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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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성캅 (5) >
태석이 신고를 마치고, 교실 앞 복도에서 대기했다.
송진우 또한 태석의 말을 듣고, 3단봉을 집어넣고 가장 확실한 제압방법인 가스총을 꺼냈다.
평소라면 3단봉부터 사용하고, 위험을 감지했을 때만 가스총을 꺼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무언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런 확신은 자신의 파트너였던 호찬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위험에 대해 경계하고 안전을 도모한 가운데, 서서히 접근하는 그의 움직임.
자신이 특전사에서 배웠던 것들.
느낌이 온다. 그는 믿어도 될 것 같은 인간 본성의 감이.
만약에 자신의 감이 틀리더라도, 위험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을 터.
송진우는 태석을 믿었고, 태석 또한 송진우를 믿었다.
태석은 사실 겁을 먹고 있었다.
자신이 제압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그래도 배운 게 있다.
호신술은 물론, 이럴 것에 대비해서 태권도, 유도 등 무도도 능력을 구입해 익혔다.
그렇기에 단순한 몸싸움도 자신 있었다.
그런데 침입자가 칼을 들고 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신고 후 기다리는 것.
자신의 역할은 고객의 안전을 지키는 일. 범인을 잡는 게 목적이 아니기에.
심장이 쿵쾅쿵쾅.
대치된 상황 속에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속으로 빌었다.
침입자가 최대한 교실에 오래 있어주기를.
경찰이 올 때까지, 아무 일 벌이지 않고, 교실에 있어주기를.
다행히 다시 신고한 지 3분만에 경찰 병력이 도착했다.
그런데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
요란한 사이렌.
반짝반짝이는 불빛이 창문을 통해, 복도에 있는 자신에게까지 전해진다.
침입자가 당황했다.
그 행동은 당연했다. 경찰이 온 것을 인지했으니까.
녀석이 덜덜 떨고 있는 게 태석의 눈에 포착된다.
태석이 속으로 외쳤다.
‘가만히 있어. 나오지 마!’
그런데 녀석은 도망치기 위해 교탁 밑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순식간에 달린다. 앞쪽? 뒤쪽!
태석이 신입사원의 눈을 활성화시키며, 녀석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리고 외쳤다.
“선배! 준비하세요!”
우당탕탕.
소리가 들렸다.
앞인지 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송진우와 달리 태석은 녀석이 어디로 빠져나오는지 실루엣으로 구별이 됐다.
창문이 가로막든, 벽이 막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곳에 사람만 있으면, 태석은 실루엣으로 구별이 가능했다.
태석은 그 미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래서 녀석이 자신이 있는 입구로 달려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가스총 분사.
침입자가 정통으로 맞는다.
전혀 대비되지 않아서일까? 손에 있던 칼을 놓치고, 양손으로 눈을 막으며, 넘어진 채 때굴때굴 구르며 비명을 지른다.
“아아아악! 아아아아!”
때마침 학교 건물 복도의 형광등이 착! 착! 착!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환한 불빛을 뿜어대고.
수만촉광의 불빛 아래, 교실 안에서 호흡곤란에 빠진 범인의 모습이 시야에 포착된다.
경찰들의 진입.
그리고 그들을 향해 태석과 송진우가 호흡을 헐떡이는 범인을 인계.
모든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고.
범인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며 태석이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 * *
한 달이 지난 태석은 어느새 사무실 내에서 슈퍼스타가 되어 있었다.
송진우와 함께 서초경찰서에서 모범시민 표창을 받고, 신문에서도 대서특필.
그것 뿐만이 아니다.
엘성그룹에서는 범인 잡은 두 사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 개개인에게 특별 포상금을 전달했다.
개인당 무려 1, 000만원.
월급이 고만고만한 그들에게 1, 000만원은 엄청나게 컸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무인경비 쪽은 상대적으로 다른 쪽에 비해 박봉이다.
한국에서는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가 대접 못받는 게 현실.
몸으로 뛰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푸대접.
그렇기에 엘성캅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평균 연봉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태석과 송진우 덕분에 전례 없는 포상금을 받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물론 태석이 슈퍼스타로 여겨지는 건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스스로가 잘하는 면도 컸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동료가 그를 향해 물었다.
“태석아, 이거 기계 어떻게 연결하는 거냐?”
“아, 이거 빨간색 전선하고 파란색 전선하고 반대로 연결하셨어요. 그것만 바꿔서 전원 켜보실래요?”
태석이가 말하는 대로만 하면, 기계는 신기한 듯 정상 작동한다.
그럴 수 밖에.
그의 머릿속에는 엘성 전자에 대한 최신 수리 교본이 입력되어 있었으니까.
일만 잘하는 것도 아니다.
김태석이 김도훈 선배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 휴대폰 바꾸신다고 하셨죠?”
“어? 왜? 너도 바꾸려고?”
“아니, 그건 아니고요. 제가 근무했던 지점장님께 선배님 핸드폰 구입하러 간다고 말씀드리려고요. 가면 최저가로 해주실 거예요. 직원 특별가는 물론 지점장님 추가 할인도 되거든요. 엘럭시 9+도 할부원금 30만원이면 가능해요.”
“정말? 할부원금이 30만원이라고?”
“그럼요. 저랑 같이 가보실래요?”
휴대폰은 물론 TV 등 가전제품도 해당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게 임직원 할인가.
그것 뿐만이랴?
딸이나 마누라 생일선물도 골라준다.
“선배님! 따님 생일이라면서요. 옷 이거 사줘 보세요. 이거 요즘 트랜드거든요.”
“그게 뭔데?”
“캐릭터 상품이요. 제가 패션은 좀 알잖아요. 남자는 깔끔하게 입어야 되요.”
“오~! 너 왜 이렇게 잘 아냐?”
“저 백화점 MD였어요. 상품기획자.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대박이다. 진짜!”
그러나 이제 좀 친해지려 하는데, 떨어지는 인사명령.
전략기획실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다들 뜨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들이지만, 막상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쉽다.
분명 잘 돼서 가는 거라 축하해줘야 거지만, 진짜 괜찮은 녀석이 같은 대원으로 들어와서 좋았는데 헤어져야 되니, 다들 아쉬움이 한 가득이다.
태석은 마지막 날까지도, 한 시간 전에 출근하여, 성실함을 몸소 보여줬다.
이미 본사로 명령이 났는데도, 쉬엄쉬엄 해도 되는데도 여느 사람들과 달리 처음 모습을 끝까지 유지한다.
그러니, 동료들이 이대로 보내는 것은 더욱 더 미련이 남는다.
최고참 최정민은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환영 회식도 못해줬네.’
솔직히 2교대로 진행되는 무인경비팀에서 회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같은 시간대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은 있어도 다 같이 모이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정민은 1, 000만원이나 받았는데 이대로 보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이자 후배인 대원들에게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내일 아침에 회식 할 거니까 다 모여.”
전례 없는 회식이 잡히고.
급작스럽게 잡아서 그런지 회식 시간은 바쁜 시간이 다 끝난 아침 8시 30분에 모이기로 한다.
그게 못내 아쉬웠는지 장소만은 태석이 정할 수 있게 해주는 배려.
“태석아, 뭐 먹고 싶어? 네가 오던 날 회식은 못해줬어도, 가는 날은 해줘야지. 다 모이라고 했다. 뭐 먹을래?”
“아… 설렁탕 괜찮을까요?”
“그걸로 되냐?”
“네. 회식이 꼭 맛있는 것을 먹어야 회식은 아니잖아요. 다 같이 모인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에이, 아침이라, 미안하네. 장소 문자 찍어. 거기로 내일 아침에 다 모이라고 할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근무 끝난 아침.
대원들이 다 같이 사당동의 『할머니설렁탕』이란 곳에 모였다.
다 같이 들어가는 할머니 설렁탕집.
그런데 태석은 예약되어 있는 식탁에 가지 않고, 카운터에 있는 주인장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다.
“거기서 뭐해? 네 회식이잖아.”
“잠시만요. 여기가 저희 고객님 가게여서 장비 설치된 거 봐드릴려고요.”
“뭐?”
“제가 사실 오늘 마지막날이라서 여기 장비 조작법 알려드리기로 사장님께 말씀드렸었거든요. 그래서… 장소를 여기로 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 그것 때문에 설렁탕 먹자고 한 거야? 너 맛있는 데 가라고 했잖아. 마지막날까지 일 할 거야?”
“금방 봐드리고 앉을게요. 사장님! 기계 있는 쪽으로 가시죠.”
그러자 안쪽에서 60대 여성 사장님께서 태석을 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어~ 우리 태석 총각 왔어?”
“아~ 잘 지내셨죠? 제가 저번에 장비 조작법 가르쳐드렸는데, 까먹으셨다고 해서 여기 노트에 적어뒀어요. 혹시 몰라서 제가 조작법 동영상도 제작을 했거든요. 사장님께서는 제가 조작하는 대로 퇴근할 때 하시면 되고요. 출근하시면, 제가 오늘 알려드리는 대로 하시면 되요.”
“어휴~ 왜 이렇게 어려운겨?”
“장비는 원래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배워놓으면 쉬워요.”
“총각 말처럼 안 그려. 우리처럼 나이 먹으면, 쉽게 배워지지가 않어.”
사장님의 말에 태석이 웃는다.
“그래서 제가 동영상 찍어 왔잖아요. 사장님! 지금 확인해보니까 CCTV 3일째 녹화 안 되고 있었거든요. 이거 버튼 따로 누르시면 안 되요. 지금 세팅해놔서 앞으로 45일간은 자동으로 기록되고, 자동으로 예전 것부터 지워지게 해놨어요.”
“우리 태석총각이 가끔씩 와서 이렇게 와서 해주면 좋겠는데…”
“죄송해요. 저도 오래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그렇게 해주질 않네요.”
설렁탕집에 이미 앉은 김도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저 새끼, 진짜 성실하네. 저런 애를 여기 계속 근무 시켜야 되는데…”
그러자 최정민 주임이 그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갈군다.
“야~ 네가 할 말이냐?”
“아… 저한테만 왜 그러세요?”
송진우는 태석을 보며 웃었다.
웃긴 친구라고. 지내보니 참 재미있는 친구였다고.
나이는 자신보다 20살은 어리지만,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고.
그래서 불렀다.
“태석아! 이제 좀 앉자. 빨리 먹고 교대해줘야지.”
“네. 갑니다. 사장님! 저 일단 밥부터 먹을게요.”
태석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들 태석을 위해 덕담 한 마디를 시작했다.
『김태석! 가서 잘 해라.』
『전략 기획실, 축하해!』
『오우~ 이제 나중에 최연소 임원 달아서 우리 회사로 오는 거 아니야?』
그리고 최정민 주임도.
『가서 빡세면 이리로 와. 언제든 우리는 너 받아준다. 특별전형 지원하면 우리 권한으로 추천해서 들어올 수 있는 거 알지?』
그러니 태석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릴 수 밖에.
태석은 항상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은 인정해준다고.
해외에서는 몰라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고.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간에 느끼는 정이니까.
가장 밑바닥이든, 가장 위 재벌이든 그건 똑같을 거라고.
해외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기업문화.
혼자가 아닌 우리.
개인보단 조직.
서로 한 뜻으로 뭉쳐, 같은 조직의 성공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
비록 그 기업문화가 장 단점은 있지만, 지금 옆에 있는 동료들은 적어도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동료였다.
그들이 말했다.
“자! 컵에 다들 술이라고 생각하고 사이다 따라주시고!”
서로의 안전이 달려 있기에 술은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사이다를 술 삼아 태석의 또 다른 성공을 기원하는 같은 대원들.
잔을 들어 올리자, 첫날 자신에게 인수인계했던 선임인 송진우가 말했다.
“태석아! 한 마디 해야지! 형들 잔 들고 있어서 손 아프다.”
그때 울리는 무전소리.
『219호, 226호, 내방역 5번 출구 20m, 진영빌딩으로 지금 바로 출동하세요.』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태석이 마무리 멘트를 짓는다.
“사이다 한잔 하시고, 교대하신 분들은 다들 출동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 * *
하루 전,
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
김창모 회장은 송창식 비서실장을 불러놓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거 밑에서 아무리 굴려봐야 안 되겠는데?”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손주 녀석 말이야.”
“아… 또 손주 이야기입니까?”
이제는 회장님이 기업 경영보다 손주가 우선이 된 것 같다고 송비서가 생각했다.
그 생각은 얼추 맞았다. 적어도 지금은 손주가 최대 관심사니까.
“바닥부터 굴려도 손주 녀석이 미꾸라지처럼 계속 빠져나간단 말이야. 처음에 내가 말했지? 시련과 위기를 줘서, 나중에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고.”
“네. 그러셨었죠.”
“그런데 오히려 자신감만 상승시킨 꼴이잖아. 범인을 가스총으로 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이럴 줄 알고 보낸 거야?”
송 비서는 회장님의 질문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성공에 회장님께선 불을 지폈죠. 특별포상금으로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천만원씩이나 보내면서 말이죠.”
“송비서! 기분이잖아. 잡았는데도 아무것도 안 해줬어봐.”
“그래도 과하셨었습니다.”
“됐어. 그만해!”
“… 회장님, 요즘 너무 하십니다.”
이제는 조금 막나가는 송비서.
그러나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회장이 씩 웃으며 의견을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그러자 송비서가 대답했다.
“굴리십시오.”
“어떻게 굴리라고? 네가 추천한대로 보냈다가 물 만난 물고기만 됐잖아.”
“그 친구 이제 곧 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최고경영자.”
“아…”
회장은 송비서의 말에 자신이 예전에 자신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을 그 친구를 떠올렸다.
원래는 그 친구에게 경영을 위탁할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계획은 바뀌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오래살며, 손주의 경영능력을 키워줄 생각 뿐.
“좋아. 태석이, 전략기획실로 발령 시켜!”
회장의 말에 옆에 있던 송창식 비서실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엘성캅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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