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7)
=======================================
회식 >
오랜만의 복귀.
1주일동안 목수쪽 일을 하고 돌아온 태석을 팀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태석아! 왔냐?”
“네! 팀장님, 별 일 없으셨죠?”
“별 일이 없었겠니? 너 없는 동안, 장난 아니었다.”
“……”
김씨 아저씨, 팀장, 철성이형님, 그리고 태석.
이렇게 4명이 팀.
그런데 가장 일을 잘하는 태석이 빠지니, 팀장이 바빠진다.
사실 팀장은 소장이 정해주는 공정관리에 따라 시기를 맞추고 일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공사 진행에 따라 자기 스스로 여유 시간을 만들 수 있다.
1인분은 하는 김씨 아저씨와 혼자 3인분은 거뜬히 하는 태석이만 있으면, 2인분 이상 하는 자신은 일을 별로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태석이가 빠지니 일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겠네요.”
철성이형님이 또 사고를 친 거겠지.
아직 처음이라 배우는 단계.
3개월 정도 되면 보통 사람 구실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분은 상당히 늦은 편.
그래도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걸고 공사판에 들어왔다니, 내칠 수도 없는 노릇.
내치기에는 열심히 하고, 그렇다고 계속 써먹자니, 손이 가고.
빨리 숙련공이 되어야 할텐데라고 태석이 생각하던 참이었다.
“오늘 회식 할 거야. 다들 괜찮지? 1주일 전부터 이야기했었는데!”
팀장의 말에 김씨 아저씨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철성이 형님이야 당연히 오케이였고.
“네. 저도 회식 나오겠습니다.”
태석이 문제였다.
“아, 저 오늘 고팀장님이 밥 먹자고 했는데요?”
“고 팀장?”
“네. 1주일 같이 일했잖아요.”
“야!”
그 때, 떠오르는 메시지.
[일반 퀘스트 – 회식 참가하기]회식에 참가하여, 형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석시 보상 : 알려지지 않음.] [미참석시 패널티 : 없음.]태석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보상은 알려주지도 않고, 패널티는 없다고 하고, 뭐라는 거야?’
그때, 철성이형님이 팀장에게 물었다.
“오늘 메뉴가 어떻게 되유?”
“할미국밥!”
더구나 메뉴도 마음에 안 든다. 태석이 짜증 섞인 얼굴로 팀장에게 말했다.
“국밥이요? 회식인데?”
“일단 배부터 채워야 될 거 아니야?”
태석은 쪼잔한 팀장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팀장님? 저 한우 안 먹으면, 고 팀장님 쪽으로 갈 겁니다.”
“뭐?”
“고 팀장님이 오늘 시간 되면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쪽 팀도 회식한다고! 고 팀장님이 원래 저랑 3년전부터 같이 일했지 않습니까?”
“에이! 야! 김태석!”
태석은 생각했다.
분위기는 이쯤 하면 충분히 달아올랐다고.
김씨 아저씨도, 철성이 형님도 태석에게 더욱 더 몰아붙이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데, 혼자 3인분은 하는 태석이 안나서면 누가 나서리~
태석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오늘은 팀장님이 한우 쏘신 답니다! 하루에 20만원 버시는 분이 쏘셔야죠!”
“오~ 한우! 한우! 한우 좋다!”
“소고기 좋아유~ 좋아하쥬~”
그러자 팀장은 태석에게 말린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휴! 저거 진짜! 알았어! 다들 알았고! 오늘 소고기 먹으러 갑시다!”
그래서 저녁.
한우는 아니고, 소고기 무한리필집.
1인당 가격 2만 3천원. 술이 병당 5천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고기가 무한.
대신 술 무조건 시켜야 하는 가게.
일단 팀장은 철성이형님하고 담배를 태우러 나가고, 김씨 아저씨가 태석을 향해 물었다.
“요즘, 여자랑은 잘 되나봐?”
“네?”
“매주 하루씩 빠지잖아. 그것도 평일에 말이야. 얼마나 괜찮은 여자길래 돈도 급한 사람이 일을 빠져?”
“아… 그 이야기는 좀…”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많은 가 보다.
“그래! 태석이! 너 말 좀 해봐. 누구냐? 어디 살고?”
“에이! 진짜 왜 그러세요?”
“아니, 남자끼리 모이면 씨X, 여자 이야기 하는 게 당연한 거지. 내가 못할 말 했어?”
말은 거칠어도 본심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대기업 지원서 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실망하시겠지. 그래. 최종 합격때까진 비밀로 하자. 그래야지.’
그런 태석의 행동을 보며 팀장이 물었다.
“뭐냐? 부끄러워서 말 못 하는 거냐? 너 혹시 아다야?”
“네?”
“안 해봤냐고?”
“그건 아닌데요.”
“그럼 조루?”
“네? 조루요? 그게 뭔데요?”
“토끼! 찍- 끝. 토끼!”
태석은 그제야 의미를 이해한 채, 팀장을 나무랐다.
“아! 진짜! 팀장님~! 그건 팀장님이시고요!”
“클클, 내가 그러니까 너도 그런 줄 알았지. 인마! 이 자식! 끝까지 말을 안 하네. 일단 소고기 먹기 전에 술부터 먹읍시다. 각자 술 말아주시고! 짠 한 번 하겠습니다.”
남들은 허드렛일이라고 하지만, 태석에게는 이 생활도 즐거웠다.
허심탄회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
몇 년을 일했든, 며칠을 일했든, 같은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
동료를 믿고, 5m 이상 높이를 사다리에 의지한 채 올라가기도 하고, 고압 전기가 흐르는 구역에서 서로의 안전을 돌봐주기도 한다.
매일 새벽부터 같이 체조를 하고, 작업하며 땀을 빼고, 식사를 하고, 때로는 술자리도 가지는 사람들.
그런 형님들과 있기에 기분이 좋다.
“자! 모두! 돈 많이 법시다! 건배!”
“건배!”
분위기는 고조되어 갔다.
남자들끼리 만나면 꼭 하는 이야기, 여자 이야기, 정치 이야기, 사회 문제 이야기.
나이 40대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경제나, 정치, 사회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본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없어도, 국가가 잘 되어야 자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기에.
군대를 다녀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나라의 발전을 위해 걱정하는 것이다.
술을 좀 마신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휴~ 진짜 답답해요. 요즘.”
“어떤 게 답답해요?”
“국가에서 우리 기술자들을 키워줘야 되는데, 찬밥이니까.”
“그건 그렇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사람들을 더 쳐주니까.”
“솔직히 미국이나 호주, 유럽, 중동 같은 경우 우리 건설인들 인정 많이 받잖아요. 김씨 아저씨,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우리 국회의원 나으리께서 도통 이쪽에는 관심이 없는데…”
김씨 아저씨의 말에 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 친 형님이 가스기술사세요.”
“기술사요? 어휴~야! 대단하시네요.”
“5년 공부해서 머리도 벗겨지면서 따시더라구요. 그런데 뭐라는 줄 아세요?”
“뭐라는데요?”
“개 똥 같은 자격증이라고! 어디 가서 인정도 안 해준다고! 법률적으로 가스기술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대요. 가스기술사 따면 뭐하겠냐고! 한 분야의 전문가인데, 연봉 5천도 못 받아요! 한 분야에서 20년을 넘게 일했는데! 내가 그래서 자격증 안 따잖아요. 그래서 공부 안하잖아.”
“팀장님도 참~ 흐흐, 에이, 그건 아니다. 팀장님은 매번 성인 게임장 가니까 그런거고.”
“어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한잔 빱시다! 철성아!”
“예?”
“너 또 취했냐?”
“아니유, 괜찮아유. 한잔 해유.”
태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인력에 대한 대우가 각박하다는 것.
미래의 산업동력은 과학, 기술, IT, 제약, 생명과학 분야일텐데…
* * *
1주일 후. 새벽부터 전화가 울렸다.
태석은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 너! 왜 또 안 나와?
“어제 말했는데요?”
– 뭘 말해?
“하루 쉰다고 했잖아요.”
– 내가 나오라고 했잖아.
“저는 쉰다고… 했습니다.”
– 나와.
“……”
– 나와! 나 오늘 일하기 싫어, 인마! 밤 샜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내일 나가겠습니다. 끊겠습니다.”
– 야! 김태석! 김태석!
태석은 통화 종료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껐다.
오늘은 중요한 날.
집단 토론이 있는 날이다.
1차 면접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양복을 입은 태석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안내 직원이 입을 열었다.
“1차 면접 통과하신 분들인가요?”
“네!”
“10명씩 집단 토론 진행 하실 거에요. 들어가시면 토론자의 말에 따라 진행하시면 됩니다. 제가 호명하시는 분들은 바로 토론장으로 입장해주세요. 정윤우씨!”
“네!”
“김태석씨!”
“네!”
태석은 직원의 호명에 토론장으로 입장했다.
원형 테이블.
그 앞에 둥그렇게 놓여있는 10개의 의자.
거기에 차례대로 착석하는 사람들.
토론진행자는 10명의 1차 면접 합격자들에게 말을 꺼냈다.
“이번 집단 토론 주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서 교육비가 지나치게 높은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토론 하실 때는 먼저 손을 들고, 번호와 성명을 말씀해주시고 말해주세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태석은 씩 웃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 주제는… 사회경험이 있는 자신에게 유리했다.
그가 생각했다.
‘고맙습니다. 팀장님.’
회식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