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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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프로젝트(1) >
연수원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그룹 본사로 출근할 것을 생각했다.
속초도 좋았지만, 역시 자신한테는 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이 좋다.
이제는 익숙한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보안 요원을 맞이하는 것도 너무나 편안했다.
그런데 오늘은 출근하지 말란다. 다음 주도 수요일까지는 쉬란다.
그 이유는 2019년의 설날이 다가왔기 때문.
그래서 서울을 뒤로 하고 천안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오른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간 태석.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김한울 아저씨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아들, 나랑 좀 같이 가자.”
“네?”
그 장소는 당황스럽게도 조혈모세포은행.
거기에는 아저씨의 많은 친구들이 모여 있다.
“한울이 왔냐?”
“김 선생 왔어?”
아저씨의 의대 동기들.
그들이 모여서 하는 건 당연하게도 조혈모기증세포 기증이다.
조혈모세포은행에 왔으니, 기증하는 게 당연하달까?
과거에는 골수기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 백혈병, 혈우병, 재생불량성빈혈 등에 의해 조혈모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타인의 세포를 기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5개의 기관에서 접수 받고 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했다.
헌혈 하듯이 소량의 채혈로 끝.
5명의 남자들이 서로를 보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한울 선생, 이제 결혼했다며?”
“아… 그렇게 됐어. 최 선생은 어때?”
“나야 뭐, 이제 막 병원 개업했지. 김 선생처럼 5년 전부터 딱 하고 차렸어야 되는데, 그땐 너무 겁 먹은 것 같아.”
“후후, 다 본인이 결정하는 거고, 다 때와 운을 타고 나야 되는 거니까! 항상 성공만 하란 보장은 없잖아? 실제로 쪽박 찬 친구들도 많고.”
“그건 그렇지.”
“아~ 우리 아들이야. 태석아 인사드려.”
김한울이 갑자기 태석을 자기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준다.
“아들?”
“응. 뭘 그렇게 쳐다 봐~ 결혼했으니 당연히 아들이 생겼지. 태석이! 다들 인사해라. 아빠 친구들이다.”
“아… 안녕하세요.”
김태석은 아저씨의 말에 일단 인사를 건넸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다행히 김한울 아저씨의 친구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태석을 향해 말했다.
“새 아버지한테 잘 해~ 훌륭하신 분이야.”
“네…”
“그래. 일단은 다들 채혈부터 시작하고, 시간 되면 밥이나 같이 먹자.”
“그래~ 그래!”
태석은 아저씨 친구들의 미소에 일단은 표정을 감춘 채,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한테 말했다.
동의 없는 기증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태석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말했다.
“죄송해요.”
“뭐가?”
근데 이럴 때마다 꼭 이 녀석이 지랄이다.
새 아빠가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좋은 일을 하려 한다. 이럴 때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아닌 것 같죠? 좋은 일도 하고 포인트도 받아가세요.
[보상 : 30Point]태석이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이렇게 좋은 일하시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태석은 아차 싶었다.
‘내가 왜 아빠라고 했지?’
이건 다 퀘스트 창에 쓰여진 아빠라는 용어 때문.
아빠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칭찬해서였을까?
김한울 아저씨의 얼굴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진한 감동의 여운이 펼쳐졌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손수건을 또 꺼내 코를 풀고, 슬픈 영화 한 장면이라도 본 것처럼 질질 짜는 김한울 아저씨를 보며 태석이 곤란한지, 화장실로 일단 피신하며 생각했다.
‘아, 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간단한 채혈 한 번.
10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절차를 마친 그에게 간호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김태석님? 기증 다 끝나셨습니다.”
“벌써요?”
“네. 채혈한 혈액은 HLA검사 후에 곧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이관될 예정이고, 그 후 정보등록이 끝나게 되면 안내 책자 발송해드릴 거에요.”
“간단하네요?”
“간단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기피하시죠. 조금은 안타까워요. 지금도 2~3천여명 분께서 유전자가 맞는 분을 찾아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때 김한울이 태석을 향해 말했다.
“아들, 먼저 나가있어. 나도 금방 채혈하고 나갈게.”
“네. 알았어요. 아저씨.”
“응?”
“나가 있을게요.”
태석이 나간 후, 김한울이 고개를 저으며 간호사에게 물었다.
“지금 나한테 아저씨라고 한 거 맞죠?”
“그런 것 같은데요.”
한껏 기분이 들뜬 김한울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 * *
같은 시각.
김창모 회장은 자신의 서재에서 친 손주의 성과를 전해 듣고 혼자만의 미소를 지었다.
‘영악해! 아주 영악해, 클클클, 외주를 줬다고?’
전자앨범.
아무리 생각해도 그 퀄리티가 나올 수가 없었다.
지미 캐런의 라틴풍 배경음악이 깔리고, 낙엽처럼 떨어지는 사진 안에 들어가있는 신입사원들의 기록들.
그 다음은 영사기가 돌아가며, 그 필름 안에 신입사원들의 사진이 추억처럼 지나간다.
다른 직원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자신도 볼 때마다 태석이 완성한 전자앨범을 보며 오~오~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그가 제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그 이유는 경영의 기본을 알고 있다는 것.
CEO는 시간이 많이 없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다 하는 것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을 관리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도선배니까 바쁠테고, 더구나 막내였으니 더 힘들었겠지. 그 와중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다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학점은행제라고 해서 얕잡아봤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격이다.
‘유학이라도 보내줘야 하나? 아니야. 내 건강이… 그렇게 많은 여유가 있는 건 아니야. 사람 건강이란 건 한순간이니까.’
김창모 회장이 자신의 비밀을 아는 송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회장님.
“송비서, 사내 기업 말고 프로젝트를 하나 더 시작하지.”
–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손주 녀석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그러니 우리 태석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엘성그룹 신입사원의 하루』라는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 이런 걸 만들어 봐. 간접적으로 듣고, 간접적으로 보니까 감질나서 안 되겠어.”
– 알겠습니다. 방송국은 어디가 좋겠습니까?
“말 잘듣는데로 해야지. 우리가 광고를 가장 많이 주는 곳이 어디지?”
– HBS입니다.
“거기로 하지. 거기면 될 거야. 전략기획실장한테 연락해서 내가 말한 쪽으로 추진하라고 해. 제작비는 얼마든지 대줄테니.”
– 알겠습니다.
회장은 입가의 미소를 지으며 서재를 나왔다.
그런데 망할 놈의 아들이 문안 인사를 올린다.
“회장님, 기분 좋으신 일 있으십니까?”
“아니야.”
“회장님, 이제 곧 명절인데 조금은 서운한 기분입니다.”
“서운?”
“네. 태석이는 지금 미얀마라는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나갔는데, 회장님께서는 그에 관해 일언반구 없으시고, 아무리 못나도 손주인데, 신경은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태석이 녀석이 그랬어? 직접 그렇게 말했어?”
“… 그건 아닙니다. 제 아들은 그럴 녀석은 아닙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그런 아들의 말에 김창모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부회장.”
“네. 회장님.”
“너는 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냐?”
“네?”
“태석이 녀석, 매일매일 나한테 사진 보내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활동사항 보내주더라. 일주일 전부터 거기 현지 애들 학교 지어주는 거 겨우 기초 공사 끝났다고, 거기 주민들이 좋아하는 사진 보내주던데. 넌 왜 그걸 몰라?”
회장의 말에 부회장의 얼굴엔 당혹감이 걸렸다.
‘뭐지? 나한테만 연락을 안 한 건가?’
그걸 본 회장은 김진태에게 더욱 더 실망했다.
“손주한테 관심 가져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똑바로 살아, 인마! 네 핏줄도 못 챙기고! 그러니까 손주 녀석이 지 애비보다 할애비를 더 좋아하지. 네 아내한테라도 잘 했어봐. 태석이가 너한테 이렇게 하겠냐? 망할 녀석! 어디서 나를 가르치려고 들어?”
“……”
부회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회장이 쯧쯧 혀를 차며, 바깥 정원으로 나갔다.
부회장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뚝.
또 뚝.
또~또 뚝.
이건 일부러 받지 않는다라고 밖에 생각될 수가 없다.
“……”
가슴이 쓰려온다. 아파 온다.
그래서 이혼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찬가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계속해서 울려온다.
이건 설상가상. 수신차단이다.
김진태의 얼굴엔 쓴 웃음이 걸렸다.
이게 자신의 위치.
핏줄 중에서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망할, 망할, 망할!’
그의 소리 없는 외침은 가슴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그를 심연속 아득하고 깊은 곳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
설이 지나고 전략기획실장이 매번 모집하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진영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김태석이 최진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태석 : 진영아, 어디냐?
최진영 : 아… 나 중도탈락.
김태석 : ㅡ. ㅡ?
최진영 : 어차피 내 성적으로 전략기획실 못 간다. 그래서 중도 포기하기로 실장님께 말씀드렸어.
김태석 : 직무는 어떤 것으로 하려고?
최진영 : 일단 내가 이제까지 했던 것 중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니까 좀 더 고민해보려고. 이 달 말까지 말하면 실장님이 보내주신대. 나도 이제 방황 말고 얼른 한 분야에서 경력 쌓아야겠더라. 다른 직무 순환해서 근무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음.
김태석 : 그래. 그래도 나중에 자주 연락하자고.
최진영 : ㅇㅋㅇㅋ. 내 걱정 해준 거야?
김태석 : ㅋㅋ. 그렇다고 해줄게.
그러한 사정으로 이제 남은 사람은 태석 혼자.
그리고 이번 신입사원 연수원 수료자 중 3명이 새로 들어온다.
태석은 그 중 하나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유라야! 왔니?”
“선배님~, 설 잘 지내셨어요?”
“응. 너도 얼굴 좋아 보인다. 떡국 먹어서 그런가?”
“흐흐, 나이 먹기 싫은데, 떡국이 꼭 기분 좋진 않은 표현 같아요.”
“그래?”
그 다음은 오석현이란 친구가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응. 반갑다.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선배님! 선배님처럼 전략기획실 와서 영광이에요.”
“그래.”
그런데, 그와 눈을 마주치자, 그에 관련된 메시지가 뜬다.
[메인 퀘스트 – 능력있는 조력자]오석현을 자신의 조력자로 만들어, 프로그래밍 관련 고급 인력을 획득하세요.
[Tip : 그는 돈으로 매수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자신의 정성을 보여주세요.]태석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프로그래밍 고급인력이라…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 없었다.
과연 저 친구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태석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오석현을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석현씨는 전공이 뭐야?”
그러자 그가 태석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요? AI이요.”
“응? AI?”
“네. 인공지능이요. 원래는 MIT 인공지능센터 가고 싶은데 떨어져서, 국내로 들어왔어요.”
“그래? 근데 전략기획실은 왜 왔어? 엘성 인공지능 연구소로 지원하지.”
회장님의 프로젝트(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