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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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성캅 (3) >
첫 출동에서 태석은 성진우 선배의 기가 막힌 운전솜씨를 경험했다.
네이게이션은 좌회전이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유턴을 하는 성진우 대원.
“아~ 2분 30초는 더 걸리겠다. 벨트메고 꽉 붙잡아. 유턴해서 골목길로 간다.”
“네.”
그가 갑자기 골목길로 진입한다.
골목길에서 다시 우측으로 돈 그는 8차선 도로로 진입 후, 재 유턴을 통해, 최초 정차했던 곳에서 좌회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그러나 곡예운전.
가슴 떨리는 태석.
그때, 큰 길로 빠져나온 성진우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30초 가량 출동시간 줄였네.”
“아…”
이미 다 교통체계를 외워두었기에 가능한 방법.
이게 다 고객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성진우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며 최대한 빨리 경고 신호가 울린 출동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착한 주소.
방배중앙로 178.
일반 음식점.
그런데 셔터는 제대로 내려가 있고, 이상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성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정상으로 바뀌어 있다.
= 열선 감지 정상.
= 적외선 감지 정상.
그래서 고객님께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고객님, 엘성캅 성진우 대원입니다. 이상신호가 떠서 고객님 매장에 출동했는데요. 혹시 경고 메시지 받으셨나요?”
– 아,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세팅하다가 1분을 넘겨서 경고 메시지가 떴나 봐요.
“죄송하긴요. 괜찮습니다. 기왕 출동한 거, 주변 순찰 및 기기 이상 여부 좀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 밤 늦게 수고가 많으시네요.
“수고라니요. 이게 제 일인데요. 이상여부 확인하고, 문자로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태석을 향해 바라보며 입을 여는 선배.
“놀랬냐?”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냐?”
태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원래 10번 출동하면 9번은 다 이런 출동이야. 그래도 우리 때문에 고객들이 안심하니까, 허탕 친다는 생각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말은 까칠어도 성진우 대원은 프로였다.
그의 직급은 주임.
하지만 여기에서 무인경비는 다 대원이라고 부른다.
하는 일이 전부 목숨을 거는 일이고, 동료들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사람들이기에 선배든 후배든 같은 동급으로 생각한다고.
성진우는 꼼꼼히 살폈다.
후레쉬를 켜고 침입 흔적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그의 꼼꼼함을 태석은 옆에서 기록했다.
“수첩 적는 거 좋아하나봐?”
“잊어 먹을까봐, 하나하나 적고 있습니다.”
“그래.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말해주는 거 하나하나 적어서 기억하며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 말과 동시에 순찰을 멈춘 선배는 태석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물었다.
“잘 봐. 실제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여기 왔을 때, 어디부터 관찰해야 된다고 생각해?”
“출입문이나 창문 아닌가요?”
“아니지.”
“틀린 건가요?”
“응.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지. 감지기가 울린 곳부터 봐야 돼. 원점부터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들어가는 거야. 어느 경로로 침입했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빨리 조치하는 게 최우선 아닌가요?”
“아니, 젊은 친구가 목숨 귀한 줄 모르네. 그러다 죽으면?”
“……”
“일단은 침입자의 위치, 경로를 파악하고, 다른 대원, 경찰이 올 때까지 안전을 확보한 채로 재산을 지키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침입자를 잡는 건 부가적인 것이고. 알겠어?”
“네.”
민간 경비.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의 예방.
기계 경비를 통해 사고를 인지하고, 출동하여 사건 현장에 그 누구보다 빨리 도착하여 침입자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
범인을 잡으면 좋겠지만, 리스크는 절대 짊어지지 않는 다는 게 성진우 대원의 신념.
그는 태석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정확히 주입시킨 후, 주변을 보며 말했다.
“침입 흔적은 없는 것 같네. 고객님이 실수한 게 맞는 것 같으니까 다시 세팅하고 순찰 돌자고.”
“알겠습니다.”
“뒤쪽 문 잠겨 있는지 확인하고 와.”
“네.”
순찰구간은 상당히 길었다.
차량의 계기판.
처음에는 36050km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지금은 36200km를 넘겼다.
하루만에 150km. 차량 순찰을 통해 이곳저곳 왔다갔다하며, 계약이 된 고객 매장을 왔다갔다 하는 게 임무.
그런데 담당구역 내에 고객 점포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저희가 총 몇 곳 관리하나요?”
“아마 270곳 정도?”
“우와, 엄청 많네요.”
“그나마 우리는 적은 거야. ACT 애들은 500곳도 관리한다더라.”
“500곳이요?”
“뭐, 산업단지처럼 붙어있는 곳이겠지만. 아무튼 거긴 빡세. 그러니까 까칠한 그 후배 놈이 내 제안 덥석 물고 여기로 왔지. 안 그렇겠냐?”
“그렇겠네요.”
“그렇긴 뭘 그래? 빡센 것보다 월급 보고 온 거지. 그래도 엘성이 좋아. 대기업이라 그런지 돈 가지고 장난은 안 치잖아.”
“네. 저도 세금 꼬박꼬박 내는 저희 그룹이 좋습니다.”
새벽 2시, 순찰 한 타임을 다 돌았다.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공공기관에서 민간에 위탁 맡긴 공원처럼 직접 걸어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선배와 태석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순찰을 다 돌고 나면 차량에서 쉬기도 하지만, 회사 안에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새벽, 조용한 시간.
관제실에는 여전히 불이 켜 있었다.
24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한데도 사람들은 CC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성진우는 태석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 갔다.
30여개의 책상.
낮은 파티션. 격자식으로 배치된 책상.
그 중 남은 자리를 가리키며 입을 여는 선배.
“일단 여기 앉아라. 아마 네 자리가 될 거야. 커피 먹지?”
“네.”
“앉아서 기다려.”
그런데 책상 밑에 놓여 있는 근조화환.
써 있는 글씨.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그리고 그 화환 옆에는 대원의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남자는 엄청 젊었다.
태석은 사진과 화환을 보며 성진우 대원이 왜 몸 사리라는 이야기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구석에 위치한 탕비실에서 나오는 성진우 선배가 커피를 타오며 말했다.
“처음이라 타주는 거야. 다음부터는 막내니까 네가 타. 알았지?”
“네.”
털털하지만,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대충이 없는 선배가 태석의 시선이 근조화환과 대원의 사진에 머문 것을 확인한 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이 새끼들, 이거 아직도 안 치웠네. 놀래켜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정말 미안해. 너한테 이런 거 보여주면 안되는데…”
그가 하는 말에 태석은 어렴풋이 사진속 그 남자와의 관계를 짐작했다.
그래서 물었다.
“친하셨나요?”
“엄청 친했지. 근데 뒈졌어. 무리하지 말라니까, 병신 같이 범인 잡겠다고. 아무튼 너무 신경 쓰지 마. 죽는 일, 그렇게 흔한 거 아니니까.”
“……”
말은 그렇게 하는데, 그때부터 성진우는 말이 없었다.
오전 3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차량을 운전해 순찰을 시작한다.
아까와 똑같은 구간.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부터 돈다.
태석은 순찰이 끝날 때 즈음에야 알게 되었다.
순찰 구간과 시간은 매일매일 바뀐다는 것을.
그 이유는 불규칙적으로 순찰함으로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다음 날 오전 8시가 되었다.
2번의 순찰을 끝내고 성진우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석아.”
“네 선배님.”
“출출하지 않냐?”
“배고프긴 한데, 아직 근무시간이어서 괜찮습니다.”
“됐어. 이제 긴장 풀어도 돼.”
“네?”
“어플 켜봐. 보안세팅 거의 다 풀렸지? 오전 되면 주말 빼고는 대부분 고객분들이 사업장에 출근하니까 그땐 경보도 안 울려. 그러니까 지금 시간에는 마음 놓아도 돼.”
“아… 네.”
진짜였다.
270여개 중 세팅 되어 있는 사업장은 겨우 30여개.
“야! 넌 선배가 말하는 데 안 믿고 꼭 그렇게 확인을 해야 되냐?”
“아… 그런 의도는 아니었고요.”
“됐어. 편의점 가서 라면이나 먹자. 출출해 죽겠다.”
“네.”
컵라면과 김밥으로 대충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사무실에 들어간 두 사람.
성진우는 사무실을 돌며, 동료들에게 태석을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 김태석이라고, 26살이래. 처음 왔으니까 다들 잘 대해주고, 열심히 챙겨줘.”
성진우의 말에 대답하는 동료들.
『네. 잘 부탁해요.』
『성 주임님이 가르쳐주시다니, 엄청 빡셀 텐데, 너무 열심히 하진 마요.』
태석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는 한편, 성진우를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선배님, 후배 제가 받을까요?』
“됐어. 내 차례잖아.”
『그래도 아직…』
“조용해. 언제까지 그럴 거야. 다 지나간 일이잖아.”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동료와 교대 후 퇴근하는 길.
성진우는 태석에게 안심하라며 말했다.
“다른 사람 말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만 잘하면 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퇴근하자.”
“알겠습니다.”
단칸 방에 들어온 태석은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사건 사고 정보.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 봐도 나오지 않는 정보.
엘성캅이라고 쳐도 나오질 않고, 무인 경비라고 쳐도, 사망사고라고 쳐도 나오질 않는다.
‘직접 물어봐야 겠네.’
* * *
근무시간은 주간 13시간, 야간 11시간.
연봉은 포괄임금제.
법적으로 정해진 출동시간은 25분.
그러나 고객들은 바로 오지 않으면 화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시간은 5분 컷.
5분으로 정한 것은 경찰과 소방관이 지키는 출동시간이 대략 5분이기에. 회사에서도 5분으로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태석은 오후 8시 30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원래는 오후 9시 30분에 교대인데, 한 시간 먼저 출근한 것.
“안녕하십니까?”
“아, 신입대원이죠?”
“네. 선배님, 음료수 하나씩 드세요. 피로회복에 좋은 엘카스입니다.”
“하하, 좋지.”
엘성제약 최고의 히트상품 엘카스. 타우린 함량이 많아 잠을 ?고, 정신적으로 깨어있기에는 딱 좋은 음료.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해 태석은 노력했다.
그 방법은 음료 두 박스를 사들고 출근하며,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것.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찍 출근한 태석을 발견한 김도훈이 바로 그런 사람.
태석으로부터 엘카스를 받고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오자마자 뭐하는 거야? 평가만 잘 받고 가겠다는 거야? 온지 얼마나 됐다고 음료수 돌릴 생각을 다하지?’
무언가 못마땅한 얼굴.
그래서 이제 막 들어온 후배에게 묻는다.
“사회 생활 잘 하네? 군대 어디 나왔어?”
“육군 나왔습니다.”
“육군 어디? 난 3공수 나왔는데…”
“아, 저는 32사단 출신입니다. 취사병 했습니다.”
“취사병?”
“네.”
“요리 자격증 있어?”
“아니요. 요리 자격증은 없는데요.”
그러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훈.
‘와, 이 새끼, 관심병사였나?’
그래서 말했다.
“자네는 지금 음료수 돌릴 때가 아니야.”
“네?”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시간에, 기계를 연습해. 감지기, 경보기, CCTV 그런 거 얼마나 많냐? 여기 선배들은 말만 번지르르 하고, 앞에서만 잘하는 척 하는 놈보다 묵묵해도 자기 직무 잘 알고, 장비 잘 다루고, 성실한 놈 좋아한다. 너 이러는 거 별로 좋게 안 보여.”
“……”
태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과 2교대로 계속 근무해야 되는 사람.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얼굴 봐야 될 사람.
그가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고개를 숙였다.
“제가 좀 너무 나댄 것 같습니다. 가서 장비 연습하고 오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기분파인 것 같았다. 갑자기 태석에게 지시를 내린다.
“야! 너 그것보다 여기 앉아 봐. 네 실력 좀 보자.”
태석을 앉히더니, 갑자기 사무실 구석으로 가더니 무언가를 꺼내오는 김도훈 대원.
[공동주택형 엘성캅 블랙박스 2018]작년에 개발되었고, 올해부터 양산되는 신형.
태석은 그의 질문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가 이상한 질문을 해 온다.
“여기 안에 들어가 있는 기기 다 얘기해봐.”
“네?”
“이 상자에 뭐 들어가 있는지 하나씩 다 말해보라고!”
태석은 의아한 얼굴로 김도훈을 쳐다보았다.
그 이유는 전혀 그의 의도가 짐작할 수 없어서였다.
“몰라? 공부 안 했어?”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럼 말 해. 어렵냐?”
김도훈이 신입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보다 선배인 최정민 대원이 그를 만류했다.
“도훈아! 처음부터 왜 이렇게 빡세게 굴어? 오늘 겨우 이틀째인데.”
“에이, 정민선배,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죠. 직무교육 받았잖아요. 저는 오자마자 다 알고 있었잖아요.”
그러자 최정민이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넌 경력자였잖아. 인마.’
그러나 그의 고집을 꺾기엔 자신 또한 신입의 실력이 궁금했다. 그래서 김도훈의 이어지는 질문을 막지 않았다.
“거기! 직무교육 몇 등 했어요?”
다시 태석에게 돌아가는 선배들의 시선.
자기 입으로 1등했다고 말하기는 민망한 상황.
그래서 대답했다.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김도훈.
“아니, 몇 등 했냐고 묻잖아. 질문을 하면 똑바로 듣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야지.”
그런데 그가 자존심을 긁고,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대답을 원하니, 결국 해줄 수 밖에.
태석이 당당하게 말했다.
“1등 했습니다.”
“뭐?”
못 믿겠다는 표정.
실력을 보여줘야 믿는 사람은 꼭 있기에.
태석은 고심 끝에 추가적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총 58명 중 1등 했고요. 장비 분야는 만점 받았습니다. 이 장비는 [공동주택형 엘성캅 블랙박스 2018]로서 안에는 컨트롤러, 카드리더, 열선감지기, 자석감지기, 출입카드, 비상버튼, 엘성리모콘, 이렇게 7개로 구성되어 있고요.
컨트롤러는 침입신호를 관제센터로 전송하는 장치이고, 카드 리더는 방범설정 및 해제하는 장치, 열선감지기는 움직임 감지용도, 자석은 출입, 창문 침입방지용입니다. 계속 해도 될까요? 이상통보 시스템이랑 생활편의 시스템, 방범 편의시스템까지 추가 설명하려면 5분 정도는 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김도훈의 선배인 최정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 하네! 도훈이 너 신입한테 술 좀 사야겠다. 어?”
엘성캅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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