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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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에 대한 평가결과 >
태석의 얼굴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퀘스트Type.
그래서였나?
지난 번 3층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도와주지 말라고 했던 서브 퀘스트.
설마, 모든 게 연계된 거 아니야?
그 날, 도와주지 않음으로 인해 최유라는 김정미 선배로부터 상점을 받았고, 성적이 올랐다.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녀석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최유라가 과연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 지금은 물어봐야 할 때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선배님, 어떤 것 좋아하세요?”
“어? 어떤 거라니?”
“음식이요. 시켜야죠. 여기 메뉴판 보고 고르세요.”
“난 여기 잘 몰라서… 뭐가 맛있어?”
“아, 그럼 제가 알아서 시킬게요.”
그녀는 윤지하고는 좀 달랐다.
차분하면서도, 조신조신하면서도 또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
똑 부러지는 건 아니지만, 자기 실속은 차린다고 해야 하나?
“여기요!”
유라의 말에 점원이 오더니 태블릿을 건넸다.
여기 음식점은 참 특이했다.
태블릿을 손님이 직접 조작해, 음식을 주문한다.
타닥타닥, 음식 주문을 끝넨 최유라의 손을 본 점원이 미소를 머금은 채, 둘에게 말했다.
“네. 준비해드릴게요. 소스는 안쪽에서 만들어 오시면 됩니다.”
“네~”
유라가 씩 웃더니, 태석에게 말했다.
“선배님, 여기 안쪽으로 가셔서 직접 소스 만들어야 해요. 같이 일어나요.”
“아~응.”
태석은 그녀를 지켜보았다.
유라가 예쁜 축에 속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새침하고 몸매 좋고, 얼굴은 고양이상, 거기에 성공을 위해 어떤 기회라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윤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태석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유라는 사람을 무언가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선배님, 제가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야. 직접 만들게.”
그녀를 따라간 곳.
셀프 코너, 거기에는 수십 종류의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굴 소스, 땅콩크림 소스, 훠궈 소스 등등.
분명 윤지라면…
『네가 알아서 먹어. 아무거나 맛있어.』
라고 말했을텐데, 그녀는?
“선배님, 잠깐만요. 땅콩크림 소스는 브래드하고 잘 어울리고요, 굴 소스는 해산물하고 잘 어울려요. 제가 훠궈 소스는 챙길게요. 선배는 그 두 개 좀 챙겨주실래요?”
“응. 다른 건?”
“다른 건 괜찮아요. 샐러드는 제가 만들어갈게요.”
이렇게 말해주니 호감이 갈 수 밖에.
그곳에서 함께 소스와 샐러드를 챙겨온 태석과 유라는 주문한 고기와 면, 만두를 샤브샤브처럼 익히며, 대화를 시작했다.
말문을 먼저 튼 것은 물론 그녀였다.
“선배님, 죄송해요.”
“뭐가?”
“원래 알고 있었어요. 아빠가 선배님 성함 말씀하실 때부터, 사진 보여줬을 때부터 누구신지 알았어요. 저 나쁘죠?”
“어? 나쁠 게 어디 있어?”
“아니에요. 원래 이 만남, 거절했어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지도선배님이랑 신입사원이랑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나는 거 자체가 문제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이번 말투를 통해, 태석은 확실히 느꼈다.
자신이 손해볼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여성.
유라의 목적이 뭘까?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내가 좋아서?
아무튼 그녀가 관심가져준 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쁜 쪽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태석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어떤 생각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 어렵네요. 제 말은요. 선배님을 이용하려는 건 절대 아니라고, 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선배님처럼 성공하신 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계신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성공하시는 분들의 생각, 이런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태석은 처음에는 느낄 수 없는 그녀의 솔직함에 어느새 빨려들어갔다.
이성적이기보다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침착한 말이 다양한 감정을 끌어올렸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친구인데도 깨어있는 사고관.
진실의 감정을 담아 대화하는 소통법.
아직은 잘 모르지만, 1주차 성적이 말해주는 명석한 두뇌.
거기에 외모보다는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자아존중감까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저희 아빠가 좀 유별나요. 빨리 결혼했으면 한다고… 본인 퇴직하시기 전에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서두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사실 아직 준비 안 됐거든요. 남자 만나는 것보다는 그냥 아직은 일을 해보고 싶어서…”
태석은 그녀의 마지막 말이 조금은 섭섭했지만, 한편으로는 대화하는 게 편해졌다.
이성의 감정이 아닌, 성공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
그건 자신 또한 가지고 있는 가치관.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웃음 지었다.
“나랑 같네. 나도 일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거든.”
그래서 그럴까? 최유라 또한 보이지 않던 미소를 지으며 본론을 말했다.
“다행이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어? 이해? 이해까지야… 뭘 이해해?’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 못 알아들었을 때, 그녀가 결국 핵심을 말한다.
“선배님처럼 1등해서 전략기획실을 목표로 하고 싶어요. 연애나 결혼은 나중에 성공한 후로.”
그런데 또 섭섭하다.
태석의 얼굴에는 갑자기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왜? 내가 기대했었으니까.
‘나 뭐하는 거니? 어장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금방 표정을 풀며 말하는 태석.
“그래. 성공하려면 너도 전략기획실 도전해서 와. 같이 성공해보자.”
“네. 선배님.”
* * *
결국 둘은 밥만 먹고 헤어졌다.
그런데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예의를 갖추며,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간다.
“선배님, 먼저 들어가요.”
“그래. 가서 다음 주 교육과정 준비 열심히 해.”
“네.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떠나니, 조금은 쓸쓸해진 태석이었다.
솔직히 아무 기대도 안했다면 그건 거짓말.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 1번도 외모, 2번도 외모, 3번도 외모라지만, 태석은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외모보단 솔직한 내면.
거기서 울리는 감정의 여운.
그런 점에서 끌린 것은 처음이었기에, 태석의 마음은 아직도 두근두근 거렸다.
핸드폰의 전화부를 열었다.
지금 이 감정을 공유할 상대가 필요했다.
지금 나랑 가장 친한 사람은?
한 명이 보인다. 친구보다 더 자신을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전화를 걸자 그 사람이 받았다.
– 어. 태석이! 웬일이냐?
“서울 왔습니다. 우울하네요. 술 한 잔, 사주세요.”
– 아, 네가 원하면 가야지. 어딘데?
“홍대요.”
전화 한통에 진짜 선배가 도착했다. 태석이 혼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오는 김민성 팀장.
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김태석.
그러자 태석의 이야기를 들은 그가 일어나며 말한다.
“드라이브나 가자.”
“네? 지금?”
“어. 그럼 지금 가지. 어디 가냐? 너 집에 들어갈 필요 있어?”
“그건 아닌데요.”
“그럼 타!”
갑자기 차량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선배.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김민성 팀장을 보며 태석이 물었다.
“어디 가세요?”
“어디긴, 바닷가 간다. 바람 맞았을 땐 바람 많은 바닷가가 최고야.”
“바람 맞은 것까진 아닌데~”
“우울해서 전화한 거잖아. 우리 후배님 우울하다는데, 드라이브 코스 찐하게 달려드려야지.”
고속도로를 진입한 차량.
그 안에 탄 두 남자가 그동안 있었던 별의 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관심 있는 여자 이야기부터, 회사에서 있었던 일. 그 외 모든 것들까지.
“회장님하고 무슨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만나요. 얼마 전에는 2시간동안 저희들이 지도선배라고 직접 면담을 하시더라구요. 성공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았고, 과거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았는데,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크크크, 야~ 회장님하고 대화가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데, 배고파 죽어? 워렌 버핏하고 식사하려면 경매에서 20억 줘야 되잖아. 회장님하고 면담하려면 적어도 1억은 있어야 할 걸?”
김민성의 말에 태석이 씩 웃었다.
“크크, 제가 나중에 그런 위치에 올라가 보고 싶네요.”
“그게 쉽냐? 네가 그 위치에 오르려면 나 같은 놈이 1만명은 있어도 안 돼. 나 보험 왕인거 알지? 그런 놈이 1만명이라도 안된다고. 알겠니?”
“흐흐, 은근 자랑하시는 거 아니에요?”
“김태석, 이 자식! 머리 많이 컸네.”
태석의 말에 김민성이 그리워하는 얼굴로 후배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혼자 영업 뛰려니까 죽겠다. 운전해 줄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 키우자니 제대로 하는 녀석도 없고. 너 다시 올 생각은 없어? 우리 환상의 콤비잖냐.”
“일단은… 아직은 순탄히 흘러가는 것 같아서 가보려고요. 전략기획실 안되면 꼭 보험 쪽으로 갈게요. 제 적성에는 가전 영업보단 좀 더 활동적인 보험쪽이 나을 것 같아요.”
“그래. 그건 그렇고, 너 가전 가서 판매왕은 어떻게 된 거냐?”
“아… 그거, 선배 덕분이죠. 가정 집 방문해서 가전제품 봐주고, 고객이 원하는 거 설명해주고, 보험에서도 똑같이 하잖아요.”
“일단… 뭐든 배워둬. 언젠간 도움이 되겠지.”
“그래도 보험보다는 돈 안 되요.”
“당연하지. 수당은 우리가 더 세잖아.”
선배가 향한 곳은 속초였다.
밤 12시, 쌩쌩, 세찬 바다바람만 부는 대포항 거리에서 주차한 후, 태석을 향해 김민성이 말했다.
“가끔은 연애보단 성공을 위해 달리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아직 젊을 때잖아. 아직 26살이니까.”
“연애 고픈 건 아니라니까요. 그냥 그렇다고요. 남자로서 매력이 없나 싶은거지. 다른 건 없어요.”
“크크크, 이상한 얘기 하지 말고 들어가라. 지도 선배 할 때는 술 입에 대는 거 아니다. 술은 금지. 왜 속초로 왔는지 알지?”
“아…”
선배가 근처 속초에 있는 연수원 앞에서 내려준다.
그리고 말했다.
“방황하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 네 선택 후회하지 말고. 이럴 땐 더 일에 집중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석이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김민성이 생각했다.
‘실패하면 나한테 와. 그러면 돼. 다 품어줄테니까.’
* * *
교육지원과장, 줄여서 교육과장은 지도선배들한테 임무를 주었다.
그건 각 팀을 지도하며, 활동사항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것을 앨범 형식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것.
그것은 마지막 떠나기 전날, 과장들은 그것들을 취합해, 신입사원들에게 usb에 담아 선물로 주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남창희는 씩 웃었다.
‘전자 앨범은 내 전문이지. 이번 평점은 내가 제일 잘 받겠군.’
태석은 열심히 일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그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었다.
그의 포토샵 실력은 정말 형편 없었다.
그래서 남창희는 김태석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도 긴장을 하진 않았다. 왜? 자신이 선배니까, 더 잘 하니까!
태석이 열심히 일 해도, 그것을 과장이 알아주진 않았다. 과장도 바쁜 사람이라 현장에는 없다. 그러므로 그의 노고는 같은 지도선배인 남창희와 김정미만 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경쟁자이기에 과장에게는 태석의 칭찬을 하지 않는다.
『각 팀장들, 자동차 공장 견학 제한 인원 파악하고, 오늘 10시까지 보고해줄래?』
『김정미 선배님, 혹시 매스게임 하실 줄 아십니까? 안되면 제가 간단하게 신입사원 대상으로 설명하고 미리준비 시키겠습니다. 지금은 벌써 움직였어야 하는데, 신입 애들이 아직 그쪽으론 생각을 못하고 있네요.』
『남창희 선배님, 벌써 4주차가 다 되었네요. 선배님 계서서 정말 든든했던 것 같습니다.』
『아~ 1등은 C동 팀장을 맡고 있는 최유라 사원이 될 것 같아요. 전략기획실 지원한 사람은 총 8명인데, 기획실장님께서 3명만 뽑는다고 하셨어요. 일단 설명해둘 필요가 있겠네요.』
막내답게 빨빨 거리며 뛰어다니는 태석을 보며, 본래 전략기획실 출신인 남창희가 지난 4주간의 관찰결과서를 작성했다.
『영업쪽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태석 사원이 교육지원 파트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강당에서의 의식행사 지원이나, 그룹, 조직의 통제 면에서는 평사원 이상의 업무실력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그러한 점에서 실수가 없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종합평가 : 김태석 사원은 엘성그룹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활용가능한 재목으로서 충분해보이며, 전략기획실에 배치하더라도, 잘 적응하며, 핵심인재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그래. 이정도면 잘 써 준거지 뭐.
* * *
마지막 주, 매스게임과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태석과 윤지가 했던 포지션은 눈깔점수를 받은 최유라와 강민용이 차지했고, 그로 인해 최유라가 1등.
항상 태석에게 질문을 해온 강민용이 2등을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회장님으로부터 직접 상장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그리고 수료식과 동시에 전달되는 선물.
지도선배들이 각자 맡은 A, B, C동의 사진들을 모아 담은 전자앨범이 담긴 USB.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남창희는 사원들 수료 후, 김태석 사원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며, 기획실장님께 전화로 말했다.
“실장님, 관찰 결과 보내드렸습니다. 김태석 사원, 그대로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정말 잘 하는 친구입니다.”
– 응. 결과는 잘 받았어. 근데 말이야. 너는 왜 앨범 제작을 그렇게 해서 김태석, 그 친구한테 밀렸냐? 거기 교육과장이 김태석은 A 주고, 넌 B 줬던데?
“네?! 제가 A가 아니었습니까?”
– 그래. 태석이가 전자앨범을 제일 잘 만들었대. 그래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본 결과라서 점수 무를 생각 없다네. 남 대리!
“네.”
– 대충대충 하는 성격 아닌 줄 알았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운데?
같은 시각.
태석은 연수원을 나오며 20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앨범제작 전문업체에 통화를 걸었다.
“잔금 보냈습니다.”
– 괜찮았나요? 만족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네. 전자앨범 결과 잘 나왔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작 의뢰할 일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김태석에 대한 평가결과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