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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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CMD (2) >
태석은 자신의 명함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직위가 대리로 쓰여져 있다.
잘못 프린트 된 것은 아닐까?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물었다.
“비서실장님, 이거 명함 대리라고 잘못 찍혀있네요.”
“아, 그거 대리로 승진한 것 맞아요. 발탁승진 제도에 의해 승진했습니다.”
발탁승진인사제도? 업무하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거 임원들만 해당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룹 인사총괄과 인사팀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태석은 그 용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발탁승진이 쉽지 않은 것이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송 비서가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발탁승진은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김태석 사원과 최유라 사원의 성과는 사내기업을 통해 이미 입증이 되었으니까 발탁 승진 대상자로 올라온 것이고, 그것을 회장님이 승인 하신 거죠.”
태석은 감동했다.
회사에서의 첫 승진.
어쩐지 현수와 윤지가 왜 그렇게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한편, 유라는 아직도 알쏭달쏭한 표정이다.
그 얼굴을 본 송창식 비서실장이 설명했다.
“김태석 사원은 3월 18일부로 대리로 임명되었고, 최유라 사원은 아직 1년차라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별 일 없다면 2년차 됨과 동시에 승진명령이 날 예정이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아닙니다. 서운하지 않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더 질문 없죠? 혹시 궁금한 점이나 잘 안풀리는 거 있으면 여기 내 명함 줄테니까 연락해요.”
“네. 감사합니다.”
비서실에서 태석과 유라가 나오자, 서윤지가 짓궂은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김 대리님, 나오셨어요?”
“아~ 장난치지 마.”
“왜? 대리님~ 김 대리님~ 듣기 좋잖아.”
서윤지의 말에 태석이 인상을 찡그리자, 김현수가 윤지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제 곧 재벌 며느리 될 사람이 고작 대리를 부러워하는 거야?”
그러자 서윤지가 깜짝 놀라 현수의 소매를 꼬집으며 말했다.
“야! 비밀! 비밀! 조용히 좀 해.”
“왜? 사모님라고 불러줄까? 엘성 사모님~”
“아~ 진짜, 장난 치지 마. 걸리면 큰일 난단 말이야. 입좀 다물어!”
그리고 옆에서 그걸 지켜보는 김태석은 미소를 짓고, 최유라는 무언가 깨달은 듯 미묘한 표정 변화가 생겼다.
최상층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오랜만에 4명의 채팅방에 방금 전 만났던 김현수가 글을 올렸다.
김현수 : ㅋㅋㅋ, 윤지 표정 대박!
최진영 : 무슨 일 있었어?
장동훈 : ??
김현수 : 태석이 승진했거든. 그런데 윤지가 비꼬는 말투로 김 대리님~ 김대리님~ 요지랄 하길래, 내가 윤지한테 엘성사모님이라고 불러줬지. ㅋㅋㅋ
최진영 : 그런데? 어디서 웃어야함?
김현수 : 박 비서님이나 비서실장님한테 연애 들킬까봐 윤지가 완전 정색 했엉 ㅋㅋㅋ. 걔들 비밀연애 계속 하는 중인 듯.
최진영 : 아직 회사 사람들 모르고 있었어? 하긴, 부회장님이 알면 바로 헤어지라고 할 것 같긴 하다.
장동훈 : 왜 헤어지라고 해?
최진영 : 급이 안 맞잖아요. 보통 재벌들은 재벌들하고 결혼하거나 여자톱스타, 아니면 예쁜 아나운서랑 결혼하지 않아요?
장동훈 : 윤지는 예뻐서 존잘이랑 결혼할 수도 있을 듯.
김현수 : ㅋㅋㅋ. 동훈이형 아직도 윤지 못 잊었어요?
장동훈 : ㅡ. ㅡ^ 아니거든. 죽을래?
김현수 : ㅋㅋㅋ. 오늘 술이나 한 잔 해요.
장동훈 : 바쁨.
김태석 : ㅡ. ㅡ;;
김현수 : 태석이 넌 가능?
김태석 : ㄴㄴ. 공부해야 돼. 나 백화점 CMD로 발령 남. 아… 나 아무것도 모르는데 큰일 났다.
김현수 : ㅋㅋㅋㅋㅋ CMD가 뭐냐?
김태석 : 카테고리 머천다이저.
김현수 : ㅋㅋㅋㅋ 처음 들어봐. 개 웃기넹. 그거 여자 속옷 입어보고 그런 거 아니냐?
김태석 : ㅡㅡ^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채팅방이 오랜만에 활성화된 가운데, 기분 좋은 하루로 시작한 태석을 보며 유라가 말했다.
“선배님.”
“응.”
“우리 같은 배 탄 거 알죠?”
“무슨 말이야?”
“5년 뒤에 상장시켜주신다고 하잖아요.”
“그랬지.”
“그건 5년 동안 지켜보겠다는 소리에요.”
“그게 그렇게 되나?”
“네. 당연하죠.”
하긴…
그래서 나온 퀘스트.
[회장님의 혹독한 시련]과연 백화점에서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회장님은 나한테 왜 기대를 하고 있을까?
보험 영업 때문에? 아니면 이달의 우수 판매사원? 그것도 아니면 사내기업?
하긴 전례가 없던 일이니 회장의 의도나 생각이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회장님의 눈에 드는 건 성공했으니, 그가 내리는 미션을 성공시키는 게 일.
태석은 주먹을 굳게 쥔 채, 유라를 향해 말했다.
“유라야.”
“네. 선배님.”
“우리 잘 해보자.”
“넵!”
* * *
하루 종일 집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고민하던 태석이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첫 출근은 월요일이지만,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출근할 순 없었기에 고심 끝에 비서실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같은 시각.
송창식은 회장님을 수행하던 중 김태석의 전화가 온 것을 보며, 일단 무음으로 돌렸다.
그러자 회장이 미소로 일관하며 말했다.
“바쁜가?”
“아닙니다. 회장님 친손주 김태석 군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뭐? 왜?”
“궁금한 점 있으면 전화하라고 하긴 했는데, 이유를 알아보려면 전화 통화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얼른 해 봐야지! 받아.”
“네. 알겠습니다.”
얼떨떨한 송비서.
회장님의 친 손주 사랑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혼자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고, 어떻게든 하나라도 남들한테 티 안 나게 챙겨주려는 마음이 자신에게는 너무나 쉽게 읽힌다.
그가 부재중이라고 찍힌 전화를 걸며 말했다.
– 여보세요?
“네. 김태석 대리, 부재중 통화가 걸려있어서 전화 걸었어요. 무슨 일이죠?”
옆에 회장님이 계셔서 불편했지만. 그는 착실히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해 나갔다.
– 혹시 첫 출근 전에 제가 준비해야 될 사항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아무거나 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지금은 바쁘니까 다시 연락 드리죠.”
–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기고, 송 비서를 향해 묻는 회장.
“녀석이 뭐래?”
“출근 전에 준비할 사항을 체크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
“네. 손주 분이 굉장히 열성적인 것 같습니다.”
“암, 그래야지. 근데 말이야.”
“네, 회장님.”
“송 비서는 왜 이렇게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아?”
“네?”
“아, 아니야.”
“……”
송창식 비서실장은 생각했다.
회장님 앞에서는 김태석 대리한테 절대 편하게 말하면 안되겠다고.
좀 더 생각하고 말을 뱉어야겠다고.
* * *
태석은 월요일 출근이지만, 토요일 날 저녁부터 근처 현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다행히 비서실장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관련 종사자를 직접 연결시켜 준 것.
태석은 비서실장의 호의에 감사함을 표시하며, 밤 늦은 시간이어도 근처에 위치한 엘성 백화점을 들렀다.
밤 9시다. 해가 뉘역뉘역 고개를 넘긴 것은 이미 한참 전.
휘황찬란한 백화점의 조명도 이미 꺼진지 오래다.
엘성백화점 청담지점은 오후 8시 30분이 되면, 영화관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이 끝나서 그렇다.
그럼에도 소개받은 담당자는 여전히 퇴근하지 않은 채, 백화점을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비서실장님으로부터 연락 받았어요. 김태석 대리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태석씨라고 부를게요. 저는 엘성백화점 청담지점 CMD 윤수연이에요. 직급은 과장이고요.”
“네.”
“음… 자세한 건 나중에 물어볼게요. 따라와요. 오늘 중요한 고객 분이 예약을 해서요.”
중요한 고객?
영업은 끝나지 않았나?
그런데 그녀를 따라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태석은 알게 되었다.
3층 명품관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고.
손님 하나 없는데도 점원들은 퇴근하지 않은 채, 고객님이 타고 올 엘리베이터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고.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3000Lux 이상의 밝은 조명.
고급스러운 유럽풍 장식.
마네킹마저 화려한 귀금속으로 치장한 이 곳.
고져스한 명품 의류는 매장 중앙에.
판매 직원은 매장 구석에.
그때, vip 전용 엘리베이터가 딱 열리더니, 밍크 코트를 입은 여성 하나가 들어온다.
그녀에게는 이미 백화점 직원 한 명이 달라붙어 있었다.
옆에서 그녀를 위해 발렛 서비스를 담당하는 남성 직원이었다.
VVIP인 여성이 매장 중 한 곳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그곳 직원에게 말했다.
“저번에 말했던 것 들어왔어?”
“네. 2019 파리 함브르크 컬렉션 이미 입고되었습니다. 사모님.”
“그래. 한번 보자고.”
“네.”
샤넬 직원은 그녀를 위해 커튼 하나를 걷었다. 그러자 이제 막 프랑스에서 공수한 2019 SS 컬렉션이 눈에 들어왔다.
윤수연 CMD는 사모님이 자신이 가져온 함브르크 컬렉션 15벌 중 5벌이나 구입하는 것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태석씨, 겉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죠?”
“네. 이런 세상이 있는 지 몰랐어요.”
“저거 제가 프랑스 가서 직접 구해온 거예요.”
“혹시 얼마정도 합니까?”
“15벌에 2억 8천 정도. 판매가는 15벌 합쳐서 5억 4천 정도 할 거에요.”
“15벌에 5억 4천입니까?”
“네. 이제 CMD가 뭘 해야 되는지는 알겠죠? 손님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최고의 물건을 구입하면 되는 거에요. 그게 무엇이든, 손님이 만족할 수만 있다면…”
“알겠습니다.”
“그래요. 가시는 지점에서도 잘 분석해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구비할 수 있도록, 그래서 매출 신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면 될 것 같네요. 도움이 되셨나 모르겠어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출근은 어느 지점이세요?”
“동탄입니다.”
“동탄?”
“네.”
지점을 말하자, 윤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제가 이거 컨셉 잘못 잡은 것 같은데.”
“네?”
“아니에요. 일단 가보세요. 그리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연락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 * *
다음주 월요일 아침.
동탄에 새로 연지 얼마 안 되는 엘성백화점 동탄점.
그곳에 태석과 유라가 출근했다.
지방이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불과 40분 거리.
출 퇴근에 큰 문제는 없었다.
태석은 자신의 담당인 MD 조철환 과장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반갑습니다. 김태석 대리?”
“네. 그렇습니다.”
“활약상은 익히 들었어요. 인사팀에서 말하더군요. 태석씨 그동안 보여준 성과가 장난 아니었다고.”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패션 관련해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혹시 배워온 것 있나요?”
“이틀 전에 엘성백화점 청담점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 VVIP 대상 CMD를 하시는 윤수연 과장님 뵙고, 조언 듣는 시간은 가졌는데, 아직은 좀 더 많이 배워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음… 어쩌나. 그쪽하고 많이 다른데.”
“네?”
조철환 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10대에서 30대 여성이 주 고객층이거든요. 그쪽 노하우는 우리랑은 잘 안 맞을 거야.”
“……”
“자, 그럼 일단 오늘은 나 따라다니면서 배워보자고. 준비 됐어요?”
“네. 됐습니다.”
“첫날부터 봐주는 거 없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요. 알겠죠?”
“네.”
백화점 CMD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