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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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면접 >
태석은 다른 2명과 같이 자리에 앉았다.
좌측부터 잘 생긴 남성, 그리고 평범하게 생긴 여성, 그리고 자신 순이었다.
면접관 역시 3명.
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김태석씨!”
태석은 면접관의 부름에 대답하려 했다.
그런데, 최기동 소장이 그의 말을 끊었다.
“잠시만요. 제가 먼저 할게요.”
“아, 알겠습니다. 선배님!”
최기동은 세 명의 면접관 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였다.
그는 김태석 대신, 가장 좌측에 있는 남성의 이름을 불렀다.
“강민우씨!”
“네.”
“잠깐 일어서 볼래요?”
강민우는 최기동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검은 구두 사이로 흰색 양말이 눈에 띈다.
“검은 구두랑 흰색 양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강민우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했다.
자신이 신은 양말과 구두의 색깔을 문제삼자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감이 서질 않는다.
그래도 그는 똑똑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단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을 꺼냈다.
“미스매치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입고 왔네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
태석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자신이 저런 질문을 받았다면?
분명 강민우란 친구랑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랬다.
면접은 압박 면접이었다.
시스템이 경고한 그 압박 면접.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상대방이 숨기고 있는 본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것.
“왜 대답이 없죠?”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 기분을 자신이 모른다는 건가요? 감정 조절 안 되세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
여기서 어물쩡 거리면 불합격이 결정된다.
강민우는 차마 자신의 본심을 말하지 못했다.
‘기분 나쁜데, 뭘 어쩌라는 거야? 그걸 말하라는 거야? 지금? 여기서?’
그리고 꾹 참아냈다.
강민우는 이 면접이 참을성을 평가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관은 그에 대한 점수를 좋게 줄 수 없었다.
‘저 친구는 스트레스에 약하군. 말도 잘 못하고, 상황 대처 능력도 부족해.’
“앉으세요. 다음 강희진씨!”
질문은 이어졌다. 태석은 자신을 앉으라고 한 최기동 소장의 진심을 알아차렸다.
압박면접이 이렇게 진행 될테니, 마음속으로 준비하라는 그의 배려.
그 마음을 받은 김태석은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여성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학점이 매우 높네요. 학업에 충실했었나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부유하게 살았나봐.”
“네?”
“어떻게 사회 경험이 하나도 없어요? 아르바이트 같은 거 안 했어요? 봉사활동 이런 거 안 했어요?”
“그것보다는 학업에 충실…”
“응. 공부만 했나봐. 우리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그게 아닌데···.”
당황스러웠다. 아직 어린 20대 남성과 여성은 면접관의 질문에 무너져만 갔다.
“아…”
“아, 뭐요?”
“아… 니… 그게 아니라요.”
“똑바로 말해요! 고객들한테도 그렇게 할 거에요? 우유부단한 태도로 고객들 상대 할 수 있겠어요?!”
“…. 흑… 흑…”
갑자기 멍해진 강희진의 얼굴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살면서 이렇게 대놓고 공격적인 질문은 처음이었다.
경험 부족, 강희진은 이런 질문에 대처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일까? 여린 마음에 당황한 채, 눈물을 흘렸다.
사회 생활은 물론, 또래와의 교류도 적었기에, 그녀는 이런 상황을 웃으면서 넘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탈락 이유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태석은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직감했다.
최기동, 그는 이제 자신을 평가하는 면접관이었다.
절대 자신을 봐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예상대로, 그의 혹독한 질문이 쏟아졌다.
“학교가 어디?”
“학점 은행제로 학위 취득했습니다.”
“대학교는 다닌 적이 없는 거네요?”
“정확히는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그렇다? 할 말이 있나보군요.”
태석은 면접관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탈락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태석이 말했다.
“저는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네. 그랬군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죠.”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사현장을 다녔습니다.”
“공사현장! 그래서 대학교를 못 갔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일이 끝나는 저녁이면 그 짜투리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결코 제 인생을 소홀히 한 적은 없었습니다. 컴퓨터 자격증도 2개를 획득했고, 공사현장에서도 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중급 기술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엘성그룹의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남들과 같이 대학교를 간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만큼 제가 못한 것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학점은행제에 따른 학사 학위 취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석의 대답에 놀란 최 소장.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면접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당신들이 평가하라는 일종의 제스처였다.
“김태석씨!”
“네.”
“엘성그룹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
질문이 어려웠다.
어디까지 할 수 있냐고? 아니다. 어렵지 않았다. 고민해봤던 거다.
내가 대기업을 원한 이유.
몸 쓰는 일만 아니면, 돈만 많이 주면! 그래서 엄마 병원비 대고, 내 한 몸 먹고 사는데 걱정만 없다면 다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대답했다.
“법률에 위반되지 않고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부분이라면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사회 통념상 허용? 왜 그런 전제조건을 다는 거죠?”
태석은 이미 그 정답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일부러 그쪽으로 면접관의 시선을 유도한 거니까.
“그건 저에게 명령을 내리는 상사의 미래와 기업의 이미지를 망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엘성 그룹의 정직함과 신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엘성 그룹의 기여도를 높이 사고 있습니다. 가장 잘 나가는 그룹이면서, 가장 모범을 보이고 있는 이 회사에서 저에게 그런 지시를 내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지시가 내려온다면, 전 단연코 엘성 그룹의 사훈과 기업의 목표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다시 한번 건의하겠습니다.”
100% 정답은 아니었다.
아니! 애당초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면접관을 납득시키느냐, 아니냐의 차이.
그게 압박면접.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면접관을 납득시켰냐고?
그건 세 번째 면접관이 아무 말 없이 질문을 내뱉는 걸로 그렇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자가 태석을 향해 말했다.
“좋아요. 다음 질문 하죠. 여자 친구 있나요?”
태석은 그의 질문에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역시나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해오는 면접관.
“왜 없죠?”
속으로 웃던 태석의 미소가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제 주위에 여자가 없습니다. 혹시 면접관님 주변에 좋은 분 있으면 소개시켜주십시오. 그럼 시간 내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거 참 웃긴 친구네!』
『그러게 말이에요. 터졌네!』
재치 있게 대답하는 태석의 말에 면접관의 얼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참을 웃다가 민망한지 다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변한 면접관 중 하나가 세 명을 향해 말했다.
“면접 끝났습니다. 세 명 다 나가보세요.”
압박 면접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