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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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5) >
같은 시간.
회장은 집 대신 그룹 소유의 5성급 호텔에 들렀다.
그 곳까지 수행한 송창식 비서실장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회장을 보위했다.
“회장님, 집에서 주무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니야. 오늘은 누구하고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회장님, 좋게 생각하셔야 됩니다. 아드님이 살아 있을 수도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송 비서의 말에 김창모의 고개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테이블 위, 말 없이 독한 위스키를 따르는 회장.
그것을 보며 송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전국을 뒤져서라도… 찾아내겠습니다.”
수십 년간 함께한 송비서의 말에 마음이 울적해진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내가 어리석었네. 지금 와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참… 내 꼴이 우스워지는군. 그만 나가보게. 진짜 혼자 있고 싶어.”
“네. 죄송합니다. 회장님.”
송비서가 씁쓸한 얼굴로 호텔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회장이 위스키 한잔을 털어 넘기더니, 이내 아들을 찾으려는 마음을 접었다. 더 이상 찾다가는 스스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
흑백 사진을 꺼내는 회장님.
그 사진 안에는 회장과 죽은 회장의 아내, 그리고 회장의 친 아들이 같이 해맑게 웃고 있다.
무려 49년 전 찍은 사진.
뚝뚝, 회장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
70대의 노인의 얼굴은 부쩍 수쩍해졌다.
그가 생각했다.
‘여보, 미안해. 이제 나도 한계야. 포기할 때가 온 것 같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회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제전화, 미국.
“데니스?”
– 네. 회장님, 데니스 윤입니다. 마음의 정리는 되신 겁니까?
“자네 페이스월드 CEO 자리에서 언제 물러나기로 했나?”
– 올해 6월입니다. 그때 교체된다고 주주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그래. 그럼 조만간에 미팅 한 번 하세. 한국은 언제 올 수 있나?”
– 한번 계획 잡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 * *
연수원 오후 9시.
각 팀장을 소회의실로 모으기 위해 한 남자가 일어났다.
마이크를 들고, ON/OFF 버튼을 눌러 방송 전원을 켜는 남자.
『A, B, C동 각 팀장들은 지금 즉시 소회의실로 이동해주세요. 오실 때, 펜, 메모장 지참할 것. 다시 한 번 전달합니다. A, B, C동 각 팀장들은 지금 즉시 소회의실로 이동해주세요.』
떨림 없이 평온한 남자의 목소리가 방송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었다.
“목소리 좋네?”
“그런 가요?”
“응. 울림이 좋아. 이런타입이 노래는 진짜 잘 하는데.”
남창희 지도선배의 말에 태석이 웃음으로 응답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B팀의 팀장, C팀의 팀장이 도착했다.
태석은 B팀의 팀장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민씨! 왜 이렇게 긴장해요?”
“아니에요. 지도선배님. 긴장 안 했습니다.”
“C팀 팀장은 성함이 어떻게 되죠?”
“최유라입니다.”
“네. 잘 부탁해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최유라를 본 태석, 그녀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여성 숙소는 어때요? 지금 다들 씻는 건 끝났나요?”
“네.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지금 지도선배님이 집합시키셔서, 다들 복도에 모여 있습니다.”
“네?”
“정신 교육 하실 것 같습니다.”
* * *
3층.
3년차인 김정미 사원이 이제 막 입사한 여성신입사원들을 불러놓고 언성을 높이고 있다.
“다들 여기 소풍 왔어?”
『아닙니다!』
“남자 사원들 앞에서 히히덕 거리고, 웃음 보이고! 연애하러 왔어? 아니면 일 배우러 왔어?”
심각한 분위기.
『……』
“왜 대답이 없어?”
『일 배우러 왔습니다.』
“최지영! 최지영 왜 그랬어? 남자 사원 왜 3층으로 데려왔니?”
그녀의 말에 최지영 신입사원이 악에 찬 듯 언성을 높이며 말대답을 했다.
“침대 매트리스 옮겨달라고 부탁한 것 뿐입니다!”
“그래서 잘 했다는 거야? 여기 최지영 사원이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봐! 너희들~ 다 들어봐!”
김정미의 말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최지영을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차분한 말투로 타일렀다.
“네 생각 이해해주는 사람 없어. 매트리스는 스스로 옮기면 되잖아.”
그런데 그녀는 반성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전 여자입니다.”
“여자도 사람이야.”
“여자는 그런 거 못한다고요.”
김정미가 까칠한 표정으로 주변과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소리 높여 자신의 의견을 호소했다.
“최지영 사원! 잘못 생각한 거야. 우리 여자들은 약자 아니야. 왜 스스로 약해지는데? 왜 남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너희들 진짜 안 쪽팔리니? 우리가 남자들보다 못하는 게 뭐야? 성적이 안 돼? 아니잖아. 우리가 까놓고 말해서 걔들보다 안 되는 게 뭔데? 경쟁률도 우리는 300대 1이고, 걔네는 100대 1이잖아. 성적도 우리가 좋고 학벌도 좋고 머리도 더 좋잖아. 다 그건 인정하지?”
『네!』
“그런데 왜 회사에서 조금 뽑는데? 그건 생각해 봤어?”
『……』
“너희 여중, 여고 시절 생각해. 그땐 우리끼리 다 알아서 했잖아. 뜀틀도 넘고 농구도 하고 다 하잖아. 근데 왜 지금은? 그때보다 힘도 세고 체력도 좋고 더 건강한데 왜?”
『……』
“대학교 와서 남자애들이 다 해줄 것 같이 구니까, 그런 썩은 사고방식 가졌나본데 여기선 내가 허락 안 해. 허락 못해! 알았니?”
『알겠습니다.』
“목소리 높여서 미안한데, 여기 와서 약한 척 하니까, 우리 여자들이 사회에서 인정 못 받는 거야. 스스로 입지를 좁혀서, 좋은 데 못 가는 거라고! 남들이 해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끼리 알아서 하자. 내 말 알겠니? 우리가 우리 몸값 스스로 올려야지. 왜 스스로 가치를 낮추니?”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담당 청소구역 게시판에 붙여 놓을 테니까, 개인행동 하지 말고 단체행동부터 해. 그리고 최지영 사원!”
“네.”
“나한테 할 말 없어?”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래. 오늘까지는 말로만 할게. 다음부터는 이런 행동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네. 선배님. 죄송합니다.”
김정미가 자리에서 떠났다. 모두가 숙연해진 가운데 담당청소구역을 확인하고 단체 활동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지옥과도 같은 연수원 생활이 지금 막 시작된 것이다.
* * *
한편, 서윤지 비서는 집으로 들어왔다.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을 여는 것.
유전자 검사.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아까는 자세히 쳐다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었다.
[33.67%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회장님과 김형곤의 관계는 누굴까?
과연 누구를 지목하고 있을까? 숨겨둔 자식?
이건 분명하다. 회장님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
15개의 STR유전자가 불일치라는데… 일치하는 항목이 너무 많다.
잠깐만… 잠깐만? 조작? 조작된 것 같은데?
윤지는 곧바로 인터넷으로 STR 유전자에 대해 검색했다.
똑똑한 그녀답게 핵심을 곧바로 파악한다.
일정한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를 STR 유전자라고 한다.
이것은 다른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부모로부터 반씩 받아서 한쌍의 대립 유전자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자녀와 부모의 STR프로필을 조사해서 친자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김창모와 김형곤.
남자의 염색체 XY
그 중 Y염색체의 비교.
이상하리만큼 완벽히 일치.
10 / 10
23 / 23
13 / 13
6 / 6
.
.
.
141 / 141
그런데 왜 33.67%라고 일치라고 써 있는 건데…
기존 문서에서 급하게 수정했을 때 나오는 실수.
‘조작! 조작이었어?’
그녀는 다시 한번 유전자 감정서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심이 확신에 이르자, 커다란 고민에 빠졌다.
* * *
다음 날 출근한 회장은 휴지통을 바로 확인했다.
구겨진 그 상태 그대로.
‘본 사람은 없나보군 다행이야. 어제는 너무 흥분했었어. 보자마자 구겨버렸으니.’
하루 동안 호텔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던 게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때… 똑똑똑. 누군가가 회장실 문을 두드린다.
회장이 말했다.
“누군가?”
“서 비서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요.”
굽이 낮은 단화를 신고 들어오는 여성.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침을 삼키며 말했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요. 말해 봐요.”
왜 긴장한 걸까? 무엇을 말하려고?
회장이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결심이 가득찬 상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제 회장님실에 들어가서 유전자 감정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일. 비서라면 당연히 회장실 안에 들어올 권한이 있다.
모른 척 해도 될 텐데, 미리 사과하는 여성의 모습이 왜일까?
여성임에도 믿음직 스럽다.
회장은 생각했다.
잘 뽑았다고.
보통이라면 입을 다물 텐데…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릅니다.”
“됐어. 그럼. 서 비서만 입 조심해. 그럼 돼. 아무것도 아닌 일이니까.”
그런데 자신의 말이 끝났음에도 여성은 머뭇거린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회장님. 그 문서… 조작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회장의 의식이 그녀의 말에 쏠렸다.
청천병력. 회장의 얼굴이 긴장상태로 변했다.
회장은 자신이 해야될 일을 알았다.
서랍장에 다시 넣은 구겨진 서류.
그것을 펼치자, 서윤지가 입을 열었다.
“어제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STR유전자에 따른 친자확인 방식. 그리고 일치된 유전자. 그러나 그와 다른 해석 내용… 모든 게… 조작되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입니다.”
서 비서의 설명이 이어졌다.
STR유전자에 관한 내용. 그리고 검사 방식.
그리고 왜 조작일 수 밖에 없는 건지.
회장이 윤지의 설명을 듣고 자세히 서류를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내용의 허점을 찾아냈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여자의 목적이 무언지도 몰랐다.
순수한 의도였을까? 아니면…
물어보면 된다. 회장은 생각했다. 자신은 뭐든 이뤄줄 수 있으니까.
“원하는 게 뭔가?”
“원하는 건 없습니다.”
윤지는 사리분별을 잘 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조금 더 회장의 측근에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에 놓인 탐스러운 금보다는 나중에 얻을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화를 원했다.
회장은 말했다.
“나가보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겠네.”
“네.”
회장의 말에 발길을 돌리는 서윤지.
그런데 윤지를 다시 회장이 부른다.
“서 비서.”
“네.”
“자네는 송창식 비서실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 * *
송창식 비서실장은 강혜정을 만나고 있었다.
그는 100% 회장의 측근이었다.
강혜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니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친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네?”
“예전에도 같은… 아닙니다.”
강혜정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송구스럽게 됐습니다. 사례비는…”
송창식이 위로금을 전달한다. 100만원.
적지 않은 돈.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송해요. 받을 수 없어요. 사연이 있네요.”
“아닙니다. 사연 없는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녀가 떠나고 홀로 남은 송창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한 남자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박 비서님, 전부 해결 됐습니다.”
– 그런가?
“네. 그런데…”
– 그런데?
“어제 연구원들 입막음 비용으로 돈을 꽤 지불했습니다. 추가로 돈 좀 더 주시면…”
– 야! 어련히 챙겨 주실까봐! 높으신 분이야. 협상하려 하지 마.
“알겠습니다.”
흥신소 행동실장 조병필.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대기업은 무서운 놈들이라고.
제 아무리 자신들이 무식하다고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들보다도 더욱 무서운 놈들이라고.
얼마 전까지 암투병을 하던 여편네.
자신 또한 아내를 암으로 잃었기에 그녀에게 측은심이 들었다.
‘그래. 다 이야기 할 필요 없어. 남편도 잃었는데, 아들이 있는 것까지 알면… 죽일 필요는 없지. 걔네들은 살려주자.’
* * *
같은 시각, 연수원은 지도선배들과 교수요원으로 활동중인 선배들에 의해 하나하나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었다.
아주 평범한 시간.
그런데 갑자기 비상사태가 걸린다.
내부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들이 주변 청소를 실시하고, 헬기장을 정비하고, 그룹 본사와 연락을 취한다.
40분.
VIP가 올때까지의 시간.
갑작스런 연락에 연수원 전체가 난리가 난 것.
두두두두.
S-76C 헬기가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날아왔다.
헬기조종사의 멋진 조종실력에 헬기가 착륙을 완료하자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모두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그 남자를 맞이한다.
“회장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이 70대, 한 그룹의 회장이 옥상에 있는 헬기장을 통해 걷기 시작한다.
연수원장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의 수행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걷는 남자.
그가 생각했다.
직접 확인하자고.
자신의 손주인지 아닌지 증거는 직접 수집하겠다고.
유전자 검사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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