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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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실을 나온 태석은 후배로부터 한 마디를 들었다.
“선배님.”
“응.”
“술 한잔 해요.”
자신도 속상했지만, 유라 또한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지금 자신의 관심은… 멍청하게도.
회장님의 혹독한 시련이란 글씨일 뿐이다.
[메인 퀘스트 : 회장님의 혹독한 시련]김창모 회장이 사용자 김태석의 자질을 평가하려 하고 있다.
그의 기대를 넘어, 모두에게 인정 받아, 엘성 그룹 전략기획실로 당당히 입성하라.
“선배님?”
유라가 다시 한 번 태석을 불렀다.
그제야 허공의 글씨 대신 유라를 쳐다보는 남자.
“응.”
“술 한잔 하자고요.”
“아… 응. 어디로 갈까?”
“이따 연락할게요.”
“그래.”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만족한 미소로 나오는 또 다른 남자.
그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태석씨,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걱정하셨던 부분, 잘 풀리셔서 다행입니다.”
“나중에 내가 다 보상해줄게.”
“아니에요. 대표님은 대표님한테 딸린 식구들 챙기셔야죠.”
“그래. 나중에 꼭 연락하마.”
“네. 들어가세요.”
태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웠다.
그래도 김철민 대표는 살렸으니까.
유라가 보자고 한 곳은 아주 꼬치구이 선술집이었다.
목재와 유리로 된 인테리어.
백열등과 같은 조명 색깔.
유리창 안에 심어진 녹음 짙은 대나무.
그리고 투박하게 나무로 된 의자.
그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메뉴판을 보았다.
여성이 먼저 말을 건넸다.
“제가 먹고 싶은 걸로 시켜도 되죠?”
“응.”
선배의 허락을 맡은 유라가 사장님을 향해 먼저 손을 들었다.
그러자 40대 초반의 수염 기른 남자 사장님이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네. 무엇으로 드릴까요?”
“아저씨! 모듬 꼬치 하나 주시고요. 사케 1병 주세요.”
“사케는 데워드릴까요?”
“네.”
“모듬 꼬치는 시간 좀 걸려요. 술 먼저 드릴까요?”
“네.”
유라가 사케를 따른다.
그러더니 뭐가 분에 안 차는지 훌쩍훌쩍 넘긴다.
“천천히 마셔.”
“천천히 마시게 생겼어요?”
유라는 혼자 세 잔을 훌쩍 마시더니, 태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선배님.”
“응?”
“무슨 생각이었어요?”
“뭐가?”
“우리 각자 2억 정도 날린 거 아세요? 우리 퇴직금보다 더 많은 돈이었어요.”
액수를 그녀가 구체적으로 말하자, 태석이 말문이 막혔다.
“……”
“나, 사실 선배 존경했어요. 구체적인 추진력,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다가왔고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실망했어요.”
그때, 사장님이 안주를 가져오며 말했다.
“남자분이 애인한테 잘못 했네. 얼른 사과해요.”
그러자 최유라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날카로운 눈빛과 싸늘한 말투로 사장에게 말했다.
“그냥 놓고 가주세요.”
“넵.”
사장이 떠나고 유라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번엔 높임말인 [님]자를 쏙 뺀 채였다.
“선배.”
“응.”
“다음부터는 상의하고 결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미안.”
“김철민 대표가 준 정보로 우리가 성공했고, 그래서 그 사람 챙기는 선배 마음 이해는 하겠는데, 저희도 살아야 되는 거잖아요. 저한테 귀띔이라도 주었다면 저도 선배님한테 실망하진 않았을 거예요.”
“… 그래. 미안해.”
태석은 자신의 진심을 유라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최유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선배도 참 나쁜 사람이다. 증말.”
“… 미안해.”
“그렇게 단번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인정해버리면 내가 술 먹자고 한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나만 속 좁은 여자 만들어버리고.”
혼자 그런 말을 내뱉더니, 심각했던 그녀의 얼굴에서 갑자기 피식 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갑자기 혼자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 유라가 미소를 머금은 채, 태석의 잔에 술을 따른다.
“아, 진짜 선배! 남자가 의기소침해 하지 마요.”
“뭐가.”
“그러니까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화 나.”
태석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이상형도 아닌 후배 여직원.
그녀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지금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보? 원수? 못난 선배? 아무튼 오늘 일은 그녀 말대로 자신의 잘못이 100% 맞았다.
포기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김철민 대표를 챙겨주더라도, 유라와 상의하고, 자신들의 몫도 챙겼어야 하는 건데…
“아~ 또, 강아지 같은 표정 짓지 말고, 자~ 술 따를 테니까 한 잔 먹고 풀어요!”
그녀가 술을 또 따른다.
“응.”
“먹고 잊고, 또 다시 성공하면 되요. 그런 미안한 표정 그만 짓고요.”
“그래. 그래도 내가 잘못 판단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지. 유라 네 말 듣고, 나도 느끼는 게 많다.”
그녀가 마늘 꼬치를 들더니 태석에게 건네며 말했다.
“안주 드세요. 여기 마늘 꼬치도 드시고요.”
“닭꼬치 주면 안 돼?”
“안 돼요. 선배는 마늘 먹고 사람 돼야 되요.”
평소에는 하지 않던 농담까지 하는 유라를 보며 태석이 술 한잔을 들이켰다.
그런데 사람되라는 말, 생각해보니 조금은 열 받는다. 그래서 손을 들으며 말했다.
“사장님?”
“네?”
“여기 마늘 꼬치 3개 추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태석의 주문에 유라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선배, 농담이에요. 더 안 드셔도 돼요.”
“아니, 너 먹으라고.”
“네?”
“너도 사람 좀 되라고.”
2시간 후, 걸죽하게 한잔 먹은 유라가 선술집에서 고개를 테이블 위에 놓은 채 자고 있다.
생각해보면 오늘 급하게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안 그래도 요즘 둘 다 잠을 줄이면서까지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같이 나아갔었는데, 한 순간에 했던 일이 날아가 버리니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래도 다시 기운을 내야할 터.
손님이 거의 없던 가게는 시끌벅적.
밤 10시.
유라를 깨워서 나가려고 하는데, 테이블에 상체가 엎어진 채 꿈쩍도 하지 않으니 민망하다.
그래도 깨워야 한다.
“유라야. 일어나 봐.”
“……”
“최유라!”
“……”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셔서일까?
아니면 피곤해서였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태석이 그녀를 업다시피 해서 가게를 나가야 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눈치가 보여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걸으면서 태석이 물었다.
“야, 최유라. 너 집 어디야?”
“……”
“집 어디냐고.”
“……”
그래서 할 수 없이 근처 무인모텔에 유라를 데려갔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그러고 보니 유라 집은 몰라도, 그녀의 아버지 집 전화는 알고 있다. 센터장님.
빨리 생각해냈어야 하는데, 자신도 취한 터라 잊고 있었던 것.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센터장님? 김태석입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 아, 태석이, 요즘 활약이 대단하다고 딸한테는 많이 들었어. 근데 이 밤에 무슨 일인가?
“최유라 사원, 저랑 술 한잔 하다가 취해서, 일단 근처 모텔에 재웠습니다.”
– 음… 사고 친 건가?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고,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둘이 한 잔 했는데, 집 주소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서 일단 모텔에 재웠습니다. 걱정하실까봐 연락드렸습니다. 주소는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그래. 알았네. 연락 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밤 늦게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태석이 모텔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내일을 기약했다.
* * *
다음 날, 송창식 비서실장이 태석과 유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오전 9시 50분까지 제 방으로 두 분이서 같이 와주세요. 회장님 특별 지시를 말씀드리겠습니다.]그래서일까?
태석은 사내기업용으로 꾸며두었던 사무실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무슨 지시일까?’
아침 8시 40분, 평소라면 벌써 출근하고도 남았을 유라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줄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녀도 양반은 못 되는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왔어?”
“……”
그런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해 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일까? 태석이 먼저 말해 의심을 없애고자 했다.
“아, 어제 아무 일도 없었어.”
“모텔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알아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내가 뭐 잘못 했어?”
“몰라서 물어요? 왜 우리 아빠한테 연락을 해요?!”
“걱정하실까봐 연락한 거지.”
“아~ 선배는 여자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어요?”
“응.”
“진짜… 선배는 너무 모른다.”
유라와 태석의 간극은 좁혀질 줄을 몰랐다.
유라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태석은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참 귀여웠는데, 이러고 보면 또 밉상.
그러다보니 서로 또 어색한 사이가 계속된다.
오전 9시 30분.
대충 사무실을 정리한 태석이 유라에게 말했다.
“정리 그만하고 올라가자.”
“알았어요.”
최상층.
비서실과 회장실, 부회장실이 있는 곳.
서윤지 옆에 있는 김현수 비서가 태석을 보며 말했다.
“좋겠다?”
“뭐가?”
“회장님께 인정 받았다며.”
“인정?”
그리고 최유라한테 서윤지 또한 입을 열었다.
“유라씨, 나 알죠?”
“네. 선배님.”
“운이 좋았네요. 남자 보는 눈은 있는 것 같아요.”
“네?”
“자세한 건 비서실장님이 말씀해주실 거예요. 축하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뜻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들어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비서실로 들어간 두 사람을 송창식 비서실장이 맞이해주었다.
그는 직접 차를 내오며, 말했다.
“앉아요. 녹차 괜찮죠?”
“네.”
비서실장은 태석과 유라를 바라보았다.
회장님의 손주이신 김태석 군과 옥스퍼드 대학 출신 최유라 양.
그래서 그런지 그림이 좋아보였다.
사실 회장님이 지시를 내린 점도 있었다.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라는 말씀.
그래서 물었다.
“두 분은 서로 친한가요?”
그 질문에 서로 눈치를 주는 두 사람.
유라는 선배한테 대답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태석은 유라를 향해 같은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았는지 동시에 대답했다.
남자 쪽은.
“네. 친합니다.”
여자 쪽은.
“아니요. 그런 관계 아닙니다.”
그리고 서로의 대답을 듣고 두쪽 다 당황하는 눈빛.
송창식은 둘 사이에 숨기는 게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나이를 들면 촉이 살아난다.
그렇게 생각했다.
회장 또한 그렇고, 송창식 또한 그렇고.
둘은 분명 연인이라는 회장의 말에 어깨가 들썩였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이 회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를 여자가 포기할 수 없을 거라는 회장의 직감.
【물론 그 직감이 완벽하게 틀렸지만… 】
아무튼 송창식은 미소를 띠웠다.
이제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냈으니, 회장님의 특별 지시를 내려야 할 터.
“회장님께서 두 분이 설립한 회사와 인수한 DW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를 합병해서 상장하는 것으로 결정하셨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두 분은 이제 곧 부자가 될 거란 이야기입니다. 몇 십 억은 그냥 가질 수 있는 부자요.”
감흥이 오지 않았다. 몇 십억? 상장?
진짜로? 회장님이?
태석과 유라는 다시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지만, 비서실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눈빛 교환이었기 때문이었다.
“단, 상장은 5년 뒤에 추진할 예정입니다.”
“5년 뒤요?”
“네. 그 전에 선행조건이 있습니다. 회장님을 보좌할 [회장님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건…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습니까?”
“간단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요. 일단 회장님께서는 두 분이 당장 내일부터 일해야 할 곳을 정해주셨습니다. 이건 그 명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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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성백화점
수원지점
CMD(머천다이저)
대리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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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성백화점
수원지점
인사/교육담당
사원 최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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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요?”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시간 계획이 취소됐다고? 업무보고 반영되어 있었잖아.』
그 소리를 듣고 비서실장이 전화를 들어 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실장님.
“서 비서, 10분 전에 회장님 긴급지시로 전략기획본부장 오늘부로 직위해제 되었으니까, 잘 말해서 돌려보내요.”
– 네. 알겠습니다.
“아직 직위해제 된 것 모르는 것 같은데, 괜히 소란피우지 않도록 조심히 말하고요. 회장님 아직 안에 계시니까.
– 네. 실장님.
백화점 CMD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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