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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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성캅 (4) >
최정민 주임의 말에 김도훈 대원이 머쓱한지 태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해보자.”
악수. 태석 또한 민망한 얼굴로 선배에게 말했다.
“건방져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최정민 주임이 뒤에서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크, 도훈아! 그러게 왜 간을 봐?”
“아, 진짜 선배님, 뒤에서 불 지피지 마세요.”
최정민 그는 민망항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도훈에게 지시했다.
“야, 퇴근 전에 사무실 청소나 해.”
“아…”
“뭘 잘 했다고 아-야? 빨리빨리 안 해?”
“알겠습니다.”
김도훈을 일단 시야에서 치운 최정민. 그가 태석에게 관심을 보낸다.
“태석씨.”
“네.”
“태석씨가 생각할 때, 여기 분위기는 어떤 것 같아?”
“음… 다들 친하신 것 같고, 다른 직종보다는 확실히 뭔가 파이팅 하는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잘 봤네. 알다시피 우리 무인경비쪽은 100퍼센트 다 남자야. 그 중 50퍼는 군 출신이고, 나머진 경호, 무술쪽 관련 유단자고.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좀 많이 거칠지.”
“……”
“다들 태석씨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그런 행동 한 거 아니고, 원래 얘네들 친해지려는 나름의 방식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이해해줘.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어려운 점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알겠습니다.”
태석은 매일매일 최선을 다했다.
서울의 한 지하차도.
그쪽 CCTV에서 취객이 잠을 자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저기요. 아저씨.”
“……”
“일어나 보세요.”
깨어나지 않는 취객.
아직 봄이지만, 새벽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119에 신고하여 인계.
“어휴~ 빨리 발견하셔서 다행이에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술이 원수죠. 시민 분은 괜찮으신 거죠?”
“네. 지금 구급차 저희가 끌고 왔으니까, 바로 링겔 맞추고, 병원에 입원시켜야죠.”
경찰 뿐 아니라 소방관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인경비원.
다재다능함은 물론 사교능력도 필수.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성진우 주임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태석은 하나하나 수첩에 적어나가며, 업무를 익혀나갔다.
장비 관련해서는 다 기억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다 눈대중으로 익혀야 했으니까.
그 노력 덕분일까?
선배의 행동을 보면,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일을 하는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무에 대한 익숙함이 오는 편안함.
그 여유에서 볼 수 있는 관찰력.
그러나 관찰하는 사람은 김태석 뿐만이 아니었다.
선배인 성진우 또한 태석을 지켜본다.
성진우는 생각했었다.
전략기획실로 간다고 해서 엘리트 출신에 깐깐하고, 완전 계산적인 친구라고.
그런데 지내보니 의외로 노력형.
원래는 판매사원이 따로 있어서 설치해야 되는데, 이번 고객은 추가 설치하는 거라서 대원들이 직접 설치해야 한다.
“선배님, 감지기 어디다가 설치할까요? 도면 보니까 좌측 벽이 좋아보이던데.”
“적외선 감지기는 무조건 벽 위쪽에 수평으로 세워야지. 은근히 담 넘어 다니는 놈들이 많아. 넌 네가 했던 말대로 좌측 끝에 설치해. 난 우측으로 갈테니까. 수평 맞춰야 되니까 미리 고정시키지는 말고.”
“네. 제가 신호 드릴게요.”
“오케이!”
그렇게 1주일이 지났다.
둘이 같이 근무하는 마지막 날.
이제 내일부터는 태석 혼자 별도의 구역을 맡아야 한다.
마지막 야간 타임 근무를 마치고, 이제는 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본사로부터 고객에게 출동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긴급 출동 메시지도 뜨지 않았는데, 관제실도 아니고 본사라니. 무슨 일인 걸까?
출동장소는 휴대폰 판매점이었다.
대로변에 있는 판매점.
유리창으로 안쪽이 훤히 보이는 장소.
그런데 유리벽 자체가 깨져 있고, 매장은 어질러져 있다.
초동조치 5분이라는 것을 고려하고, 3분 내로 매장 전체를 싹쓸이한 침입자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설상가상, 침입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그 사황을 파악한 태석이 먼저 말했다.
“선배님, 경찰이 먼저 도착해있는데요.”
그러자 선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이거 상황 안 좋다.”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으니, 빨리 현장에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게 지금 해야할 일.
그런데, 선배는 들어가려는 태석을 일단 붙잡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태석아.”
“네. 선배님.”
“넌 들어가서 아무 말도 하지 마. 다른 사람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말고.”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까?
매장에 들어가니 망연자실한 고객이 보인다.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듣고 있고,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성진우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경찰을 도와 현장 침입 증거를 확인했다.
카메라는 부숴져 있으나, 다행히 하드디스크에 기록은 되어 있는 상태.
태석의 시야가 돌아갔다.
슬픔에 잠긴 고객의 얼굴이 보인다.
다시 매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휴대폰이 진열되어 있어야 할 진열대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다.
경찰이 추산했다.
피해금액 무려 2, 300여만원.
엘럭시 9+, 아이폰 등 최신폰은 모두 도난당한 상태.
상황파악이 끝난 후, 성진우가 고객에게 설명했다.
“고객님, 진행 결과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일단 침입자 확인결과 보안용 카메라는 부숴졌는데, 다행히 출입 장면은 찍혔거든요. 그거 경찰에 증거 넘겨서, 오늘부터 경찰 쪽에서 수사를 들어갈 거예요.”
“다행이네요. 그 놈 꼭 잡아주세요.”
담담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성진우의 말에 고객이 억울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네. 경찰과 협조하여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성진우는 고객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데 고객이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럴 때는 정말 곤란해보였다.
“저… 보상은…”
“제가 확인해보니까, 고객님께서 어제 보안 세팅 안 해두셨더군요.”
“네… 했어야 되는데…”
고객의 부주의.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고객을 탓할 수는 없기에,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일단 피해금액에 대해 저희가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서 피해보상팀에서 연락이 가도록 조치해놓겠습니다. 일단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부숴진 카메라들, 경찰 조사가 끝나면 바로 교체해 놓을게요. 다음부터는 퇴근하실 때, 보안 세팅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주의할게요.”
“네. 고객님, 일단 피해금액 너무 생각하지 마시고요. 장사 다시 하셔야죠. 마음 편히 가지세요.”
성진우는 확실히 프로였다.
그가 태석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가자. 태석아.”
“네.”
그리고 차 안.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태석은 선배의 행동을 착실히 적었다.
그는 고객과의 대화가 답답했는지, 평소에는 차 안에서 펴지 않는 담배를 꺼내며 창문을 열었다.
– 후-우.
연기를 내뿜더니, 옆에 있는 태석에게 말을 이어가는 선배.
“답답해. 본사에서 보상은 아마 안 해줄거야.”
“책임보험 가입 되어 있지 않나요?”
“이건 고객 부주의잖아. 보안 세팅 안 해놓으면 대부분 보험처리 안 돼. 아~ 진짜! 고객님도 왜 그걸 안 해놓으셔서, 답답해 미치겠네.”
고객과의 관계.
이제까지 구축했던 신뢰 관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게 바로 이런 때.
송진우는 물론 김태석도 안타까운 고객의 피해사실을 보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 * *
인수인계 기간이 끝났다. 태석은 이제 혼자 출동하고, 혼자 순찰을 다닌다.
그렇다고 감시에 소홀하단 소리는 아니다.
기존 송진우 선배와 통합해서 순찰하던 구간을, A, B구역으로 나누어, 교차 순찰함으로서 감시공백을 최소화하고, 긴급 상황 발생시, 상호 증원 요청을 통해, 서로의 안전을 도모한 가운데, 신속 정확한 출동을 통해 고객의 재산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시스템적 공백이 거의 없도록 짜 놓았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미리 계획한 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관제실에서 기계경비를 하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임무를 분배하여, 서로간의 실수를 줄여준다.
지금이 그 상황이었다.
새벽 1시.
태석의 휴대폰에 비상출동 신호가 울렸다.
서초 반포동의 한 여고.
[최초신호 1] 적외선 감지기 이상. [최초신호 2] 열선 감지기 이상.그때 울리는 전화.
“216호, 전화 받았습니다.”
– 216호, 세효여고에 침입신고 잡혔는데, 지금 바로 출동하세요. 몇 분 걸리나요?
“마침 근처에 있어서 6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 5분 내로 가세요.
“알겠습니다.”
태석이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새벽시간, 신반포로의 6차선 도로는 하나도 막히지 않는다.
도착한 태석이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학교 경비원이었다.
60대 후반의 그는 휴게시간이라서, 경비실에서 자다 나왔는지 비몽사몽한 상태.
“아저씨, 확인하셨어요?”
그 경비 아저씨는 무슨 일인지 모르는지 태석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아… 무슨 일 생겼어요?”
“침입자가 있다고 저희 업체에서 연계신호 받았거든요. 아직 연락 못 받으셨어요?”
“순찰 중이라 못 받았는데…”
그때 경비 아저씨한테 울리는 전화.
아저씨는 상황을 전해들었다.
그때, 또 다시 울리는 경보신호.
세효여고 2층 3번 열선 감지기 이상.
태석은 어플리케이션 경보 신호를 눌러, 해당 경보기가 위치한 곳의 도면을 띄웠다.
어플리케이션 안에는 건물 도면이 나온다.
대략적이었지만, 건물의 구조를 파악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는 정도.
태석은 단번에 분석했다.
‘입구가 세 곳이야. 중앙 출입문 하나, 좌우측 복도 각각 하나.’
입구가 세 곳이란 것은 출구도 세 곳이라는 것.
그때, 송진우 선배가 도착했다.
그런데 욕부터 날린다.
“에이, 씨발!”
“선배님, 왜 그러세요?”
“경찰 새끼들! 지금 야간이라 피해자 없다고, 당장 이 곳으론 출동 못한다네.”
“네?!”
“지금 이수역 쪽에 큰 싸움 났나봐. 그쪽 처리 다 하고 오겠대. 우리보고 일단 맡고 있으란다.”
“그래요? 선배님! 선배님이 우측 맡으세요. 제가 좌측 맡을게요.”
태석은 일단 침입 신호 분석을 통해 침입자가 침입한 쪽을 맡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진우 선배가 갑자기 나무란다.
“야! 김태석.”
“네?”
“네가 우측 가. 내가 좌측 간다.”
“제가 좌측 가겠습니다.”
“야~ 이 새끼야. 선배 말 들어! 이제 겨우 한달 된 새끼가 위험한데 뛰어드네?”
“선배님…”
태석의 걱정스런 표정을 뒤로하고 송진우가 경비아저씨에게 말했다.
“김태석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경비아저씨는 중앙 맡아주세요. 저희가 내부 침입자 위치 최종 확인할테니까, 아저씨는 여기에서 자리 지키면서 경찰 오면 안내 좀 해줘요. 지금 2층에서 마지막으로 신호 잡혔거든요. 확인할게요.”
“알겠습니다.”
송진우는 태석이 위험한 곳으로 가겠다고 고집부리자,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겨우 한달 전.
한강 지하차도.
그곳에서 CCTV로 확인된 범죄현장.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여고생을 범하려던 50대 남성.
그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자신의 후배, 박호찬이 말했었다.
범인 우리가 잡자고.
경찰 출동하기 전에 잡아서, 특진하고 포상금도 받자고.
신문에 대서특필 되어보자고.
선배인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후배 녀석의 제안에 동의했다.
술 취한 50대 남성을 제압하는데. 설마 다칠까 싶었다.
10년 넘게 같은 업종에서 일했는데도, 항상 위험에 대해 경계해야 되는데. 후배 녀석의 포상금이라는 말에 그 어이없는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
그래서 3단봉을 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후배의 죽음.
칼에 찔린 박호찬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나중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인은 포획했지만, 그 범인 녀석은 잡혀주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그로 인해 돌아온 것은 업무부주의로 인한 자신에 대한 경징계.
* * *
성진우는 그 날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똑같은 실수 절대 안 한다.’
양 복도 끝.
태석과 성진우가 후레쉬를 켠 채, 교실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누가 출입한 흔적은 없는지, 특이한 상황은 없는지.
그리고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무전을 친다.
송진우가 태석에게 무전을 보냈다.
“216호 이상 없냐?”
그러자 녀석이 다시 무전을 보내온다.
– 216호, 1층 우측 교실 3곳 이상 없습니다. 직원 화장실 확인하고, 2층 복도 입구쪽으로 진입하겠습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만난 두 사람은 조그마한 소리로 서로를 향해 말했다.
“이상 없냐?”
“네. 제 쪽은 이상 없습니다.”
“선배님이 여기 대기하시죠. 제가 2층 올라가겠습니다.”
“아니, 내가 올라간다.”
“선배님! 같이 올라가시죠.”
“안 돼. 복도는 퇴로잖아. 침입자가 여기로 도망칠 수 있으니까, 넌 여기 있어야지.”
2층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한, 퇴로는 여기 복도 한군데 뿐.
1층에서는 이상 없었으니, 누군가는 기다려야 할 터.
그런데 아까부터 불안했다.
2층 마지막 신호를 기점으로 신호가 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이 올 때까지 무작정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그때, 태석이 갑자기 복도 쪽에서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선배님, 선배님이 확인하신 3번째 교실 확보해야 될 것 같습니다.”
송진우는 후배의 말에 다시 물었다.
“뭐?”
그러나 녀석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태석이 허리춤에 찬 가스총의 안전고리를 풀며 말했다.
“선배님, 가스 총 빨리 꺼내십시오. 침입자 칼 들고 있습니다.”
태석은 알았다.
눈을 세 번 깜박이는 것으로,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확인 된다는 것을.
상대방의 실루엣이 보인다.
교탁 밑에 숨어 있는 모습이 정확히 색깔로 구분되어 보인다.
엘성그룹 소속인 송진우 선배는 주임직급이라서 노란색 실루엣.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그냥 흰색 실루엣.
3번째 교실, 교탁 밑에 숨어있는 흰색 실루엣.
그 흰색 놈이 품은 흉기. 그건 식칼 모양.
태석이 무전기 채널을 바꿔, 교실까지는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긴급! 216호 출동지역인 세효여고건물 1층 좌측 3번째 교실에서 무장한 침입자 발견! 경찰 및 대원 지원요청 바람.”
엘성캅 (4)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