태석아.”
“응?”
“넌 3개다. 2개 더 받아가.”
“아… 고마워.”
“고마우면 한 장 주던가.”
“아~ 그건 아니지.”
동기와 대화를 나눈 후, 기획실장이 태석을 향해 말했다.
“김태석씨?”
“네.”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방심하긴 일러요.”
“… 알겠습니다.”
“저희 기획실, 내부 회의 결과 김태석씨는 연수원으로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영업분야는 확실히 잘 하는 것 같으니, 다른 직무에서의 역량을 확인해보기로 결정했거든요.”
“네.”
“연수원, 가서 지도 선배가 되어보세요.”
“지도 선배요? 제가 가능할까요? 저 경력 1년도 안되는데요.”
“자신 없나요?”
“그건 아닙니다. 해보겠습니다.”
“그 자신감, 좋습니다. 가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세요. 당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연수원이라…
조금은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제 연수생이 아닌 지도 선배로서의 위치.
아직까지 남들을 가르쳐본 적이 없는 그가 갑자기 지도 선배라니.
* * *
재벌 김태석은 회장실에 남았다.
아버지인 부회장이 아들의 행동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래. 빌어라. 빌어서, 어떻게든 자리 차지해야지. 그래.’
그러나 재벌 김태석은 아버지와는 다른 생각이었다.
“회장님.”
“그래. 결심이 선 게냐?”
“네. 저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저하고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김진태가 화들짝 놀라며 말한다.
“무슨 소리야? 회장님, 아닙니다. 태석이는 회사 그만 안 둡니다.”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지금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점을 알았어요.”
“이게 애들 장난이야? 회장님,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아들의 말에 김창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손을 저으며 입을 막은 후, 손자에게 말했다.
“그만 두면 무슨 일을 하려고?”
“일단 유학 다녀올 생각입니다.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 하시는지도 알겠고, 제가 왜 철이 없다고 말씀하시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가서 철 들고 오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유학이 못마땅한 회장.
“유학은 도피지. 가서 철들고 싶으면 다른 걸 해야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봉사활동. 너 해외NGO로 가. 가서 남들하고 같은 위치에서 일해보고, 남들하고 같은 일을 하고, 남들을 위해 일해보고,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네가 깨닫는 게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김진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편이 있어야 되는데…
아들 녀석이 중도 포기해버리니, 자신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진다.
그런 그의 심정이 표정에 드러나자 회장이 묻는다.
“왜? 부회장, 할 말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표정 관리, 잘 해. 네 탐욕이 언젠가 회사를 망칠 거야.”
“……”
부회장의 얼굴에 썩은 미소가 걸렸다.
자신의 속내를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회장.
쉽지 않은 싸움.
‘내가 회사를 망친다고요? 망치는 건 당신입니다.’
* * *
부회장과 손자가 나가고, 밖에서 기다리던 송창식 비서실장이 들어온다.
그러자 회장의 얼굴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밝은 미소가 걸렸다.
“송비서.”
“네. 회장님.”
“찾았다고?”
“네. 천안입니다.”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원장이 보내온 사진입니다. 얼굴은 흐릿하나, 여기 구슬목걸이를 찬 아이가, 잃어버린 도련님이 차고 있던 목걸이하고 같은 것인 것 같습니다. 사진 여기 있습니다.”
송창식 비서실장이 자신의 핸드폰에 전송된 사진을 보여준다. 흐릿한 사진. 그 안에 담긴 아이.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표정이 흐릿해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때 부산에서 잃어버렸던 그 당시 진태가 착용했던 목걸이가 확실해보였다.
“이름은 진태 맞대?”
“그게… 이름이 진태가 아닙니다. 김형곤이라고 합니다.”
“그럼 아닌 건가…”
“그건 아직 모릅니다. 일단 정확한 정보는 제가 직접 만나봐야겠지만, 거기 원장 말에 따르면 이 아이는 원래 고아원에 올 때부터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아… 하-아…”
회장이 갑자기 숨을 몰아쉰다.
아찔아찔한 정신.
48년, 이제는 해가 바뀌어 49년 전이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회장이 아픈 기억을 되짚어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래… 그럼 내 아이야. 이 목걸이! 우리 잃어버린 진태가 맞아!”
“직접… 가보시겠습니까?”
“아니… 아직은 안 돼.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이 휘청거려.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수고스럽겠지만, 자네가 직접 알아봐주게.”
“알겠습니다. 제가 원장하고 직접 접촉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2019년 1월 5일 토요일 오후.
태석은 천안에 있는 집에 내려와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병원에서 일을 끝내고 아저씨가 집에 들어온다.
“태석아. 왔어?”
“네.”
“넌 해가 지났는데 왜 아직도 나를 아빠라고 안 불러? 약속했잖아. 작년 안에 부르기로.”
“그냥 아저씨가 편한데, 그렇게 부르면 안 돼요?”
“안되지. 요놈아! 야~ 이 아빠가 내 친구들한테 싹 다 자랑해놨어. 우리 아들! 엘성그룹 보험루키왕에, 올해의 판매사원까지 했다고. 나중에 임원까지 달아서, 나랑 우리 혜정씨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저씨, 근데 엄마는요? 어디 갔어요?”
“잠깐 누구 만나러 나갔는데, 말을 안 하네. 설마 나 두고 바람 피는 건 아니겠지?”
“에이! 우리 엄마 그럴 사람 아니거든요?”
“크크, 그래. 농담이야.”
“아, 진짜 완전 능구렁이.”
“큭, 태석아.”
“네?”
“아빠, 때 좀 밀어줘라.”
“아… 아저씨, 목욕탕 가세요. 거기 가면 때밀이 있잖아요.”
“원래 부자 관계는 다 하는 거래.”
“아…”
* * *
같은 시각. 어느 커피숍.
강혜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원장으로부터 연락받아 만나게 된 비서실장 송창식에게 말을 꺼냈다.
“말씀 들으셨겠지만, 형곤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하고는 이제 관계 없는 일입니다. 저희 아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고요. 저도 별로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만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아주머니!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친 자식인지 아닌지 알아볼 기회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친자인지 알아만 보고, 그 때 가서도 마음이 변치 않으신다면, 저는 곱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니, 친자 확인만 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원하는 건 남편의 유해.
그래서일까? 그녀는 신중하다.
“솔직히 많이 고민돼요. 이미 49년 전에 버린 자식, 이제 와서 찾으신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분인지도 모르겠고, 직접 앞에 나타나시지 않는 분을 믿어야 되는 건지도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건 사정이 있습니다.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좋아요. 제가 반대하면 하늘에서 천벌을 내리겠죠. 이걸 드릴게요. 대신 유골함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그녀가 진공포장된 무언가를 내놓는다.
혈흔이 묻은 런닝.
남편이 죽은 현장에서 사건 조사가 끝나고 받은 물건.
“이건…”
“남편이 죽기 직전 입었던 속옷이에요. 아마 여기서 DNA는 채취 가능하겠죠. 유골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네. 이거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려우셨을 텐데,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전 그럼 일어나겠습니다.”
강혜정이 일어났다. 그리고 찻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돌아온 집. 화장실에서 소란스러운 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따거워! 살살 좀 해.”
“아저씨, 평소에 때 좀 미세요. 이게 뭐에요? 아~ 더러워.”
“야! 너는 더 많이 나왔어.”
“아저씨가 더 많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제 때는 흰색이고 아저씨 때는 검은색이잖아요.”
“인마, 그게 뭐?”
“검은 게 더 더럽잖아요.”
“이리 와. 등 대! 빡빡 밀어 줄테니까. 이게 아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아빠 아직 아니거든요. 아저씨거든요.”
그 둘의 말을 들으며, 강혜정이 잊었던 웃음을 찾았다.
그런데 두 남자가 못할 말을 꺼낸다.
“얌마, 근데 너 진짜 크다? 장군감인데?”
“아저씨도 크신데요.”
“크크, 아저씨 아빠도 컸어.”
“아저씨 고아라면서요.”
“야! 원래 아빠건 다 기억하는 거야. 넌 기억 안나?”
“기억 나죠.”
“형곤이 녀석, 작았지?”
“크크. 네. 작았어요. 아, 그건 다행이네요. 저는 엄마 집안에서 물려받았나봐요.”
그러자 강혜정이 당황한 말투로 화장실에 있는 두 남자에게 말한다.
“둘이 자꾸 이상한 얘기 할 거예요?”
유전자 검사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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