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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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CMD (5) >
다음 날.
최유라는 판매 매니저로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8일차. 이제는 모든 일이 첫날에 비해 익숙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창고로 가는 일.
9시에 창고로 간 그녀가 POS와 컴퓨터를 켠다.
그 다음은 피팅 룸에서 여성 브랜드 말리노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 일.
유니폼을 갈아입자, 같이 일하던 언니가 유라를 불렀다.
“유라씨, 다 갈아입었어?”
“네. 들어오세요.”
“응.”
그 다음 할 일은 휴식공간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에 담긴 쓰레기를 비우러 간다.
물론 돌아오는 길에는 화장실을 들러야 한다.
그 이유는? 커피 잔, 물컵 등을 설거지 하고, 용변도 봐야하니까.
이따 매장 오픈하면 화장실을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없으니, 지금 반드시 봐둬야 한다.
다녀오니 언니가 박스에서 새 상품을 꺼내 입고처리를 하고 있다.
『아오! 짜증나!』
힘 쓰는 일을 도와 끝내면 그 다음은 언니는 바닥청소.
유라는 진열대, 쇼케이스 닦기.
아~ 영수증 용지 남았나 확인은 필수.
이제 좀 쉬려하니, 그 시간이 되었다.
유라는 미소를 띤 채, 아침조회를 참석했다.
자신 대신 언니가 조회를 참석한다고 했는데, 유라는 손사레를 치며 자신이 직접 나섰다.
마지막 날이니까, 같이 일하는 언니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전달사항을 받은 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손님이 매장 앞에서 넘어진 것 때문에 바닥 물기를 철저하게 제거하라는 지침.
큰 일은 아니지만, 고객의 컴플레인은 곧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별일 있었니?”
“네. 언니! 어제 이블체인 매장에서 아줌마 넘어진 것 때문에 바닥에 물기 제거 제대로 하래요. 그것 말고는 없었어요.”
“그래?”
“네.”
그런데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행히 오늘은… 명상이다.
눈을 감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유라가 딱딱한 명상 음악이 끝나자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같이 일하는 언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체조 아닌 게 어디야. 매주 수요일마다 엘성 체조 하면 온 몸이 오글거려. 너 관리자 되면 그것 좀 없애버려.”
“언니, 나 말단이에요.”
“누가 당장 없애래니? 나중에 승진 해서 높은 자리 가면 없애라는 거지!”
“네. 알았어요. 제가 백화점 사장님 되면 엘성 체조 반드시 없애버릴게요.”
“킥킥, 그래.”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시간.
방송에 나오는 음악에 따라 허리를 굽히며, 인사연습.
『감사합니다. 고객님.』
『즐겁고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여기까지 하면, 매장이 열린다.
유라는 수선을 맡긴 제품을 찾으러 1층으로 향했다.
어제 고객이 기장이 맞지 않아 맡긴 제품들.
왜 미리 안했냐고?
수선팀은 판매매니저들한테는 갑이다. 왜? 친한 매장 먼저 수선 해주거든.
다행히 밀라노 매장은 친했다.
깔끔하게 수선된 상품들.
그것들은 찾아온 후, 기장을 줄여달라고 요청한 고객들에게 연락을 돌려 언제 방문하시는지, 아니면 택배로 보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고 대처하면 끝.
그 일까지 끝나면 바로 다음 일.
언니가 말했다.
“유라야. 너 이월 찍을 줄 알지?”
“아~ 첫날 가르쳐주신 거 말씀하시는 거죠?”
“응. 포스에서 전화 왔으니까, 여기 금액만큼 찍어 와.”
“네.”
백화점은 보통 금요일에서 일요일에 행사를 진행한다.
페이백 비슷한 것.
구입한 금액의 일정 %를 상품권 돌려주는 행사.
엘성백화점 구매고객.
20 / 40 / 60 / 100만원 구매시.
엘성백화점 상품권 1 / 2 / 3 / 5만원권 증정.
보통 증정 기간은 금요일부터 일요일로 잡는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편법이 있지.
그걸 매장에서는 이월감기라고 부른다.
고객에게 받은 카드를 미리 이월 용지에 감아놓으면, 매니저들이 금요일부터 일요일에 결재한 것으로 포스 측과 연계해 넘겨준다.
그렇게 하면 고객분들은 상품권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매니저들은 고객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그야말로 일석 이조.
“고객님, 40만원 이월시켰어요. 상품권 집으로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방문해서 수령하세요?”
– 언니, 내가 내일 찾아갈게요.
“네. 고객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었다.
30분 휴게시간.
보통 여기 언니들은 휴게실로 직행한다.
유라는 처음에는 열심히 한다고 일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루종일 일어서 있으니 다리가 천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직원 휴게실에서 다리를 쭉 펴고, 쇼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는다.
보통 이렇게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게 판매 매니저.
25분 후 울리는 알람.
피곤은 풀렸지만.
‘내 25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니?’
그날 오후 5시. 이제 한참 바쁠 시간이다.
유라는 그래도 힘을 냈다.
마지막 날이니까.
그런데 여성 매장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유라야.”
“어? 선배.”
“잠깐 들렸어. 할만 해?”
“네. 괜찮아요.”
“이거 마셔.”
별다방표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
태석의 단순한 호의에 옆에 있는 매니저 언니가 입을 가리며 킥킥 웃는다.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내일부터 교육팀으로 간다며? 많이 배웠어?”
“네. 이제 좀 적응된 것 같아요.”
“그래. 갈게.”
“네. 선배.”
태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유라는 매니저 언니들이 그 남자를 보며 자신에게 관심 갖자,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무 사이 아니에요.”
“아닌데, 와서 아메리카노를 건네주니?”
유라는 생각했다.
분명 선배 또한 자신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홍대에서 처음 식사를 할 때,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자신 또한 그렇고.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법.
‘선배 아니죠?’
그때, 손님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매니저를 불렀다.
“언니! 이거 사이즈 55 크게 나와요? 작게 나와요?”
때마침 다행이었다. 유라가 씩 웃으며 손님에게 다가가 말했다.
“손님 체형이면 44도 가능하실 것 같아요.”
“에이~ 그건 아니다.”
“손님 너무 겸손하세요. 날씬하신데…”
“그래요? (빙긋)”
마감시간이 되었다.
유라는 고객을 보고, 언니는 업무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유라야. 판매량 어떻게 돼?”
매니저 언니의 질문에 유라가 그녀와 마주치며 대답했다.
“데스크 위에 적어뒀어요.”
“그래? 변동사항은 없지?”
“네. 없을 거예요. 언니! 내일 고객님이 맡긴 수선, 택배 보낼 거 다 메모지에 적어놓았거든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지나서, 내일 오전조가 해야 될 거예요.”
“그래. 내가 미정이한테 말해놓을게.”
“네. 감사해요.”
“내일부터는 올라가는 거야? 서운하네.”
“네. 저도 서운해 미치겠어요. 그래도 가야죠.”
“응. 잘해준 것도 없는데 미안하네.”
“에이~ 그동안 도움만 받았죠. 덕분에 백화점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감사해요.”
언니는 생각했다.
유라가 말을 예쁘게 한다고.
그래서일까? 평생 연락하며, 자주자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동생에게 말했다.
“에이~ 우리 사이에 감사는 뭘, 언니랑 쉬는 날 맞춰서 네일이나 같이 하러 가자. 예쁘고, 무늬 종류 많은 곳, 언니가 한 군데 알아봤어.”
“손이요?”
“응. 괜찮으면 발도 같이 하고.”
“킥킥, 네. 알았어요.”
“그래. 고마웠어.”
“저두요. 언니.”
짧은 인연이 때로는 평생 인연이 된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던 유라는 오늘 처음으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게 현실적으로 조언해주는 『조지민』언니와 각별한 우정을 약속했다.
* * *
어느덧 싱그러운 3월이 지나고, 벚꽃이 피는 4월이 왔다.
태석과 유라는 각자 제 위치에서 제법 잘해나갔다.
2월까지만 해도 매장 앞에 MD가 지나가면 조용해지던 판매 매니저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미소로 태석에게 인사를 건넨다.
물론 영패션으로 이루어진 7층 매장에 한해서다.
“좋은 아침입니다.”
매니저의 말에 태석이 미소로 대답했다.
“아~ 네. 김정현 매니저님도 좋은 아침이에요.”
태석은 MD를 하면서 자신의 패션감각이 상승했음을 느꼈다.
검은색 싱글코트, 포라 브랜드의 니트, 워싱된 청바지, 검은색 운동화에 흰색 운동화 끈으로 포인트를 살렸다.
항상 단정한 차림만 요구하던 사무직하고는 달리 MD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옷차림에 담아도 괜찮지만, 태석은 단정함 속에서도 아주 작은 포인트를 찾았다.
그러니 여성 매니저들도 깔끔한 이미지의 태석에게는 호감.
물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외모나 패션 감각만으로 절대적인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다 착각.
태석에게는 가끔 빵빵 터지는 유머와 자상함, 그리고 배려.
그러한 것들을 오래 관찰한 매니저들.
그리고 결정적인 것.
무난한 외모.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나오는 게 현재 김태석 영패션 MD의 매력.
한 달여 기간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들 스스로 지켜보았기에 나오는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태석이 [카우 앤 쉽] 매장 앞을 지나다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 이거 보면 어때요?”
그가 진열대를 가리킨다.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음… 고쳐야 될 것 같아요.”
“네. 손님 입장에서 볼 때, 밝은 계열이 가장 먼저 보이고, 짙은 컬러를 순차적으로 뒤로 두셔서 통일성을 주시면 보기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안정감도 생길 거고요.”
“네. 그러네요.”
지적이지만, 배려심 섞인 목소리.
그렇다고 지적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잘한 점은 또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남성의 목소리.
“중간 중간에 황소 캐릭터하고 양 캐릭터 인형을 두신 건 정말 좋네요. 시선이 저절로 머물러요. 특히 여성 공간과 남성 공간의 경계점에 캐릭터 인형과 가방, 모자 등 악세사리를 두셔서, 이 곳은 남자만 구입하겠구나, 이 구역은 여자만 구입하겠구나, 딱 구별되어서 너무 좋네요. 신경 쓴 게 눈에 보여요.”
“감사합니다.”
“여름 신상은 언제 들어온다고 했죠?”
“3주 뒤에 들어올 것 같아요.”
“알겠어요. 디자인 한번 확인해봐야겠네요. 오늘도 파이팅 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네~ 갈게요.”
태석이 떠나려 하자, 여성 매니저가 태석을 붙잡았다.
“아~ 잠시만요.”
“네?”
“이거 드세요. 관리자님 것도 같이 샀어요.”
“매번 이러시면 안되는데, 이거 얼마 주셨어요? 제가 돈은 지불할게요.”
“아니에요. 매장 언니가 제 친 언니라서 퇴근할 때마다 2잔씩 가져다주거든요.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되요.”
별다방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날 때마다 건네는 여성 매니저의 해맑은 얼굴에 난감한 태석이었지만, 그녀의 호의를 대놓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받으며 생각했다.
‘버릴 수도 없고, 먹기는 싫고, 이번엔 누굴 줘야 할까나…’
그때, 과장님의 전화가 왔다.
“네 과장님.”
– 김 대리, 다음 주 품평회 있을 거야. 다음달, 브랜드 런칭 준비는 잘 되어가는 거지?
“네. 과장님,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그래. 내일 한번 만나서 맞춰보자고. 어디로 가나?
“신촌입니다.”
– 알았어. 내일 김대리 자네랑 나, 같이 공무출장으로 계획서 작성해서 올려. 결재받게.
“알겠습니다.”
백화점 CMD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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