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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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토론 >
태석은 자신의 앞에 놓인 번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번호는 2번.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띤 토론이 진행되기 시작된다.
“3번 박인수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는 학구열이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부족 국가로서 인적 재산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입니다.
따라서 교육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더라도, 뛰어난 인적 자원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들 수 있었습니다. 교육비는 좀 더 들더라도,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번의 말에 태석의 머리가 망치를 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완전 바보잖아.’
머리는 좋지만, 핵심을 벗어난 대답.
이미 주제는 지나치게 교육비가 높은 이유와 해결방안이라고 주어졌다.
그런데 그 논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는 엉뚱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아쉽지만 그는 탈락이었다.
그런데 또 한명이 나섰다.
“7번 최윤희입니다. 저는 교육비가 많이 드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대학교까지 보내주실 때까지 약 3억원 정도를 쓰셨다고 합니다.
3억원이면 정말 많은 금액인데요. 그건 적은 출산율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로서, 2050년부터는 인구감소국가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에서 출산을 장려하고, 그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석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기업에서? 출산율을 왜 걱정하겠어?
그때, 6번이 말을 꺼낸다.
“저는 7번 최윤희씨 말에 동의합니다. 자식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이 80년대 유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 핵가족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부모들은 하나 뿐인 자식들을 지극정성을 들여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1인당 교육비도 늘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산 장려야말로 최고의 대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태석이 나설 차례였다.
“2번 김태석입니다.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볼까 합니다.”
태석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우리나라는 OECD 중 분명 교육비지출은 1위입니다. 대학진학율도 2위나 되고요. 그런데…”
태석이 자리에서일어나 토론진행자 옆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2018년도 OECD 교육지표가 표 형태로 걸려있다.
“그런데 교육질은 어떻죠?”
태석이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표로 향하고.
“교육시스템 질은 75위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개인의 관심보다는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에 비해 독일은 초등학교 4년의 의무교육과정이 끝나면, 학생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슐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필요한 직업의 소요만큼 공급도 이루어지고 있지요. 국가가 정해줘서일까요? 우리보다 공부를 덜 하는데도, 우리보다 교육비 지출이 낮은데도, 그들의 보수는 엄청 높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죠.”
태석의 말에 고개가 돌아가는 사람들.
‘이걸 여기에 연관시킨다고?’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인력의 불균형 국가입니다. 기술, IT 등 이공계 관련 지원은 많이 미비한 실정이죠.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초급 엔지니어들은 중국, 파키스탄 등 해외 노동자들이 빈 자리를 채우는 실정입니다.
왜냐고요? 국내 지원자가 없어서입니다. 힘드니까, 어려우니까, 사회적으로 많이 무시당하니까. 만약 독일처럼 체계적인 교육제도를 어릴 때부터 도입시켰다면, 지금과 같았을까요?
직업의 귀천은 없다지만, 현재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도입되어야 교육비 지출이 줄어들고, 국가 전체가 발전할거라 생각합니다.”
태석의 말에 10번 참가자가 반론을 들었다.
“획일적인 교육이라고 하셨는데, 2번 참가자께서는 우리 나라의 교육을 비방하는 건가요?”
태석은 속으로 쓴 웃음을 삼켰다.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비방이라…
그래도 지금 여기서 티를 내면 안 된다.
“아닙니다. 비방은 아니고, 개인 의견입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네. 불편했습니다. 전 그런 해외의 제도를 도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맞는 실정이 있는 겁니다. 지금도 잘 되어가고 있고, 공부를 잘 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이렇게 주변에 있습니다. 다들 서울이나 해외에 있는 대학 나오셨잖아요. 다들 그 교육열 때문에 이 자리에 있으신 거고요. 우리가 독일보다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10번은 그 말을 끝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태석의 대답은 뛰어났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그의 합격이 당연시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의견을 반론하고, 모두의 공감을 얻기 위해 서울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흘러나왔다.
“10번 참가자?”
“네!”
“이름이 뭐죠?”
“윤석인입니다.”
“고생했어요. 나가봐도 좋아요.”
“네?”
“윤석인씨는 우리 회사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현장에서 바로 탈락.
10번 참가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한 게 뭔데? 내가 왜?’
엘성그룹은 달라지고 있었다.
엘리트도 좋지만, 조직 안에 순화되어 협동, 화합할 수 있는 인재를 원했다.
그런 인재상에서 윤석인은 최악이라고 봐도 좋았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자신은 잘 났다는 태도와 말투.
거기서 그는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첫 번째 토론이 끝나고, 10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9명의 사람들은 생수를 마시거나, 자판기에서 음료를 마시며, 마른 목을 축였다.
그리고 두 번째 토론이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려운 주제가 나왔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토론하세요.』
아까는 정답을 주었고, 한 가지 방향으로 토론이 흘러가면 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의견이 갈린다.
“1번 참가자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은 직역연금과 다르게 법적으로 보장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실질 소득이 군인, 공무원, 사학 연금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연금은 다른 직역 연금과 함께 동일한 잣대로 놓고 토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6번 참가자입니다.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최저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금이 부족하면 저희 엘성보험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하거나, 부동산, 저축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따로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의견이 종합되는 가운데, 태석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일용직인 자신이 크게 관심 가질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8명의 의견을 들어보니, 두 가지로 나뉘었고, 좁혀지질 않았다. 25분이 지나가도, 끝을 내지 않는 진행자.
‘왜? 왜 끝이라고 말 안하지?’
시간이 갈수록, 토론 진행자가 답답해하는 게 보였다.
태석은 생각했다. 자신이 결론 지어야겠다고.
그래서 토론의 끝을 봐야겠다고.
“2번 김태석입니다. 이대로는 결론이 안 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의견 나온 건 크게 2가지로 나뉘고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1번 참가분께서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이 일본처럼 하나가 되어야 된다고 하셨고, 6번 참가자분은 국민연금의 부족한 부분은 사적연금이나 금융상품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하셨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한분씩만 더 의견 들어보고, 저희의 결론을 다수결로 도출해보죠. 어? 8번 참가자!”
태석의 말에 8번 참가자가 1번의 의견을 보태고.
또 7번 참가자가 6번 참가자의 의견에 찬성을 표했다.
태석은 씩 웃었다.
“아~ 참! 토론이 어렵죠? 그래도 이게 결론을 내야 끝나는 거잖아요. 먼저 국민연금! 직역연금과 합치자! 손 들어주세요!”
태석의 행동에 웃음을 보이는 토론 진행자.
‘답답하니까, 자기가 진행을 하네? 그래! 이걸 원했던 거야. 분쟁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사람!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는 저런 사람이지!’
태석은 그가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토론이 얼른 끝나기만을 원했다.
“네! 4명 좋습니다. 그럼 6번 참가자 분께서 하신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금융상품으로 보완하자! 손 들어주세요!”
“아~ 서로 막상막하였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1번 참가자 의견이 좋아보이네요. 진행자님?”
“네?”
“저희가 35분간 토론을 했는데요. 다섯 분이 국민연금하고 직역연금하고 합쳐서, 국가에서 차별하지 않고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을 냈고, 네 분은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보장 기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알아서 투자하자! 이렇게 나왔습니다. 5:4인데,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할까요?”
태석의 말에 토론 진행자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아닙니다. 모두 토론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모두가 떠나갈 때, 김태석은 또 혼자 남아 의자를 정리한다.
“2번 참가자?”
“네?”
“뭐해요?”
“정리하고 가야 될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나가 봐요.”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나가고, 토론 면접관이 평가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생각했다.
‘저 친구는 일단 합격이군.’
집단 토론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